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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페이스북은 민주주의의 적인가: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의미와 전망’(새알밭, 2018. 4. 3.)에서 이어집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청문회는 다소 실망스럽게 마무리되었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에 대한 미국 의회의 청문회 얘기다. 100명 가까운 미국 상원과 하원 의원들이 4월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갖은 질문과 고함과 비판과 훈계를 저커버그에게 쏟아붓는 장면은 한국의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청문회와 여러모로 겹쳤다.

많은 상원, 하원 의원들은 페이스북은 물론, 소셜미디어에 대한 지극한 무지를 드러냈다. 팔순의 공화계 상원의원 오린 해치는 “페이스북이 공짜라면 돈은 어떻게 버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저커버그는 “어, 상원의원님, 광고로 법니다”라고 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광고로 번다는 짤막한 표현인 ‘We run ads’는 순식간에 트위터에 회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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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상원의원은 페이스북 이용자가 공유 범위를 정할 수 있도록 하겠느냐, 이용자가 프라이버시 수준을 조절할 수 있게 하겠느냐, 이용자가 페이스북 계정을 지울 수 있도록 허용하겠느냐는 등의 질문을 던졌다. 그 때마다 저커버그는 “어, 상원의원님, 이용자는 이미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라는 대답을 되풀이했다. 페이스북의 기본 기능조차 파악하지 못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었다. 오히려 질문(비판)은 그런 기능은 존재하지만, 일반 이용자가 그런 기능을 쉽게 이용하거나 찾아내지 못하도록 용의주도하게 뒤섞고 숨겨놓은 디자인 방식에 초점을 맞추었어야 옳았다.

미국의 여러 언론과 시사 코미디 프로그램들은 이틀 간의 저커버그 청문회를 비꼬면서, 페이스북은 결국 아무런 심각한 영향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상원의 첫 날 청문회를 ‘5시간에 걸친 IT 헬프데스크 세션 같다’고 꼬집었고,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는 “저커버그는 이미 최악의 처벌을 받았다”면서 “노인들에게 페이스북을 설명하는 데 다섯 시간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라고 농담했다. 그런 실망감을 — 그러나 페이스북 주주들의 입장에서 보면 안도감을 — 입증이라도 하듯 청문회 직후 페이스북 주가는 도리어 4% 이상 올랐다.

전체적으로 기대에 못 미친다는 세간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저커버그 청문회는 그러나 몇 가지 주목할 만한 — 그리고 우려할 만한 —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의 IT 전문지인 테크놀로지 리뷰’가 정리한 내용 중 일부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페이스북

1. 페이스북을 쓰지 않는 사람도 추적한다 

민주당 하원의원인 캐시 캐스터 (플로리다)는 이용자와 비이용자를 가리지 않는 페이스북의 전방위적이고 공격적인 데이터 수집 방식을 놓고 저커버그를 비판했다. 다른 민주당 하원의원인 벤 루한 (뉴 멕시코)에 따르면 “페이스북 계정조차 없는 사람의 정보를 페이스북은 수집해 왔고, 그런 사실을 안 당사자가 해당 정보를 삭제하려면 페이스북에 계정을 만들어야” 하는 기묘한 상황까지 발생했다. 다른 민주계 하원의원은 페이스북에 ‘좋아요’ 버튼, 공유 버튼과 관련된 데이터를 제출하라고 저커버그에 요구했다.

¶ 참조 기사:

  • 노컷뉴스 – 페이스북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고 싶다면 (김민수, 2018. 3. 21.) : “(……) 2016년 웹을 통해 비사용자에게도 광고를 노출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접속자 쿠키를 이용해 추적 광고를 내보내 광고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이 시도는 지난 2월 벨기에 법원이 페이스북 비사용자 추적을 중단하라고 판결했지만 벨기에 국민이 아니면 강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 (기사 중에서)
페이스북은 페이스북을 쓰지 않는 비이용자까지 '추적'한다. (출처: 퍼블릭 도메인 이미지에 페이스북 이미지 합성)
페이스북은 광고 수익을 위해 페이스북을 쓰지 않는 비이용자까지 ‘추적’한다. (출처: 퍼블릭 도메인 이미지에 페이스북 이미지 합성)

2. 페이스북의 대테러리즘 대책

저커버그는 테러리스트들이 올린 것으로 의심되는 포스팅의 99 %는 삭제했다고 되풀이 강조했다. 인공지능(AI) 기술에 더해, 전담 직원 200명이 30개 국어에 걸쳐 대테러리즘 업무를 페이스북 내에서 담당한다는 사실도 공개했다(이는 2017년의 50명보다 4배 증가한 규모다).

3.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모델

“일반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돕기 위해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용의가 있느냐”는 애나 에슈 하원의원의 질문에 저커버그는 “그게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명백한 회피다. 그러나 전날 상원 청문회에서는 페이스북의 “무료 버전은 항상 유지할 것”이라고 말해 일정 비용을 내고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구독 기반’의 서비스가 나올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4. 강력한 프라이버시 보호를 디폴트로?

