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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반가웠습니다.

스웨덴 생활의 표준 

스웨덴에 있을 때 제가 산 가구와 생활용품의 절반 이상이 이케아 제품이었거든요. 나머지 절반은 중고가게나 인터넷을 통해 샀는데 그 중에도 이케아 제품이 상당수 있었으니 사실은 절반보다 훨씬 더 될 겁니다. 한국에 있는 가족보다 더 자주 우편함을 채워주는 이케아 카탈로그는 무료한 주말을 행복한 상상으로 채우도록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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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생활의 표준, 이케아

이케아는 스웨덴 생활의 표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학교나 공공기관, 식당에서 사용하는 물건 대부분이 이케아 제품이니까요. 이케아 컵, 이케아 의자, 이케아 테이블 등 이케아의 제품 규격이 표준 규격인 셈입니다. 다른 브랜드의 제품도 이 규격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하지요. 이사 하는 친구에게 “그 TV 장식장 크기가 어떻게 돼?” 하고 물으면 이렇게 답합니다.

“전형적인 이케아 TV 테이블 크기야.”

이케아, 디자인 민주주의

스웨덴에서는 일단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다들 독립을 합니다. 새로운 공간을 살만하게 가꾸기 위해서는 가구를 비롯한 생활용품의 수요가 발생합니다. 학생 신분의 빠듯한 형편상 무토(Muuto)니 바이 라센(By Lassen)이니 하는 절제된 세련미가 뚝뚝 떨어지는 북유럽 스타일 가구는 꿈도 못 꿀 일이고 대부분은 저와 비슷하게 이케아 또는 중고가게를 이용합니다. 주머니 사정이 취향을 지배하는 것은 참 슬픈 일입니다.

북유럽의 간결함이 살아 있는 무토와 바리라센의 제품들은 꿈도 못 꿉니다.  비싸니까요. (사진: 왼쪽 무토, 오른쪽 바이라센)
북유럽의 절제된 세련미가 살아 있는 무토와 바이라센의 가구들은 꿈도 못 꿉니다. 왜? 비싸니까요. (사진: 왼쪽 무토, 오른쪽 바이라센)

이케아를 소개하는 개념 중에 ‘디자인의 민주주의’라는 말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케아는 가난한 유학생도 취향에 맞게 집을 꾸밀 수 있을 정도로 ‘지불 가능한’ 가격대였습니다. 꽃무늬 커튼이며 편안하고 폭신한 안락의자, 그냥 걸쳐만 놓아도 예쁜 담요까지 마음에 드는 제품을 큰 부담 없이 살 수 있었으니까요. 정사각형의 자그마한 티 테이블이 세일하면 49크로나(약 7,300원 정도)였으니까 케이크 한 조각만 참으면 살 수 있는 가격이었습니다.

Johan Larsson, CC BY https://flic.kr/p/2uhmfZ
이케아의 제품으로 꾸민 거실 (사진: Johan Larsson, CC BY)

물론 싼 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돈 몇만 원 안팎의 조립식 제품부터 의자 하나에 한 달 방세인 수십만 원을 훌쩍 넘는 고가의 제품까지 다양한 가격대가 포진해 있습니다.

의혹 1. 한국에서 더 비싼가?

반가운 마음에 이케아 한국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스윽 보니 스웨덴과 비슷한 것 같았습니다. 가격표에 노란색으로 표시된 미끼 상품은 스웨덴에서도 싸게 살 수 있었던 품목이었습니다. 내친김에 차분히 가격 비교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갖고 싶은 제품을 하나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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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품명: 소가죽 의자(STOCKHOLM)
  • 특징: 쿠션형 스툴, 델리카트 화이트, 블랙
  • 가격: 449,000원
  • 제품번호: 001.820.43

같은 모델이 다른 나라에서는 얼마인지 확인해 보았습니다.

한국 > 중국 > 일본 > 미국 > 스웨덴 순입니다.

다른 제품도 살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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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품명: 팀스포르스
  • 특징: 회전식 리클라이너체어, 미우크, 킴스타드 블랙
  • 가격: 699,000원
  • 제품번호: 402.729.75

역시 나라별 가격을 살펴보았습니다.

중국 > 스웨덴 > 한국 > 일본 > 미국 순입니다.

커튼을 한번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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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품명: 마리암
  • 특징: 커튼한쌍, 오렌지
  • 가격: 29,900원
  • 제품번호: 802.323.03

한 번 더 나라별 가격을 살펴보죠.

한국 > 스웨덴 > 중국 > 일본 > 미국 순입니다.

배송비도 나라별로 다릅니다. 원하는 제품을 매장에서 집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의 경우 한국은 기본요금이 29,000원부터 시작합니다. 중국은 매장별로 기본 배송비를 따로 책정합니다. 베이징과 상하이 두 도시만 살펴보자면 40~60위안(7,185~10,777원) 선입니다. 기본 배송비를 기준으로 제품의 크기와 배송 지역에 따라 요금이 올라갑니다. 일본은 따로 기본요금을 두지 않습니다. 대신 제품의 가짓수와 무게, 배송지역을 입력해 요금을 검색해야 합니다. 미국은 기본요금이 일괄적으로 $59달러(64,841원)부터입니다.

