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성추행과 군의 2차 가해로 숨진 이 모 중사가 사망하기 열흘 전 또 다른 공군 부사관이 비슷한 피해를 당한 뒤 사망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군인권센터는 11월 15일 공군이 강제추행 피해 정황을 확인하고도 피해 부사관을 ‘스트레스로 인한 사망’으로 종결했다가 가해자를 늑장 기소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공군은 이 중사 사망으로 비판이 높아지자 재발 방지를 대대적으로 약속하면서도 다른 성추행 피해 사건은 은폐하고 있던 겁니다.
10월 이 모 중사와 관련한 군의 최종수사결과가 나오자 봐주기, 꼬리자르기 수사라는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초동 부실수사 책임자, 지휘·감독자 등 핵심 관계자는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같은 피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 드러난 공군 성추행 은폐 의혹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근본 원인을 찾는 일은 더욱 중요합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언론이 공군 성추행 은폐 의혹을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공군 성추행 은폐 의혹, 중앙·매경·한경·JTBC·TV조선·채널A ‘0건’
공군의 또 다른 성폭력 은폐 의혹은 11월 15일 오전 군인권센터 기자회견을 통해 처음 알려졌습니다. 저녁종합뉴스에서 당일 해당 소식을 보도하기 시작했는데 JTBC, TV조선, 채널A는 관련 보도를 한 건도 전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적극 보도한 방송사는 MBC입니다. 기자회견 당일 2개 리포트로 해당 소식을 전했고, 7·8번째 꼭지에서 다루며 다른 방송사에 비해 앞쪽에 배치했습니다.
MBC는 지난 5월 알려진 이 모 중사 사망과 공군의 성폭력 은폐 사건을 처음 고발했고, 군 사법부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보도도 적극 한 바 있습니다. KBS, SBS, MBN는 각 1건씩 보도했습니다. KBS는 15번째, SBS는 21번째, MBN은 13번째 순서에 리포트를 배치했습니다.
신문의 경우 종합일간지 중에서 중앙일보만 유일하게 관련 보도가 없고, 경제지인 매일경제와 한국경제도 싣지 않았습니다. 동아일보, 조선일보가 각 1건씩 보도했는데요. 사회면 하단과 우측에 실었고, 지면 비중은 적었습니다. 반면 한국일보는 3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각각 2건씩 해당 기사를 전했는데요. 이들 세 신문은 사설을 통해 철저한 수사와 진상규명을 촉구했고,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1면에 관련 기사를 배치했습니다.
언론이 모든 사건, 사고를 기사화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불과 5개월 전 공군 성추행 은폐 사건 당시 국민적 분노가 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엄중 수사를, 서욱 국방부장관이 군내 성폭력 전수조사를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공군이 또 다른 성추행 사건을 은폐하고 있었다는 의혹이 일면서 당시에도 공군의 반성은 없었고, ‘보여주기식 수사’에 그쳤다는 점이 드러난 것입니다. 그런데도 무보도로 일관하는 언론이 있다는 사실은 이번 사안을 외면하고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군’ ‘여중사’ 강조하고, 불필요한 삽화 쓰기도
11월 15일 알려진 공군 성추행 은폐 의혹을 보도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직급 앞에 성별을 붙이거나 불필요한 삽화를 게재한 경우도 있습니다. MBN [“공군, 여 부사관 강제추행 또 은폐”] (11월 15일 김태림 기자)는 계급 앞에 성별을 표기해 제목에 썼고, 진행자 김주하 앵커와 기자도 “여 부사관을 성추행했다는 자백을 받았는데도”, “한 여군 부사관 사망사건을 수사하며”라고 말했습니다. 동아일보 [또 ‘공군 女부사관 성추행 사망’ 은폐 의혹] (10월 16일 신규진 기자) 역시 제목에 불필요한 성별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MBC, SBS, 조선일보, 경향신문, 한국일보도 피해 부사관에 대해 “여군 A하사”, “공군 여 부사관” 등으로 언급했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지면에선 보도하지 않은 중앙일보는 온라인 기사 [28살 많은 준위에 성추행 시달렸다…여하사 극단 선택의 진실] (11월 15일 하수영 기자)에서 가해자의 손을 의미하는 듯한 삽화를 삽입했습니다. 성폭력 범죄 보도의 경우엔 특히 불필요한 삽화, 재연 등으로 사건을 선정적으로 소비할 우려가 있어 최대한 삽화 사용을 지양해야 합니다. 중앙일보는 지면엔 해당 사건을 보도하지 않으면서, 온라인에선 불필요한 삽화까지 넣어 기사를 실은 겁니다.
‘반짝’ 보도, 군 성범죄 반복 못 막아
“군에서 세상을 떠난 피해자의 명예를 되찾는 일은 왜 항상 유가족의 몫이 되어야 하는가.”
11월 15일 군인권센터는 공군의 성추행 사건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유가족 입장을 대신 전했습니다. 지난 5월 공군 성추행 은폐 시도가 처음 알려지고 국민적 공분이 일자 언론은 관련 보도를 쏟아내다시피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언론의 관심은 낮아졌고, 군 주요 책임자들은 면죄부를 받았습니다. 문제 해결은 어느 정도 됐는지, 끈질기게 보도하지 않은 언론의 책임은 없는지 묻는 이유입니다.
공군 성추행 은폐 사건은 새 국면을 맞았습니다. 공군이 앞에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도 뒤에선 성추행 범죄를 은폐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드러났고, 11월 17일 군인권센터는 지난 5월 사망 사실이 알려진 이 모 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과 관련해 공군 최고 수사책임자가 직접 수사를 무마하려고 했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해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번에도 분노가 일 때만 보도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은 군 성범죄가 반복되는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수사가 부실하게 이뤄지진 않는지, 제도 보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지속적으로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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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니터 대상:
- 2021년 11월 16~17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 2021년 11월 15~16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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