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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수령 인터뷰는 리승환 특유의 직설적인 질문과 거침 없는 파격으로 다양한 전문가/관계자와 함께 현상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칩니다. 한참 전 불거진 에잇세컨즈 디자인 표절 논란과 관련해 ‘패션 덕후’ 김다슬 씨를 리수령이 인터뷰했습니다. 독자들께 패션업계의 현실을 살펴볼 기회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원문은 비주컴의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슬로우뉴스 기사용으로 편집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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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id=”tip” head=”인터뷰어/인터뷰이 소개”]

Q. 리승환 : 8년 차 블로거, 4년 차 직장인. 패션업계에서 종사하는 진정한 패션 좌파. 야동, 야애니, 야짤, 망가 등 문화에 관심이 많다. 디지털 한량을 지향하고, 통칭 웹에서는 ‘리승환 수령’으로 불리고 있음. 블로그 현실창조공간을 운영 중. 트위터는 @nudemodel, 페이스북은 /angryswan

A. 김다슬 : 리승환과 함께 패션 업계에서 일하는 패션우파. 패션,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문화에 관심이 많다. 생긴 것과 어울리지 않게 특기는 피아노, 스타일링. 블로그 AT4W, 트위터 @at4wddsk, 여성복 텀블러, 남성복 텀블러를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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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일모직에게 돌을 던질 수 없는 업계

리 : 방가방가.
슬 : 하2.

리 : 님 소개를 해주세염.
슬 : 평범한 패션업계 오타쿠이자 종사자 김다슬입니다. 영업, 영업기획MD, 상품기획MD 등을 겪고 지금은 위대하신 리승환 수령님의 령도 하에 온라인 홍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리 : 8세컨즈의 표절 논란이 시끄러웠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슬 : 분명 잘못된 일이죠. 하지만 패션업계 종사자로서 솔직히 좀 불쌍하다고 생각합니다.

냄비근성의 나라답게 24시간 정도 인터넷을 달군 양말 디자인 표절 논란 / 냄비근성 관련 글

리 : 제일모직 직원은 아니죠?
슬 : 아닙니다(…)

리 : 제일모직 주식 샀나요?
슬 : 안 샀습니다(…)

리 : 혹시 삼성가의 숨겨진 자식인가요?
슬 : 그러면 내가 너랑 일하고 있겠냐(…)

리 : 여하튼 제일모직은 억울하다?
슬 : 일단 잘못한 건 사실이니까 억울하다고 하기에는 모호합니다만… 솔직히 삼성 일가라서 반응이 특히나 부정적이었고… 하필 국내 소규모 업체 디자인을 베껴버려서 이야기가 더 커진 것 같기도 하고… 당시 상황이 재벌 vs 영세상인 구도이기도 했잖아요?

리 : 그러면 어떤 변명이 가능한 겁니까?
슬 : 표절과 모방이 있을 수밖에 없는, 그게 대세일 수밖에 없는 게 요즘 패션업계 현실입니다. 솔직히 해외에서도 대부분 그렇고요.

2. 패션업계 표절과 모방의 원인: 산업구조의 문제

리 : 왜 패션 브랜드가 표절, 모방할 수밖에 없나요?
슬 : 우선 브랜드에서 내놓는 제품은 크게 네 가지 군으로 구별 가능합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걸 베이직(basic)군이라고 합니다. 베이직물에 패턴을 활용하거나 통을 줄이는 등 자사 브랜드의 느낌을 살짝 걸친 제품군을 뉴베이직(new basic)군이라고 하고요. 이 둘은 애초에 표절 논쟁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랄프로렌을 사건, 동대문 제품을 사건 피케셔츠는 피케셔츠고 일자 면바지는 일자 면바지죠.
나머지 두 개 군은 표절 논란이 일어날 여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컨셉(concept)군이라고 자사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제품으로, 자랑이나 실력행사에 가까워서 상업성과 애초에 거리가 멉니다. 때문에 이 쪽 역시 표절이 간간이 보이긴 합니다만, 많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현재 유행에 맞춰 내놓는 트렌드(trend)군이죠. 물론 상품군을 나누는것은 브랜드마다 내부 명칭 차이는 있습니다.

리 : 트렌드군은 표절이 많다?
슬 : 얼마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느냐에 따라 다른데, 대부분 그렇다고 보면 됩니다. 패션 오타쿠들이 작정하고 털면 다 털리지 않을까 싶네요.

