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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 코레스폰덴트(De Correspondent, 이하 ‘드 코레스’)는 소수의 젊은 기자들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2013년 9월 창립한 네덜란드 언론사다.

드코레스폰덴트 https://decorrespondent.nl/home
드 코레스폰덴트

뉴욕타임스의 네덜란드 버전이라 불리는 NRC 한델스블라드의 아침판 편집장이었던 로브 위즌버그(Rob Wijnberg)와 웹사이트 편집장이었던 에른스트-잔 파우스(Ernst-Jan Pfauth)를 비롯한 네 명의 네덜란드 기자는 2013년 초 ‘저널리즘의 혁신’을 주창하며 새로운 뉴스 프로젝트인 드 코레스의 운영 기금과 정기구독자를 모으기 위해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은 8일 만에 1만 5,000명의 유료 구독자와 100만 유로 이상의 자금을 모았다.

이미 스타 저널리스트였던 이들은 이 새로운 매체가 그 어떤 매체보다 더 독립적일 것이라는 믿음을 부여하는 데 성공했고, 창립 당시 170만 유로의 기금과 2만 6,000여 명에 이르는 정기구독자(1년에 60유로)를 모집했다. 그리고 최근, 유료독자가 4만 2,500여 명으로 늘었다. 창간한 지 2년 만에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드 코레스의 성공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최근 런던에서 열린 ‘디지털 미디어 전략’ 컨퍼런스에서 에른스트-잔 파우스와 로브 위즌버그가 발표한 내용과 이들에 대한 인터뷰 기사 등을 토대로 드 코레스의 성공 비결과 그 의미를 정리했다.

‘뉴스에 대한 해독제’

기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 24명의 구성원과 각 분야 전문가인 외부 필진이 합류한 드 코레스는 유료 독자 42,479명으로 증가했다(2015년 11월 기준).

뉴스의 가치를 생산 속도가 아닌 깊이로 정의하며 스스로 퀄리티 저널리즘 플랫폼이라 규정하는 드 코레스의 슬로건은 “뉴스에 대한 해독제”다. 이들은 기존 매체들이 전하는 뉴스는 세상을 이해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차라리 보지 않는 편이 낫다고 주장한다.

드 코레스폰덴트 위즌버그(초상)는 이렇게 말한다.

“뉴스는 언제나 세상에서 일어난 예외적인 것들을 들려준다. 정치 생활을 접은 정치인이나 파산한 은행과 같은. 그러나 그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원인, 그 규칙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처럼 새로운 뉴스를 제공하는 드 코레스는 광고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웹 기반 뉴스 사이트로 특종을 쫓는다거나 정기적인 속보를 발행하지 않으면서 뉴스의 새로운 프레임과 모델을 제안한다.

이른바 ‘롱 폼 저널리즘(Long Form Journalism)’을[footnote]’롱 폼 저널리즘’은 일반적으로 기사와 단편 소설 중간 정도 길이의 분량이 긴 저널리즘을 통칭한다. 종종 내러티브 저널리즘, 뉴뉴 저널리즘(New New Journalism), 슬로우 저널리즘(Slow Journalism), 해설 저널리즘 등 다양한 형태를 띤다.[/footnote] 구현하는 드 코레스는 언뜻 보기에는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우리 사회를 변화하게 하는, 독자들을 둘러싼 일상의 일들에 초점을 맞춘다. 이에 대한 독자의 반응은 뜨겁다.

