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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 칼럼] ‘200만 호 건설 계획’의 청구서가 드디어 도착했다. 3기 신도시에서 늘어날 공공주택 일부를 ‘순환 임대주택’으로 할당하자. 그리고 ‘1주택’ 정비 이주민에게도 입주 자격을 주자. (⏳4분)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재건축·재개발의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하면 집을 일단 철거해야 한다. 정비 이주민이 생긴다. 정비조합원 중에 다주택자들은 자신의 다른 집으로 이사 가면 되니 비교적 수월하게 이 문제를 푼다고 쳐도, 그러면 그 집에, 기존에 살던 사람들이 또 이주민이 된다. 정비구역에 살던 무주택자, 1주택자, 그리고 다주택자가 이사 온 집에서 나온 기존 세입자들 모두 새로운 임차 수요가 된다.

‘1주택 정비 이주민’, 어디로 가야 할까?

이 중에서 1주택자 정비 이주민은 어떻게 해야 할까. 투기가 사라지고 우리가 모두 1주택자가 된다 해도, 정비사업은 모두에게 언젠가는 닥칠 수 있는 이야기다. 이때 1주택자라면 서류상으로는 유주택자라서 공공주택 입주 자격은 없다. 그런데 물리적으로는 집이 철거되어, 이제 3~6년의 철거와 신축 공사 기간 살 집을 어디에선가 구해야 한다.

주거 문제는 자가 소유를 통해서 풀라는 ‘1가구1주택주의’ 사회에서는, 이렇게 정비 이주민들이 몇 년간 살 집들도 취·등록세 내고, 토지거래허가 받고, ‘자가 소유’해서 살아야 하는가. 정비사업이 끝나면 다시 또 살던 집을 팔고 돌아와야 하는가. 그때는 2주택자로서 불이익받는 건 아닌가. 이런 경우에 억울한 일을 겪지 않도록 하려면 또 세제를 얼마나 복잡하게 설계해야 하는 것인가. 이런 고민을 할 일이 아니다. 임대 부문은 정비사업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것이다.

‘임차인들도 내 집 마련을 하면 임차 수요가 줄어드니, 임대 공급이 줄어도 문제없다’는 일각의 논리는 그래서 심각한 결함이 있다. 애초에도 임차인들이 시차 없이 바로 내 집 마련을 하기가 쉽지 않거나, 어떤 집들, 가령 원룸 같은 경우는 거주자도 굳이 소유하고 싶지도 않고 할 필요도 없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도외시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차치하고 모두가 자기 집을 소유한 사회라고 하더라도, 방금 살펴본 ‘정비사업’에서 나오는 이주민의 주거 문제에까지 이르면, ‘1가구1주택주의’는 도저히 우리의 주거 문제를 감당할 수 없는 논리가 된다. 공공부문, 사회 부문, 시장 부문 모두가 어느 정도는 임대주택의 공급을 담당해야만 한다.

공공주택 중 일부를 ‘순환 임대주택’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이재명 정부에서는 ‘공공은 땅장사 하지 말자’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에 따라, 앞으로의 공공택지는 민간에게 분양하지 않고 모두 공공주택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3기 신도시에서는 기존의 약 55% 정도의 공공주택과 법적으로 규정된 3% 정도의 공공지원민간임대 주택을 제외한다면, 42% 정도의 물량을 새롭게 공공(분양+임대)주택의 몫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취임 1주년의 기자회견에서는 대통령이 “임대시장에선 평범한 중산층도 충분히 살 수 있는 좋은 품질의 공공 임대를 좀 더 싸게 좋은 곳에 공급”하겠다고도 한 참이다. 그렇다면 새롭게 확보된 이 42%의 공공주택 물량 중에서 상당량을 ‘순환 임대주택’으로 할당하는 것은 어떨까.

순환 임대주택이라고 해서 이들을 위한 별도의 주택을 따로 짓자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중산층도 충분히 살 수 있는 좋은 품질의 공공주택’을 기왕 짓는 김에, 정비 이주민도 들어올 수 있도록 입주 자격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다만 1주택자의 경우에는 4+2년, 혹은 정비사업 완공 시까지만 ‘한시적으로’ 입주할 수 있는 것으로 하자. 이후 다른 정비 이주민이나 공공임대주택 대기자에게 바통 터치를 할 수 있게 하자.

1990년대에 성공적으로 달성한 ‘200만 호 건설 계획’의 청구서가 30년이 지난 지금 ‘200만 호 정비계획’으로 다가온 시점이다. 도시화 시기에 몰려드는 인구를 감당하기 위해서 맹렬하게 지어댄 결과다. 그때는 40~50년 뒤 걱정보다는 일단 짓는 게 급했다고 이해할 수 있지만, 덕분에 200만 호가 동시에 노후화되는 것도 현실이다. 건설은 동시다발로 했어도, 정비까지 그렇게 할 순 없다. 우리 시대의 전월세 대란을 막기 위해서도 그렇고, 물려받은 과제의 원인까지 알았음에도 이를 더 키워서 후손에게 넘기는 것은 선배 세대의 도리가 아니다.

60만 호 순환 정비? 매년 3만 호만 잡아도 20년

순환 정비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받아들여야 한다. 주택이 밀집된 지역의 60만 호만 대상으로 한다고 해도, 매년 3만 호 철거 기준으로 한 바퀴를 돌려면 20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이 기간 순환 임대주택은 4~5회의 정비 이주민이 거쳐 갈지 모른다. 이 기간 입주 자격을 확대하는 것이 더 가난한 이들에게 갈 몫을 빼앗는다는 관점보다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처에서 벌어질 전월세난으로 결국 모두가 함께 고생할 것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다. 정비사업이 일단락된 이후에는 그냥 공공주택으로 운영하면 된다.

공공주택이나 사회주택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그간 ‘시장에서 자력으로 내 집 마련을 못하는 이들을 위한 국가나 사회의 시혜’라는 오해에 머물러 있었다. 3기 신도시를 기점으로 전국에 순환 임대주택이 도입되면 공공주택과 사회주택은 ‘’누구나 인생에 한 번은 거쳐 가기도 하는 주택’으로 여겨지게 될 것이다.

애초에 현대 자본주의 도시에서, 시장에게만 맡겨서는 모두에게 저마다 필요한 적정 품질의 주택은 공급되지 않는다. 공공주택이나 사회주택은 ‘개인의 한계’가 아니라 ‘시장의 한계’ 때문에 필요한 것이다.

물론 공공이나 사회에도 한계가 있으니, 3자의 협력은 필수다. 대규모 정비라는 과제 앞에서는 더욱 그렇다.

‘시장에만 맡겨서는 해결이 안 되는 사회 공동의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와 사회와 시장이 힘을 합쳐서 공급하고 운영하는 주택’이라는 본연의 의미를 되살려, 공공주택과 사회주택이 ‘대규모로 노후화되는 주택의 정비’라는 과제 앞에서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맞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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