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여가 흘렀다. 1년. 시간은 빠르고도 천천히 흘렀다.
시간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을 때도 어김없이 흐르던 시간은, 그래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 다르게 흘렀다. 문득 노동절 집회를 떠올려본다. 이미 어두워진 밤하늘을 인위적으로 밝게 비추던 경찰의 최첨단 조명 장비, 그 사이로 쏘아대던 물줄기, 사람들을 공격하던 물줄기에서는 무지개가 피어올랐다.
엉키고 엉킨 사람들과 그들의 고함, 비명, 울음소리가 귓가를 어지럽혔다. 얼굴로 직접 날아든 캡사이신과 미쳐 날뛰던 국가 폭력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을 때. 똑, 딱, 똑, 딱 정직하게 흐르던 시간이 마치 영원처럼 정지했다.
나는 누구인가? 또 여기 나와 함께 선 사람들은 누구인가? 우리는 왜 이러한 폭력 앞에 속절없이 서 있어야 하는가? 이를 용인하고 명령하는 것은 혹시, 국가인가? 그렇다면 왜 ‘우리’라 불리는 국민은 ‘국가’와 전쟁터의 적군과 아군처럼 싸워야 하는가.
온갖 복잡한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면서 스스로 정지시킨 장면들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나는 이곳에 존재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다시 나를 현실로 끄집어낸 것은 불쑥 날아든 경찰의 주먹이었다.
한편으로 어떤 시간은 너무 짧다. 먼저 2015년 4월 16일이 벌써 지났다는 것이 그렇다. 동시에 세월호 침몰사고를 참사로 명명하며 조심스럽게 활동을 만들어가던 작년 6월 즈음을 떠올린다. 그때 내가 제일 처음 한 일은 세월호와 관련한 ‘막말’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국회의원, 종교인, 청와대 대변인, 너나 할 것 없이 이 사고가 자신들이 딛고 선 권력의 공든 탑을 무너뜨릴까 전전긍긍했다. 그 불안함은 이 막대한 사건을 별것 아닌 것으로, 있을 수도 있는 일로, 또는 피해자들의 탓으로 돌리는 것으로 표출되었다.
여기서 문제는 ‘시간’이다. 세월호 막말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그 ‘시간’. 당시 고작 두 달밖에 흐르지 않았다. 304명이 목숨을 잃었다. 살아나온 사람들은 공포와 죄책감, 고통에 몸부림쳤고, 그때도 바닷속에 사람이 있었다. 9명보다 더 많이.
그렇게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다시, 봄이 오는 것이 두려웠지만 봄은 왔다.
기억
가끔은 잊었다. 세월호가 침몰하는 것을 생중계로 보면서 받았던 충격을,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무능한 국가를, 사람보다 돈이 중요했던 탐욕의 기업을,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을 순식간에 잃어버린 사람들을, 그리고 우리가 잃어버리고 만 사람들을.
잠시 잊어버린 동안 웃으며 드라마를 보고, 연애가 잘 안 되어서 슬퍼하고, 손톱만 한 상처에 세상이 떠나가라 울었다. 그러던 중에도 잊어서는 안 될 기억들은 쌓여만 갔다. 팽목항을 향하는 기다림의 버스를 타고 가던 어느 날. 차 안에서 틀어준 세월호 영상을 보며 펑펑 울던 초등학생 친구를 만났을 때.
그리고 진상규명은 나 몰라라 한 채 모욕적인 배·보상 절차를 감행하는 국가에 경고하며 머리카락을 잘라내는 가족들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잊지 않으려고 안간힘 쓴다고 기억되는 것이 아님을, 이 기억들은 행동으로 이어져야 함을, 그래서 기억과 행동이 함께 움직일 수많은 장치가 필요함을.
행동
인권운동사랑방에서 활동하는 미류와 함께 회의할 때, 그녀의 스마트폰 알람이 울릴 때가 있다. 그건 오후 4시 16분이 되었다는 뜻이다. 이 알람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보자고 기획한 것은 어느 날 회의 자리에서였다.
하루에 한 번은 세월호를 기억하자.
그리고 이 기억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자.
이를 실현할 여러 방법 중, 언제부터인가 소통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스마트폰을 이용하자. 그리하여 ‘진실과 안전을 깨우는 416 알람’ 안드로이드 기반 애플리케이션이 탄생하게 되었다.
지금은 알림창에 노란 리본 띄우기, 오후 4시 16분에 알람 울리게 설정하기, 추모메시지 쓰기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안타깝게도 아직 아이폰용으로는 개발되지 못했다.
이 앱을 기획할 때만 해도 꿈은 원대했다. 매일 4시 16분에 세월호를 기억하는 작은 행동을 한 후, 인증샷을 찍고 앱을 사용하는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오늘의 세월호 관련 일정 시간마다 알려주기 등등. 꿈을 현실로 만들 때, 필요한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실현
그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먼저 두 가지가 번뜩 떠오른다. 꿈을 실현할 특정한 기술과 경제적 기반. 그렇다. 416 알람 앱을 더욱 풍부하게 개발하고 나아가 아이폰에까지 진출시킬 능력을 가진 사람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했다. 거기다 개발을 위한 ‘후원’도 절실함을 덧붙인다.
지나온 1년과 앞으로 이어질 더 긴 시간들. 매일 매일,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을 떠올리는 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기억들을 누군가와 나누고 이야기하고 싶다. 내 주변 사람들을 포함하여, 스마트폰으로 소통할 수 있는 불특정다수의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오늘 4시 16분에는 내 안에 담아둔 어떤 기억이 떠오를까. 내일은 누구와 함께 이 기억들을 나눌까. 416 알람 앱이 기억을 행동으로 만드는 것에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안드로이드 못지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나 같은 아이폰 이용자들에게도 그 기회가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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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416연대, IT노조, 진보넷
- 후속 앱 개발을 도와주시거나 함께하실 분은 truesig@jinbo.net 으로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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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이폰용 앱이개발되기 전까지 안드로이드로 폰을 바꿀 생각은 없으신가요?
3년상 치르시게요?
거꾸로 된 세상 맞군요. 말을 해야할 사람들은 침묵하고…
왜 그런식으로 말하시는 건지 모르겠네요 가벼워도 상처가 될수 있는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