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 나온 판결 307화] 공익제보 판결비평④ 공익신고자 지혜복 선생의 전보무효소송 승소판결의 의미 (이영기 변호사/호루라기재단 이사장, 법무법인 자연) (⌚6분)
🌱 공익제보 판결비평
2011년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공익신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공익신고자가 겪는 불이익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관련한 사법부의 판단 또한 여전히 보수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는 사법감시센터와 함께 공익신고의 증가에 따라 중요해진 법원의 판결 중, 그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는 판결을 선정해 비평으로 공유합니다.
서울 A학교에서 벌어진 성폭력 및 2차 가해 문제를 서울시교육청에 신고한 후 전보 처분을 받은 지혜복 선생님 이야기, 알고 계시나요? 3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지혜복 선생님과 함께 연대해 온 시민들은 이 전보가 공익신고자에 대한 불이익조치이므로 이 전보 처분을 철회해야 한다고 꾸준히 요구해 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1월 29일, 서울행정법원은 지혜복 선생님이 서울시교육청에 제기한 성폭력 피해 학생들에 대한 인권침해구제 신청이 공익신고이고, 해당 전보는 공익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로 인정하며 이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법원 판단을 수용하여 항소하지 않았습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공익신고의 요건과 불이익조치의 형태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이 규정하고 있는 형식적인 요건(방법)으로 공익신고의 효력이 부정되지 않고, 날로 교묘하게 이루어지는 불이익조치로부터 공익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적극적인 법 해석과 판단이 필요합니다.
이번 지혜복 선생님의 승소 판결이 공익제보자 보호와 관련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교육 현장을 비롯하여 우리 사회 전반에서 앞으로 제보자 보호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이영기 호루라기재단 이사장이 살펴봤습니다.
판결 요지: 전보 처분을 취소한다!
서울교육청은 이 사건에서 원고의 공익신고자 지위를 부정하였으나, 서울행정법원은 지혜복 선생(이하 ‘원고’라 한다)의 공익신고자 지위를 인정하고 2024. 6. 5.경 원고가 서울중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이하 ‘피고’라 한다)을 상대로 제기한 전보무효확인청구소송에서 2026. 1. 29. ‘피고가 2024. 2. 2. 원고에게 한 2024. 3. 1.자 전보 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사실관계: 학교 성폭력과 비밀 누설 그리고 2차 가해
2023. 5. 20.경 원고는 A학교 재학생 3명과 상담을 통해 여학생들의 성희롱 사실을 인지하였고, 2학년 전체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무기명 간이설문조사를 통해 다수 여학생이 남학생들로부터 성희롱, 성폭력 행위를 직간접으로 당하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원고는 이 중 신고의사를 밝힌 피해 여학생 6명의 동의를 얻어 2023. 6. 14. 학교폭력을 신고하였다. 이와 관련해서 학교의 생활안전지도부장이 성희롱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해 학생들의 신원이 노출되어 원고는 2023. 6. 27. 서울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에 학생인권침해 구제신청서를 제출하였다(이하 ‘이 사건 신고’라 한다).
피해 학생들은 가해 학생들로부터 ‘생활인성지도부에서 너희 이름이 있는 서류를 보여주어 알았다’ ‘생활인성지도부장으로부터 피해학생이 누구인지 들었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고, 가해 학생들을 포함한 2학년 남학생들은 피해 학생들과 원고에게 집단적으로 째려보기, 비아냥 등 위협적인 행동을 하였다.

서울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은 A학교의 학생인권침해 상황에 대해 조사한 후 2023. 12. 26. A학교 교장에게 사과 및 학교 차원의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권고하였다.
그런데 그 직후 A학교 교장과 교감은 원고에게 전보대상자로 선정되었음을 알리고 전보내신서 작성을 요청하였으나 원고가 이를 거부하였고, 이에 A학교 교감은 성명만 기재한 원고의 전보내신서를 작성하여 2024. 1. 8. 서울중부교육지원청에 제출하였다. 원고는 2024. 1. 30. 서울교육청에 공익제보에 따른 불이익조치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연서 전보발령은 공익신고자에 대한 불이익조치로서 즉각적인 금지조치를 요청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의 공익신고자 지위를 부정하면서 2024. 2. 2. 원고에 대한 2024. 3. 1.자 B학교 전보발령을 강행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위 전보발령처분에 대하여 원고는 2024. 6. 5. 서울행정법원에 전보무효확인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공익신고, 합리적 이유 있다면 증거 부족해도 인정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조 제2호는 ‘공익신고란 제6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 공익침해행위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신고·진정·제보·고소·고발하거나 공익침해행위에 대한 수사의 단서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법 제20조의2 제1항은 ‘내부 공익신고자가 신고 당시 공익침해행위가 발생하였다고 믿을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는 경우 위원회는 보호조치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해석과 관련하여 이 사건 판결은 ‘공익신고자란 신고 당시 공익침해행위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조사기관 등에 그 사실을 신고하거나 수사의 단서를 제공한 사람을 의미하고 이후 조사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그 자체로 공익신고자의 지위가 번복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공익신고 여부의 판단 시점을 공익신고 당시로 명확히 하고, 나아가 신고 당시 공익침해행위가 발생하였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이후 조사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공익신고자의 지위가 번복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공익신고를 활성화하고 공익신고자를 두텁게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축적되었다는 점에서 적극 환영할 만한 판결이다.

