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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수령 인터뷰는 리승환 특유의 직설적인 질문과 거침없는 파격으로 다양한 전문가/관계자와 함께 현상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칩니다. 최근 고교 교과서에서 진화론 설명과 관련한 시조(始祖)새 삭제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김우재는 이 논란을 일축합니다. 그 대신 사회의 모순이 그대로 이식된 한국 과학계의 구조적 문제에 주목합니다. 미국 UCSF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있는 초파리 박사 김우재에게 한국 과학계의 문제점과 대안, 그리고 과학을 한다는 것의 의미를 들어봤습니다. (편집자)

리수령 인터뷰 5(상): 자본에 지배당한 과학계, 황우석은 필연이다
리수령 인터뷰 5(중): 진보와 과학의 만남, 박정희 프레임을 넘어야 한다
리수령 인터뷰 5(하): 초파리 박사의 네이처 논문으로 보는 과학적 검증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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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id=”tip” head=”인터뷰어/인터뷰이 소개”]

Q. 리승환 : 8년 차 블로거, 4년 차 직장인. 매일 술을 마시고, 매일 폭풍 설사하는 규칙적인 삶을 영위하는 남자. 디지털 한량을 지향하고, 통칭 웹에서는 ‘리승환 수령’으로 불리고 있음. 블로그 현실창조공간을 운영 중. 트위터는 @nudemodel, 페이스북은 /angryswan

A. 김우재(초파리 박사) : 키 크고 학벌 좋고 인물 좋은 3박자를 가지고 있는 남자. 하지만 포닥(박사 후 연구원) 비정규직인 관계로 여자가 있을 리 없다. 최근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논문을 실을 정도로 우수한 과학자이지만, 트위터에서는 찌질이 짓을 하며 안티질을 자초하는지라 실드를 치기도 어려울 만큼 까이고 있다. 지금은 블로그 휴업 중이지만 사이언스타임즈에서 그의 내공을 읽을 수 있다. 트위터는 @Revolt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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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박정희 프레임을 넘지 못하는 진보의 과학관

리 : 당신은 진보의 과학관을 비판한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초 : 정확히는 비판이 아니라 진보 세력의 ‘관’ 자체가 없다. 박근혜 지지하는 사람들은 과학에 대해 ‘박정희 프레임’이라는 명확한 관을 가지고 있다. 그 프레임을 우리 방식으로 이겨내야 하는데, 지금 진보의 과학을 대하는 태도로는 박정희 프레임을 이길 수 없다.

리 : 박정희 프레임? 그건 또 뭔가?
초 : 앞서 서구에서는 선구적인 과학자들이 위대한 전통을 만들었음을 이야기했다. 지금 한국의 과학 프레임을 만든 건 60~70년대의 박정희 시대다. 박정희가 그린 큰 틀은 결국 국민 배부르게 하는 거다. 과학 투자는 이를 위한 도구에 불과하니, 과학자들은 애국심 가지고 헌신하라는 거다. 이 프레임은 과학자를 사회의 도구로, 부속품으로 자리매김시킨다. 그들에게 과학자는 산업역군이고 나라를 먹여 살려야 하는 도구였다. 이렇게 과학자가 주인의식을 가지기 어렵게 해버렸다.

리 : 현재는 그대로인가?
초 : 그렇다. 이 프레임은 민주정부가 들어서고 나서도 변하지 않았다. 그 프레임이 정확하게 황우석에게 나타나지 않았나? 과학기술정책은 민주화와 관계없이 ‘박정희, 박정희, 박정희, 박정희, 박정희…’다.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한국 과학기술 정책의 프레임은 박정희 때 성립된 정치와 과학이 관계를 맺는 관계 그대로다.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정치와 과학은 수평적이지 않고, 정치에 종속되어 있다. 이 틀을 반네바 부시(Vannevar Bush)처럼 바꿀 사람도 없었고, 개혁을 통해 시스템 갖출 여유도 없었다.

리 : 그렇다면 진보는 과학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초 : 과학자들이 자기 연구의 주인으로 설 수 있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해야 한다. 새로운 프레임의 시스템 없이는 노벨상 같은 거 없다. 과학자가 자기 학문의 주인이 아닌 노예로 남아서 정부가 원하는 연구만 해야 하고, 정부가 원하지 않는 연구는 할 수 없는 게 지금의 프레임이다. 이게 얼마나 슬픈 일인가? 적어도 인문학 하는 사람들은 가난해도 강단이 있다. 학문 특징도 그렇지만 정부 비판도 잘 하지 않는가? 과학자들은 그렇지 않다. 정부의 말 잘 듣는 개인데, 자기가 개라는 걸 모르는 개다. 지가 사람인 줄 알아. 신발… 정말 슬픈 짐승들이다.

