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리포트] 금리 인하 기조에도 동결, “금리로 부동산 못 잡는다”는 원칙 확인… 성장률보다 중요한 건 잠재 성장률 대비 아웃풋 갭, “여전히 상당히 밑에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7월과 8월에 이어 세 차례 연속 동결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과열된 부동산 가격이 금리 동결에 쐐기를 박았다. 이창용(한은 총재)은 “주택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왜 동결인가.
- 일단 물가가 안정적이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지만 낮은 수요 압력, 국제 유가 안정 등으로 물가상승률은 2% 내외의 오름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 성장(경기)은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지만 소비와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 10·15 대책 등 부동산 대책이 주택 시장과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환율 변동성 등 금융 안정 상황은 더 지켜봐야 한다.
- 당초 시장은 만장일치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한은 총재 포함 금통위원 7명 가운데 신성환 위원만 2.25%로 낮추자는 소수 의견을 냈다. 신성환은 주택 시장과 관련해 금융 안정 상황을 우려했지만 GDP갭률*이 상당폭 마이너스 수준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가급적 빠른 시점에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견해다.
GDP갭률:
실제 GDP와 잠재 GDP 차이를 백분율로 나타낸 지표. 한 나라가 현재 실제 생산하는 국내총생산(GDP)과 인플레이션 없이 최대 생산할 수 있는 잠재 GDP 차이를 의미한다. 이 차이를 잠재 GDP로 나누고 100을 곱한 수치가 GDP갭률이다.
금리 동결? “주택 가격 상승, 자극 않도록.”
- 동결 결정의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역시 과열된 부동산 시장이다. 이창용은 “수도권 주택 시장이 과열 조짐을 나타내고 있고 이에 대응해 정부가 추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통화정책 면에서도 주택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나아지는 경기 흐름을 감안하면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지만, 부동산 가격 및 환율 변동 등 금융 안정 리스크가 커진 만큼 기준금리 추가 인하 시기와 폭은 향후 데이터를 보며 결정하겠다는 것.
4명의 금통위원, “3개월 금리 인하 가능성.”
- 이날 금통위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의 인하 대 동결 의견은 4대 2(총재 제외)였다. 지난 7월 4대 2에서 8월 5대 1로 변했다가, 이날 다시 4대 2로 돌아왔다. 8월에 ‘3개월 내 금리 인하’를 지지했던 위원 1명이 동결로 입장을 바꿨다.
- 이창용은 “금리 인하 기조가 지속되겠지만 지난 8월에 비해 금융 안정 리스크가 커지면서 위원 한 분이 ‘인하’에서 ‘동결’ 가능성 쪽으로 움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 기자간담회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현재 경제 흐름을 읽는 데 도움이 된다.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
중앙은행이 정책금리 또는 기준금리 향방에 대한 시그널을 전달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일컫는다.

“10·15 대책으로 가계부채 위험 사라져.”
— 이번 동결의 주 배경으로 아무래도 ‘부동산 시장 불안’이 꼽힌다. 총재가 최근 “내년 상반기까지 인하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언급했던 만큼 부동산 투자자들은 “이제 머지않아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를 계속할 것 같다. 이번 동결이 집값 안정에 실질적으로 어떻게 도움이 될 걸로 보나?
“이번에 기준금리를 인하했을 경우 부동산 투자 비용이 줄어들어 부동산 가격을 가속화할 위험이 커진다. 또 7월, 8월 이후로도 우리가 동결을 결정함으로써 ‘인하 사이클에는 있지만 인하 속도와 폭을 천천히 가져가겠구나’ 기대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10·15 대책 효과와 추세를 확인하기에는 다음 금통위 회의(11월 27일)까지 기간이 너무 짧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다. 부동산 상황이 유의미하게 변하지 않을 경우 11월에도 동결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하다.
“다음 회의까지는 짧지만, 11월에 굉장히 많은 변수가 나타날 것 같다. 당장 봐야 하는 건 대미 관세 협상이 어떻게 되느냐다. 미중 관세 협상 결과도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 반도체 사이클이 굉장히 좋은데, 미중 갈등이 겹쳐도 계속될지 지켜봐야 한다. 11월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 말씀드리기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 금융 안정 측면에서 금리 인하를 재개하기 위해 어떤 조건이 필요하다고 보나? 부동산 가격이 내려오는 것까지 확인해야 하나? 아니면 거래가 축소돼 가계 부채가 둔화하는 정도로도 인하를 재개할 수 있나?
“금융 안정 차원에서 부동산과 관련, 거래량 변화를 보면 당분간 이번 새 정책(10·15 대책) 때문에 가계부채 위험은 많이 사라진 것 같다. 경기와 부동산 가격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야만 금융 안정이다’ 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계속 올라가는 (부동산 가격) 성장세가 어느 정도 안정되고 둔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 물가 흐름이 안정적이라고 했다.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하려면 물가가 목표 수준을 벗어나지 않아야 할 텐데 최근 환율 상승과 자산 가격 급등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없을지 궁금하다.
