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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가 지난 6일 ‘도시계획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도시혁신구역, 복합용도구역, 도시계획시설 입체복합구역 등 세 가지 공간혁신구역 도입이다. 도시혁신구역(한국형 White Zone)은 말 그대로 무규제 지역으로서, 도시혁신구역으로 지정되면 용적률과 건폐율 그리고 그 사용 용도에 관한 도시계획에 따른 규제를 받지 않는 자유로운 개발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복합용도구역은 그동안 주거, 상업, 공업지역 등 용도지역에 따라 건축물을 지어야 했던 것을 용도지역 변경 없이 주거지역 내 상업시설 설치, 공업지역에 주거・상업지역 설치 등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국토교통부가 각각 도시혁신구역과 복합용도구역의 ‘유사사례’로 제시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와 미국 보스톤 혁신 지구.

국토부 ‘도시계획 혁신방안’의 문제점 

우리는 개발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시행되는 무분별한 규제완화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도시혁신구역 및 복합용도구역의 지정을 위해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하는 것은 국토부가 2023년 1월 3일 발표한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발표한 주요 정책과제의 하나인 ‘실질적 균형발전을 위한 규제 완화 및 성장 인프라 확충’에서 제시한 ‘지역 주도 혁신성장 공간 조성’의 내용과도 정면으로 배치될 뿐만 아니라 2002년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계법’) 제정을 통해 진행하고 있는 도시계획 결정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는 계획을 다시 후퇴시킴으로써 우리나라 도시계획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사안으로 즉각적인 재검토를 요구한다.

이번 발표는 국계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주어진 계획고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사항이 될 수 있으며, 혁신이라는 사항을 통해 대도시, 수도권의 인구를 급속히 빨아들임으로써 국가가 근본적으로 추구해야 할 균형 발전이나 지역의 혁신에 대한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여 지방소멸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너무도 크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도시혁신구역을 통한 개발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 밀도 규모와 동일한 규모만큼 자연환경 등을 회복하게 하는 정책이 계획 수립의 원칙으로 제시되어야 하며 나아가서 인구를 유입하는 만큼 그만큼 동일한 인구를 지방에 거주하도록 유출하는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환수하기 위한 장치도 매우 미비하다. 기존 지구단위계획 지정・변경시 적용되는 공공기여 방식을 적용하겠다고만 밝혀 지금의 공공기여 방식이 제대로 개발이익 환수가 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개발이익에 대한 환수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이고 정교한 대책도 찾아볼 수 없다.

노후한 공업단지나 쇠퇴한 구도심을 살리는 일과 4차 산업혁명 등 경제·사회구조 변화에 따른 새로운 공간구역을 위한 복합개발도 일정 부분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시민 의견을 반영하여 수립한 기존 도시계획과 무관한 상태에서 개발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시행하는 무분별한 규제 완화는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도시 조성의 노력에 역행하는 일이며 국토의 균형발전 및 장기적인 국토·도시계획을 훼손하는 근시안적인 정책이 될 것이다. 무분별한 난개발로 인한 폐해를 우리는 이미 충분히 경험하였고 또 경험하는 중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단기적인 경제활성화를 위한 무분별한 규제완화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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