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box type=”note”]

리수령 인터뷰는 리승환 특유의 직설적인 질문과 거침없는 파격으로 다양한 전문가/관계자와 함께 현상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칩니다. 최근 고교 교과서에서 진화론 설명과 관련한 시조(始祖)새 삭제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김우재는 이 논란을 일축합니다. 그 대신 사회의 모순이 그대로 이식된 한국 과학계의 구조적 문제에 주목합니다. 미국 UCSF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있는 초파리 박사 김우재에게 한국 과학계의 문제점과 대안, 그리고 과학을 한다는 것의 의미를 들어봤습니다. (편집자)

리수령 인터뷰 5(상): 자본에 지배당한 과학계, 황우석은 필연이다
리수령 인터뷰 5(중): 진보와 과학의 만남, 박정희 프레임을 넘어야 한다
리수령 인터뷰 5(하): 초파리 박사의 네이처 논문으로 보는 과학적 검증 과정

[/box]

[box id=”tip” head=”인터뷰어/인터뷰이 소개”]

Q. 리승환 : 8년 차 블로거, 4년 차 직장인. 주색잡기와 음주가무에 빠져, 빛의 세계를 보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쓸쓸한 주변인. 디지털 한량을 지향하고, 통칭 웹에서는 ‘리승환 수령’으로 불리고 있음. 블로그 현실창조공간을 운영 중. 트위터는 @nudemodel, 페이스북은 /angryswan

A. 김우재(초파리 박사) : 키 크고 학벌 좋고 인물 좋은 3박자를 가지고 있는 남자. 하지만 포닥(박사 후 연구원) 비정규직인 관계로 여자가 있을 리 없다. 최근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논문을 실을 정도로 우수한 과학자이지만, 트위터에서는 찌질이 짓을 하며 안티질을 자초하는지라 실드를 치기도 어려울 만큼 까이고 있다. 지금은 블로그 휴업 중이지만 사이언스타임즈에서 그의 내공을 읽을 수 있다. 트위터는 @RevoltScience

[/box]

10. 트위터 찌질이,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논문을 싣다!

리 : 당신 논문 이야기나 해 봐라.
초 : 내 논문 얼마나 재밌는데 이제야 이야기를 꺼내냐, 신발…

리 : 참으로 강렬한 서두다(…)
초 : 내 논문의 주제는 초파리의 섹스시간에 관련된 거다. 초파리가 섹스를 20분 정도 한다.

리 : 신발, 나보다 오래 하네-_-…
초 : 그렇다. 이놈들이 덩치는 작지만, 사람보다 오래 한다(…). 그런데 신기한 건 다른 수컷들이랑 4~5일 같이 자란 수컷들(사람으로 따지면 20대)이, 혼자 자란 수컷들보다 섹스 시간이 길다. 혼자 자란 놈들은 20분 밖에(…) 못 하는데, 수컷끼리 같이 자란 놈들은 5분 이상 오래 한다.

밤일만큼은 인간보다 우월한 초파리
출처: T. Chapman, PLoS Biology “A Drosophila melanogaster couple mating.”

리 : 암컷 초파리가 느끼는 섹스의 만족도는 차이가 있는가?
초 : 몰라, 신발… -_- 내가 초파리랑 말이 통하면 노벨상을 넘어서 과학의 신이 되겠지(…). 어쨌든 이 사실을 내가 처음 발견한 건 아니다. 2008년 영국 진화생물학자들이 진화적 관점에서 연구하다가 밝혀낸 사실을 영국왕립학회의 저널에 실었다. 생물학은 크게 자연사 전통과 생리학 전통으로 나뉜다. 말이 같은 생물학자지, 완전히 다른 전통이다. 자연사를 연구하는 사람은 역사, 진화, 생태 등 대단하고 큰 것을 연구한다. 반대로 생리학 전통 사람들은 주로 당뇨병, 세포, DNA 등 안으로 파고 들어간다. 전통이 완전히 다르다. 자세한 건 이 글을 참조해라.

