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특정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되는 경우 우리는 보통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 첫 번째 반응, 마냥 해당 콘텐츠의 매력에 빠진다.
- 두 번째 반응, 어떻게 동영상 하나가 18시간이 지나지 않아 2백만 방문자를, 48시간 만에 2천만 방문자를 부를 수 있을까 스스로 반문한다.
질문의 답은 명확하다. 이 동영상은 광고다!
그렇다. 최근 낯선 사람 20명과의 첫 키스를 멋지게 영상으로 담은 “첫 키스(First Kiss)”가 위 질문의 주인공이다.

2013년 전 세계에 번진 할렘 셰이크 밈(meme) 현상을 기억해 보자. 이용자들이 처음부터 할렘 셰이크에 따라 춤을 추는 동영상을 제작한 것이 아니다. 전문 마케팅 회사가 연출한 동영상이 다수 제작되었고, 이 동영상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인기를 끌었다. 그 이후 전 세계 이용자의 자발적 모방 동영상이 유튜브를 가득 메운다. (관련 기사: 쿼츠 – 당신이 할렘 셰이크를 히트 바이럴로 만든 게 아니다. 마케팅 회사가 한 것이다.)
이번 “첫 키스”를 영화감독 타티아 필리에바(Tatia Pllieva)에 주문한 회사는 의류브랜드 렌(Wren)이다. 첫 키스 동영상에서 가장 처음 등장하는 “Wren presents” 컷은 이 동영상이 광고임을 – 다소 투박하지만 –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슬레이트의 보도로는, 첫 키스 동영상에 등장하는 스무 명의 ‘낯선 커플’은 사실 전혀 낯선 사이가 아니다. 20명 모두 나름 유명한 모델들이다!
타티아 필리에바는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지금까지 단 한 개의 동영상을 올렸다. 그 한 개가 바로 “첫 키스”다. 그렇다면 타티아 스스로 바이럴을 만들어 낼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럼 누가 그녀를 도왔을까? 그 조력자는 고커(Gawker)다. 고커의 포스트가 첫 키스(First Kiss)를 자신들의 독자에게 가장 먼저 소개한다. 이와 더불어 고커 블로거들의 페이스북, 트위터에서 첫 키스는 매우 조직적으로 전파된다.
그 이후 영상 자체의 매력으로 첫 키스는 빠르게 전 세계 이용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멋진 마케팅 작품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박수를 보낸다! (참고로 고커 측은 글을 업데이트함으로서 이게 마케팅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런데 문제는 기자들이다. “첫 키스”를 보도하는 대부분의 언론사(한국뿐 아니라 미국 포함)는 이 광고를 마치 비상업적인 예술 작품인양 혹은 이 사람들이 정말 키스만 하라고 해서 한 것처럼 소개하고 있다.
바야흐로 언론사가 별 생각없이 광고를 확산하는 도구로 이용되는 시대, 언론사가 광고사가 원하는 스토리를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해 주는 시대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