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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일선은 지금 넉달 째 주 100시간씩 장시간·고강도 노동으로 ‘갈려’나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업무 자체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 이상으로 큰 문제는 심각하다. 그중 하나가 ‘업무 편제’라는 걸 안 한다는 거다. 갈려나가는 데만 계속 갈려나간다.

효율적으로 근무를 재편할 생각은 않고 오히려 공보를 위해 더 비효율적으로 일한다. 아마 이대로 놔두면, 1년, 2년이 지나도 똑같이 할 거다. 생각해보라. 사람을 넉달 동안 주 100시간씩 근무시킨다는 게 말이 되나. 아무리 일선 공무원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지만, 공무원에게도 복무 규정은 있다. 원래 공무원의 초과근무시간은 월 57시간을 초과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런데, 그게 예외가 있다. ‘현업공무원’이라고 해서, 상시적으로 교대근무나 비상근무를 해야 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사실 교대근무나 야간근무를 늘 해야 하는 사람들일수록 근로시간 대비 피로도가 훨씬 더 높은 만큼 근로시간을 더 확실히 제한해야 할 것 같지만 말이다.

원래 이 ‘현업공무원’은 ‘상시적으로’ 교대근무나 비상근무가 필요한 분야에 한해서만 적용이 가능하다. 다만 한 가지 예외가 있는데, ‘재난상황’에서는 모든 공무원들을 ‘현업공무원’에 준해 초과근로시킬 수가 있다. 제도적으로 무한대 초과근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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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약칭: 공무원수당규정)

제6장 초과근무수당 중 제15조(시간외근무수당)

④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1항 본문에 따른 시간외근무수당이 지급되는 근무명령 시간은 1일에 4시간, 1개월에 57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1.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2조제1호 또는 제2호의 기관에 소속된 공무원으로서 그 근무시간과 근무일이 같은 조에 따라 따로 정하여진 공무원(이하 “현업공무원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근무시간 외의 근무명령(이하 “시간외근무명령”이라 한다)을 하는 경우
  2.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60조에 따른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라 비상근무를 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시간외근무명령을 하는 경우
  3. 그밖의 불가피한 사유로 인사혁신처장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시간외근무명령을 하는 경우

(시행 2019. 7. 1., 대통령령 제29450호, 2018. 12. 31., 타법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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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근무 더하기 비상근무 더하기 초과근로 더하기...
교대근무 더하기 비상근무 더하기 초과근로 더하기…

사실 여기까지는 ‘OK’다. 당장 재난이 닥쳤는데 근로기준법 챙겨가며 일할 수는 없는 법이다. 화산이 폭발했는데 ‘칼퇴’할 수는 없지 않나.

하지만 그 ‘재난’이라는 게 일 년 이 년씩 계속 이어지는 재난이라면 어떨까? 코로나19 말이다. 코로나19 대응에서 공무원들을 월 400시간이고, 500시간이고 계속 갈아넣을 수 있는 이유가 이거다. 코로나19는 재난이고, 재난에는 초과근무를 무한정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코로나19는 ‘끝나지 않는’ 재난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무한정 초과근무로 인력을 갈아넣는 것도 ‘끝나지 않고’ 계속 할 수 있다. 재난이 언제 끝나는지는 엿장수 마음, 아니 결정권자의 마음대로다.  한달, 두달은 그러려니 싶다. 미증유의 재난에 안그래도 경직된 공무원 체계가 쉽게 대응할 수는 없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벌써 넉 달째고, 곧 다섯 달째에 진입한다.

아직까지도 ‘재난이잖아? 어쩔 수 없잖아?’ 하며, 갈려나가는 사람들만 계속 갈려나가고 있는 건 그냥 총체적 무능일 뿐이다. 결정권자들이 그냥 일을 안 하고 있는 거지.

이게 K-방역의 실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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