리 : 진화생물학자들도 초파리를 연구한다니, 신기하군.
초 : 관점이 달라서 그렇지, 진화생물학 하는 사람도 초파리를 연구한다. 토마스 헌트 모건은 다윈에 미친 인간이지만 오히려 기능적이고 미시적인 근접인(근접 원인; proximate cause)들에 관심이 있었다. 반대로 그의 제자 도브잔스키는 진화 등 거대한 궁극인(궁극적인 원인; ultimate cause)에 관심이 있었다. 생리학자들은 매우 쪼잔하다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생리학이 가진 설명력과 진화학의 설명력 차이는 크다. 과학은 발전할수록, 설명영역이 좁아지고, 설명력이 커진다. 진화는 반대로 설명영역은 넓어지지만, 설명력이 줄어든다. 진화 이야기 중에서는 가끔 창조과학한테 할 말이 없다는 생각도 들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소설도 있다.

리 : 둘 중 어느 쪽이 좀 더 나은 연구결과를 보여주고 있는가?
초 : 이 둘 중 어디가 우월하다고는 할 수 없고 상호보완적이다. 그래서 내 연구는 진화생물학자들이 밝혀낸 사실들을, 생물학적으로 검토하는 것이었다. 진화생물학자들의 설명은 라이벌이 있기에 섹스를 오래 해야 초파리의 정자를 통해 나온 알이 생물체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거다. 이런 형질은 적응적 이점이 있고 자연선택됐다고 주장하는 거다. 하지만 그 설명에는 섹스를 오래 하는 궁극인은 진화론적으로 설명되어 있지만, 근접인은 설명이 없다. 왜 같이 자란 놈들과 아닌 놈들의 생리적 차이는 무엇인가? 어떤 유전자가 이 형질을 조절하는가에 대한 연구가 전혀 없다.

리 : 갑자기 막 어려워진다!
초 : 닥쳐! 내가 너를 무식한 일반인이라 생각하고 논문 이해시키는 게 목적이니까 제대로 정리해! 나의 위대한 논문을 썩히지 말란 말이다!

리 : -_-……
초 : 그래서 처음에 그 실험을 재현해봤다. 그 말대로 다른 수컷과 같이 자란 놈들이 섹스를 더 오래 하더라. ‘왜 같이 자란 놈들이 섹스를 오래 할까? 어떠한 자극을 통해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시각일까, 청각일까, 촉각일까?’를 고민하다가 하나씩 자극에 변화를 줘 봤다. 초파리는 유전학적 도구들이 다양하므로 초파리를 장님으로, 귀머거리로 만들 수도 있다. 실험해 보니 장님 초파리는 혼자 자란 애나 같이 자란 애나 섹스 시간이 같았다.

리 : 그래서 “시각 때문이에요! 참 잘했죠?” 라고 논문을 쓴 건가? 요즘 기자 되기 쉽다던데, 과학자도 되기 쉬운 것 같다.
초 : 닥치고… 장님 초파리라고 해도 단순히 눈만 보지 못하는 게 아니라, 이에 따른 여러 사이드 이펙트(side effect; 부작용)들이 있다. 이것 때문에 섹스 시간이 같아질 수도 있으니, 추가로 다양한 실험을 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암실을 활용했다. 그러면 굳이 맹충(…)으로 만들지 않아도, 시각적 자극을 차단할 수 있다. 이번에도 섹스 시간이 똑같았다.

리 : 끝?
초 : 문제는 암실에서 자란 애들은 생체시계 주기 변화가 온다. 시각적 자극의 문제가 아니라, 암실에 놔두면서 생체시계의 주기가 변경되어 나오는 사이드 이팩트 때문이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초파리에게 거울을 보여줬다. 그랬더니 거울을 보고 자란 애들은 혼자 자라도 떡을 더 오래 치더라. 결국, 시각적이란 걸 밝혔다.

리 : 끝?
초 : 그러면 다른 라이벌에게서 오는 시그널이 뭔지에 대해 여러 실험을 했다. 색(color)이 문제인가 해서, 초파리를 키우는 실험실 주위를 온갖 색깔 테이프로 감아봤다. 아무 일도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초파리 중 눈 색깔을 조작해 봤다. 초파리 눈은 뇌보다 커서 나름의 자극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 얼굴로 따지면 눈이 얼굴 상판대기(…)만 하다. 원래는 눈이 빨간색인데 흰색 눈의 돌연변이를 만들었다. 그랬더니 눈이 하얀 수컷 초파리랑 자란 애들은 섹스 시간이 짧았다.

