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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리포트] 호주 정부의 16세 미만 SNS 금지법. 3달 후 조사 결과는? 사용량 안 줌! 이게 뭔 소리야? 금지했는데 어떻게 사용량이 안 줄어? (⏳4분)

호주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SNS) 이용을 금지했다. 시행 석 달의 효과는 미미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법 시행 후에도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이 줄어들지 않은 것이다.

16세 미만 SNS 금지요? 계속 잘 쓰고 있습니다만! 게티이미지.

이게 왜 중요한가.

  • 2025년 12월 호주는 16세 미만 청소년이 틱톡, 인스타그램, 스냅챗, 페이스북, 유튜브, X(옛 트위터) 등 10개 플랫폼에서 계정을 만들거나 유지하지 못하게 하는 세계 최초의 법(Social Media Minimum Age Act 2024)을 시행했다. ‘청소년 SNS 금지법’이다.
  • 이어 영국, 프랑스, 슬로베니아, 폴란드, 스페인, 덴마크, 말레이시아 등이 비슷한 규제를 검토하거나 도입했다. 호주 사례는 ‘청소년 SNS 금지가 실제 효과가 있는가’를 가늠할 세계 최초의 실증 데이터다.
  • 뉴캐슬대(University of Newcastle) 연구팀 주도로 시행 직전과 시행 3개월 후 호주 청소년 408명의 변화를 추적했다. 지난달 영국 의학저널 ‘더 비엠제이(The BMJ)’에 실린 연구 논문이다.

무슨 연구인가.

  • 연구팀은 법 시행 전인 2025년 9~12월 12~17세 미만 청소년 436명을 모집했다. 부모와 본인 동의를 모두 받았다. 최종적으로 408명이 분석 대상이었다.
  • 법 시행 직전(기준점)과 시행 3개월 후(추적 조사 시점), 두 시점에 같은 청소년들에게 △지난 7일간 SNS를 매일 썼는지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이 얼마인지 등을 물었다.

효과는 없었다.

  • 결론부터 말하면, 법 시행 이후에도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은 유의미하게 줄어들지 않았다.
  • 매일 SNS를 이용하는 비율은 12~13세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 14~15세의 경우 78%에서 69%로 소폭 감소했다. 법 적용 대상이 아닌 16세 이상에서는 80%에서 89%로 증가했다.
  • 하루 이용 시간도 14~15세만 소폭 줄었을 뿐 12~13세와 16세 이상은 거의 그대로였다. 법 시행 전후로 ‘매일 SNS를 사용하는 비율’이나 ‘하루 평균 사용 시간’과 관련,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 영국에서 포르노 사이트에 연령 인증 조치를 도입했을 땐, 해당 사이트 접속이 30~50%가량 실질적으로 급감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호주의 SNS 연령 제한법 효과와는 대조적이다.
SNS은 내 삶의 일부지! 게티이미지.

SNS의 허술한 연령 확인 절차.

  • 법 적용 대상인 16세 미만 청소년의 86% 이상이 추적 조사 시점에도 여전히 규제 대상 SNS 플랫폼을 최소 1개 이상 사용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본인 명의 계정’으로 접속했다.
  •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연령 확인 절차(Age verification)가 허술했다. 청소년들도 우회로를 쉽게 찾았다.
  • 규제 대상 플랫폼에 접속한 16세 미만 청소년의 66%가 연령 확인 절차를 거쳤다고 답했는데, “나이를 스스로 입력”하거나 “셀프 사진을 업로드”하는 방식을 거쳤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우회로 찾은 청소년들.

  • 계정 개설이 막힌 청소년들은 우회로를 찾았다. 다른 사람 계정 이용(9-29%, 14~15세 : 9%, 12~13세: 29%), 가짜 계정 생성(15-19%, 12~13세: 15%, 14~15세: 19%), 시크릿 브라우저 이용(6-11%, 14~15세: 6%, 12~13세: 11%) 순이었다. VPN·프록시 서버 이용은 2~3%로 드물었다.
  • 16세 미만 사용자의 SNS 이용을 막기 위해 ‘합리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에도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연구진은 플랫폼들이 행할 ‘합리적 조치’에 관해 더 구체적 기준과 철저한 준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부모를 대상으로 한 호주 e세이프티위원회(eSafety Commissioner)의 조사 결과를 봐도, 부모들은 법 시행 3개월 후에도 자녀 10명 중 7명이 소셜 미디어 계정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숏폼 재밌구만. 게티이미지.

SNS에서 밀려나자 메시지 앱으로.

  • 법 시행 후 청소년들이 SNS 대신 무엇을 했는지도 조사했다.
  • 조사 결과, 왓츠앱 등 메신저 앱 이용이 늘었다는 응답(20-54%)이 줄었다는 응답(3-13%)보다 많았다. SNS 대신 메시지 앱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 AI 챗봇(AI 컴패니언) 이용은 줄었다는 응답(23-40%)이 늘었다는 응답(8-12%)보다 많았다. 야외 활동·놀이 시간이 늘었다는 응답(25-39%)도 줄었다는 응답(4-9%)보다 많았다. 야외 활동 시간이 늘어났다는 점은 법안 도입으로 인한 긍정적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메시지도 재밌구만. 게티이미지.

연구 한계.

  • 전체 연구 표본은 436명이었지만 정책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기준선인 ‘만 16세’ 안팎의 데이터만 선별해 분석했다. 12~13세 등 기준선에서 멀리 떨어진 연령에 대한 정밀한 통계 분석이 빠졌다.
  • 참가자들이 스스로 응답한 SNS 이용량과 실제 이용량 사이에 괴리가 있을 수 있다.
  • 표본의 67%가 뉴사우스웨일스(NSW)주 한 곳에 몰려 있어 호주 전체로 일반화하기 어렵다.
  • 호주에서 만 16세는 운전 면허 취득이 가능하고 상급 학교로 진학하는 등 사회적, 문화적, 발달적으로 중대한 변화를 겪는 시기다. 발달·환경적 변화 그 자체가 SNS 사용 수준에 독립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16세 전후 청소년들의 SNS 사용량 변화가 SNS 금지법 때문인지 개인적 생활 환경 변화 때문인지 구분하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왜 중요한가.

  • 법 제정보다 집행이 중요하다는 교훈이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이 더 강력한 연령 인증 수단을 도입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입법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 연구팀은 정책의 실질적 효과를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규제를 철저히 이행하고 집행력이 강화한 조건에서 평가가 이뤄져야 입법 효과를 파악할 수 있다.
  • 이미 SNS를 쓰고 있는 12~17세보다 아직 SNS를 접하지 않은 더 어린 아이들(8세 미만)에게 예방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연구진은 “향후 수년간 더 어린 집단을 모니터링하는 장기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직 SNS를 접하지 않은(??) 어린 친구들에겐 효과가 있을지도? 게티이미지.

한국도 ‘청소년 SNS 규제’ 논의 중.

  • 한국도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들이 발의된 상태다. △14세 또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가입 제한 및 법정대리인 동의 의무화 △이용 시간 제한 및 플랫폼의 보호 조치 의무화 △중독을 유발하는 알고리즘 및 야간 알림 제한 등 내용을 담고 있다.
  • 호주 연구 결과는 “법과 규율을 만드는 것”보다 “법을 제대로 이행하는 일”이 더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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