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리포트] 내년 정부 지출 800조 원, 미래대응기금 만들어 AI 대전환 속도 낸다.
13일 오후 2026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이재명(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렸다.
2027년 예산안 편성에 앞서 중장기 재정 운용 방향과 핵심 투자 전략을 논의하는 회의다.
이재명 정부는 반도체 호황으로 예상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추가 세수를 바탕으로 청년 세대, 성장 동력, 지방, 인재 등 4대 핵심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미래대응기금 신설 계획을 제시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후 사실상 첫 재정전략회의다. 2026년과 달리 2027년 예산안은 편성 단계부터 이재명 정부 의지가 반영돼 있다.
- 이재명 임기 1년은 적극 재정으로 내란 후폭풍에 대응한 시간이었다. 박홍근(기획예산처 장관)은 “2년 차부터는 국가 역량을 총결집해 진짜 도약을 이뤄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 정부는 반도체 호황 등으로 2027년 국세 수입은 500조 원 이상일 것으로 관측한다. 이를 바탕으로 2027년도 총지출을 2026년도 본예산 대비 10% 이상 늘어난 800조 원 이상으로 편성할 계획이다. 유례없는 세입·세출 규모다.
- 슈퍼 예산을 편성하는 한편,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50조 원)의 지출 구조조정에도 나선다.
20년 대비할 ‘미래대응기금’ 신설, 뭘 노리나.
- 추가 세수를 바탕으로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한다. 청년 세대, 성장 동력, 지방, 인재 등 4대 중점 분야에 다년간 집중 투자하는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다.
- 기금은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 3대 메가 프로젝트에 최우선으로 투입한다. 이를 통해 부지 확보와 인허가를 신속하게 지원하고 전력과 용수를 적기에 공급하며, 교통,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여 인재가 모일 수 있도록 정주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 기금은 재정 안정화 역할도 담당한다. 향후 경제 상황 변화로 인해 세수 결손이 발생하거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필요할 경우, 기금의 여유 자금을 꺼내 사용할 수 있다.
- 1년 단위로 편성하는 예산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포부다. 매년 남거나 부족한 예산에 얽매이는 기존의 재정 운용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과감하고 지속적인 미래 투자를 담보하는 기반으로 활용한다는 기획이다.
전력 용수 공급은 어떻게?
- AI 시대에 가장 필요한 시설은 물과 전기다. 현재 용인과 호남 반도체 시설, AI 데이터센터에 확정적으로 늘어날 전기 수요만 약 30기가와트(GW)다. 잠재 수요까지 합하면 40GW가 넘는다. 여기에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전환, 건물 난방 전기화까지 더하면 2040년까지 약 50G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하다.
- 김성환(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100GW 이상으로 대폭 늘려야 하고, 원자력 발전을 조화롭게 믹스하는 에너지 대전환의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며 “신규 원전과 SMR(소형 모듈 원자로) 도입 여부도 전문가와 국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 용수 문제에 관해서는 신규 댐 건설, 기존 댐의 다목적 통합 활용, 하수 처리수 및 온배수 열 재이용, 해수 담수화 시설 확대 등을 통해 100만 톤 이상의 추가 수요를 감당하겠다고 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대규모 부지와 전력이 필수적인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를 위해 범부처 종합 지원 TF를 운영하여 전력, 용수, 인허가 등을 전폭적이고 신속하게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소영 쓴소리, 경청할 만하다.
- 국회 기후에너지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이소영(민주당)은 쓴소리를 남겼다. “3대 메가 프로젝트 성공 핵심은 전력”인데 “현재 가장 심각한 병목은 발전소 건설이 아닌 전력망(송배전망) 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전력망이 부족해 발전소 다수의 가동률이 30~40%에 머물고 있다.
- 송배전망 구축에 향후 10년간 100조 원 이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담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부채 200조 원으로 하루에 100억 원이 넘는 이자를 내고 있다. 미래대응기금을 전력망 구축에 투자해야 한다는 게 이소영 생각이다.
- 정부가 반도체·AI 첨단 산업 육성(공장 건설)에만 매몰돼 정작 피를 돌게 할 혈관(송배전망)을 잊고 있다는 지적이다.
-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박상혁(민주당)은 AI·반도체 분야에서 청년 전문 인력을 2030년까지 20만 명 육성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학 반도체 학과에서 학생을 가르칠 교수가 많지 않다. 교육 역량 자체가 부족하다”며 국내 명문대의 대학원생 비중과 학생 1인당 투입되는 재정 규모가 아시아권 경쟁 대학 중 최하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인재 양성에 재정을 적극 투입하여 AI 대전환 시대 주역이 될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고언이다.