리 : 끝?
초 : 보채지 말고(…) 이걸 또 증명을 확실하게 해야지. 이번에는 수컷 한 마리를 기르는데 그 옆에 OHP 필름 같은 걸로 칸막이를 쳤다. 그 건너편에 수컷들을 키웠다. 이러면 혼자 자란 초파리는 수컷들을 볼 수 있지만, 만지거나 냄새를 못 맡는다. 그럼에도 섹스 시간이 길었다. 다음으로는 수컷 대신 암컷들을 넣어봤다. 암컷도 눈 색이 빨갛기 때문에, 빨간 눈깔이 자극이라면 암이건 수건 이 실험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그런데 암놈만 봐도 섹스 시간이 길었다! 결국, 초파리가 라이벌이라 인식하는 게 아마 눈의 색깔에 따른 자극이라는 일차적 결론을 내렸다.

리 : 끝?
초 : 아니, 이놈이…

리 : (……)
초 : 나같이 위대한 과학자가 시각 자극이 초파리 섹스 시간 자극한다고 끝내면 논문 쓰는 데 몇 년 걸렸겠나? 그렇다면 이를 자극하는 유전자와 신경계는 뭔지 스크리닝(screening. 필자 주: 쉽게 말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걸러내는 과정)을 시작했다. 어떤 유전자가 관련됐는지 알고 싶으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아주 무식한 방법으로 모든 돌연변이 유전자의 변화(mutation)를 가진 돌연변이체(mutant)를 다 실험해 보면 된다.

리 : 정말 무식한 방법이군.
초 : 하지만 난 유능한 과학자이기 때문에 셜록 홈즈가 되는 길을 택했다. 시각 관여하는 유전자 중심으로 범위를 좁혀가며 집중적으로 뒤졌다. 그렇게 찾았더니 생체주기 관여 유전자 타임리스(timeless)와 피리어드(period)가 걸렸다. 타임리스와 피리어드는 사람이 어떻게 24시간 주기로 사는지를 결정하는 유전자로, 초파리에서 사람, 햄스터, 쥐, 식물,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다 보존되어 있다. 24시간 주기를 결정하는 애들이 5분 차이도 결정한다. (편집자 주: 최초로 생물학적 시계의 유전적 요소를 발견한 실험(1971년)은 초파리를 대상으로 했고, 그 유전자를 피리어드 혹은 줄여서 퍼(per)로 명명했다.)

리 : 끝?
초 : 다음으로 어떤 신경계가 관여하고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스크리닝을 했다. 초파리 뇌에 뉴런이 10만 개나 된다. 특별한 뉴런만 작동을 못하게 하는 유전학적 툴을 활용해 찾아보니까, 생체 주기에 관여하는 20개 정도 되는 뉴런, 신경세포만 작동하지 않으면 내가 본 현상이 일어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굉장히 복잡하지만 거칠게 말하면 이렇게 결론을 냈다. 초파리의 섹스시간을 길게 하는 라이벌 인식 자극은 시각에서 오고, 생체주기를 조절하는 신경세포 집단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신경세포에서 초파리의 시각 기억을 조절하는 중추가 되는 두뇌의 부위가 중요하다는 것도 알아냈고, 각각의 부위에 작동하는 유전자도 알아냈다. 몇 년간 엄청 빡세게 실험해서 알아냈다.

리 : 그렇게 끝이로군. 뭔가 상당히 단순하다(…)
초 : 초파리 뇌가 엄청 작으니 복잡하게 시뮬레이션 되지 않는다. 그리고 자연은 원래 복잡한 걸 선호하지 않는다. 단순한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단순하게 간다.