사람인 줄 아는 개(…)

리 : 이게 표로 연결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초 : 물론이다. 진보는 새누리당의 프레임에 끌려다니지 말고, 자신만의 프레임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프레임 중 하나가 미래에 대한 과학기술 프레임이라 생각한다. 안철수건, 문재인이건 이런 프레임 가지고 오고, 그 정책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다면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다. 님도 보고 뽕도 따는 전략이라 본다. 과학기술 정책 프레임을 제대로 짜는 건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내 눈에 박정희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리 : 박정희가 어떻게 움직이냐? 예수처럼 부활이라도 했는가?
초 : 아씨, 박정희 말고 박근혜…… 책을 출판하는 거나, 과학기술 단체들의 움직임이나 과학대통령 박정희 되살리기가 진행되고 있다. 결국, 누가 도움 되냐? 박정희의 과학 프레임을 넘어서는 건, 단순히 과학이 건강해지는 걸 넘어 이번 대선과 직결되어 있다.
나는 안철수가 뜨는 이유 중 하나로 과학기술까지는 아니겠지만, 과학기술로부터 얻어지는 미래에 대한 비전, 긍정적인 기운의 갈구가 있다고 본다. 이런 걸 만족시키려면 과학이 엄청 중요하다. 진보가 과학기술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 대한민국 과학기술 대연합(이하 대과연)이 제시한 이공계 공천 추천을 새누리당은 일부라도 받아들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냥 과학을 손에서 놓았다. 그럼 표를 완전히 잃은 거다. 통진당은 아예 생각이 없다. 교과서에서 미적분 없애자고 하는 진보신당은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고.

리 : 그런 면에서 각하의 과학기술 정책을 까보도록 해 봐라.
초 : 솔직히 까고 말하면, 양적으로는 분명 팽창했으니 이번 정부에서 더 나아졌다.

리 : 오! 나꼼수 빠가 각하를 빨기 시작한다!
초 : 세종시에 만드는 과학 비즈니스 벨트에 쓰는 돈이 얼마인데… 기초과학 연구 지원도 많이 늘었다. 당장 기초과학연구원을 막스 플랑크 연구소 형식으로 구성하려 하고 있다. 기초과학 단장 10명에게 1인당 100억씩 지원한다. 게다가 기한과 제한도 없이 연구하게 한다. 표면상으로는 과학계 숨통 터준 거 이번 정권 맞다. 물론 김대중이 BK21을 통해 대학원생 숨통을 터준 게 시작이지만, 결과적으로 박사만 늘리고 일자리 안 만들어서 지금의 고학력 취업대란을 일으켰다.
그렇게 보면 과학기술 정책에서는 진보와 보수가 뒤집힌다. 솔직히 말해서 과학자는 과학기술 정책만 놓고 보면 이명박, 박근혜 지지하는 게 맞다. 양적 팽창이라도 해 주잖아? 이들이 과학기술을 통해 미래지향적 프레임을 그려나가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리 : 과학 기술에 있어서는 새누리당이 오히려 진보적이다?
초 : 이게 꽤 일반적인 현상이다. 한국에서도 과학전쟁 비슷한 게 있었는데, 대표적 논쟁이 과학윤리 외치는 과학사회학자 김환석과 과학비즈니스벨트 기초과학연구원 이사장 오세정 간의 논쟁이다. 과학사회학자 대표와 과학자 대표 사이의 논쟁인 셈이다. 전체적으로 과학사회학자 김환석은 진보적이고, 과학자 오세정은 보수적이다. 막말로 정권에 아부하다가 자리 차지한 게 오세정이니까. 그런데 과학을 바라보는 태도로 바라보면 반대가 된다. 되려 오세정은 진보적이고, 김환석은 보수적이다.
과학을 하면서 정치적으로 진보적으로 사는 건 엄청난 딜레마다. 당연히 과학자 사회가 다양해지니까 진보적인 과학자도 있다. 미국도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가 그 대표이듯, 과학계가 건강해질수록 진보적 학자가 나온다. 하지만 한국은 힘들다. 과학자들이 여유를 가지고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여유를 주지 않는다.

