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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수 칼럼] ‘광주 응급실 뺑뺑이’ 기사는 사실과 다르다. 무엇이 환자를 위한 길인가. 처음 도착한 병원에서 6시간을 기다리는 것인가. 한두 시간 ‘뺑뺑이’ 돌더라도 병원을 찾는 것인가.

“이날 광주 지역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는 접합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없거나 휴무인 탓에 이 환자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 다수 언론에서 발췌 인용

응급실이 이슈이긴 한가보다. 절단환자를 수용하지 못한 뒤, 불과 3시간 만에 기사가 떴으니까. 그 시간이면 아직 접합수술이 끝나지도 않았을 텐데.

뭐가 이리 급한 걸까? 특보 전쟁인가? 응급실에 프락치가 숨어있나? 구급차로 이동하는 환자마다 기자들이 붙는 건가? 대체 어디서 이런 뉴스를 실시간으로 구하는 걸까?

덕분에 어제저녁에 또 심신이 시달렸다. 명절연휴 응급실 이용을 자제하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더니, 의료진이 기사 대응에 바빠서 환자 볼 여력이 없을 거란걸 예상했나 보다.

광주 응급실 기사, 사실과 다르다


기사에는 광주에 접합수술 가능한 의사가 없다고 나오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전남대병원 수지 접합은 주로 성형외과에서 담당하는데, 사건 당시 2인의 성형외과 전문의가 근무하고 있었다. 1인은 응급실에 먼저 내원한 다른 환자의 수술에 들어가 있었으며, 다른 1인은 쉬지 않고 안면 봉합 중이었는데 대기 중인 열상 환자만 다섯이었다. 즉, 접합수술 가능한 의사가 없는 게 아니고, 그 의사들이 바빠서 절단 환자를 수용하지 못한 것이다. 안면열상 환자를 미루고 절단 환자를 치료하면 좋겠지만, 세상일이 그렇게 쉽지 않다.

첫째, 수술은 집도 의사 1명이 맡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수술방, 마취과, 간호사, 보조 인력, 장비 등이 모두 가용해야 수술이 이뤄질 수 있다. 준비된 수술 자원은 먼저 들어 온 환자가 이미 사용 중인 상태였다.

둘째, 봉합이 진행 중에도 대기 환자는 실시간으로 늘고 있었는데, 그들을 밤새워 응급실에 앉혀두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환자들도 수용할 수 없을 테고. 그러면 또 다른 형태의 응급실 뺑뺑이 뉴스가 생산됐을 테니.

물론 수술 자원을 미리 충분히 확보해 두면 된다, 하나가 아니라 둘셋을. 그러려면 대기 자원에 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절단 등 수술 환자가 광주 전∙남북에 하루에 몇 건 생기지 않는다. 하필 2개의 케이스가 겹친 게 문제인데, 그걸 해결하고자 대기 자원을 만들면 대부분 시간에 낭비가 된다. 물론 나는 그런 세상을 원한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돈을 더 지원한다면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두 팔 벌려 환영이다.

무엇이 환자를 위한 길인가?


뉴스 속 손가락 절단 환자는 얼마든지 우리 응급실에 수용할 수 있었다. 먼저 온 환자의 수술이 끝날 때까지 대기시키면 된다. 대충 6시간쯤 기다렸다면 전남대병원에서 수술받았을 텐데, 그랬으면 누구도 불만 없이 사건이 종결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이 정의로운가?

전북으로 1시간 이동했다면, 환자는 수술까지 5시간을 아낀 셈이다.
무엇이 진정 환자를 위한 길인가?

착한 뺑뺑이, 환자 위한 선의와 최선이라면!


응급실은 다양한 이유로 환자를 수용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 사회는 그 모든 상황을 뭉뚱그려 ‘응급실 뺑뺑이’라고 낙인찍는다. 어떤 경우에는 그게 자신의 목줄을 조인다는 것도 모르는 채.

예전엔 어땠나? 119가 연락 없이 환자를 전부 응급실에 두고 갔다. 그 시절이었다면 절단 환자는 전남대병원에서 꼼짝없이 6시간을 허투루 소모했을 것이다. 가장 빨리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느라 시간을 썼다. 이것이 응급실 뺑뺑이라면 그건 착한 뺑뺑이다. 환자를 위한 선의다. 당연히 더욱 장려되어야 할 뺑뺑이다.

나는 응급실 뺑뺑이가 무엇을 말하는지 안다. 당연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에 공감한다. 하지만 응급실의 모든 수용 불가가 곧 응급실 뺑뺑이는 아니다. 그리고 복잡한 현실 속에서 그걸 명확히 나누는 건 쉽지 않다. 다각도로 살펴야 가능하다. 단 3시간 만에 그걸 구분하는 건 불가능하기에, 따라서 그 기사는 무책임하다.

응급실 뺑뺑이가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손쉬운 낙인찍기가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을 수도 있다.

사실 확인 없는 무책임한 기사, 그 출처는?


명절을 대비해 근무 인력을 충원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도 1인 더 많은 3명이 근무 중이었고, 성형외과 전문의도 기존 1인에서 1명이 더 도와주러 와서 당시 2명이 근무 중이었다. 이 나라의 대다수 국민이 명절 연휴를 만끽하고 있던 시간에, 자기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던 이들이다. 그런 이들에게 환자를 거부했다는 덤터기를 씌우는 게 옳은 일인가?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도 않은 기사들로 근무자들의 명예가 실추되었다. 열심히 일하던 사람들이 손가락질받고 그 결과 추궁당하고 있다. 이들의 억울함은 누가 풀어주고 누가 보상해 주나?

