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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코리아 칼럼] 낯선 사람에게 느끼는 두려움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크고, 어려울 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는 응답도 가장 높다. 자랑스런 K-코리아의 맨얼굴. 선진국 중 양극화, 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김윤태/고려대 공공정책대학 사회학 교수) (⏳5분)

1990년대 이래 한국의 불평등은 통계로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2022년 한국의 지니계수는 0.324로 OECD 평균(0.315)보다 높다. 세계 불평등 데이터베이스(WID)에 따르면, 국민소득에서 상위 1%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이후 2023년까지 2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중간층(소득 10~50%)의 비중은 소폭 증가했지만, 하위 50%의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 소득 상위 10%와 하위 40%의 소득 점유율을 비교하는 팔마(Palma) 비율은 2009년 2.4에서 2023년 4.1로 급등해, 한국은 선진국 중 가장 불평등 수준이 심각한 상황이다.

자산 격차는 더 심각하다.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자산 상위 5분위 가구의 자산은 7.4% 증가했지만, 하위 1분위는 오히려 5.6% 감소했다. 상위 10% 가구의 평균 자산은 21억 7천만 원으로 전체의 46.1%를 차지한 반면, 하위 10% 가구의 평균 자산은 마이너스였다.

한국 상위 10인의 자산(약 70조 원)은 하위 15%의 순자산과 맞먹는다. ‘포브스’ 2026년 발표에 따르면, 한국 최고 부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재산은 1년 만에 2배 이상 늘어 약 29조 원에 달했다. 최저임금 노동자가 이를 벌려면 거의 100만 년이 걸린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으로 이재용 회장의 재산은 2026년 2월 기준 40조 원을 돌파했다.

쪼그라드는 중산층…스스로 하위층으로 여기는 사람들 

199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서 ‘거대한 분열’이 발생했다. 경제 성장의 과실이 모든 계층에게 균등하게 돌아가지 않으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급증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도 벌어졌다. 남녀 임금 격차와 노인 빈곤율,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상층과 하층의 분열이 커지면서 중간층이 빠르게 줄었다.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크게 감소했다. 주관적 중간층 귀속 비율은 1995년에 92.4%에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54.9%로 급감했고, 이후에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반면 스스로를 서민·하위층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사회적 인식과 깊이 연결돼 있다.

계층 이동에 대한 기대도 무너졌다. 2025년 국가데이터처 사회조사에서 ‘노력한다면 본인 세대 사회경제적 계층 이동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 사람은 28.6%에 그쳤다. 스스로 상위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62.8%는 계층 이동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봤지만, 하위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는 16.3%만이 그렇게 답했다.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의 불평등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 번 탈락은 영원한 실패…불평등은 사회 문제로 이어져

불평등은 단지 경제적 격차가 아니다. 영국 사회역학자 리처드 윌킨슨과 케이트 피켓의 연구가 지적했듯, 극심한 빈부 격차는 상대적 박탈감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사회적 신뢰를 약화시킨다. 건강 악화, 행복감 저하, 자살 및 범죄 증가 등 다양한 사회 문제로도 이어진다.

불평등의 위계질서가 굳어지면서 여성·청년·노인·실업자·이주민·장애인 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인간적 존엄을 위협한다. 주거·교육·소비·언어의 격차가 커질수록 계층 간 인간적 접촉은 차단되고 사회적 단절이 심화한다. 한국인이 낯선 사람에게 느끼는 두려움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고, 어려울 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는 응답도 최고 수준이다.

불평등은 경쟁의 규칙 자체도 왜곡한다. 구조적 불평등을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 설명하면서 경쟁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된다. 그 결과 입시 경쟁, 지위 경쟁, 부동산 투기 등 과잉 경쟁이 사회 전반에 퍼졌고, 한국의 사교육비, 성형수술 비용, 가계대출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한다. 취약한 사회 안전망은 ‘한 번 탈락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렵다’는 추락의 공포를 키운다. 2023년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선진국 최하위권이며, 자살률은 30년째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소득이 낮을수록 자살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옥스팜 보고서 중에서

“노력해도 부자 안 돼”…청년 꿈 꺾는 자산 불평등

한국인 10명 중 2명이 대한민국 전체 주택 자산의 78%를 소유한다. ©옥스팜 보고서
불평등은 특히 청년층을 직격한다. 청년 세대의 고용·교육·주거의 불안과 젠더 불평등은 출산율을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혼인율이 낮고, 혼인율이 낮을수록 출산율도 낮아지는 구조가 저출산 위기를 심화시킨다.

