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리포트] “재정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은행의 가이드라인, “잠재 성장률 높이려면 서울·강남 프리미엄 낮춰야.” (⏰15분)
20일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화제였던 이창용(총재) 워딩은 “유동성으로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은 하지 않을 것”이었다. 한은이 2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2.5%로 동결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쏠리는 발언이었다.
이재명 정부 첫 한은 국감은 △10·15 부동산 대책 △고환율·고물가 관리 △대미 투자 3500억 달러와 외환보유고 △금 투자 실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 등이 쟁점이었다.

이창용은 누구.
- 이창용은 총재 임기 동안 “사과 등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니 수입을 고려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 차등 임금 적용을 논의하자”, “상위권 대학 신입생을 지역 비례로 선발하자” 등 정치·사회적 이슈에 소신을 밝혀왔다.
- 여당에서도 “오지랖이 너무 넓은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올 정도다. ‘경제의 정치 개입’이라 비판할 수 있지만, 한은 존재 이유인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을 위한 고언’으로도 볼 수 있다.
- 이번 국감에도 특기할 만한 내용이 적지 않았다. 의원 질의와 이창용 답변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한국 거시 경제 흐름을 읽는 데 도움이 된다.
“부동산에 불 지피지 않을 것.”
— 한은은 오는 23일(목요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한 경제지를 보니까 경제 전문가 20명은 연 2.5%인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 시각과 다를까?
“내가 ‘묵언 기간’이라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전문가들의) 동결 전망은 부동산 가격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경기는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상황이다. 경기, 환율, 부동산 등 여러 변수가 서로 상반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나의 변수만 보고 결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 *10·15 부동산 대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부동산 문제는 어느 한 정책만으로 해결하기엔 너무 복잡한 문제가 됐다. 이번 대책은 시장 친화적이냐, 아니냐 논란이 있지만 시간을 두고 그 효과를 봐야 한다. 큰 틀에서 현재 부동산 시장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PIR)*, 수도권 집중, 가계 부채 등 부동산 가격이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모든 사람이 만족할 방법은 없어 참 어려운 문제다. 한은 입장에서는 유동성을 늘림으로써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은 하지 않을 것이다.”
📌 10·15 부동산 대책:
서울 전역 및 경기 일부 지역을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일괄 지정한 초고강도의 부동산 수요 억제 정책.
📌 PIR:
Price to Income Ratio의 약자. 주택 가격이 가구 소득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 나타내는 지표. 한 가구가 현재 소득을 전혀 쓰지 않고 몇 년을 모아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지 보여준다.
— 이번 10·15 대책은 주택 공급 없이 규제 일변도다. 금융 원칙을 무시한 대출 옥죄기 정책이다. 청년, 신혼부부, 서민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길은 막혔다. 투기 수요도 못 잡을 것이다.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결과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이번 정책으로 전세 대출이 어려워 피해를 보는 계층이 생길 수 있다. 전세가 없어지면 월세가 올라가는 등 부작용이 있지만 크게 본다면 전세 제도를 바꾸지 않고는 *레버리지(leverage)* 증가세는 계속될 것이다. 이번 수요 정책은 레버리지를 줄이는 노력의 일환으로 본다. 부동산 수요 정책뿐 아니라 공급 정책도 필요하다. 피해를 보는 계층을 위한 보완책도 필요하다.”
📌 레버리지:
‘지렛대의 힘’에서 비롯한 개념. 수익 극대화를 위해 자기 자본보다 더 큰 금액을 빌리는 방식이다. 주택 구입 시 자기 돈 일부만 내고 나머지를 대출 받아 투자하는 것도 레버리지 투자다.
— 10·15 대책을 보면, 전세 대출에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적용됐다. 서민 고통이 뒤따를 수 있지만 한 번은 끊어야 할 정책적 결정이었다,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나?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 DSR:
Debt Service Ratio의 약자. 개인이 가진 모든 대출의 원금과 이자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비율. 한 사람이 매년 갚아야 하는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이 그의 연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 연 소득이 5000만 원이고 연간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2000만 원이면 DSR은 40%. 금융기관은 DSR 규제로 대출 한도를 정할 수 있다.
— 금융위기 이후 지난 17년간 정부는 가계부채를 관리하지 않았다. DSR 관리가 가장 중요한데 어느 정권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 당국은 무엇을 했나? DSR 관리 권한을 한국은행이 담당하는 것은 어떤가?
“그 논의는 굉장히 큰 구조 개선이 요구된다. 다만, DSR 관리를 포함한 거시건전성정책에 관해 하나의 의사결정권자로서 한은의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 지금은 조언 역할만 하고 있다.”