리 : 그래서 당신이 여자만 보면 하악거리고, 트위터만 오면 찌질거리는 거로군.
초 : ……

YouTube 동영상

트위터를 떠난다더니 그새 또 찌질거리고 있는 김우재

리 : 그렇다면 이 사실을 가지고 뭐 할 수 있나? 비아그라 개발에라도 도움을 줄 수 있나?
초 : 그런 거 없다. 그냥 이 사실을 알아낸 게 전부다.

리 : 좀 허망하다?
초 : 원래 과학 논문이라는 게 잘 돼야 교과서 한 줄 실리는 거다. 역사에 남는 논문은 거의 없다. 하지만 난 어떤 논문이 더 중요하고, 어떤 연구가 더 중요한가를 묻고 싶다. 과학자들의 논문 하나하나는 그 자체로 소중하다. 이걸 꼭 위아래, 중요성을 따져야 하겠나?

리 : 솔직히 따져야 할 것 같다(…)
초 : 그런 것 같다. 따지기는 해야지(…). 하지만 제대로 된 방식으로 따져야 한다. 노벨상 수여 방식은 매우 정치적이다. 당시 유행하는 과학, 돈을 많이 번 과학. 이런 걸 해야 노벨상을 받는다. ‘돈을 많이 번 과학’이 더 과학에 기여한 건가? 그렇지 않다. 과학에 기여한 논문은 학문 체계에 더 기여한 논문이 받아야 한다. 산업적 응용 가능성이 크고, 응용됐다는 사실을 높이 사는 건 노벨상 위원회에서 세운 기준일 뿐이다. 그렇게 따지면 찰스 다윈은 노벨상 못 받는다. 다윈의 연구는 산업적으로 응용이 되냐? 그래서 젠장, 내가 스웨덴을 폭발시켜야 한다는 거다. 왜들 그렇게 과학의 연구 업적에 등급, 서열을 매기고 줄을 세워서 사람을 1~100등으로 나눠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편집자 주: 노벨상 여섯 개 분야 중 과학 영역은 물리, 화학, 생리학·의학상 세 부문이고, 노벨상 선정 기준에 대한 논란은 노벨상의 권위와 영향력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 과학상 선정 기준에 대해선 “공정한 전문적 심사”라는 평가도 있다. 한편, 노벨 평화상 후보로는 히틀러나 무솔리니가 추천되기도 했다.)

리 : 평가는 해야지(…). 그럼 대학은 어떻게 들어가고, 취업은 어떻게…
초 :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평가해야지… 물론 정치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줄을 세운다고 해서 과학과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건 아니다. 좀 더 나은 시스템이 있지 않을까? 이런 시스템에서 과학자들이 행복한지 묻고 싶다. 당신 행복해? 당신 정말 당신의 과학을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냐고 묻고 싶어어어어엉어어ㅓ어어어어어엉.

리 : 행복하다고들 하는가?
초 : 내가 물어봤을 때 이 시스템에서 행복하다고 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다들 문제가 있는 걸 알지만, 다들 정부 눈치 보고 고치려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정치권에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세요.’ 할 뿐이지… 자기들이 정치적 각성 안 하는데 정부가 말 참 잘 듣겠다. 각하가 어떤 분인데…

리 : 어쨌든 당신은 노벨상 타기 틀린 것 같다.
초 : 앞서 밝혔듯 내가 여기에 인터뷰 싣는 게 괜히 하는 짓이 아니다. 언론에 소비되는 방식이 거지 같다. 내 논문이 어떤 경제적 이용 가치, 어떤 효과가 있는지 물어볼 거다. 과학언론 기사들이 대부분 그렇게 소비된다. 내 논문은 그런 거 전혀 다루지 않는다.

리 : 그러면 당신 논문의 성과는 뭔가?
초 : 우리는 좀 더 초파리를 잘 이해하게 됐다.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 왜 더 나가야 하지? 초파리가 섹스를 더 오래 하는 이유를 잘 밝혔잖아? 우리가 과학을 소비하는 방식이, 우리도 모르게 어떤 경제적 이윤 창출, 산업적 이용 등을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초파리가 섹스 오래 하는 걸 알게 된 게 비아그라랑 무슨 상관이 있냐고? 상관없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난 그냥 시각적 자극 때문에 섹스를 오래 한다고 밝혔고, 그것이 초파리 내부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밝혔다. 인간의 섹스 시간과 아무 상관도 없을 거고, 굳이 나는 연결점 찾고 싶지도 않다. 여기서 끝내자. 왜 이걸로는 충분하지 않냐? 이게 아름다운 과학 이야기인데 여기서 자꾸 어떤 효과와 응용 가능성 찾으려 하냐? 그런 거 없다.

