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레몬”은 결함이 있는 자동차를 뜻하는 용어입니다. 미국 레몬법은 1975년에 시행됐으며 이 법을 따르면 새로 산 자동차가 반복적으로 고장이 나는 경우 제조사가 의무적으로 교환·환불해야 합니다.
한국에서도 레몬법 도입을 바라는 자동차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눈으로 보자면, 달콤한 오렌지인 줄 알고 샀는데 시큼한 레몬이라면 당연히 환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자동차를 판매하는 제조사들과 입법을 책임지는 국회의원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한국에 레몬법이 도입되면 소비자 관점에서 어떤 점이 좋아지는지 사례를 통해 알아봅니다. (편집자)[/box]
저는 현재 뉴욕에 거주 중인 40대 중반에 가까운 가장입니다. 2015년 5월 말에 이사를 하였고, 부득이하게 출퇴근용으로 차 한 대가 더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비와 눈이 자주 오는 지역 특성상 네 바퀴 굴림의 차가 필요했죠.
SUV는 제 취향이 아니라서 굳이 찾다보니 한 회사의 해치백 차량이 눈에 들어왔는데 30대 초반부터 눈여겨보던 브랜드였습니다. 차가 작다고 하는 와이프의 걱정에도 이 차야말로 우리가 원하는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차라고 주장하며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다운페이[footnote]down payment; 차나 집처럼 고가의 물건을 구입할 때 초기에 내는 금액.[/footnote]를 10,000달러, 매달 370달러 내는 조건이었죠.
비와 눈 등 나쁜 기상조건을 이겨내는 안정된 주행성능, 단단한 차체, 넉넉한 힘이 장점이었고, 작은 내부공간과 기름통, 특유의 엔진음과 고속에서의 소음 등이 단점이었습니다.
자동차 구입 3개월 후, 문제가 생기다
구입 후 3개월이 되던 2015년 8월, 차에 적응이 될 때쯤 계기판에 경고등이 들어오더군요.
딜러 정비소에 가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주유구를 제대로 닫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는 정비사의 말처럼 별문제가 아닐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같은 문제가 9월에 한 번, 11월에 세 번이나 발생하더군요. 정비소에서도 심각성을 느꼈는지 마지막 정비 때엔 20일이나 걸려 수리를 했습니다. 일본에서 부품을 받아야 한다고 해서 오래 걸렸죠.
마지막 정비를 마치고 차를 넘겨받을 때 정비사가 넌지시 “자기도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매니저는 “별 큰 문제는 아니어서 주행에는 문제없을 거다. 파트(부품)를 차례로 교체 중이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와이프는 이미 여러 번의 정비소 방문으로 스트레스가 쌓일 대로 쌓였었나 봅니다. 게다가 서비스업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불친절했다고 하네요.
레몬법으로 해결하기
그래서, 법으로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레몬법이죠.
레몬법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구입한 새 차 그리고 중고차가 같은 증상으로 정비를 여러 번 할 경우 리턴(환불) 또는 교환, 보상을 보장해주는 법입니다.
주마다 조금씩 규정이 다른데, 뉴욕의 경우 2년, 18,000마일 안에 같은 증상으로 3~4번 이상 수리를 받거나, 30일 이상 정비를 받게 되면 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12월 중순 구글에서 평판 좋은 레몬법 변호사[footnote]매우 많습니다.[/footnote]를 찾아 연락했습니다. 수리 명세서를 스캔해서 보내달라고 하더군요. 연휴라 시간이 좀 걸렸지만, 1월경에 자동차 회사에서 우리 건을 접수했다고 연락이 왔고, 2월에 자동차회사에서 딜을 해왔습니다.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조건이었죠.
- 첫째, 2015년형 같은 모델로 바꿔주겠다.
- 둘째, 5,000달러 현금과 5년 무상 수리 보장하겠다.
- 셋째, 전액환불 해주겠다.
와이프의 결정은 전액환불이였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불친절이었던 것 같아요. 더는 직원들 얼굴을 보기 싫다고 하더군요. 환불에 필요한 서류를 다시 스캔해서 변호사에게 보내고, 3월 중순에 환불 결정 연락과 함께 자동차 회사의 환불 담당 직원과 약속을 잡아 주더군요.
약간의 스크래치가 있어서, 이걸 꼬투리 잡아 돈을 적게 받게 될까 걱정이 되더군요. 환불 전날 새차 한 번 하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10달 남짓 같이 했지만, 정이 들어서인지 맘이 좀 그렇더라고요.
환불 당일 정비소로 들어가니 본사에서 나온 직원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차량 검사를 한다 하더니 주욱 한 번 둘러보고 내부, 보닛 한 번 열어보더니 끝입니다. 개조나 파손만 아니면 상관없는 듯합니다. 괜한 걱정을 했습니다. 사무실에 앉아서 차 구입할 때 들어간 모든 돈(세금, 등록비 포함)을 수표로 주더군요.
이로써 저의 레몬법을 통한 차 환불 이야기가 끝이 났습니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변호사는 메일과 전화로만 연락했고요,
- 변호사 얼굴은 구글에서 사진으로만 봤습니다.
- 변호사 비용은 1,800달러 나왔습니다.
- 변호사 비용은 변호사가 자동차 회사에 청구합니다.
- 소비자는 낼 돈이 단돈 1달러도 없습니다.
와이프랑 저는 오전에 차 환불받고, 점심 먹고 혼다에 가서 와이프가 맘에 들어 하는 차로 구입했습니다. 미국에서 차 계약하면 3시간이면 받을 수 있는 장점과 원하는 색상과 모델, 옵션을 구하기는 무척 힘든 단점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미국에 살면서 몇 개 안 되는 좋은 점 중 하나가 반품, 환불이 쉽다는 겁니다. 불량 차를 이렇게 쉽게 반품할 수 있다니, 저 역시도 신기한 경험을 한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