한국경제연구원의 2021년 조사에서 20대의 70.4%가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될 가능성’에 부정적으로 답했다. 청년들이 꼽은 근로 의욕 저하 1위 원인은 부동산 가격 폭등이었다. 월급을 모아 집을 사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절망감이 노력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믿음을 무너뜨리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부의 세습이다. 재벌 가문의 상속 부자가 주식 부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며, 세습적 지배 계급이 형성되는 반면, 빈곤층은 가난을 대물림하며 비정규직과 영세 자영업자를 벗어나지 못한다. 청년 세대는 자신의 능력보다 부모의 경제력이 운명이 결정한다고 믿는다. ‘금수저’와 ‘흙수저’로 나뉜 세습 불평등 사회에 도래했다는 절망이 청년 세대 전반에 퍼져 있다.

불평등위원회, 불평등감소 TF, 자동 조정 법안 필요하다

불평등은 불가피한 결과가 아니라 정책 선택의 결과이다. 세계화나 기술 진보가 자동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정부의 재분배 정책이 얼마나 작동하느냐에 따라 나라마다 불평등 수준이 달라진다. 한국의 재분배 효과가 적은 이유는 낮은 조세 부담률과 공공사회지출 비율 때문이다. 2024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조세부담률은 17.7%, 공공사회지출 비율은 약 15.3%로 OECD 최하위권이다. 

2020~2021년 문재인 정부 시기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상위층의 자산과 소득이 크게 늘었고, 그로 인해 자산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청년층의 불만도 급등했다. 2022년 이후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와 긴축 정책은 불평등을 키웠고, 연구개발 예산 삭감으로 장기적 혁신의 토대도 흔들렸다. 2025년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혁신 경제와 기본사회를 내세우며 기초연금 인상, 전 국민 고용보험 등 포용적 사회정책을 예고했다.

그러나 누진세 강화와 조세 정의 실현 없이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 이런 가운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부동산 과세의 유예는 불평등을 악화시킬 수 있고, 앞으로 인공지능 시대가 가속화될수록 불평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성공한 혁신의 결과와 성장의 과실은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분배되어야 한다.

불평등 위기에 대응하는 국가적 대응이 시급하다. 정부는 지니계수 0.3 이하, 팔마 비율 1:1 수준을 목표로 하는 ‘국가 불평등 감소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국회에서는 초당적 ‘불평등 특별 위원회’를, 대통령실에는 ‘불평등 감소 태스크포스’를 설치하고, 불평등 증가에 연동한 ‘불평등 자동 조정 법안’도 마련해야 한다.

누진세 강화, 공교육과 직업 훈련 강화, 독점 규제!

정책 방향도 명확하다.

  • 부유층 누진세 강화
  • 공교육과 직업 훈련 강화
  • 공공사회 지출
  • 독점과 금융 산업 규제
  • 기업의 장기 투자 장려
  • 연구개발 투자 등

나아가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가 국회와 지방의회에서 더 많이 대표할 수 있는 비례대표제를 확대하고, 시민사회와 노동조합 등 사회적 연합이 불평등에 저항하는 실질적 세력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유엔은 지속가능발전목표 10번으로 불평등 감소를 명시했고,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토마 피케티 등 석학들은 ‘글로벌 불평등 비상사태’를 경고하며 국제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국회 차원의 사회경제 양극화 특별위원회 구성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정부 차원의 불평등 감소를 위한 구체적 목표 설정과 체계적 방법의 제시는 아직 부족하다. 이 글이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의 진지한 논쟁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 이 글은 옥스팜 코리아가 출간한 ‘2026 옥스팜 도넛 보고서: 더 공정한 사회를 위한 선택’ (김윤태, 홍민기, 윤홍식, 전하람, 김윤정 공저)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옥스팜은 1942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경제학자와 사회학자들이 주도한 국제구호기구로, 90개국에서 인도주의 활동을 하고, 유엔과 협력해 가난의 구조적 해결을 위한 정책 활동도 펼칩니다. 옥스팜은 2014년부터 전세계 불평등 보고서를 발간하고, 정부와 기업의 행동을 촉구했습니다. 올해는 한국 불평등 보고서를 처음 출간했습니다. 보고서의 요약문과 전문 PDF 파일은 옥스팜 코리아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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