다른 기사를 보면 기사의 소스는 아무래도 소방인 듯 하다:

“광주소방본부는 15일 오후 1시31분쯤 광주 광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50대 남성 A 씨가 ‘문틈에 끼어 손가락이 절단됐다’고 신고했다고 밝혔다. 현장으로 출동한 119구급대는 문틈에 끼어 잘린 A 씨의 오른손 검지를 응급처치한 후 전남대·조선대병원과 서구 소재 종합병원 1곳, 동구 소재 정형외과 수지 접합 수술 전문병원 1곳 등 의료기관 4곳에 이송을 문의했다. 전문병원은 의료진 명절 휴무 등을 이유로 입원이 어렵다고 답했다. 상급종합병원인 두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모두 각기 의료진 휴무 또는 전문 의료진 부재 등을 이유로 A 씨의 이송을 받지 않았다.”

경향신문(조형국), 응급실 4곳 “못 받아” 잘린 손가락 들고 발 동동, 100㎞ 밖 병원 2시간 만에, 2024.09.15. 중에서

소방이 응급실 불수용 환자 기사를 쏟아낸 시기가 있다. 심지어는 응급실 의사들을 살인마라고 적시했다. 그 언론을 등에 업고 정부는 의사 2천 명 증원을 발표했다.

나는 일반인이 자신의 피해를 제보해서 기사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당장 나부터도 내 억울함을 기사로 내고 싶을 때, 어디로 어떻게 접촉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그 기사들의 주 출처가 소방이라고 추정한다. 대부분 사건 발생 후 너무 빨리 기사가 나오기 때문이다. 심지어 각종 언론 매체에 동시다발적으로. 평소 연락하는 출입 기자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언론의 절제, ‘소방’의 동료의식


매일 같이 쏟아져 내리던 응급실 뺑뺑이 뉴스는 한동안 차갑게 식었다. 정부가 의사 증원을 발표한 이후다. 정부 정책에 따른 의료 부담을 기사화하는 데 부담을 느꼈던 걸까? 정부가 공무원 조직에 대한 장악력을 발휘한 걸까? 지난 6개월 현장은 초토화되었으나 뉴스는 놀라울 정도로 조용했다.

응급실이 이슈가 된 건 최근이다. 다시 소방이 활동을 시작한 듯 하다. 소방노조가 못 참고 일어난 건지, 아니면 정부의 공무원 조직력이 떨어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얼마 전 길 건너의 조선대병원이 쓸려나갔다. 심정지 환자를 받지 않았단 이유로 뭇매를 맞았다. 조선대를 건너뛰고 전남대로 이송했을 때의 시간 차이는 불과 1~2분에 불과한데. 그때도 뉴스는 정말 전광석화처럼 실렸다. 사건 발생 후 1~2시간도 지나지 않았던 기억이다.

기자들이 119상황실에 죽치고 있는 건지, 개별 대원들이 저마다 아는 기자들에게 제보하는 건지, 소방 조직 차원에서 여론전을 벌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좀 자제했으면 좋겠다. 국민의 알 권리도 중요하고 소방의 분노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 노고를 모르는 바도 아니다.

하지만 동료의식을 지켰으면 한다. 구급대와 응급실은 가장 밀접하게 함께 일하는 동료여야 한다. 그래야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를 제공할 수 있다.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사이에서, 환자를 인계하는 게 가능한가?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사이에서 환자 상태를 논의하는 게 가능한가? 수용하는 게 가능하겠는가?

의료진과 구급대원 사이에도 ‘라뽀’가 필요하다


의사들은 최소한 환자 이송을 볼모로 구급대를 욕하는 기사들은 안 낸다. 의사와 환자 간에만 라뽀가 있는 게 아니다. 의료진과 구급대원들 사이에도 라뽀(rapport)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모든 부당함에 침묵하란 얘기는 아니다. 최소한 사건의 전후 관계와 제반 사항은 확인하고, 일을 진행해 달란 주문이다.

의료기관을 탓하기 전에, 해당 지자체나 해당 의료기관에 상황을 문의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은가. 아니 그게 기본 상식 아닐까? 의료기관을 예비 범죄자로 여겨서 사전 논의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

환자 이송에 직접 참여하는 구급대원들에게도 지금 소방의 행동은 그다지 도움이 될 거 같지 않다. 현재 응급실 일선 근무자 중 구급대원을 동료로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수틀리면 뒤통수쳐서 기사를 낼 사람들이란 의심이 드니까.

솔직히 선을 많이 넘었다고 생각한다.
가야 할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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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전남대 병원에서 해당일 성형외과 의사가 2명이 근무했던 것은 고무적인 일이나, 본인께서 직접 구급대원의 문의에 응대한것이 아니라면 해당 병원에서 어떻게 응대하였는지 확인해봐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타 병원에는 의사가 없거나 휴무라고 응대하였을 확률이 높기도 하고요.
    그리고, 근본적인 원인은 의료 인력과 자원의 부족이지 않습니까? 이러한 뺑뺑이 상황에 착하다니요.. 환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떤 환자는 구급차를 타고 기약없이 돌아다니는 것 보다, 최소한의 조치라도 받고 응급실에서 대기하는것을 선호할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돌아다닌 시간은 한시간이고, 대기하였으면 여섯시간이었지만 손가락인 잘린 환자를 앞에 두고 달리는 구급차 내에서 미래를 누가 내다볼 수 있습니까? 그리고 그런 시스템은 왜 작동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러한 시스템에 대한 신뢰와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것에 의료계 또한 책임이 적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시고, 이미 깨진 라포 이런 칼럼으로 박살내기보다 라포에 절실하신 본인부터 형성을 위해 노력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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