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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이 글은 비만인의 노래 1: 성장기비만인의 노래2: 청소년기에서 이어집니다. (편집자)[/box] Processed with Moldiv 이번에는 드디어 제가 살을 뺀 비결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다만 내용은 특정 조건에 부합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다이어트에 왕도는 없으며, 제가 한 방식 외에도 다양한 다이어트 방법이 존재합니다. 위험할 수 있으니,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저를 따라 하지 않길 권합니다.

요요와 정체기의 시작

성인이 된 이후로도 저는 비만에 시달렸습니다. 굶어서 뺀 살은 식습관이 원래대로 회복됨과 동시에 다시 차오릅니다. 무시무시한 요요를 달고 말이지요.

넉 달 동안 식사를 거의 하지 않는 독한 다이어트를 했던 저는 몸무게 85kg에서 정체기를 겪기 시작했습니다. 현기증이 심해지고 속이 좋지 않았습니다. 얼굴이 푸른 빛으로 변하고 다리가 떨리는 등 굶어서 살을 뺀 경우에 나타나는 후유증들이 많았습니다. 이때 여성분들은 생리불순이 생기기도 한다더군요. 그래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저는 이제 평범한 사람이니까요. 길을 지나도 아무도 쳐다보지 않고, 노점에서 밥을 먹어도 손가락질받지 않고, 땀을 흘려도 더워서 그런 것이고, 중국집에서 짜장면 곱빼기를 시킬 수 있는 평범한 성인 남성이니까.

처음으로 아울렛에서 맞는 옷을 찾아서 구입했을 때의 이야깁니다. 이전에 저는 플러스사이즈 전문 매장을 찾거나, 유행도 아니던 힙합 바지라거나, 주한미군 부대 근처에서 주로 옷을 사 입었습니다. 당시 제가 살던 지역에선 일명 ‘보세’ 상품을 늘어놓고 파는 아울렛이 유행했었는데, 늘 친구들이 옷을 살 때 구경만 해왔습니다. 남 일 같아서 쳐다만 보는 것이 익숙했습니다.

다이어트를 한 후 친구들이 아울렛으로 옷을 사러 가자고 했습니다. 완전히 타인의 권리였던 그 매장에서 드디어 옷을 샀습니다. 매장 점원이 “안 맞을 것 같은데”, “원래 붙게 입는 것” 따위의 말을 하지 않고 그냥 어울리는 색이나 스타일만을 추천해줬습니다.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에서 눈물이 났습니다. 아울렛을 가면 으레 먹게 되는 포테이토 핫도그도 세상에서 제일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이어트 후 더는 굶는 생활을 지속할 수 없어 점심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점심 한 끼만 먹었을 뿐인데 몸무게가 다시 늘어나더군요. 오랜 금식으로 살이 아주 잘 찌는, 원래보다 더 잘 찌는 체질이 돼버렸던 겁니다. 그런 상태에서 대학에 입학했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저녁에 술을 먹다 보니 살이 다시 찌기 시작했습니다. 85kg이던 몸무게는 어느덧 100kg으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The Biggest Loser - 12/365" by Allan Foster
“The Biggest Loser – 12/365” by Allan Foster

신을 믿지 말 것, 포기할 것

고도비만이라곤 볼 수 없지만 100kg은 성숙하지 못한 친구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을 수 있는 몸무게입니다. 제 생활은 다시 ‘성격 좋은 친구’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이렇게 1년 정도를 반복하다 결심을 내렸습니다. 결심은 두 가지입니다. ‘신을 믿지 말 것’, ‘포기할 것’. 저에겐 종교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종교 생활은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문제였습니다.

저는 해당 종교 안에서만 평범한 인간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냉담한 사회가 아닌 어머니의 온기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의식중 그 종교인들만 만나려고 했습니다. 그 외의 시간에는 말을 적게 하고, 가진 것보다 착한 척해야 했어요.

사회에서 저는 전혀 경쟁력이 없었던 것입니다. 종교가 중요한 분들에게는 전자도 아주 좋은 삶이겠습니다만 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종교보다는 저 자신을 믿자고 판단했습니다. 지금도 그들과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만, 고도비만인이 만에 하나라도 여유를 부린다면 금세 원래 상태로 돌아오고 말 것입니다. 포기할 것은 바로 저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라는 인식이었습니다.

