최근 소셜서비스에서 많이 공유된 영상이 하나 있다. 캐나다에서 도살장에 실려 가는 돼지들에게 물을 먹이는 사람들이 담긴 영상이다. 당시에는 관심이 없어 자세히 보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전 ‘세계 농장동물의 날’(매년 10월 2일) 집회에 다녀와서 문득 떠올랐다. 그리고 검색을 통해 영상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아니타 크리아츠와 토론토 피그 세이브
영상을 촬영한 단체는 토론토 피그 세이브(Toronto Pig Save). 개인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아주 좋은 예이다. 그 개인은 바로 이 단체를 설립한 아니타 크라이츠(Anita Krajnc)라는 여성이다.
아니타는 ‘미스터 빈’이라는 이름의 개를 입양한 후 산책하던 중, 우연히 집 근처 도축장으로 돼지들을 싣고 가는 트럭을 봤다. 교통이 막히는 날에는 한 도로에 그런 트럭이 7~8대씩 밀려 있곤 했다.
죽음을 앞두고 겁에 질린 돼지들을 보며, 아니타는 무언가 하기로 결심했다. 개인으로서 그녀가 그 동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행동은 그들을 외면하지 말고 지켜보는 것이었다. 즉, 돼지들의 고통을 ‘증언’하는 것이었다. 그런 돼지들을 보고 무심하게 고개를 돌리는 사람들과 달리 아니타는 그 동물를 똑똑히 바라봤다.
이런 그녀의 행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수백 명으로 구성된 집회(vigil)로 발전됐고, 그들은 매주 세 번씩 그 지역 도축장으로 실려 가는 돼지들에게 물과 먹을 것을 주는 방식으로 그들의 고통을 증언했다. 그리고 이들의 모임은 ‘토론토 피그 세이브’라는 단체로 발전했고, 돼지뿐만이 아니라 소와 닭을 비롯한 여타 농장동물의 고통을 증언하는 집회로 발전했다. 그리고 이러한 집회는 영국·미국·오스트레일리아·브라질 등으로 확산하여 세계적인 운동으로 거듭나고 있다.
아니타의 증언은 오늘날 수백 명이 모이는 집회로 발전되어 도축장으로 가는 트럭을 잠시 멈춰 세울 정도의 힘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이들은 집회 중 닭과 양 한 마리를 구조하여 각각 ‘머시’와 ‘미도우’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이들은 농장동물 보호시설에서 안락한 여생을 보내고 있다.
“누군가의 고통이 당신을 괴롭힌다고 해서 도망치지 말라. 고통 받는 이에게 가능한 한 가까이 다가가 도와줘라.” – 톨스토이
도축장에 실려 가는 돼지들을 목격하고 아니타가 무언가 하기로 한 계기는 채식주의자였던 톨스토이의 책이었다.
죽음 앞둔 12시간 동안 굶주리는 동물들
농장 동물들은 도축되기 전 12시간이 넘도록 사료를 공급받지 못한다. 어차피 죽을 동물들에게 사료를 주는 게 낭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캐나다와 같이 국토가 넓은 나라의 농장 동물은 도축장까지 장거리를 이동하고, 그 긴 시간 동안 동물들은 큰 고통에 시달린다. 도축장으로 가는 트럭은 혹한과 폭염으로부터 동물들을 전혀 보호하지 못하며, 이동 과정 동안 먹을 것도 전혀 제공되지 않는다.
소셜서비스에서 공유된 영상에서 돼지들이 절박하게 물을 받아먹은 이유는 그들이 탈수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폭염의 날씨에 금속으로 된 트럭 내부의 온도는 어마어마하게 높을 수밖에 없다. 돼지는 땀샘이 발달하지 않아 더위에 취약한 동물이다. 그래서 이동 과정 동안에 열사병으로 죽는 경우도 많다.
아니타가 이끄는 토론토 피그 세이브는 톨스토이, 간디, 마틴 루서 킹 목사를 비롯한 비폭력 평화주의의 정신을 지향한다. 도살장에 실려 가는 동물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그들을 위해 눈물 흘린다. 그 동물들에게 물과 먹이를 주는 그들의 행동은 농장 동물의 고통을 줄이자는 호소이자 외침이다.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이 단체는 채식산업을 성장하게 하고, 축산업 종사자들의 업종 전환을 돕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 또한, 도축장에 잠입해 실상을 알리는 활동도 한다. 우리는 사회 변화를 원하지만, 대부분 어떤 (크고 대단해 보이는) 일을 ‘해야 한다’고만 주장할 뿐 그것을 직접 몸으로 실천하고,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사람들에게 차근차근 설득하는 데는 대부분 실패한다. 그래서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동물을 왜 보호해야 하는지 우리가 아무리 완벽한 논리를 펼친다 해도, 사람들은 마음으로 느끼고, 진심으로 감동하기 전에는 쉽게 설득당하지 않는다. 어려운 사람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 대부분이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감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물 보호는 동물이 아니라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내가 하는 일이 옳다는 생각에 갇히다 보면, 정작 사람들을 등 돌리게 하기 쉽다. 내 반려동물을 보듯이 다른 이를 대하는 것, 어렵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우리도 한 번쯤 생각을 해봐야 할 문제 같네요..삼겹살을 좋아해서 이런일이 절대로 생길 일은 없지만..이미 독일에서도 소시지를 안 먹으려고 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고 들었어요. 저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돼지고기를 먹는 횟수를 줄이려고 하고 있습니다..ㅋㅋ vegan까지는 어렵겠지만 vegetarian의 반만 쫒아가도.. 도축되는 양이 줄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