리 : 올ㅋ 님 새누리당 들어가삼.
초 : 하지만 내가 새누리당 측의 정책을 비판하는 건 투자의 방향이 잘못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마인드에 충실한 박정희 프레임으로 가봐야 자본 종속, 삽질, 토건사업이 된다. 과학기술계의 양적 팽창도 부동산 버블과 같다고 본다. 그래서 질적으로 달라져야 하고, 그걸 하려면 이 기저의 시스템을 갈아엎어야 한다. 당장 하루하루 먹고사는 것만 생각하면 과학계는 이명박, 박근혜를 지지해야 한다. 하지만 멀리 보면 그게 아니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다면 아버지의 과학기술정책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다. 그 무서운 프레임의 철학은 40년이 지나도 안 바뀌고 있다.
왜 얼마 안 되는 과학기술자 출신 국회의원들이 새누리당으로 갈까? 뿌리가 박정희에 있는 프레임을 넘어서지 못하는 진보는 안 된다. 박정희 프레임은 경제뿐 아니라 과학에서도 우리에게 주어진 업보다. 이를 넘어서지 못하면 새로운 대한민국은 없다. 난 경제 전문가가 아니니 경제 쪽은 할 말 없지만, 과학기술정책에서 박정희는 엄청난 일을 한 짐으로 남아있다. 이를 넘어서지 못하면 한국의 새로운 과학기술 정책과 아인슈타인은 없다.

리 : 그냥 과학자에게 돈만 버는 역할을 사회가 요구한다면 박정희 프레임이 무조건 잘못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초 : 새누리당이건 민주당이건 차라리 아인슈타인 같은 거 바라지 않는다고 이야기라도 하면 좋겠다. 박정희 프레임을 그대로 가져가려면 아이들에게, 시민들에게, 민중에게 아인슈타인이 위대하다는 꿈도 희망도 심지 마라. 그냥 과학자들은 돈 버는 기계라고 해라. 과학문화 운동하는 측에서는 아인슈타인 원한다고 하지만, 정책은 완전히 상반된 거 아닌가? 아인슈타인 못 나오는 정책 추구하면서, 반대편에서는 띄우냐? 애들 이공계 유입시켜놓고 뭐하는 짓이냐? 어차피 대학원 가면 애들은 개차반인 거 다 알게 된다. 그리고 똑똑한 놈들은 의학전문대학원과 법대로 가는 게 이과의 현실이다.
이런 과학기술정책으로는 아이들이 과학에서도 주인이 안 될 뿐이거니와, 이 사회에서도 주인이 될 수 없다. 스스로를 중인으로 여기고, 도구로 생각하고, 자기 한목숨 먹고 사는 거 생각하게 하는 시스템에서 무슨 아인슈타인인가? 지금 시스템에서는 과학정신, 열정 가지고 과학을 즐기면서 할 수 없다. 아인슈타인은 개뿔. 이런 선전은 비겁하고 나쁜 일이다. 이런 과학기술정책을 밀 거면 과학자가 되라고 꿈을 불어넣지 마라. 애들 그렇게 가면 실업자 될 건데. 차라리 의사, 변호사 되라고 이야기해라.

리 : 과학기술계 사람들이 표심 외에 진보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초 : 난 정치적 인간이다. 정치적으로 서로 동의하는 사람들끼리 과학이라는 학문, 인문학이라는 학문을 두고 싸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분명 지금까지 인문학계 사람들이 진보, 좌파 진영에서 운동하면서 기득권 가지고 있었고, 지금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당신들의 친구들이 과학에 있고, 이 사람들을 친구들로 만들면 인문계 위주로 형성된 좌파가 훨씬 더 강해질 수 있다. 단순히 기술적 조언의 수준이 아니라 과학에 대한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하고 동의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왜 적으로 만들려 하느냐? 서로 힘을 잘 섞으면, 이명박과 박근혜의 박정희 과학 프레임을 무서워하지 않고, 더 좋은 ‘과학과 함께하는 좌파’를 만들 수 있다. 이게 훨씬 미래지향적이고 비전도 있지 않나? 좀 과감히 주장하면… 좌파가 과학 수용하면 정치계 혁명이 일어날 거다. 옛날 신진사대부들이 입성해서 조선을 바꾼 일이 진보에 일어날 수 있다.

리 : 기술적 부분을 이야기하자면, 광우병 사태 때 기술적 이해가 높은 과학기술인들은 진보에 별 역할을 못하지 않았나?
초 : 이건 전술 문제다. 광우병 문제를 과학의 프레임으로 끌고 들어가면 진보진영이 무조건 진다. 광우병이라는 질병에 대한 연구는 진실/거짓을 나누는 확실한 프레임이 아니라, 불확실성 속에 놓여 있다. 과학이 대답해줄 수 있는 것들이 제한되어 있다는 말이다. 이런 경우 과학을 제멋대로 사용하는 쪽이 이긴다. 그래서 이런 싸움은 과학적으로 이겨봐야 이기는 것도 아니다. 외교와 정치의 문제에 과학을 끌고 들어가면 오히려 꼬이기 쉽다. 물론 과학이 외교적 판단에 도움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판단을 내려주는 재판장의 판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광우병이 위험하지 않으니 수입해도 된다는 주장에 반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학적이라는 말로 자신들의 프레임을 포장하는 축이 왜 항상 가카와 그 일대의 인간들일지 생각해 봐라. 과학은 ‘과학적 확실성’뿐 아니라 ‘과학적 불확실성’도 가지고 있다. 이 둘은 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과학을 악용하는 세력에겐 좋은 무기다. 과학적으로 광우병 논쟁에서 이기려면 진보진영의 과학자들도 뻥을 쳐야 될 텐데, 그건 과학을 훼손하는 짓이다. 물론 진보진영에 과학자가 있기나 한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광우병 논란은 무조건 ‘국가의 이익’이라는 프레임으로 가야 한다. 거기서 과학은 장식이다. 언제부터 장식이 본질을 가렸나?