하루 세끼, 약간의 간식으로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인간. 적어도 저는 아니었습니다. 일단 하루 세끼 중 간식과 한 끼를 잘라내 두 끼만 먹으니 살이 빠졌습니다. 그래도 평범한 체형은 아니었습니다. ‘하루에 한 번’이라는 단어는 저 자신을 비극으로 몰아칠 정도로 슬픈 이야기였지만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저는 평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인간으로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난 뒤부터 저는 보통 사람의 몸을 갖게 됩니다. 얼마 전 유명해졌던 ‘1일 1식’을 시작한 후부터입니다(당시엔 1일 1식이란 말이 없었습니다). 이것이 10년 전의 일이고, 올해 저는 1일 1식 한 지 10주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10주년이 되는 날엔 10년 만에 하루 세끼와 간식을 먹어볼 예정입니다.

거창하거나 비싼 음식이 아닌, 여러분이 먹는 간단한 아침과, 때우는 점심, 서너 시쯤의 케이크나 빵, 맛있는 저녁을 말이지요. 그렇게 하루만 여러분과 같아지고 싶습니다. 외모처럼 보이는 것 말고 하루 식생활을요. 주변 사람들은 ‘그러다 골병난다’, ‘장에 문제가 생긴다’고 평가했습니다만 별다른 방도가 없었습니다. 요즘 1일 1식이 화제가 된 이후로는 그런 말들이 잘 들리지 않는 것이 신기하네요.

1일1식 책 커버 | 출처: 위즈덤하우스
1일1식 책 커버 | 출처: 위즈덤하우스

이것이 건강에 해로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부족한 영양분은 보조제로 보충합니다. 아직 위나 장에 문제는 없습니다. 의사분들의 소견으로도 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운동하는 게 어떠냐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제 식욕은 평범한 분들의 식욕과 다릅니다. 저도 닭가슴살이나 샐러드를 먹고 피트니스 센터를 다닌 적이 있었고, 외관상으로 크게 효과를 본 적도 있습니다. 다만 식욕이 문제입니다. 부족한 식사량 때문에 허덕이다 보면 눈앞에 보이는 제 팔이라도 뜯어먹고 싶은 충동이 듭니다.

현재도 적당한 운동은 하고 있습니다만, 체력을 고갈시킬 정도의 헬스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해로운 곳은 몸보다 정신인 것 같습니다. 1일 1식을 하기 전보다 저는 약간 날카로워졌고, 이것은 제 운명이자 잘못이니 상대방에게 받아들이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한 시간마다, 평온한 날은 서너 시간마다 기분을 환기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다행히 제 예민함은 현재 제 직업에는 그럭저럭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친절을 무시해서 죄송합니다

정신이 괴로운 점 또 하나는 주변 사람의 친절을 무시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직원들이나 처음 보는 사람들은 저에게 본인의 먹을 것을 나눠주는 일이 많은데요. 항상 감사하지만 저는 정해진 시간 외에는 먹을 수가 없는 경우가 많지요. 그들은 친절할 뿐인데 저는 그것을 피해 다니는 것이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심지어 제 생일 케이크를 제가 먹지 못한 날도 많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그분들께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이렇게 1일 1식을 하다 보면 배고프지 않으냐고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배는 고픕니다. 그냥 참는 거고, 몸이 괴로울 때보다 정신에 해로울 땐 아주 약간의 간식을 먹는 일이 있습니다. 간식을 먹으면 다음 날 그 시간에 다시 간식을 먹고 싶어져서 주로 참는 편입니다. 그러니 제발 제게 친절을 베풀지 말아 주세요.

Kimberly Vardeman | CC BY-SA
Kimberly Vardeman | CC BY-SA

이렇게 저는 겉으로 보기엔 아주 평범한, 속내는 아주 기형적인 모습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만족스럽습니다. 제 건강에 일부 문제가 생겨 수명이 조금 단축된다고 해도 이렇게 살고 싶습니다. 혹시 이 방법이 크게 잘못됐다고 하는 분이 있으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잘못됐다고 하면 바로 잡아보고 싶습니다.

지금 제 체중은 오늘 기준 68kg 정도입니다. 제 키는 178cm이고, 겉보기나 비율적으로도 표준 체중보다는 약간 마른 편입니다. 체질량 지수는 15~20% 정도로 크게 나쁘지 않습니다. 아직 저는 제 선택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나이를 먹으면 지금보다 운동을 좀 늘려야만 할 것이고, 지금보다 조금 더 살이 붙는다고 해서 예민하게 굴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고도비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범위 내에서요.

주변에 다이어트로 고생하는 고도비만 유전자의 친구가 있으면 대견하게 바라봐주세요. 그는 당신의 친절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고마워하며 미안해할 것입니다. 그리고 친구의 결심을 존중해주는 당신을 매우 사랑할 것입니다.

[box type=”note”]4부에서는 살을 빼고 난 뒤 유지하고 있는 방법과 제가 받았던 일부 시술 등을 이야기하겠습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친구의 이야기도 들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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