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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만 무성했던 대장동 사건 연루 언론인들의 면면이 드러나고 있다. 중견 언론인들이 대장동 개발사업자 화천대유 대주주이자 머니투데이 법조출입 기자 출신 김만배 씨와 수억대 돈을 직접 거래하거나 명품 선물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겨레 기자는 2019~2020년 아파트 분양금 등 대여 명목으로 6억원을, 한국일보 기자는 2020년 1억 원을 김만배 씨로부터 받았다. 한겨레 기자는 화천대유 대표로부터 2019년 3억 원을 추가로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참고: 한겨레 사과문 중에서 “직무 배제된 전직 간부가 1차 서면 소명에서 “총 9억원을 수표로 빌렸다”고 밝혀 금전거래 액수를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수정합니다.”). 중앙일보 기자는 2018년 8천만 원을 김 씨에게 주고 이듬해 9천 만원을 돌려받았다. 채널A 기자명품 구두를 선물 받았다. 이들은 ‘대여 또는 차용’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믿기는 어렵다. 

대장동 사건에서 금품을 수수한 언론인들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대장동 4인방 중 한 명인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정영학 녹취록’에 따르면, 김만배 씨는 기자들을 로비 대상으로 보면서 “카톡으로 차용증을 받고 2억씩 줘서 차용증이 무지 많다”, “서울, 분당 아파트를 분양 받아준 것도 있다” 등의 말을 했다. 남욱 변호사도 검찰 조사에서 “김 씨가 골프를 칠 때마다 기자들에게 100만원씩 줬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검찰은 김 씨의 기자 골프접대 의혹도 재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대장동 언론인 돈 거래 의혹은 2019년 언론과 기업의 부도덕한 카르텔을 보여준 ‘박수환 문자로비 사건’, 2021년 ‘가짜 수산업자 언론인 금품수수 사건’에 이어 언론계 전방위 로비가 또 다시 반복된 사건으로 참담하기 그지없다. 특히 김만배 씨가 폐쇄적 기자 문화의 정점인 법조출입 기자였다는 점에서 광범위한 언론계 로비가 있었으리란 지적은 일찍이 제기됐다. 사건 초기 드러난 이른바 ‘50억 클럽’엔 김 씨가 몸담은 머니투데이 홍선근 회장이 포함돼 있으며 두 아들 계좌로 49억을 받았다가 대장동 사건이 보도되기 직전 돌려준 정황을 검찰이 이미 파악했다는 사실도 뉴스타파 보도로 드러났다.

그러나 특정 정치인 조사에 올인하다시피한 검찰은 인력 부족 핑계를 대며 ‘50억 클럽’이나 언론계 로비 등 여타 정황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중단하고 있었다. 언론인 돈 거래 사실도 지난 12월 말 김만배 씨가 언론인들에게 다수의 로비를 벌였다는 뉴스타파 보도 직후에야 검찰발 정보로 소속 언론사 이름과 액수가 공개됐다.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우리는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기 전에 언론 스스로의 자정부터 촉구하고자 한다. 현재까지 거론된 언론사 중 유일하게 한겨레만 독자에게 사과하고 진상조사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태에 책임을 지고 편집국장, 전무, 대표이사 등 임원진이 사퇴 입장을 밝혔다. 신뢰회복을 위해 한겨레는 각고의 쇄신 의지를 철저한 조사결과로써 보여야 할 것이다. 반면 한국일보, 중앙일보, 채널A는 당사자 해명만 다른 언론을 통해 전할 뿐 관련 보도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

언론사의 자정 노력은 사과와 책임자 사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대장동 언론인 로비 사건은 한국 언론의 취재 및 보도 시스템에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다시 확인시켜줬다. 돈 거래에 연루된 중견 언론인, 골프 접대 의혹을 받는 법조 출입 기자 등은 모두 대장동 사건 보도에 관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자사 언론인 연루에 침묵하고 있는 언론사들의 무책임한 태도는 과거 수많은 언론계 로비 사건을 어둠 속에 묻히게 만들었고, 결국 더욱 큰 사건을 낳고 말았다.

이번 사건은 언론윤리 위배는 물론 청탁금지법 위반 등 언론 스스로가 규명할 일이 너무나 많다. 이는 일부 언론사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언론 전반의 문제다. 언론계는 철저히 진상을 조사하고, 부적절한 로비와 접대를 방지할 취재 및 보도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혁하라. 그것만이 끝없이 추락하는 언론 신뢰를 만회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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