7. 과학과 정치는 어떻게 만나야 하는가?

리 : 당신답지 않게 찌질거릴 맥락이 너무 없었다. 찌질거리기 위해 대놓고 정치 이야기를 하자.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더 과학계를 신경 쓰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초 : 총선에서 대과연이 이공계 국회의원을 늘리려고 꽤 노력했다. 총선에 앞서서 과학기술계인 58명을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추천했다. 물론 새누리당이 그나마 좀 더 내놓았지만, 공천을 받은 건 소수였다.

리 : 과학기술인들이 이익집단을 조직해서 이런 압박을 넣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가?
초 : 전혀. 대과연이 보여주는 모습은 과학자들이 양적 팽창에 완전 몰두 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공계 출신 국회의원 뭐 중요하냐? 이공계 출신이라 해 봐야 학부 출신일 뿐이다. 수학 좀 더 잘 안다고 정치가 변하냐? 열린우리당이 짱 먹을 시절, 국회의원이 2/3가 바뀌어도 국회는 변하지 않았다. 과학자가 국회 들어가도 과학기술 정책은 변하지 않는다. 틀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이 틀 바꾸는데 역량 쏟아야 한다. 국회의원 두세 명 만든다고 바뀐다고 된다고 생각하는 건 정치적으로 나이브한 짓이다. 그럼 간호사 10명이 국회에 가면 간호사 처우가 바뀔 것 같나?

리 : 솔직히 간호사가 그 정도 들어가면 간호사 처우가 바뀔 것 같다(…)
초 : 바뀌겠지(…). 그럼 이야기를 바꿔서 야동 좋아하는 사람 100명이 국회에 들어가면 합법화되나?

이미 국회의원은 야동을 좋아합니다

리 : 이쯤 되면 과학자가 펼치는 논리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초 : 그렇다면… 검사출신 민주당 의원이 20~30명 들어간다고 검찰개혁이 되는가?

리 : 이번 드립은 좀 성공적이었다.
초 : 후후후… 그렇다. 정치인이란 건전한 상식 가지고 열린 자세로 사람들 의견 청취하고 상식적 판단 내리면 되는 대표자다. 그래서 보좌진을 비롯해 그 사람을 서포트할 인력과 단체를 만드는 게 훨씬 중요하다. 어디 출신 따지는 건 별 가치가 없다.

리 : 과학계가 먼저 변해야 한다고 했는데, 어떤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인가?
초 : 과학자들 스스로 정치적으로 각성하는 게 우선이다. 내가 과학 하는 사람들이 참 불쌍한 것은… 이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진보, 좌파 된다고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텍스트라는 게 흔히들 인문 좌파로 지칭되는 이들의 이야기다. 이공계 학생회가 진보캠프 같은 거 하면서 이 사람들 이야기만 듣는다. 이거 되게 쪽팔린 짓이라 생각한다. 왜 정치적으로 진보적이고 좌파적이라면 그런 사람들을 강의에 데려다 써야 한다고 생각하냐?
과학은 최근의 스티븐 제이 굴드랑 리처드 르원틴(Richard Lewontin)에서도 볼 수 있듯 민중을 위한 과학자 전통이 있다. 영국에서는 심지어 좌파가 과학을 주도했다. 지금의 과학자들은 사회 경제 시스템의 변화에 적응했는데, 그건 진정 과학을 위한 길이 아니다. 이걸 깨달아서 과학자들이 과학의 주인이 아니라 노예가 되어가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과학의 전통을 되돌아보고, 과학의 정신을 찾아내서 되살려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만든 프레임 위에 이공계만 얹으면 안 된다. 정치적으로 이택광빠, 진중권빠, 김규항빠고 단지 이공계일 뿐이라면, 이게 ‘새누리당 지지하는 이공계인’인 대과연과 다를 게 뭐냐? 자신이 서 있는 학문의 전통과 현실은 생각하지 않고, 남이 말하는 것만 받아들인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리 : 생각을 바꾸면 끝은 아니고 행동을 해야 한다. 노조라도 만들자는 건가?
초 : 미국은 이미 포닥 조합이 활발히 활동한다. 포닥 조합이 무려 미국 금속노조 산하에 있다. 졸라 강성이다. 나 같은 4년 차 포닥도 연봉 4만 불은 받는다. 미국 물가 고려하면 큰돈은 아니지만, 생활에 문제는 없다. 여기서 한국과의 차이가 있는데, 미국 금속 노조는 박사학위 가진 포닥 노조를 인정해준다. 한국은 그게 안 된다. 유명한 얘기로 양신규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물리학과 출신으로, 이공계를 엄청 사랑했다. 이 사람이 노동운동 대부에게 이공계 노동자 노동조합 만들게 해달라고 하니까 ‘니들은 블루칼라가 아닌데, 어떻게 노동자냐?’ 식의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리 : 오오! 노동운동에서도 소외된 과학계!
초 : 내가 인문 좌파 운운하는 사람들과 부딪히는 게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인문 좌파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한 사회의 과학을 바라보는 시대의 수준을 이야기하는 거다. 노동운동하는 사람들이 과학 모르는 건 문제가 안 된다. 그래도 한 사회가 과학자들의 과학을 서포트하고 집행할 수 있는 문화적 역량이 없으면, 과학이 제대로 발전할 수도, 활용할 수도 없다.