이재명은 왜 ‘히트 펌프’에 꽂혔나?
- 이재명은 국가 전력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히트 펌프에 주목했다. 히트 펌프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고효율·저탄소 친환경 난방 시스템으로 주목받는다.
- 히트 펌프는 열을 저온에서 고온으로 옮겨 냉난방이나 온수를 만드는 장치다. 원리는 냉장고와 비슷하다. 전기로 열을 직접 만드는 대신 이미 존재하는 열을 이동시킨다. 투입한 전기 에너지보다 훨씬 많은 열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 문제는 히트 펌프 돌리려면 전기가 필요하다. 전기 요금이 도시가스보다 비싸 경제성이 떨어진다. 이재명은 가정용에도 시간대별 차등 요금제를 도입하고, 히트 펌프 보급을 확대하면 에너지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 산업용 전기의 경우 올해 초 시간대별 요금제로 개편했다. 태양광 발전 등으로 전기가 남아도는 낮 시간대에는 요금을 낮추고 전력 소비가 몰리는 피크 시간대에는 요금을 높게 받는다. 가정용 전기는 산업용 전기와 달리 시간대별 요금에 차이가 없다. 전기 사용량에 따른 요금 누진제로 운영하고 있다.
- 이상민(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발전 전력 비효율을 지적하며 ‘탄력 요금제’를 제안했다. 1년 중 폭염과 혹한기를 제외한 360여 일은 전기가 남아도는데, 특정 피크 타임을 위해 수조 원을 들여 발전소를 짓는 건 비효율이라는 지적이다. 전기가 남는 시간대에 요금을 싸게 공급하는 탄력성이 필요하다는 것.
- 이재명도 가정용 전기 역시 “낮에는 싸게, 저녁엔 비싸게” 적용해 전력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기 요금 체계를 개편하면 히트 펌프와 같은 친환경 에너지 설비의 경제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게 이재명의 문제의식이다. 전력 수요가 적은 시간에 친환경 설비를 가동하면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모두의 AI, 올해부터 사용한다.
- ‘전 국민 AI 에이전트(모두의 AI)’는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2027년 이후엔 완성된 형태로 제공한다.
- 배경훈은 “올해 우리의 독자적 AI 모델을 기반으로 챗GPT, 제미나이 같은 범용 AI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비용 부담과 이용량 제한 없이 국민 누구나 마음껏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뒤 “2027년부터는 자산 관리, 학습 코칭, 주거 계획, 노후 설계까지 AI가 알아서 챙겨주는 진정한 의미의 ‘1인 1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전 국민에게 제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 아울러 국민이 데이터를 생산해 발생한 부가 가치에 ‘토큰’ 형태로 보상하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했다. 소비와 재투자가 동시에 일어나는 자생적 AI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참신한 정책 제안, K-노동회의소.
- 각 부처 장관은 참신한 정책 제안을 내놨다.
- 김영훈(고용노동부 장관)은 ‘K-노동회의소’를 제안했다. 기존 노동법과 노조 시스템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 등 비정형 노동자들을 위해 생계와 복지를 아우르는 자조적 공제 시스템을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 전용기(민주당 의원)가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청년들이 노동법 내용을 인지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노동 정책 AI 비서’ 필요성을 언급하자 김영훈은 “현재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과 협력하여 근로계약서 사진을 찍어 올리면 잘못된 부분을 바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정부가 적극 구매할 것.”
- 김정관(산업통상부 장관)은 로봇 학습용 데이터를 생산하는 ‘데이터 팩토리’가 중국엔 64개나 있지만 한국은 0개인 현실을 짚었다. 정부가 직접 전국 곳곳에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 김정관은 민간 수요 촉진을 위해 정부가 앞장서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적극 선구매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기업이 생산한 휴머노이드 로봇 가운데 45%를 정부가 사들이며 기업 투자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한국은 기업이 로봇을 만들어도 정부 구매가 전무하다. 김정관은 “범부처 로봇 수요 발굴단을 운용하여 연구용 AI 로봇 등을 적극 구매하겠다”고 했다.
- 김성환은 △개인별 햇빛 소득 연금 지급 확대 △울릉도, 백령도, 추자도 등 87개 섬 지역을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섬으로 전환 △배달 오토바이 전면 전기화 등을 내세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