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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신영 관세사 뭐길래

[box type=”note”]Q: 외국에서 친척이 선물을 보내왔다. 기분 좋게 선물을 기다리는데 물건은 안 오고 관세 고지서가 날라온다. 공짜로 받는데도 세금을 내는 게 맞을까?

A: 결론부터 얘기하면 내는 게 맞다.[/box]

납세상식으로는 이해 안 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다. 실제 업무상 그런 항의 아닌 투정도 많이 받았으니까. 개인이 선물로 받을 경우라도 일정한 감면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관세 등 세금이 부과된다.

세금의 기본적인 산출공식은 ‘과세표준×세율’이다. 관세도 마찬가지로 수입물품의 가격에 관세율을 곱해서 산출한다. 관세율은 앞서 밝힌 대로 HS코드 분류에 따라 적용 관세율이 결정된다. 그렇다면 가격은? 관세법에서는 수입물품의 가격을 책정하기 위해 몇 가지 관세평가 원칙을 두고 있다.

‘평가’란 본래 어떤 물건의 가치를 그에 상응하는 다른 물건 혹은 가격으로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 “이번에 이탈리아에서 수입된 스포츠카가 강남 아파트 한채 값이다.”
  • “일본 수산물 도매시장에서 222kg짜리 참다랑어가 1억5천만 엔에 낙찰됐다.”

이 문장들에는 평가의 본질이 내포되어 있다. 물건(재화)의 매매를 내용으로 하는 모든 상업활동은 교환가치의 평가가 전제되는데 이러한 상업활동에는 국제무역도 포함된다.

FTA 이후 수입농산물 가격이 올랐다?
(내용 출처: YTN – FTA 체결이후 고기·포도 가격 왜 올랐나?,  디자인 – 써머즈)

두 가지 질문 

질문 1. 국제무역의 거래당사자 간에 수출입하는 물품에 대한 가격 책정 원칙은?

→ 당연히 당사자 간의 거래가격이 최우선시된다. 코오롱모터스가 독일 BMW社로부터 차량을 1억 원에 들여왔으면 1억 원으로 가격을 신고하면 된다.

질문 2. 무상으로 수입할 경우처럼 거래가격이 없을 때는 어떻게 될까?

→ 이러한 경우를 포함해서 모든 수입물품에 대한 과세가격을 결정할 때는 관세법상 총 6가지의 관세 평가 방법을 차례대로 적용한다.

6가지 관세 평가 방법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1. 제1방법은 해당 물품의 거래가격을 기초로 과세가격을 결정한다. 단순한 1방법이 아닌 관세평가의 대원칙이다.
  2. 제2방법과 제3방법은 각각 동종동질물품과 유사물품의 거래가격을 기초로 과세가격을 결정한다.
  3. 제4방법은 당해 물품의 수입 후의 판매가격에서 과세가격을 역산하는 방식이다.
  4. 제5방법은 물품의 생산원가 등 모든 비용을 합산하는 방식이다.
  5. 제6방법은 앞의 5가지 방법을 적용할 수 없을 때 최종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마지막이긴 하나 실무나 평가사례로는 1방법 다음으로 적용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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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적용

사례 1: 1억짜리 BMW를 전시회 참가 위해 무상으로 들여왔다?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1억 원 짜리 BMW 차량을 전시회 참가 목적으로 무상으로 들여왔다면?

실제 구매가격은 0원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수입물품과 동종동질물품인 차량의 수입 거래가격인 1억 원으로 가격신고를 하는 게 적절한 가격신고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전시회 일시 참가 후 다시 재수출할 경우에는 관세법상 감면이 적용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에도 가격은 1억 원으로 신고해야 한다.

수입물품에 대해 지급한 가격이 없다면 당해 수입물품과 동일·유사물품을 구매할 경우 지급하여야 할 정상가격을 신고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 국제거래시세 및 산지조사가격을 토대로 조정하는 등 거래의 실질 및 상관행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인정되는 방법에 따라 과세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사례 2: 상업용 샘플을 수입했을 경우 

선물이 아닌 상업용 샘플을 수입했을 경우엔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도 물품의 정상가격을 신고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다만 물품의 형상이나 수량 등을 고려하여 견품으로 사용될 것으로 인정되고 미화 250달러 이하로 들여온 경우에 한하여 면세한다.

샘플을 수입했을 때? (사진은 립스틱 샘플의 모습)
샘플을 수입했을 때? (사진은 립스틱 샘플의 모습)

사례 3: 수입물품에 불량이 생겨 대체품을 받았을 때 

최초에 구매한 수입물품에 불량이 발생하여 대체품을 추가로 받을 경우에도 가격을 최초 구매가격과 동일하게 신고해야 할까? 그렇게 된다면 납세자 입장에서는 세금을 이중으로 납부하는 불합리가 생길 수도 있는데?

관세는 물품의 가치에 대해서 매기는 대물세이고, 유무상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이 경우에도 동일한 가격으로 신고해야 한다. 다만, 불량품에 대해서는 적절한 절차를 거쳐 수출자에게 반송하면 최초 납부했던 관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 관세는 국내에서의 소비 또는 사용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사용 불가한 불량품은 미사용 상태로 반품했음을 증명만 하면 된다.

판매자와 구매자 특별관계? 세금 빨랫감 위험! 

판매자와 구매자 간에 특수관계가 있어 수입물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는 거래가격이 있더라도 수입신고 과세가격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가령, 외국과 국내의 본사-지사 관계를 이용하여 타사의 경쟁제품 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가격을 설정함으로써 과세가격을 낮게 신고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실적이 장기간 누적될 경우 세관에 모니터링되어 사후심사를 받게 될 뿐만 아니라, 세금 및 벌칙금 추징 등의 막대한 경제적 손해를 보게 될 확률이 높다. 특히나 현 정부가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세관의 그물망이 더 촘촘해진 마당에 자칫하면 세금 짜내기를 위한 빨랫감이 될 수도 있다.

판매자와 수입자의 '특별관계'는 자칫 세금빨랫감 신세를 초래할 수도 있다.
판매자와 수입자의 ‘특별관계’는 자칫 세금 빨랫감 신세를 초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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