예를 들어 조회 수가 가장 높았던 기사 중 하나는 복지제도가 사람을 게으르게 한다는 주장이 잘못됐다는 것을 과학이 밝혀냈다는 내용의 “왜 우리는 무상으로 금전을 지원해야 하나”라는 제목의 기사로 무려 4,000단어가 넘는 긴 기사였다. 이러한 현상은 독자의 삶과 직접 연관되어 독자들에게 흥미를 부여하는 양질의 기사라면 길이는 상관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드 코레스폰텐트

다른 유럽 국가들처럼 네덜란드 역시 언론, 특히 광고에 기대는 상업 언론 모델을 채택한 종합일간지들은 답보 상태다. 이들은 혁신을 두려워하고 있고, 대부분 뉴스 사이트는 클릭을 유도하는 상업적 콘텐츠나 속보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질 높은 뉴스를 전달하는 뉴스 사이트가 부재한 미디어 환경에서 드 코레스는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대부분 언론사가 비슷비슷한 뉴스를 생산하는 상황에서 상업성 혹은 시의성을 중시하는 정보, 인위적인 뉴스 취급을 거부하며 “뉴스라는 신기루를 좇아가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심층보도를 중시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새로운 뉴스 분류

Henry_ford_1919‘자동차 왕’ 헨리 포드(사진)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내가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봤다면, 그들은 ‘더 빠른 말’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로브 위즌버그는 포드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는 저널리즘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널리즘의 미래를 위해서는 독자가 원하는 것, 그 이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드 코레스의 새로운 시도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저널리스트들은 모두 어느 한 분야(테크놀로지, 세계분쟁, 이민, 금융, 불평등, 문화 등)의 전문가들이며, 이들은 자신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어떤 주제라도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다.

이들은 기사 작성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며, 기사 대부분은 오래도록 읽을 가치가 있는 ‘에버그린 콘텐츠’다. 예를 들어, 2년 전 ‘분쟁과 개발’ 전문 저널리스트가 네팔을 방문해 이 나라가 어떻게 지진에 대처하는지에 관한 주제로 시리즈 기사를 작성한 적이 있다.

이처럼 건강이나 교육, 과학, 경제 같은 전통적인 뉴스 주제뿐 아니라, 여론 조사나 데이터 해독 등의 틈새 주제를 파고든다. 아울러 전통적인 뉴스 카테고리 분류가 의미 없음을 주장하면서 에너지, 사회 결속, 개인정보, 미래 비즈니스 등 새로운 뉴스 분류를 시도하고 있다.

독자와의 대화

양질의 정보를 위해 드 코레스가 선택한 가장 중요한 전략은 바로 독자와의 대화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사이트 운영자들에 의하면 모든 독자는 무언가에 대해 전문가들이다.

드 코레스폰덴트 에른스트-잔 파우스(초상)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저널리즘의 구현 과정에서 부딪치는 문제 중 하나는 우리가 우리의 독자를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많은 매체들은 독자와의 상호 작용이나 독자들의 코멘트를 원하는 것에 멈춘다. 그러나 독자들은 잠재적인 전문가들이고 취재원이다.”

그러므로 이들은 독자들과의 대화를 장려하는 ‘대화 리더’로서의 저널리스트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독자의 코멘트 역시 ‘기여(contribution)’라고 지칭한다. 디지털 저널리즘 시대에도 ‘기술’보다는 ‘자세’가 더 중요하므로, 어떤 용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도 독자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직 구독자만이 ‘기여’에 참여할 수 있으며 기여는 실명으로 이루어진다. 기자는 독자들에게 좀 더 알고 싶은 정보나 의견 등을 요청하고 이를 취재에 활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전문가인 독자들이 댓글을 통해 의견을 개진한 경우, 그들을 게스트 에디터로 초청해 원고를 부탁하기도 하고, 또한 기사가 실린 이후에는 기자와 독자들이 해당 기사를 작성하게 된 배경, 사건을 다룬 방식에 관해 질의응답을 진행한 후 그중 좋은 질문들을 선택해서 이 대화 내용을 제공하기도 한다.

저널리스트가 바로 플랫폼

드 코레스 창립자들에게는 ‘뉴스를 전달하는 이’가 전달되는 뉴스만큼 중요하다. 각각의 저널리스트들은 그들 자체가 또 하나의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드 코레스에는 저널리스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다.