“환율이 많이 올라 물가 상승 여지가 있는지 유심히 보고 있다. 그래도 물가가 안정될 걸로 보는 이유는 올해 들어 유가가 18% 정도 떨어졌다. 유가 안정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낮은 수요 압력이다. 아직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수요 압력이 거의 없다.”
— 기준금리가 중립* 수준인데도 부동산, 주식, 금까지 자산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그야말로 에브리싱 랠리*다. 총재는 원인을 어떻게 보고 있나? 실물 경기는 둔화하는데 자산 시장만 활황이다. 과열이나 버블 조짐은 없는지 우려하는 지점은 없는지 설명을 바란다.
“정책 면에서 보면, 유동성이 그리 풍부한 것은 아니지만, M2*가 8% 올라가는 이유는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 과거 쌓인 여러 유동성의 영향이다. 과거 유동성이 일부 자산으로 이동하면서 가격이 오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가 금리나 대출을 통해 조정할 수 있는 건 신규 유동성이다. 버블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참 어렵다. 우리 부동산 가격은 버블 유무와 관계없이 높은 수준이다. 서울·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사회적 안정과 소득을 유지하기엔 너무 높다. 반면, 국내 주가의 평균 수준은 국제적으로 비교했을 때 버블을 걱정할 정도는 전혀 아니라고 본다. 국제 비교를 봤을 때 AI 부문에 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버블이냐, 아니냐 논란이 굉장히 크다. 그것에 우리도 영향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중립금리:
경제가 과열되거나 침체되지 않고 안정적 성장과 적절한 물가 수준이 유지되는 균형 상태에서의 실질 기준금리 수준을 의미. 즉,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운영될 수 있게 하는 이론적 금리.
M2:
통화량 측정 지표 중 하나. 현금과 당장 인출 가능한 요구불예금(M1)에 더해 저축예금, 2년 미만 만기의 정기예금, 단기 금융상품 등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낮지만 일정 기간 내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의 통화량.

— 한은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계엄 충격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리 인하 효과(금리가 성장률에 기여하는 효과)가 지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과 학계도 금리 인하가 미치는 영향이 약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기준금리 인하가 실제 경기 회복에 얼마나 도움이 될 걸로 보나?
“보통 우리는 계량 분석을 통해 평균적으로 100bp(basis point·100bp는 1%P를 의미) 금리를 인하하면 성장률이 0.24%P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금리 인하 영향이 적은지 여부는 이번 사이클이 끝나봐야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여러 자료를 볼 때, 금리 인하 효과가 경기 부양보다는 자산 가격을 올리는 쪽에 작용하고 있지 않나 추측하고 있다. 다만 통계적으로 이를 확정하기엔 시기가 짧다.”
— 지난 7월 통방(통화정책방향 회의) 당시 총재는 좋지 못한 시나리오로써, 대미 관세 협상 갈등과 부동산 시장 불안정이 겹치는 ‘상충 관계’*를 우려했는데, 현재 그런 시나리오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고 있나?
“9월 상황은 더 나빠졌다. 앞으로 더 나빠질지 좋아지는 이번 APEC 정상회의 앞뒤로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살핀 뒤 판단할 수 있다.”
통화정책 상충관계:
중앙은행이 설정한 여러 경제 목표가 서로 충돌하거나 균형을 이루기 어려운 관계를 의미. 예를 들어, 일시적 공급 충격에 대응하는 통화정책으로 인해 물가 안정과 국민소득 안정 사이에 상충관계가 생길 수 있다.
— 금통위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와 관련,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과반의 위원들이 열어놓고 있다. 이번 같은 경우에도 매파적 동결*을 예상하는 의견이 많았는데 비둘기파적 동결*이었다. 총재의 간담회나 포워드 가이던스가 약간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다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나? 혼선 방지 혹은 시장에 대한 선제적 안내를 강화하기 위해 여러 실험을 하고 있는 걸로 안다.(편집자 주: 한은은 포워드 가이던스 시계를 현재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테스트하고 있다.)