리 : 왜 그렇게 표절이 많은 거죠?
슬 : 이는 전세계적인 두 가지 구조적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하나는 산업구조의 문제입니다. 이번 금융위기도 S&P, 무디스 등 신용평가사들이 신용 등급에 대한 독점을 지니고 있는 게 문제였잖아요? 여기도 그런 문제가 있습니다.

리 : 무디스라고 하니 AV업체 무디즈가 떠오르는군요.
슬 : 오하시 미쿠 짜응♡

리 : 아무튼 패션의 산업구조를 이야기하자면…
슬 : 금융을 미국이 주도한다면 패션은 서유럽이 주도합니다. 여기에 두 가지 축이 되는 산업군이 있습니다.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 : 남성 명품브랜드이기도 함) 등을 주축으로 한 대형 원단 업체와 국제유행색협회입니다. 그런데 이 둘이 함께 놀아요. 원단 생산 업체의 수요, 공급 구조에 따라 유행이 결정되는 겁니다. 예로 이번에 검은 색 원단이 생산가가 싸다면, 국제유행색협회는 검은 색을 유행 컬러로 지정합니다. 그렇게 이 두 산업군이 유행을 주도해 나갑니다. 이 흐름에서 벗어나면 원단 생산업체에게서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에, 홍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실상(…)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를 참조

리 :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슬 : 패션이 아이템에서 스타일링으로 흐름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90년대 들어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는 쇼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내놓지 않고, 기존 아이템으로 스타일링하는 변환을 이루어냅니다. 이후 타 브랜드도 유행 따라서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보다 자신의 아이템 재해석하며 스타일링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명품 업체들의 쇼에서도 아이템이 점점 비슷해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죠.

리 : 아예 트렌드를 벗어나서 새로운 트렌드를 여는 길은 없습니까?
슬 : 가능하긴 하죠. 다만 이미 패션이 세계화된 현실을 인정하면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이미 한국의 트렌드는 한국인의 손을 떠난 지 오래입니다. 유명 쇼에서 트렌드가 창출되면, 오버그라운드에서는 보그(Vogue), 언더그라운드에서는 하입비스트(Hypebeast) 같은 매체가 그것을 알립니다. 이게 한국에는 한 발 늦게 들어오는 형식이죠. 이는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이 한복이 아니라 서양 의복이기에 어쩔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유행의 트렌드, 하이패션이라 불리는 이미지는 서양의 패러다임을 벗어나기 힘들어요. 당장 쇼만 해도 여전히 세계 4대 패션쇼가 그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죠. 새롭게 부상했다면 스타일링에 좀 더 힘이 실린 도쿄 정도인데, 일본의 문화와 경제 수준, 그리고 패션에 대한 엄청난 관심을 생각하면 한국이 앞서 이야기할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리 : 한국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열고자 하는 노력은 없었나요?
슬 : 당연히 있었고, 지금도 있습니다. 컨셉물은 여전히 새로운 형식의 제품들이 많이 나옵니다. 컨셉물은 패션업체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이니까요. 하지만 트렌드는 이런 움직임이 드문 게, 뭘 새로 만들려고 해도 이가 잘 먹히지 않는다는 걸 수차례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서양의 큰 움직임에 발맞춰서 움직이지 않으면 막말로 판매량이 박살 납니다…

리 : 아예 베이직군, 뉴베이직군으로 나가는 것도 좋지 않나요? 한국의 의상 제조능력은 이미 수준급일 텐데…
슬 : 힘듭니다. 일단 유니클로를 비롯한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자사의 기획브랜드 상품을 직접 제조하여 유통까지 하는 전문 소매점) 업체들이 이 시장을 잡고 있죠. 그리고 패션의 세계화와 맞물려 소비자의 눈은 매우 높아졌습니다. 스타일링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다들 트렌디한 옷을 원해요. 베이직, 뉴베이직을 기반으로 하는 캐주얼 업체들 판매가 저조한 것도 이런 데 원인이 있습니다. 해외 패션 브랜드 CEO들이 한국 여자 옷 잘 입는다고 하는 이야기가 허언은 아닌 게 이런 이유죠. 그렇다고 표절과 모방이 옳거나 좋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해외의 패션 트렌드에 대한 눈치를 보지 않으면 트렌디 아이템이 팔리지 않는 현실은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막말로 해외도 점점 아이템들은 유사해지는 판이기도 하고…