드 코레스폰덴트

예를 들어, 형식적인 뉴스레터가 아닌 보다 친근한 뉴스레터를 작성해 이메일로 전송하기도 한다. 이러한 뉴스레터는 ‘기자 수첩’에 쓰일만한 내용, 가령 자신이 선택한 기사 주제, 기사를 쓰게 된 과정, 그 과정 속에서 발견할 것들, 그것이 제기하는 문제들 등 다양한 이야기를 동시에 들려준다.

이러한 커뮤니티는 저널리스트와 독자 사이의 크라우드소싱 저널리즘을 가능하게 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얼마 전, 드 코레스의 경제전문 저널리스트가 과학적 조사들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에 대해 사이트와 소셜미디어에 포스팅하면서 독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바 있다. 이러한 요구에 2만 명 이상의 독자들이 자신들의 전문 분야와 관련된 조언과 더불어 응답을 해왔다.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을 통해 창립되었다는 사실이 이 매체로 하여금 진정한 플랫폼으로서의 저널리스트의 역할을 보증해주고 있다. 에른스트-잔 파우스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매체에는 투자자도 광고도 없다. 만약 광고에 기대게 되면 독자들은 광고를 위한 대상이 되고 만다. 우리는 이럴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독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

투명성과 관계 강화 그리고 신뢰 구축

독자의 자발적인 기여를 위해 드 코레스는 저널리스트와 독자와의 개별적인 관계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아울러, “저널리스트들이 하는 일들을 모두 보여주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마케팅 전략”이라고 말할 정도로 투명성을 중시한다.

전통적인 신문이나 매거진, 웹사이트는 기사가 완성된 이후에 독자들을 만나는 방식이지만, 드 코레스에서 그런 일은 없다고 에른스트-잔 파우스는 단언한다.

“우리는 늘 독자들에게 앞으로 발행될 기사에 대해 알려준다. 만일 저널리스트가 관련 주제를 이제 찾기 시작했을 뿐이라고 해도 그는 언제나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가령, 그들이 그 주제에 대해 관심이 있는지 묻는다거나 하면서 말이다”.

파우스는 바로 그것이 드 코레스가 더 나은 저널리즘을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덧붙인다. 이처럼 신뢰를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퀄리티 저널리즘은 누군가에 의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유료 독자의 권한 

유료 독자가 되면 어떤 혜택을 누리가 될까?

당연히 유료 독자들은 모든 기사에 접근할 수 있지만, 일반 독자는 접근이 제한된다. 대신 유료 독자는 자신이 구입한 기사를 일반 독자들과도 공유할 권리를 가진다. 이런 방식으로 공유된 기사는 “이 기사는 OOO에 의해 전달된 기사임”이라고 표기되며 무료 접근이 가능하다.

또한, 우연히 사이트에 들른 독자들에게 이메일 주소를 남길 것을 요청하고, 그 대가로 일주일에 한 개의 기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기사 공유는 드 코레스가 유료독자들을 유입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드 코레스폰덴트

드 코레스의 실험은 계속 중 

수익 상당 부분을 ‘좋은 저널리즘’의 구현을 위해 투자하는 드 코레스는 특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 나서지는 않지만, 기사 유료화 이외의 수익모델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예컨대, 필진의 작업에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이들이 자신이 속한 전문가들의 컨퍼런스나 다른 이벤트에서 하는 이야기들, 혹은 이들의 기사 등을 책이나 e-북으로 엮어 출판하고 있다. 또한, 몇몇 기사들은 영어로 번역해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더욱 확대해 독자층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창간한 지 2년, 드 코레스의 실험은 여전히 계속 중이다. 창간 당시, 네덜란드 매체 대다수는 ‘새로운 것을 만들겠다고? 아마 전혀 새롭지 않을 걸?’이라며 드 코레스를 비웃었지만, 드 코레스의 독자층은 점점 두터워지고 있다.

기존 뉴스 매체들이 전하는 피상적인 정보에서 벗어나 보다 가치 있는 정보, 독자들이 원하는 것 그 이상을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이 젊은 뉴스 사이트의 성공이 혁신을 통해 퀄리티 저널리즘을 구현하고자 하는 많은 매체에 희망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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