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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저작물 자유이용 ‘권리’ 무시하는 사법연수원과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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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일, 서울행정법원은 대학원생 A씨가 사법연수원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처분취소 소송에서 어이없는 이유로 사법연수원의 손을 들어줬다. 사법연수원을 대상으로 했던 정보공개청구에서 ‘비공개’결정을 받은 A씨가 이에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사법연수원은 이를 기각, 결국 행정소송에 이르게 된 것이다.

헌데, 사법연수원은 A씨에게 ‘비공개’ 결정 통지문을 보냈는데 행정법원은 사법연수원이 ‘공개’를 한 것이라며 사법연수원의 처분이 위법한 것이라 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이 왜 문제인지 하나씩 살펴보자.

박사과정 A씨 vs. 사법연수원 

서울시립대학교 일반대학원 법학과 박사과정 A씨는 사법연수원을 대상으로 2019년도 사법연수원에서 발간한 민사집행법 외 7권에 해당하는 교재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하였다. 이에 사법연수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했다.

  1. 사법연수원 교재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서, 저작권 침해 우려가 있는 단행본 또는 전자파일 형태로 사법연수원 교재를 제공할 수 없다는 점.
  2. 사법연수원 교재는 국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법원도서관 등에서 열람,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

이에 A씨는 이의신청 등의 과정을 거쳐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그런데 서울행정법원은 사법연수원이 ‘해당 정보의 소재 안내’의 방법으로 공개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소송을 기각하였다.

법원
사법연수원은 공공저작물의 이용 청구를 거부했고, 이 결정에 관해 법원은 이 결정이 문제 없다면서 거부청구취소 요청을 기각했다.

사법연수원, 너희의 알권리를 불허하노라! 

사법연수원은 2018년도까지 사법연수원에서 발간한 교재들을 단행본의 형태로 시중 서점 등을 통해 판매하였으며, 관련 법학자, 변호사 등은 물론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해당 교재를 구입하여 볼 수 있었다. 하지만 2019년도부터 사법연수원 교재를 일반인을 포함해 변호사에게도 공개하지 않고, 외부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일명 로스쿨) 학생들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후퇴를 택한 것이다.

2018년도까지 모두에게 공개하던 정보에 대해 갑자기 2019년도부터 그 접근을 제한하고 특정 소속의 사람들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보 인권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시대에 오히려 국민 대다수의 정보 접근권과 알권리를 후퇴시키는 차별적 정책이라는 점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또한, 정보공개 청구 당시 사법연수원은 해당 교재를 제공할 수 있었음에도 ‘도서관에서 열람, 대출이 가능함’을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했다. 그런데 법원은 이를 ‘공개’의 형식으로 인정하였고, 해당 사건을 기각하기에 이르렀다.

사법연수원은 이미 해당 교재의 전자적 형태의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나 이를 공개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청구 당시 2019년도 교재는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지 않았다. 즉, 사법연수원이 ‘공개’했다고 법원이 인정한 소재 정보 역시 잘못된 정보였으며, 청구인인 국민의 정보 공개 요청을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너희들은 알권리를 불허하노라 (사법연수원)
너희들은 알권리를 불허하노라 (사법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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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관한 법률 제15조(정보의 전자적 공개)

① 공공기관은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하여 청구인이 전자적 형태로 공개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그 정보의 성질상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청구인의 요청에 따라야 한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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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연수원 저작물 = 공공저작물 

게다가 사법연수원은 대법원 산하 조직인 공공 기관이므로 사법연수원의 기록물, 간행물 등 저작물공공 저작물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저작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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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법 제24조의2(공공저작물의 자유이용)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업무상 작성하여 공표한 저작물이나 계약에 따라 저작재산권의 전부를 보유한 저작물은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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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저작물 저작권

즉, 사법연수원의 저작물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이 저작재산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유한 사진, 영상, 음원, 연구보고서 등으로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저작물”에 속한다. 그럼에도 사법연수원은 해당 저작물을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저작물”이라고 주장하며 “저작권 침해 우려가 있는 단행본 또는 전자파일 형태로 사법연수원 교재를 제공해 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해당 교재의 2019년 이전 저작물 등은 국회도서관 등을 통해 얼마든지 피디에프(PDF) 형식의 전자 파일로 취득할 수 있음을 고려해보면 ‘저작권 침해’를 우려하는 사법연수원의 답변이 어불성설임을 알 수 있다. 결국 A씨가 요청한 정보는 애초부터 공공 저작물로서 모두에게 전자 파일로 제공했어야 마땅함에도 ‘저작권’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알권리 무시하는 사법연수원과 법원 

정보공개청구제도는 “공공기관이 업무 수행 중 생산하여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국정 운영에 대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이다.

이 제도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더 많은 국민의 알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보공개청구 요구에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 공공저작물의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국민 모두가 접근할 수 있도록 사전에 공개되어야 한다. 특히 자유로운 열람 및 이용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전자 파일의 형태로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나 활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따라서 공공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사법연수원의 정책적 퇴행을 개선하여 모든 저작물에 공공누리를 적용, 국민 모두에게 공개해야 한다. 더불어 서울고등법원은 1심의 오류를 바로잡고, 국민의 알권리와 정보접근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올바른 판결을 내려야 한다.

너희의 알권리를 불허하노라!???
너희의 알권리를 불허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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