리 :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논하려면 과학자가 움직이는 게 차라리 낫다고 본다.
초 : 사회의 인식이 그렇다면, 정치인 눈치를 보거나 과학의 현실을 모르는 이들 꽁무니만 따라다닐 필요가 없다. 과학인들이 먼저 뭉쳐서 움직여야 한다. 산업화 진행될 때 노동자들이 뭉쳐서 노동조합 만들고 경영자들을 견제하지 않았나? 과학자들도 비슷한 시스템에 편입됐다면, 뭉쳐서 견제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고학력 잉여들은 그걸 못한다. 자기 현실이 얼마나 처참하고 불안한지 알면서도 안 뭉친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한국에도 조만간 포닥 노조가 생길 거다. 이미 비정규직 연구원 노조가 정부산하 연구소들, 정부 출연 연구소는 공공 노조가 있는 것으로 안다. 이게 일반 분야로 다 퍼질 거다.

리 : 노조를 만드는 건 결국 밥그릇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인가?
초 :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사회 경제적 특권층은 먹고사는 문제에서 자유로우니까 진보든 보수든 나오고 다양한 짓 할 수 있다. 그런데 과학자는 먹고사는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가뜩이나 구조적 문제 때문에 과학자들이 소외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경제적 계급을 정치적 계급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과학자들 뭉치고 각성해야 한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무시당하지 않으면서 이 사회에 기여한 만큼 대접받을 사람들이 되려면 정치적으로 각성해야 한다. 왜 과학계에서 안철수, 박원순 못 나오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 사회 지배하는 사람이 누군지 생각해 봐라. 과학자들 띄워 주고 영웅처럼 이야기하지만, 정치적 발언도 못하게 거세 시키는 문화다. 실제로 대한민국 지배하는 건 의사와 변호사 아닌가? 박원순 변호사, 의사 안철수, 의사 박경철… 과학인들은 그냥 찬밥이다.

리 : 당신도 늦지 않았으니 의사와 변호사가 되도록 해라. 네이처 논문 들이밀며 무릎 꿇고 빌면 로스쿨 넣어줄지도 모른다.
초 : 시끄러워…

리 : 돈도 돈이지만 존중의 측면에서 의사, 변호사와 과학계의 차이는 넘사벽이다.
초 : 일단 과학자들이 ‘정치가 별거냐?’라는 생각부터 가졌으면 좋겠다. 사회운동하는 거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데, 과학자들이 너무 위축되어 있다. 과학자가 정치의식 느끼는 것에 대해 모순을 느끼지 말라고 만든 게 과학과 정치 강연록이다. 과학자에게 정치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당신이 사랑하는 과학을 떳떳하게 만들기 위한 활동이다. 국회 가는 것도, 정치 발언도, 당 지지도 두려워할 필요 없다. 생활에서 당 지지하면서 왜 과학자 틀 쓰고는 그런 거 안 하냐? 해야 한다. 당연한 활동이다. 당신이 과학을 사랑한다면.

