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이 글은 최근 출간된 [넷스마트]에 대한 서평이며 관련 이벤트를 한 바 있습니다. (편집자)[/box]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고, 인터넷에 많은 글을 쓰고 읽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분명히 인터넷을 통해서 읽고 있겠죠. 요즘은 버스나 지하철을 타도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스마트폰이 신문이나 책을 대체한 거죠. 예, 인터넷이 데스크탑 PC와 랜선을 넘어 스마트폰과 무선 인터넷으로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우리 중에 인터넷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제대로 배운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성교육과 병 치료에 관한 이야기들
성교육을 받지 못했던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친구 하나가 친구들을 모아놓고 “내가 어제 엄마와 함께 간 목욕탕에서 영희의 꼬추를 봤다”고 한 이야기를 믿었던 적이 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친구는 목욕탕에서 영희를 만난 적이 (당연히!) 없었죠.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었던 상당수는 그 이야기를 믿고 영희를 놀렸던 기억이 납니다.
각종 병과 그에 대한 치료 정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걸 먹으면 간에 좋대”, “이것만 먹으면 당뇨병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같은 이야기를 하는 지인을 종종 만나게 되는데 그런 정보가 정말 맞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맞더라도 그게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 아닌지는 또 다른 문제고요.
우리는 모두 잘 모르는 분야의 근사하게 들리는 이야기에 선뜻 호기심이 가곤 합니다. 그래도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떤 말을 가려들어야 할지, 어떤 정보가 진짜인지 구분하는 능력이 생깁니다. 그 이야기가 사실인지 거짓인지 분간하고 그에 대응하는 능력도 갖추게 됩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자면 리터러시(literacy)가 생기는 거죠.
하지만 새로 생겨난 것들에 대해서는, 생겨난 지 얼마 안 됐지만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돌아가는 메커니즘을 몰라도 그냥 적당히 이용하는 데 급급합니다.
리터러시, 디지털 리터러시가 필요해
리터러시(literacy)의 사전적 의미는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가정교육을 통해, 그리고 초중고등학교 교육을 통해 기본적으로 이 능력을 키워갑니다. 문학을 문학으로 이해하고, 수학 문제를 풀고, 과학의 여러 가설을 이해하게 됩니다. 스포츠의 룰을 익혀 축구나 농구 같은 단체 운동을 즐길 수도 있게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에서 배우기 힘든 능력 중의 하나는 디지털 리터러시입니다. 디지털 환경을 이해하고 디지털 네트워크에서 행동하고 판단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인터넷과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해 영어를 공부하고, 뉴스를 읽고, 영화를 보고, 소셜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정작 서비스별로 단편적인 이용법만 공유될 뿐 어떻게 해야 디지털 서비스를 잘 이용해서 내 삶에 도움이 되게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답은 별로 없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알음알음, 떠듬떠듬 배워갈 뿐입니다.
인터넷 시대에 필요한 다섯 가지 지성
[넷스마트]의 저자는 하워드 라인골드입니다. 인터넷 문화에 대해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분이죠. [참여군중](Smart Mobs : The Next Social Revolution), [가상 공동체](The Virtual Community) 등의 저서로도 유명합니다.
라인골드는 인터넷 시대를 잘 살기 위해서 다섯 가지의 리터러시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 주의력(attention) – 끌려다니지 않고 집중하는 능력
- 허위정보 간파(crap detection) –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고 진위를 가려내는 방법
- 참여(participation) – 만들고 퍼뜨리고 함께 즐기기
- 협업(collaboration) – 부분의 합보다 큰 집단지성
- 네트워크 지성(network smarts) – 소셜 네트워크, 넓고 느슨한 유대의 힘
이 책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의 디지털 리터러시는 여기저기서 많이 이야기하는 것일뿐더러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매우 상식적인 수준의 능력으로 보입니다. ‘상식적인 수준’은 자칫 ‘지루하고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매우 다양한 사례와 연구들을 예시합니다.
사실 책의 첫 부분에는 저자가 자신이 연구한 것을 직접 풀어놓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 하기도 하죠. 그렇지만 책의 곳곳에 많은 학자의 연구와 정리를 연결해 보여줌으로써 맥락을 살려냅니다. 다른 이의 정리와 각종 리스트를 자신의 언어로 재해석해서 표현하기도 하고 다른 이들과의 토론에서 얻은 조언도 보여주는 등 꼼꼼하게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에 필요한 지식을 전달합니다.
다만 사례로 드는 이야기들이 아주 대중적인 사례나 널리 알려진 인물에 집중하진 않아서 막 흥미진진하지는 않습니다.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부정하거나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고 선동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책에는 다양한 사례와 연구에서 뽑은 좋은 내용이 가득합니다.
이 책이 필요한 분들
저자는 이 책을 다음의 사람들에게 권하고 있습니다.
- 온라인 도구와 네트워크를 능숙하게 활용할 줄 알지만, 시간 관리와 주의력 관리에 서툴며 실제와 가상환경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고자 하는 성인
- 처음으로 온라인을 경험했거나 온라인에 점점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로서, 지성인이지만 이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약간의 두려움을 갖고 있는 성인
- 오늘날의 청년문화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디지털 세계에 몰두해 사람들과 어울리고, 즐기고, 가끔은 괴짜 짓도 하지만 소셜 미디어를 생산적이고 협력적으로 이용하는 방법 또한 더 깊이 있게 배우고 싶은 젊은이
- 웹이 존재하기 이전의 세상을 분명히 기억할 정도로 나이가 많으며, 뉴미디어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부담과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
- 직원들이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고객들을 능숙하게 응대하기를 바라는 동시에 사내에서도 직원들이 온라인으로 스마트하게 소통하기를 바라는 사업가
- 학생들이 과거와 현재의 리터러시 개념을 이해하고 자신들의 미디어 활용 방식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게 이끌려는 교육자
저자는 사람들이 인터넷을 단순히 쾌락과 거짓말 그리고 무의미한 정보가 난무하는 공간으로 여기지 않길 바랍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가상의 공간으로 여기길 바라지도 않죠. 언제나 생활 속에서 우리의 삶에 깊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지만, 누구도 그 사용법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그 공간을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길 바랍니다. 그렇게 해서 똑똑해진 개인들이 사회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하고요.
인터넷과 뉴미디어를 진지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는 밑줄 치며 읽을 부분이 많은 책입니다. 인터넷을 막 접하기 시작하는 자녀나 학생을 둔 학부모와 선생님들에게도 좋을 듯합니다. 인터넷과 미디어, 소셜 미디어 관련 강의를 하는 분들에게도요. :-)
[넷스마트](2014,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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