이케아의 나라별 픽업과 배송 서비스 안내

나라별로 품목마다 또 서비스마다 가격이 조금씩 달라 일괄적으로 특별히 우리나라가 비싸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국내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글로벌 브랜드와 비슷한 형편으로 보입니다. 중저가 브랜드인 자라나 H&M의 옷값이 유럽에서보다 좀 더 비싸다거나 우리나라 스타벅스 커피값이 일본보다 비싼 것처럼 말입니다.

의혹 2. 동해가 아니라 일본해?

이케아 관련 기사를 검색하다 보니 이케아 지도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했다는 내용이 보입니다. 한국 이케아에서는 지도를 팔지 않습니다. 미국 이케아에서 지도를 검색해 보니 140cm x 200cm 크기의 벽걸이 세계지도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가격은 $129입니다. 지도를 확대해 보았습니다.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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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간지에서 ‘국내 진출을 앞두고 최근 개설한 이케아코리아 홈페이지를 보면 지난해 연간보고서에서도 동해를 일본해로 표시했다.’고 썼길래 찾아보았습니다. 연간보고서(pdf)를 넘기다 보니 위의 지도를 바탕으로 대륙별 이케아 지점 표시를 해 놓았습니다. 한국의 누리꾼들이 일본해 표기를 문제 삼자 이케아에서는 이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본사와 논의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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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이케아 연간보고서 13쪽. 음영 뒤에 가려진 부분 뒤에 Sea of Japan이라고 표시되어 있음.

안드레 슈미트갈 이케아코리아 총괄 매니저는 11월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해 표기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습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케아는 “한국에서 판매할 제품 논의가 이뤄진 초창기부터 국내에서는 해당 제품(지도)을 판매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일본해 표기에 대해 한국 소비자가 부정적으로 반응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입니다. 뒤늦게 문제가 불거지자 사과로 수습한 점이 아쉽습니다.

의혹 3. 이케아는 정규직을 뽑지 않는다?

이케아는 2014년 12월 18일 개점을 앞두고 2014년 상반기부터 채용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채용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구설에 올랐습니다. 풀타임 정규직 지원자에게 면접 과정에서 파트타임 계약직으로 전환할 것을 종용하기도 하고, 시급을 부풀려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정규직으로 모집 공고를 내고는 여기에 지원한 구직자에게 면접 과정에서 정규직으로는 채용이 어려울 것 같으니 계약직으로 돌리면 어떻겠냐는 식으로 권면한 것입니다.

János Csongor Kerekes, CC BY ND https://flic.kr/p/dE5mWN
János Csongor Kerekes, CC BY ND

이케아의 신입 연봉은 1,840만 원입니다.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시급에 차이를 두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급여에 대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지난 5월 15일 채용설명회에서도 ‘업계 평균 수준’이라고 모호하게 흐리며 정확한 답변을 미뤘습니다. 합격자에게도 외부에 급여가 얼마인지 외부로 알리지 말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10월 8일 채용 설명회에서 시급이 9,200원이라고 밝혔습니다. 5일 후인 13일 국정감사에서는 7,666원으로 줄여 말했습니다. 1,500원은 어디로 날아갔을까요? 이케아 측은 9,200원은 주휴수당과 유급휴가 수당을 포함해 계산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케아 측에서는 채용설명회를 통해 정규직, 계약직 차이를 두지 않고 직급이 아닌 이름을 부르는 수평적 문화, 연 20일의 연차휴가 보장을 장점으로 내세웠습니다. 성별, 나이, 학력에 대한 차별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본인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이케아 내부에서 자유로운 직무이동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기업문화와 급여 수준에 대한 저울질이 어떻게 균형을 잡아갈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이케아는 어떻게 대처할까?

이케아의 한국 진출을 앞두고 가구관련 주가가 폭락했을 정도로 이케아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목재와 철강 시장까지 술렁이고 있습니다. 지난 몇 달간 보여준 이케아의 미덥잖은 행태에 대해 불편함 심기를 드러내며 불매운동을 하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케아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실제로 어떨지, 소비자의 힘을 잘 아는 스웨덴 기업 이케아는 어떻게 대처할지 좀 더 두고 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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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1. 저도 러시아 상트 뻬쩨르부르그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이케아제품 많이 사용하고 또 좋아했습니다. 이번 한국 진출때도 많이 반가웠고, 특히 이케아 매장에서 먹었던 미트볼이 특히 그립더군요 :) 하지만 이번 이케아의 한국 진출은 이케아가 한국에 대한 문화나 정서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상륙작전을 펼쳤다면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2. 이케아는 세세세한거까지 한국소비자를 생각못하는거 같습니다 이케아가 한국에서 살아 남을수 있을까하는 의문이드네요.

  3. 핑백: 자유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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