3. 패션업계 표절과 모방의 원인 : 스타일링으로의 중심 이동

리 : TED에서 조한나 블라클리(Johanna Blakley)는 패션에서 모방을 아주 긍정적으로 해석했습니다. 모방이 쉽기에 더 빠르게 새로운 아이템이 등장하고, 새로운 도전이 더 큰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슬 : 저도 모방을 꽤 좋게 봅니다. 발전의 원동력인 건 분명하죠. 원칙적으로는 동의하는데 현실에서는 좀 복잡합니다. 이가 받아들여지려면 스타일링보다 아이템에 주목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당장 해외부터 스타일링으로 무게가 옮겨간 지 오래거든요. 패션쇼에서도 오뜨꾸뛰르(haute couture; 맞춤복)가 점점 죽어가고 있는 게 잘 보여주지 않습니까? 새로운 아이템과 시도에 대한 관심, 그리고 그것에 대한 중요성 부여와 인정이 예전 같지 않아요. 해외는 파파라치 컷, 국내는 공항패션… 이렇게 스타일링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져 있죠. 아무튼 모방은 좋은데 너무 ‘안착’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죠.

리 : 아까부터 스타일링을 마구 까는데, 오히려 다양성에 기여하지 않나요?
슬 : 맞는 말입니다. 또 스타들의 일상컷은 완벽한 컨셉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어이 없는 스타일링도 있고, 우연의 요소도 많다 보니 다양성은 확실히 창출됩니다. 그럼에도 결국 패션쇼에서의 컨셉화된 오뜨꾸뛰르나 쁘레따뽀르떼(PRET – A – PORTE; 기성복)로부터 아이템이 주목 받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스타일링이란 재해석과 조합인데, 그 기반은 아이템이니까요.

리 : 어쨌거나 세계적으로 성장한 업체들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그 자리를 잡지 않았습니까? 특히 낡은 브랜드로 인식됐던 버버리, 루이뷔통은 그 느낌을 일신하며 재탄생했는데…
슬 : 해외의 수석 디자이너라면 가능할지도(…) 솔직히 버버리나 루이뷔통은 망해가던 게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걸 멋지게 되살린 그들조차도 아이템보다는 스타일링에 초점이 맞춰져 있죠.
국내 브랜드가 아무리 컸다고는 하지만 세계에서 보면 소규모 업체입니다. 디자인 팀은 판매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고, 디자인의 독창성을 내세우기는 엄청 힘듭니다. 실제 디자인현장은 크리에이티브하기보다 제조업에 가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해외 어느 사이트의 스타일링 보고, 그런 걸 군으로 묶고, 비슷하게 만들어서 프로모션 업체에 발주한다거나… 변혁은 분명히 필요한데 투자 대비 리스크가 너무 커서 손을 대기 쉽지 않습니다.

리 : 결국 소비자 XX론으로 흐릅니다? 우리는 새로운 거 내놔도 너희가 안 사잖아!
슬 : 그렇지는 않습니다. 소비자는 분명 니즈가 있어요. 이것 때문에 쇼프, 힙합퍼, 무신사 등 서브컬처 패션 커뮤니티 사이트도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고요. 한국형 힙스터라고 욕먹기도 하지만, 마이너하고 예쁜 것 찾으려는 사람들의 집단이 생기고 있습니다.

리 : 쇼핑몰 쪽에서 새로운 움직임은 없나요?
슬 : 한국 쇼핑몰의 스타일링 능력은 높게 평가합니다.

얼마 전 연예계 데뷔한 민트찡 (출처: 체리스푼)

리 : 피팅모델 외모도 높게 평가해야죠.
슬 : 그렇습니다. 체리스푼 민트 짜응.

리 : 하지만 쇼핑몰이 패션 트렌드에 영향을 주기는 힘들다?
슬 : 네. 쇼핑몰은 애초에 트렌드보다 더 빠른 흐름, 흔히 페드(fad)라고 부르는 한 철의 흐름을 중시합니다. 때문에 스스로 트렌드를 창출하기는 힘들죠. 뭔가 비슷하지만 스타일리시하고 빠른 양산형 케이팝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저는 쇼핑몰과 무신사 등의 패션 서브컬처 커뮤니티를 대비해서 봅니다. 스타일링만을 가진 쇼핑몰과, 아이템에 집착하는 패션 서브컬처 커뮤니티랄까요?