“(포워드 가이던스에 관한 문제 제기는) 감정적으로 대답하게 되는데, 포워드 가이던스는 개별 위원들이 어디까지나 조건부로 내놓는 의견이기 때문에 변할 수 있다. 이게 혼선이라면, 사실 얘기를 안 하면 혼선이 없다. 미국은 도트 플롯*을 발표하면서도 매번 (전망이) 바뀌는데, 이를 혼선이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전망이 바뀌었구나라고 시장이 받아들인다. 우리는 ‘지난 번엔 이렇게 얘기했는데 너 혼선 준 거 아니냐’고 반응한다. 사실 (포워드 가이던스가 바뀌어) 돈을 번 분은 (혼선이라고) 얘기하지 않고 돈을 잃은 분은 많이 얘기할 것이다. 언론이 혼선이라고 해버리면, 중앙은행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믿는 분들이 많아진다. 금통위원들은 더 이상 혼선이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 때쯤 (포워드 가이던스 시계를) 1년 쪽으로 가지 않을까 예상한다.”
매파적 동결:
통화정책 결정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되, 인플레이션 억제와 경제 안정에 엄격한 태도를 유지하는 상태.
비둘기파적 동결:
통화정책 결정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되, 긴축보다는 경기 부양과 경제 활성화를 중시하는 태도를 유지하는 상태.
도트 플롯(Dot Plot):
점 도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각 위원이 향후 금리 전망을 점(도트)으로 표시한 그래프. 시장 기대와 중앙은행 정책 방향을 파악하는데 활용된다.

관세 협상 불확실성, 환율을 올렸다.
— 최근 환율 상승 배경으로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같은 관세 협상의 불확실성뿐 아니라 해외 증권 투자가 늘어나면서 달러 수요가 증가하는 요인도 꼽힌다. 엔화 약세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비춰보면, 관세 협상이 합리적으로 합의된대도 환율이 1400원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상황인지 궁금하다. 환율 안정을 위한 단기 과제가 있을까? 최근 환율에서 어떤 부분을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지 궁금하다.
“늘어난 해외 증권 투자가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건 맞다. 올 들어 더 가속도가 붙고 있다. 해외 사람이 가져오는 증권보다 우리가 갖고 나가는 게 거의 4배 정도 된다. 우리가 해외로 상당한 돈을 갖고 나가고 있다. 관세 협상 타결이 환율이 내려가는 데 도움이 되느냐 물으면 나는 전반적으로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관세 협상의 불확실성이 환율을 올리는 쪽으로 작용했다. 우리가 25% 관세를 내고 있는데 15%가 되면 긍정적으로 (환율에) 작용할 거다. 또 대미 투자 3500억 달러에 관해 우리가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고 투자할지 구체적 내용이 나오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한은은 환율 수준을 타깃으로 삼지 않는다. 환율 변동성을 어떻게 완화시킬지 노력하고 있다.”
— 월요일(10월 20일) 국정감사에서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한에서 최대 조달할 수 있는 달러 규모가 연 200억 달러”라고 했다.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구체적 설명을 부탁한다.
“우리는 외환시장에 큰 부담을 주지 않고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 연 150억에서 200억 달러라고 정부에 말씀드렸다. 우리가 자체 보유한 외화자산에서 나오는 이자나 배당을 활용해 공급할 수 있는 양에 근거한 판단이다. 그렇게 하면 시장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관련기사: “부동산 불지피기 기대하지 마라”, 이창용 경고의 의미는?
— 2014년 무렵을 보니, 금리 인하 사이클이 진행되다가 1년 넘게 동결된 후 다시 인하된 적 있다. 이 경우에도 금리 인하 기조가 유지됐다고 보나?
“우리가 1년 뒤를 보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훨씬 짧은 시계를 갖고 인하 사이클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어떤 요인이 최근 환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나? 그게 수치로도 분석 가능한가?
“지난 8월 28일 통방 이후 한 달 사이 환율이 35원 정도 올라갔다. 크게 얘기해서 한 4분의 1 정도는 달러 강세 때문이다. 대부분인 4분의 3은 △미중 갈등으로 인한 위안화 약화, △일본 신임 수상으로 예견되는 확장 정책 등으로 인한 엔화 약화, △대미 투자 3500억 달러 조달 문제 등 대내외적 요인에서 비롯했다. 우리 요인에 의해 원화가 절하된 면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 금리 동결 배경으로 관세나 부동산 시장 영향이 꼽힌다. 총재는 대미 협상이나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전개될 걸로 보나? 다음 금리 결정 땐 어떤 점에 가중치를 둘 것인가?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금방 꺾일 것 같지는 않다. 이번 정책(10·15)이 막 발표됐으니까. 한두 달 사이 (부동산 가격이) 안 잡힌다 하더라도 부동산 정책 방향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 공급 정책도 발표되고, 수도권 유입 인구도 줄이는 정책이 모두 일관되게 유지되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언제 그렇게 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오늘(23일) 아마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미국에서 돌아올 텐데 얘기를 들어봐야 관세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금리 결정할 때 가중치는 명확하다. 제일 먼저 물가를 본다. 그다음이 금융 안정을 통한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이다.”
