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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nn.anya, The “Library” (CC BY SA)

일반적으로 따옴표는 직접 인용 부호라고 배운다. 즉 따옴표를 친다는 것은 그 속에 담긴 단어들이 문장을 쓰는 이가 하는 말이 아니라, 문장에 등장한 어떤 이의 말을 그대로 옮겨 적는다는 의미다. 즉 자신의 시각을 살짝 접어두고 있는 그대로 전한다는 뉘앙스가 담기는데, 2차 소스로서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주 업무를 이루는 언론보도에 있어서 널리 활용되는 것이 당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만큼 엉뚱하게 남용되기도 매우 쉬워서, 단지 훈련이 덜 되어 나오는 실수든 악의적 왜곡이든 다양한 방식으로 실제를 비틀어내기도 한다.

우선, 기사의 제목이 따옴표로 되어 있으면 거의 확실하게 왜곡이다. 제목이라는 것은 제한된 글자 수로 기사의 핵심을 드러내는 부분인데, 필연적으로 요약이 들어간다. 그리고 요약은 글을 쓴 기자가 이해한 내용과 이야기하고 싶은 바에 따라서 주관이 들어가지 않을 방도가 없다. 즉 따옴표 속에 담긴 내용이 원래 발언 그대로를 나타낸다는 애초의 전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매우 적다. 원래 발언에 담겨있었을 조심스러운 제한조건과 뉘앙스는 날아가고 그저 특정한 방향으로 과장되게 재해석된 캐리커처만이 남는다. 그럼에도 독자에게는 마치 해당자의 발언을 정말로 들은 듯 가짜 사실감을 준다. 그런 자극적 생생함이 있는 만큼 기자들도 독자들도 유혹을 느낄 법하지만, 역시 피해야할 저급한 기사 작성 방식이다.

TheGiantVermin,”Sound Bites”(CC BY SA)

정도는 덜하지만, 기사 속에 담긴 따옴표 역시 좀 더 조심해서 읽어둘 필요가 있다. 모든 발언에는 맥락이 있기 마련인데, 맥락을 자세히 설명하거나 온라인의 경우 원문을 링크해주기보다는 그저 가장 뚜렷하고 자극적인 부분만 뽑아 거두절미로 제시하는 소위 ‘사운드 바이트’(sound bite)가 흔하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 발언의 뉘앙스와 잘 맞아떨어지는 잘 된 요약일 수도 있다. 하지만 파편들을 특정한 의도로 잘 배치하면 원래 발언과 정반대의 내용을 만들어내는 것은 일도 아닌 만큼, 왜곡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특정인들의 발언 자체가 소비재가 되는 연예 저널리즘과 정치 저널리즘에서 이런 현상이 가장 심하고, 수구든 보수든 진보든 정파적 의도가 뚜렷할수록 이런 기법을 동원하고 싶은 유혹이 강하다.

범람하는 따옴표들의 함정을 어떻게 피해가며 뉴스를 읽을 것인가. 첫째, 제목에 따옴표가 들어간 기사는 우선 경계하라. 따옴표 속의 말이 원래 발언과 아마도 다른 것은 물론, 그런 식으로 마음 급하게 독자의 시선을 끌고 자신의 의도대로 몰아가고 싶다는 기사 작성자의 강박을 드러내는 것이니 말이다. 둘째, 제목과 본문에서 따옴표 속 내용을 이야기하는 주어가 누군지 머릿속에 계속 따지면서 읽어야 한다. 기사에서, 특히 제목에서 종종 생략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셋째, 따옴표 속에 있더라도 인용은 어차피 기자의 손을 거쳤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냥 직접인용 따위는 애초부터 존재하기 힘드니까 그저 약간 박진감을 살린 간접인용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속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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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1. 요즘 들었던 고민은 해결해주는 글이네요.
    그리고 댓글에 있는 블로그는 왠지 자폭느낌의 댓글
    하민혁이라는 분 홍세화씨랑 비슷한 느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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