리 : 대과연의 과학기술계 출신 국회의원 늘리기에 반발했는데,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나?
초 : 당장 과학자 출신 국회의원이 늘어나면 과학계 변할 거라 착각하는데, 자기 집안 단속부터 해야 한다. 자기가 사는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정부에서도 뭐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자기 집은 쓰레기 시궁창인데, 정부에다가 뭐 해달라고 해봐야 아무것도 안 변한다.
대과연식으로 해서 바뀌는 거 별로 없을 거다. 과학계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려면 어차피 지금 과학계의 보수화된 윗대가리를 믿을 수는 없다. 이 사람들 자기들 수명 연장하려고 하는 거지, 과학 발전을 위해 저러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 20~40대 젊은 과학자가 과학노동자 연맹이건 과학기술자 연맹이건, 노동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연합을 빠른 시일 안에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총, 대과연 등 내부적으로는 과학 원로들이 지배하고 있는 과학자 연합을 견제하고, 이 사람들과는 독립적으로 국회든 당이든, 정치단체든 실제로 목소리 내고 영향 미칠 수 있는 민주노총이나, 민노당이나, 한국노총이나 이런 애들이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정치세력화할 게 아니면, 그런 식으로까지 생각하는 게 아니면 정치 얘기 꺼내지 않는 게 낫다.

리 : 그렇기는 하다만 당장 일본의 간 나오토 총리도 물리학 박사 출신이지 않은가?
초 : 선후관계를 잘못 보고 하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 과학자들의 정치 발언이 터부시 되는 건 사실이다. 이에 반해 일본의 간 나오토 총리는 물리학 박사,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양자화학 박사다. 중국 공산당은 공학 박사 출신들이 잡고 있고, 이스라엘은 초대 대통령도 과학자였고, 아인슈타인을 2대 대통령으로 만들려고까지 했다. 이 나라들은 과학이 사회와 충돌하지 않고 자기 방식으로 스며들어서 과학인들의 정치 진출이 아무렇지 않다. 하지만 한국은 과학이 사회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못했다.

리 : 오… 마치 여자의 마음 속에 들어가듯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는 것?
초 : 그렇다. 일단 과학자들의 정치 진출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우선이다. 과학계는 이를 위한 부단한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 국회의원 몇 명 보내기에 앞서, 과학자가 정치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회를 만드는 게 먼저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과학계가 건강해지는 것이다. 과학을 사랑하고 열정을 가진 이들이 박정희의 과학기술 프레임을 벗어나, 과학계 내부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과 요구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중의 인식이 동반 성장하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과학자가 국회로 진출하는 걸 아무렇지 않게 보는 맥락을 형성해야 한다. 그런 일이 일어난 후에야 사회에 과학을 이렇게 봐달라 요구할 수 있다.
아무도 동의할 수 없고, 왜 이공계 출신 국회의원이 필요한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국회의원 몇 명 배출한다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부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면 자연히 정치인이 나오고, 서구처럼 과학계에서 정당한 요구를 할 수 있다.

8. 과학 저널리즘의 문제

리 : 과학 기자, 과학 저널리즘이 너무 수준 낮다는 이야기도 있다.
초 : 족구하라고 해.

리 : 어이… -_-…
초 : 과학 저널리즘이 자리 잡히는 건 과학계가 자리를 찾고, 과학자들이 자기가 정치적, 주체적으로 각성한 다음의 이야기다. 먼저 과학계가 순화되고 건강해지면 과학 저널리즘은 알아서 따라온다. 지금 과학 저널리즘의 문제는 알맹이가 없는데 포장만 난무하는 것이다. 실상 포장 벗기면 아무것도 없으니, 포장조차 근사하게 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 아인슈타인, 파인만, 다윈처럼 포장해서 세계에 내놓을 과학자가 없는데, 무슨 과학 저널리즘이냐? 과학계가 길게 20~3년 보고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 그렇게 위대한 과학자가 한국에서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달리다 보면 한국에서 주도하는 과학분야도 생길 수 있다. 이를 언론이 포장하면 당연히 과학 저널리즘이 건강해진다. 아니, 억지로 포장할 필요조차 없어진다.

리 : 과학의 성과에 대한 억지 포장은 과학 저널리즘만의 문제는 아니다?
초 : 그렇다. 시스템상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과학자들은 세계 최초 연구도 아닌데, 연구비 따는 데 도움이 되니까 세계 최고라 이야기해야 하는 압박이 있다. 과학 저널리즘은 섹시한 주제를 물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알면서도 포장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실상 지금 한국에서 나오는 논문들은 미국처럼 선도하는 연구가 아니라 꼬리 잡는 연구들이다. 이걸 억지로 포장해서 세계 최초인 것처럼 포장해야 하니까, 과학 저널리즘이 부패할 수밖에 없다. 이 둘의 커넥션이 아주 짬뽕이 되면서 최악으로 흘러가는 게 현재의 과학 저널리즘이다.