리 : 그런데 그 패션 서브컬처 커뮤니티라고 해서 딱히 뭐 나을 게 있을까 싶네요. 그 쪽도 결국 해외에서 빨리 정보를 받고 소개하는 수준이라 생각하는데…
슬 : 네, 아직 해외와의 격차는 큽니다. 얼마 전 나름 한국에서 인정받던 서브컬처의 B브랜드가 일본에 진출했는데 성과는 영 별로였습니다. 일본 현지에서는 ‘아메카지(アメカジ ; 아메리칸 캐주얼) 느낌이 강하다’는 평범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거라 생각해도, 선진 시장에서 먹힐 수준은 아니라는 거죠. 게다가…

리 : 게다가?
슬 : 게다가… 서브컬처 쪽에서 디자인하는 분들의 레퍼런스를 털어 봤을 때… 니들도 카피 안 했냐고 물어보면 좀 답이 없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도 있지만 이건 노코멘트하겠습니다.

4. “패션업계의 변혁, 언더에 희망이 있다”

리 : 뭔가 패션업계에 대해 변론하는 듯하더니, 결국 다 까는군요. 강용석의 대를 이을 모두까기 인형 같으니.
슬 : 그건 아니고(…) 오히려 저는 패션에 관심이 많은 언더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대안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세계에서 승부를 겨룰 레벨은 당연히 아니지요. 그래도 언더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은 꽤 열성입니다. 해외브랜드를 계속 접해 왔고, 옷을 제대로 이해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들의 성장에 저는 큰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리 : 따지고 보면 패션에서 나올 건 죄다 나온 것 같습니다. 모방과 표절 벗어난다고 해봐야 정말 작은 차이 정도인데… 어찌 보면 안 베낄 수가 있기나 하나요? 앙드레김처럼 입지 않는 한…
슬 : 그건 아닙니다. 놀라운 게 사람들이 그 사소한 부분에 굉장히 열광합니다. NSW(Nike Sports wear; 나이키스포츠웨어)는 나이키에서 힙스터들을 위해 만든 브랜드입니다. 기능성이건 나발이건, 기본물을 패션성 있게 만들어서 내놓죠. 스포츠브랜드답지 않게 나무 무늬를 넣기도 하고… 그런데 이 브랜드가 최초로 방수지퍼 트렌드를 만들었어요. 이게 정말 사소한 건데 사람들은 열광했고 지금 아웃도어를 중심으로 많은 브랜드들이 그 흐름을 좇고 있습니다. 이런 디테일의 트렌드를 만드는 힘은 여전히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런 힘을 언더에서 끌어올 수 있다는 것이죠.

리 : NSW는 결국 나이키입니다. 이런 대형 브랜드에서 패션 서브컬처의 힘을 끌어들인 건 놀랍군요

헐리웃이 인디로부터 상상력을 수혈하듯

슬 : 해외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이미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마치 음악이나 영화에 비유하면 편할 것 같네요. 록과 힙합도 언더의 저항문화에서 오버그라운드로 올라오는 쿨한 상품이 되었잖아요? 또 헐리우드 시스템도 인디 영화로부터 지속해서 상상력을 공급받고 있고요. 패션 선진국도 트렌드 아이템에서의 모방은 이미 피할 수 없는 시류입니다. 그럼에도 지속해서 성공적인 트렌드 창출이 일어나는 건 이런 패션에 대한 문화적 저변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리 : 국내에서는 어떻습니까?
슬 : 애초에 해외만큼 패션의 언더 활동이 활발하지도 않고 규모도 작죠. 그럼에도 브랜드로부터 조금씩 이런 움직임들이 일어나고는 있습니다. 시간은 필요하지만 점점 좋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당분간은 언더에서의 유입조차도 결국 해외 트렌드를 좇아가는 수준이겠지만, 그렇게 조금씩 수준이 높아지면서 저변이 넓어지지 않을까요?

리 : 빅뱅, 2NE1, 포미닛 등도 스트릿 패션의 인지도를 높이고 저변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슬 : 그렇죠. 특히 빅뱅은 정말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리 : 그래서 뭐가 바뀌었죠?
슬 : 별로 바뀐 건 없습니다(…)

리 : 빠순 파워가 모자랐군요. 이런 못난 나라!
슬 : 아니… 뭐, 당연한 게 한국 패션은 아직 보수적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갑자기 빅뱅을 통해 튀어나온 스트릿 패션은 너무 아이템이 튀어요. 당연히 소비자가 선택하기 힘들죠. 그렇다고는 해도 한국에서는 언더에만 머물러 있던 스트릿 컬처라는 스타일링을 오버그라운드로 끌어올려 인지도를 높였다는 건 정말 높게 평가합니다. 실제로 빅뱅 멤버들이 그 쪽에 관심도 깊은 것 같고요.