—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너무 높다”고 했는데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 총재는 지난 국감 때 부동산 가격이 잘 잡히지 않는 이유로 ‘금리 인하 기대’를 꼽았다. 이번 통방도 일단 금리 인하 기조는 유지했고, 금통위원 4명이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는 11월 혹은 1월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신호다.
“한은이 마치 금리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조절할 수 있다거나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됐다. 우리가 물가에 대해선 정책을 주도하지만, 부동산 가격은 인플레이션 타기팅처럼 금리로 조절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인플레이션율이 2%보다 높으면 금리를 높이는 식으로 디렉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엔 물가보다 훨씬 많은 사회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완벽하게 조절할 수 없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경기가 폭락했다면, 부동산 가격보다 경기를 봐야 할 것이다. 그러면 부동산 가격 상승에도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 한은은 부동산 가격을 부추기지 않는 스탠스에서 통화정책을 하고 있다고 봐주면 정확할 것이다.”

“금리로 부동산 가격 완벽히 조절할 수 없다.”
— 주간 부동산 가격 통계를 발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총장 생각은?
“나오고 있는 데이터를 막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진 않다. 통계 발표를 막는다고 현실의 문제가 바뀔 것 같진 않다. 물론 주간 부동산 가격 통계엔 문제가 있다. 거래량이 굉장히 작고 혼선도 많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거래되는 양을 모두 보여주는 통계가 바람직하다. 한은 입장에서 우리나라 주택 가격은 자산 가격처럼 돼 버렸다. 한은이 주택 가격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주거 비용에 있다. (다수 국민과 여론이) 서울·강남 아파트 가격만 보는데, 아파트 가격 지수를 생활 비용 지수로 보는 게 아니라 투자 자산처럼 보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주가를 보고 통화정책을 하지 않듯, 그거(강남 아파트 가격 지수) 보고 통화정책을 하면 안 된다. 우리 아파트 지수는 주가처럼 작동한다. 그런 차원에서 아파트 지수를 개선할 필요가 있고 사람들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부동산 시장을 두고 ‘주거 사다리’라는 말도 하는데 주거 비용을 어떻게 하자는 이야기보다 대박을 터뜨리자는 쪽으로 가는 것 같아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다.”
— 자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IMF 전망치대로 1.8%까지 상향 조정할 유인이 생겼을 때, 경제 성장의 하방 리스크 완화를 위한 인하 기조의 명분이 약해지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아니면 올해 성장률이 약했으니 내년 성장률은 우리 기본 실력보다 높아져야 한다고 보는지 의견을 듣고 싶다.
“자산 가격이 올라가면서 경제성장률이 상승할 땐 어떤 자산에 따라 성장하는지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주가 상승은 생산적 면이 있다. 소비 진작 효과도 있다. 반면, 부동산 자산 가격이 올라가는 건 불평등도를 너무 심화시킨다. 부동산 자산 가격 상승은 우리나라 성장률이나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쪽으로 작용한다. 국감에서도 말했지만, 개인적으로 굉장한 고통이 따르지만 전세 같은 제도는 (정부 정책으로) 끊어줘야 한다. 고통이 따르더라도 부동산 시장 구조 개혁은 필요하다. 전세의 월세화에 고통이 따른다면, 월세 받는 사람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든지 해서 정책적 조화를 이뤄야 한다. ‘경제성장률이 내년 1.6% 또는 그 이상으로 올라가면 금리 인하 기조가 끝나는 것 아니냐’ 이렇게 질문을 주셨는데, 이론적으로 ‘성장률이 회복세에 있다’고 판단할 때 준거가 되는 것은 ‘성장률’이 아니라 ‘아웃풋 갭’(Output Gap, 실질 GDP 성장률과 잠재성장률 간 차이를 의미하는 용어)이다. 우리가 과거 성장을 못했기 때문에 성장했어야 할 기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상당히 밑에 있다.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올라가려면 성장률이 한동안 계속 높아야 한다. 내년 성장률이 1.6%나 1.7%가 됐으니 이제 금리 인하는 안 한다? 그렇게는 안 하고, 아웃풋 갭을 보면서 판단한다.”
— 오전에 기사가 나온 것 같은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대미 투자에 관해 연 250억 달러씩 8년 분납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는 장기적으로 계속 돈이 빠져나간다는 걸 시장에 알려주는 시그널이 될 것 같은데 이 경우 환율은 어떤 영향을 받을 걸로 보는가?
“최종 협상을 어떻게 하는지 보고 이야기하자. 양해각서(MOU)에 써 있는 말이 그대로 다 집행될지도 알 수 없다. 일본이 미국과 체결한 MOU가 실제 법적 효과가 어떤지 이런 것도 따져봐야 한다. 지금 언급하는 건 성급하다. 우리 협상단이 돌아오고 결정 나온 뒤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