리 : 황우석 때 대차게 까이고서도, 별로 변화가 없는 것 같다.
초 : 개인 윤리 차원으로 접근했으니까 당연한 일이다. 그때 과학 기자 선언 쓰고 난리 쳤지만, 뭐가 변했나? 섹시하게 뻥튀기하면서 어떻게든 실용적인 측면이 있다고 떠들어야 하는데 뭘 바꿀 수 있겠나? ‘암 치료에 획기적!’, ‘당뇨병 완치!’ 이딴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사회 문화적으로 과학을 존중하기라도 하나? 뉴욕타임즈 토요일판 보면 과학 섹션 엄청 크게 나온다. 전에 내가 번역한 도킨스와 윌슨을 까는 H. 앨런 오(H. Allen Orr) 서평도 A4 20~30장 정도 되는 엄청나게 긴 글이 신문 한 면에 꽉 채워진 거다. 하지만 한국 신문은 대부분 신문에 과학 섹션이 없다. 과학을 왜 IT나 기술과 합치냐? 프레시안이 노력한다지만 메이저 신문이 아니잖아? 이건 메이저 일간지가 해야 할 일이다. 한겨레의 사이언스온은 그런 생각에서 도와줬는데 한겨레 웹사이트에서는 링크나 배너도 안 걸고… 그걸 지랄했더니, 형평성 지랄하고 있네. 신발… 오철우 기자가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잘 알아서 할 거라 생각하니 긴말은 하지 않겠다.

리 : 오, 오, 오, 오, 빠를 사랑하는 건 훼이크고 오철우 기자님.
초 : 내가 네이처에 실린 논문 보도자료를 안 뿌린 게 이런 과학 저널리즘 때문이다. 오철우 기자가 그래도 신경 많이 써 줬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나 도움되라고 서울대에서 모 저널에 실은 논문 보도자료를 예시로 주더라. 그런데 보도자료가 무슨 용비어천가다. 이렇게 자기 논문이 유용하다고 외쳐야 기사가 된다고. 그런 짓은 못 하겠더라. 그게 무슨 과학 저널리즘이냐? 자기가 외국 논문을 읽고 관심 있으면, 연구자 찾아가든가 인터뷰하던가 해서 써야 하지 않나? 그런데 우리 과학 저널리즘은 보도자료 낸 거 아니면 외국 기사 보고 베끼는 거. 한겨레 사이언스온이나 좀 다르지. 나머지 과학 기사들은 다 그런 식이다.

리 : 오, 님 꼰대 근성 짱 드셈.
초 : 네이처에 논문 실은 게 그리 대단한 일이겠느냐만… 어쨌든 남들이 볼 때 작은 성과는 아니라 생각한다. 솔직히 어지간한 신문에 한 번씩은 날 수준은 됐다. 취직하는 데 좀 도움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과학 시스템 문제 지적한 놈이 이런 용비어천가 보도자료 내 양심과 내 말과 행동과 살아가야 할 미래를 생 생각해볼 때 뿌리는 게 떳떳할까, 이런 고민을 며칠 했다. 그리고 결국 동참하지 않는 게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그냥 별거 아니지만 내 딴에는 정말 고민했다. 이걸 뿌리면 쫙 나는 건데, 신발…

리 : 그러고 보니 네이처도 하나의 저널인데, 걔네가 대단하기는 한가보다?
초 : 킹왕짱이다. 네이처는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가는 국제학술지라 생각하면 된다.

리 : 오래간만에 자기 자랑할 수 있으니 굉장히 신난 것 같다.
초 : (……) 그런데 사실 정말 나쁜 놈들이다. NPG(nature publishing group)가 과학계의 삼성 같은 놈이다. 온라인 저널 구독료를 각 대학에 도서관에 청구하는데, 스탠퍼드 같은 부자대학도 NPG를 비롯한 온라인 저널 구독료에 도서관 예산의 절반 이상을 쓴다. 이게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게… 연구자들이 논문 실을 때 연구비는 다 세금이다. 그런데 네이처는 연구자가 논문을 싣는데도 돈을 받고, 읽는데도 돈을 받는다. 브랜드 하나 만들고 공으로 먹는 거다. 게다가…

리 : 게다가?
초 : 게다가 정말 악랄하게, 자매지를 엄청나게 많이 만들어놨다. 네이처 본지가 갑이고,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 네이처 셀 바이올로지(nature cell biology) 등 홈페이지 가면 저널이 100개가 넘는다. 그야말로 삼성 별거 아닌 대기업 문어발식 확장이다. 구독료가 엄청나게 높아서 항의서한도 보내고, 서명운동도 했지만, 권력이 네이처에 있으니 꿈쩍도 안 한다. 네이처와 양대산맥에 있는 엘스비어도 마찬가지다. 왜 국민 세금으로 한 연구를 독점해서 폐쇄적으로 운영하냐?