리 : 좀 더 나아가서 이들과의 협업도 하나의 방법일 것 같습니다.
슬 : 네. 해외에서는 종종 특급 디자이너가 힙합가수와 아이템을 만듭니다. 스타파워를 활용해 언더그라운드 패션을 상업적인 오버그라운드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의 일환이죠. 한정판을 만들면서 이슈화를 시키기도 하고요. 한국에서 보인 최근의 디자이너와 연예인의 협업은 오버그라운드에서는 LVMH계열 세린느와 송혜교, 언더그라운드에서는 제레미 스콧(Jeremy Scott)과 2NE1의 아디다스 스니커 정도네요. 좀 이상했지만 서인영과 니나리치도… 여튼 이제는 좀 더 발전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ADIDAS X JEREMY SCOTT X 2NE1

리 : 오케이. 너무 길어진 고로 대충 끝냅시다. 국내 업체에 바란다면?
슬 : 새로운 트렌드 창출이 얼마나 힘든지, 사실상 불가능한지 이미 이야기했기에 참 이야기하기 힘듭니다만… 좀 더 새로움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언더 패션을 들여오는 노력도 해주셨으면 합니다. 앞서 쇼핑몰을 살짝 깠지만 솔직히 쇼핑몰이 뭘 어떻게 하겠습니까(…)

리 : 그럼 소비자에게 바라는 점은?
슬 : 패션덕후로 사람들이 패션을 좀 사랑해 줬으면… 사람들이 옷을 그렇게 좋아하는데, 정작 옷에 대해 무시합니다. 동대문에서 일한다고 하면 일단 질 떨어진다는 편견도 가지고… 적당히 쇼핑몰 스타일링이나 백화점 디스플레이를 보고 그대로 사는 것도 편하지만, 결국 자신에게 잘 맞는 아이템과 스타일링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본인입니다. 유럽산 꽃거지(…)가 별로 인물이 잘난 게 아닙니다. 돈 별로 안 쓰고 자신을 연출할 수 있을 정도로 패션에 관심이 있는 것뿐이죠. 한국도 더 많은 사람이 패션을 사랑하게 되어, 좀 더 자기 자신을 멋지게 연출할 수 있는 반도의 꽃거지가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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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댓글

  1. 국제유행색협회라는 게 있다는 걸 첨 알았네요. 결국 유행은 많이 입어서 유행이 아니라 배후조종에 의해 결정되는 것인가요. ㅎ

  2. NSW도 결국 나이키라지만, 나이키 이사회의 오지랍을 감당하면서 실제로 뭔가를 조물딱대는건 그동네에서 성장했고 우리랑 별다를게 없는 젊은이들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그룹이나 더블유컨셉도 돈줄&수금자 계통으로 캐올라가면 이서현의 비서나 부하가 등장하지 않겠냐는 치사한 추측은 가능하지만, 다를건 전혀 없지요
    그리고 그런 추측을 안해도 되는 에잇세컨드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그래서 옷같은거 만드는 회사의 지배구조나 사풍같은거에 집중하면서 자기 마음을 어지럽히는건 저라도 이제 안해보고자 합니다
    그럼에도 안타까운게 있기는 합니다
    제조브랜드나 디자이너나 셀렉샵들이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을 너무 잘 따르는 것 같아요
    사대근성까지 상당히 보유한 패션덕후들이 내놓을 비난에 미리부터 질려서 아주 조금이나마 가능했을 특색심기를 전혀 안하고 있잖아요
    어차피 뭘 해봤자 쟤넨 알아보지 못하고 어반아웃피터나 보고앉았겠지..라고 생각하거나, 애당초 의미없다 여기면서 장사하자~는 목적만을 의식에 가득 채우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저는 에잇세컨드가 코벨의 ‘상품’을 베꼈던게 아니라, 해외의 원자재공급사가 외주시켜서 발행한 어떤 패턴 내지는 구상을 담은 소매공장용 카탈로그의 같은 페이지를 에잇세컨드와 코벨이 동시기에 트레이싱했다고 봅니다
    이건뭐 가마우지 둘(한마리의 등에는 삼성낙인이 찍혀있음)이 잉어 대가리와 꼬리를 마주문 채 뺏으려고 투닥대는 그런 광경이군요
    저쪽에 선 어부는 아무래도 상관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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