리 : 오오, 님. 갑자기 멋있어 보임.
초 : 한국은 이런 과학 싫어한다. 이런 사람, 교수로 뽑으려 하지도 않는다. 뻔히 안다. 그런데도 난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거다. 나는 이게 과학이라고 믿으니까. 이런 과학자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진짜 웃기는 건 우리 사회 수준이 과학에 대해, 모든 업적에 대해 그렇게 평가하면서도 그 이면에서는 노벨상, 아인슈타인을 바란다. 그런 문화에서 아인슈타인 안 나온다. 과학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고, 그럴 수 있는 정부와 언론이 늘어야 한다. 그러면서 대중의 인식 수준이 변해야 과학이 건강해지고, 노벨상, 아인슈타인도 나온다. 각하 마인드, 경제 마인드, 경쟁 마인드로 과학에 접근하면 연구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독창성, 창의성도 안 나온다. 언론 홍보하라는데 홍보하려면 또 그딴 소리 해야 하잖아. 이건 내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안 해. 싫어, 젠장… 이득 좀 본다고 하자. 그렇게 해 봐야 내가 부끄러워서 못 견딘다. 이렇게 살래, 제길.

리 : 당신은 과학을 마치 예술로 보는 거 같다.
초 : 고흐, 고갱이나 아인슈타인이나 똑같다. 아인슈타인이 나와도 경제적 효과 알 수 없다. 그리고 베토벤, 고흐, 고갱 그림 보고 음악 들으면서 산업적 가치를 따지지 않는다. 좋고 아름답잖아. 그걸로 된 거 아닌가? 과학도 똑같다. 과학은 예술이다. 과학자도 예술가와 마인드가 비슷했다. 자기 학문에서 아름다움을 찾아 나가는 거다. 왜 과학만 산업적 가치를 따져야 하냐? 왜 과학에만 그런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것인가? 잘못된 거다.
그런 풍토에서는 과학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없다. 과학이 건강하게 성장한 다음에는 그런 거 물어도 좋다고 본다. 하지만 과학이 제대로 자리도 못 잡았는데 그런 것부터 물으면 안 된다. 어린아이에게 어른 옷을 입히는 거다. 애는 애 옷을 입어야지. 애가 자란 다음에 어른이 먹는 음식도 먹고, 어른 옷도 입는 거지. 자꾸 이유식 안 먹이고, 소주 먹여봐. 죽는다. 단계별로 가야지.

리 : 아이에게 소주 먹이면 죽는다는 연구 결과라도 있나? 과학자가 자꾸 근거 없이 말하면 곤란하다.
초 : 이 자식이 아까부터 자꾸…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출처: Augie Schwer (CC BY SA)

리 : ㅋㅋㅋ 아무튼 자기 자랑 열심히 했으니, 다른 인터뷰 대상이나 추천해보기 바란다. 그 사람도 자기 자랑 좀 해야지.
초 : 나와 분야는 다르지만 진지하게 철학을 탐구하는 김영건 선생을 추천한다. 정말 배울 게 많은 분인데, 학계와 척지고 공부만 열심히 한다. 돈도 없을 텐데 계속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게 너무나 존경스럽다.

리 : 미안하지만, 그 분 일산에 아파트가 있다고 한다. 님과 동급으로 놓지 마라.
초 : 뭐야!!!

관련 글

5 댓글

  1. 김우재씨 트위터는 가끔 짜증나지만 ㅎㅎ 잘 읽었습니다.
    과학자들 수고 많으세요. 인류가 쓸데 없는 일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궁금함을 영원히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2. 과학은 예술이라는 점에서 망치 한방 맞은듯 그럴수도 있겠네용 그 시각에서 확실히 배우는게 있으니까 잘읽었습니다

댓글이 닫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