상하 양원의 저커버그 청문회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의 프라이버시 보호 수준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용자의 기본 설정을 개인 정보 공유를 최소화하는 수준으로 바꿀 용의가 있느냐?”는 프랭크 팰론 하원의원의 질문에, 저커버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정보의 ‘공유’, 특히 더 적극적인 공유에 사활을 건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모델에 비추어 보면 별로 놀랍지 않은 반응이다.

페이스북

저커버그가 대답해야 할 문제들

이틀에 걸친 미국 양원 청문회에서 저커버그는 적지 않은 질문과 요구에 대해 알아보고 답변하겠다거나, 중요한 내용이어서 좀더 내부 논의를 거친 다음 알려주겠다거나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는 그런 내용을 간추렸다.

이 중에는 페이스북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나 증거가 될 만한 내용이 많다. 일반 이용자 입장에서는 페이스북 계정을 아예 지워버리는 것이 바람직한지, 아니면 공유의 범위와 내용을 제한하면서 신중하게 계속 이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파악하는 데도 좋은 참고 자료가 될 법하다.

1. 페이스북 계정이 없는 비이용자들에 대한 데이터

“증인은 모두가 자신들의 데이터를 제어한다고 했지만, 증인(마크 저커버그)은 페이스북의 프라이버시 계약에 동의한 적조차 없는 비이용자들의 데이터까지 수집하고 있어요.” (벤 루한 하원의원)

소위 ‘그림자 프로필’로 불리는 이런 개인 정보의 존재에 대해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비이용자에 대해서도 ‘보안’ 목적상 모니터 해왔다”고 인정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의 어떤 개인 정보를 얼마나 수집하고 관리해 왔는지 공개하겠노라고 약속했다.

2. ‘수신 거부’에서 ‘사전 동의’로

고객이 메시지나 서비스의 수신을 명시적으로 거부해야만 하는 옵트아웃(opt-out)에서, 미리 고객의 동의를 구하는 옵트인(opt-in)으로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이용 방식을 바꾸라는 프랭크 팰론 하워의원의 요구에, 저커버그는 조만간 확답을 주겠다고 대답했다. 고객이나 이용자가 아무런 의사 표현도 하지 않으면 이를 묵시적 동의로 간주하는 일선 기업들, 특히 소셜미디어의 비즈니스 방식은 그간 많은 비판에 직면해 왔다.

이용자 개인정보를 들고 튀어라! 최근의 페이스북을 상징하는 이미지
이용자 개인정보를 들고 튀어라! 최근의 페이스북을 상징하는 이미지

3. 검열과 차별의 알고리즘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에 정치적 편향이나 차별을 반영하라는 지시가 있었느냐?”라는 스티브 스칼리스 하원의원의 질문은 저커버그는 그런 지시나 정책은 전혀 없었다면서도, 특정한 콘텐트와 정치적 성향에 대한 페이스북의 평가와 관리 방식을 상세히 리뷰하겠다고 약속했다.

4. 미성년자들에 특화된 규칙들

“우리는 이 어린이들을 미국에서 가장 탐욕스러운 상업적 포식자들에게 방치하고 있다. 이들을 보호하는 명확한 법이 없다면 어린이들은 속수무책으로 이들의 상업적 이익에 유린될 것”이라고 에드 마키 상원의원은 강조했다.

페이스북에 이용자로 가입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은 13세지만, ‘어린이용 메신저'(Messenger for Kids) 앱은 나이 제한이 없다(대신 이 앱은 페이스북의 메인 앱과 같은 유형의 데이터를 수집하지는 않는다). 마키 상원의원은, 그러나 13~18세(혹은 21세)의 이용자들에게 대한 규칙이나 제한은 모호하기 짝이 없다면서 “더 엄격한 규칙을 세워 이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커버그는 “많은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라면서 상세한 대안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

5. 얼마나 많은 ‘좋아요’와 ‘공유’ 버튼이 있나

데비 딩겔 하원의원은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좋아요’나 ‘공유’ 같은 툴을 통해 페이스북은 우리 모두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면서 다른 웹사이트들에 딸린 페이스북의 ‘좋아요’와 ‘공유’ 버튼을 통해 얼마나 많은 정보가 수집되었는지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언뜻 보기에 그런 규모의 공개는 별다른 파장이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페이스북은 그런 버튼을 통해 이용자나 비이용자의 행태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수십억 페이지의 웹 페이지들에 그런 버튼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페이스북이 그런 버튼을 누르는 이용자들의 행태를, 페이스북의 경계를 넘어 추적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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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웹사이트에 딸린 좋아요와 공유 버튼’을 통해 이용자와 ‘비’이용자의 행태를 추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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