리 : 이에 대한 대응은 없는가?
초 : 그래서 플로스(PLoS; Public Library of Science)라는 과학 공공 도서관이 여기서 생겨났다. 과학의 연구 결과는 모두 공개돼야 한다는 거다. 서양이 아무리 자본주의 종속돼도 이런 과학 정신이 살아있다. 플로스를 만든 사람들이 노벨상 수상자들이다. 모든 논문은 공개되고 공짜로 온라인에서 볼 수 있게 하려는, 과학자들의 아나키스트 정신, 카피레프트 전통이다.

PLoS의 상징 PLoS tree

리 : 그러는 당신은 왜 네이처에 기고했냐 -_-…
초 : 나는 아직 갑이 아니다.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고, 교수도 실으라 하고, 같이 연구한 사람들도 있고… 그래도 혹시나 교수가 돼서 갑이 되면 다 플로스에 실을 거다. 이런 게 과학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진보 운동, 삶의 운동, 생활 속 정치다. 과학자들이 정치한다고 그러면 거대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런 거 해야 한다. 국회의원 배출이 아닌, 네이처 독점과 부당한 처사에 대한 투쟁이 먼저다. 그게 정치다. 자기 주변 밀접 관련에 대한 정당한 어떤 정의를 요구하는 게 정치인데, 왜 정치를 이야기하면 특별한 계층이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런 게 아니다. 생활정치라는 게 있는 거다.

리 : 결론은 비겁한 자기변명이다.
초 : ……

9. 잡소리

리 : 여담으로 많은 주변인들이 제발 결혼해서 트위터에서 찌질거리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반대로 떡밥 좋아하는 이들은 결혼하지 않고 이대로 살기를 바라는데 어쩔 셈인가?
초 : 두 진영이 토론을 벌이도록 주선해봐라. 토론에서 이기는 쪽의 결정을 따르련다. 물론 나는 청렴하고 결백하며 뼛속까지 청순하다.

리 : 아, 그리고 사이언스타임즈에서는 왜 잘렸나?
초 : 자꾸 과학 칼럼에 빨갱이 정치 이야기한다고 쓰지 말라고 했다.

리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 : 신발(…)

리 : 예전 트위터를 관둔 게 아버지에게 걸려서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인가?
초 : 음모론 좋아하냐?

리 : 음모론을 싫어하는 당신은 왜 나꼼수 빠가 됐나?
초 : 속 시원하잖아. 신발! 국민들이 괜히 공감하는 게 아니야!

리 : 과학을 이해하기 위해 좋은 논문과 책을 소개해봐라, 테크트리로 소개하면 더 좋다. 트위터나 블로그 추천도 좋다.
초 : 이런 질문 싫어한다. 과학이 얼마나 다양하고 방대한데 그걸 책과 논문 몇 개로 알려고 드냐? 과학을 머리로 알고 싶은 건지 몸으로 알고 싶은 것인지에 따라서도 공부법은 다르다. 머리로 과학을 이해하는 시늉이라도 하고 싶은 사람들은 ‘과학을 여행하고 싶은 인문학도를 위한 안내서’라는 내 글을 추천한다. 혹시라도 진심으로 과학을 이해하고 싶은 것이라면 주변의 실험실에 한 1년쯤 무료봉사 나가보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다들 공부가 머리로만 하는 줄 아는지라, 이런 건 다들 안 하려고 하겠지만.

리 : 시건방지기 짝이 없는 당신이 착한왕에게는 유독 굽신거린다. 몇 년간 세미나를 한 것으로 아는데 대체 어떤 작업을 한 건가?
초 : 거의 매주 나는 포항에서 부산으로, 착한왕님은 진주에서 부산으로 와서 ‘생리학사’ 세미나를 했다. 닥치는 대로 읽어나갔었는데, 그때 꽤 많은 공부가 됐다. 생리학사 재미있다. 이거 공부하려면 고전역학부터 화학사까지 다 공부해야 한다. 심지어 아리스토텔레스도 읽고 그랬었다. 물론 칸트니 헤겔이니 마르크스니 다 등장한다. 생리학사는 내 사정이 좀 나아지고, 왕님 사정도 좀 나아지면 둘이 모여서 죽기 전에 정리할 거다. 양키들이 보지 못하는 과학의 다양성이 존재한다. 쿤이고 포퍼고 나발이고 자기들 역사라고 과학을 너무 막 대하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동양인인 우리가 더 정확하게 지도를 그려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리 :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봐라.
초 : 리승환 수령에게 여친이 있다는 사실만큼 과학적으로 진기한 일도 없다. 피 뽑아서 보내봐라. 유전자 검사 좀 해보자.

리 : 마침 인터뷰 발행 시점에 헤어졌다. 모두 당신의 저주 때문이다.
초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 : 신발(…)
초 : ……

필자 주 : ‘리수령 인터뷰 5(하): 초파리 박사의 네이처 논문으로 보는 과학적 검증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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