또한 이 사건 판결은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8조가 공익신고를 하려는 사람에게 신고서와 함께 증거 등을 첨부하여 제출하도록 한 것은 조사기관 등이 공익신고 내용에 대하여 조사결정을 함에 있어 신빙성 판단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조사과정에서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고, 그 자체로 공익신고의 요건이 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공익신고자가 공익침해행위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다면 비록 증거가 약간 부족하더라도 공익신고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중요한 판결례라고 할 것이다.
지혜복 교사 경우: 추가 증거 확보 없어도 공익신고 인정
이 사건에서도 원고는 피해 학생들로부터 남학생들의 성희롱·성폭력과 생활인성지도부장의 비밀누설행위를 전해들었을 뿐 다른 증거는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고 주변 여건상 확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피해 학생들의 구체적인 증언 내용이나 이후 가해 학생들의 행동 등에 비춰 충분히 생활인성지도부장의 비밀누설행위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이에 즉시 서울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에 학생인권침해 구제신청서를 제출한바, 이 사건 판결은 이런 정도의 합리적인 이유만 있다면 추가 증거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지 못하더라도 공익신고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공익신고 활성화에 상당히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이 사건 학교의 생활인성지도부장과 같이 일선 현장에서 공익신고를 처리하는 담당자에 대하여 공익신고의 의미와 공익신고자 보호에 관한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 사건은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 공익신고를 처리하는 담당자가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 사건과 같은 사례는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서울교육청은 이 사건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공익신고자에 대한 ‘교묘한’ 불이익
통상 공익신고가 이루어지게 되면 공익신고자에 대한 불이익조치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이에 공익신고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하여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3조는 ‘공익신고 등이 있은 후 2년 이내에 공익신고자 등에 대하여 불이익조치를 한 경우 공익신고자 등이 해당 공익신고 등을 이유로 불이익조치를 받은 것으로 추정한다’는 불이익조치 추정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워낙 교묘하게 불이익조치를 행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그에 따라 불이익조치 추정이 번복되는 사례도 꽤 존재한다.
이 사건 판결은 ‘피고로서는 공익신고자에 대한 불이익조치를 금지하고 나아가 공익신고가 있은 후 2년 이내 전보조치에 대하여 불이익조치 추정 규정을 둔 공익신고자 보호법령의 취지를 신중히 검토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간과하여 이 사건 처분에 이른 것으로 판단되는 등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학교에 교원 정원 감축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에게 전보를 명한 이 사건 처분이 공익신고로 인한 것이 아님이 분명하고 오히려 다른 뚜렷한 사유로 인해 이루어졌다는 점이 피고에 의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인과관계 추정이 번복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 판결은 인과관계 추정의 번복을 상당히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공익신고자 보호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살렸다고 평가할 수 있다.

번잡한 행정처리? 하찮은 비밀누설행위? 의심이 간다
사실 이 사건에서 학교와 교육청의 관련 담당자들은 원고의 공익신고에 대하여 행정처리상 번잡하다고 여기지 않았는지 의문이 든다. 나아가 생활인성지도부장의 비밀누설행위에 대하여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선입 선출이라는 미명 하에 원고를 전보 발령 대상자로 선정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공익신고를 활성화하고 인권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 사건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점에서 이 사건 판결은 공익신고를 활성화하고 공익신고자를 두텁게 보호하는데 상당히 중요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일선 현장에서 공익신고자 보호에 대한 보다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광장에 나온 판결: 307번째 이야기
⚖ 서울행정법원 고은설(재판장), 김나영, 김병일 판사 서울행정법원 2026. 1. 29. 선고 2024구합69XXX 판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