— 6·27 대책(주담대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이재명 정부의 첫 번째 부동산 정책)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한 적 있다.
“경제가 좋지 않을 때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 경기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반복해 왔다. 이로 인해 가계 부채가 불어나고 있다. 누군가는 끊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계 부채를 과감하게 줄이고자 하는 노력을 높이 평가했던 것이다. 특정 정권의 정책 실패라기보다 집값이 올라 서민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대출을 해줬던 단기 처방이 부른 병폐다. 부동산 시장이 이대로는 계속 갈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조정이 필요하다. 부동산 규제 완화로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막는 것이 *거시건전성정책*이다. 거시건전성정책은 부동산 가격 안정에 효과적이지만 이를 얼만큼 유지할지에는 정치·경제학 논리가 작용한다.”
📌 거시건전성정책:
경제 전체의 금융 안정을 위해 금융 시스템 전반에 내재된 시스템 리스크(체계적 위험)를 억제하고 관리하는 정책.
— 정책대출이 문제다. 고금리 시기였던 2022년 말부터 주택담보대출이 감소했다. 하지만 정책대출은 더 늘었다. 금융위와 금감원 당국자들의 문제 아닌가?
“한은은 그 당시 정책대출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과거 여러 정부를 보면, 금리가 올라 서민이 어려워지면 정책대출 수요를 끝내 참지 못하고 지급하는 잘못을 반복했다.”
— 기획재정부나 국토교통부가 주장하는 ‘세제를 통한 부동산 안정화’를 어떻게 생각하나?
“세제는 세제의 원칙이 있다. 자산 간 보유세나 자산이득세가 공평한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세제는 ‘부동산 가격’이 목적이기보다 ‘제도 개선’ 차원에서 봐야 한다.”
— 최근 통화량 지표가 무섭게 올라가고 있다. 유동성이 늘어나고 있고, 자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유동성장세(돈의 힘이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장세를 의미)가 마무리되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역머니무브’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한다.
“문제 의식엔 공감한다. 유동성이 많아 주식·부동산 가격이 올라간다고도 볼 수 있지만, 주식·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시장 참여자들은 가격 상승을 예상해 대출을 많이 받는다. 대출이 늘어나 유동성이 올라가는 측면도 있어서 살펴봐야 한다.”
— 집값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교육 문제다. 상위권 대학 신입생을 지역 비례로 선발하자고 제안한 적 있다.
“서울에 아무리 집을 많이 지어도 서울로 유입하는 인구가 계속 늘면 주택 공급이 따라갈 수 없다.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하지만, 서울 유입 인구를 줄여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교육 격차, 입시 제도 등 교육 문제를 해결하여 서울 유입 인구를 줄여야 한다.”
대미 현금 투자? “1년에 150억~200억 달러”

— 원달러 환율이 한 달째 1400원대다. 1400원이 우리 경제 뉴노멀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언론과 정부는 환율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지난 한두 달 사이 달러가 약세인데도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 여러 원인을 점검하고 있다. 한미 관세 협상이 최종 합의되지 않고 있다. 관세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 불확실성이 크다. 미중 관세 협상이 악화하면서 위안화 변동이 셌고 국내 정치 요인으로 일본 엔화가 약세인 것 등이 복합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지난 13일 환율이 1430원을 넘나들자 기재부와 한은이 구두 개입했다. 1430원대가 시장 개입 선인가?
“환율 수준보다 변동성을 보고 판단했다. 지금은 1430원으로 올라갈 때보다는 상승이 덜 가파르기 때문에 관찰하는 중이다. 환율 수준을 타깃하지는 않는다. 외화도 하나의 자산이고, 한은 총재가 환율 수준을 예측하면 시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발언하기 어렵다. 공적 기관 가운데 환율이나 주가를 예측하는 곳은 없다.”
— 한국이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 달러와 관련, 미국은 일시불 현금 직접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 외환보유고 수준에서 실현 불가능한 요구라는 것에 동의하나?
“한은은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1년 사이 조달할 수 있는 달러 규모가 150억~200억 달러라고 정부에 말씀을 드렸다.”
—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4200억 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충분한 수준인가?
“외환보유고는 충분하다. 국제기구 가운데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부족하다고 우려하는 데는 없다. 고정환율제를 유지하려면 굉장히 많은 외환보유고가 필요하다. 변동환율제에서는 건전한 거시 정책이 가장 중요하다. 재정 적자가 잘 관리돼야 하고 적절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 재정과 통화정책을 잘 사용하면 지금 외환보유고로도 충분하다.”
—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한 입장은?
“스와프 여부보다 스와프 비용과 기간 등 조건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은 스와프는 6개월 단기로 이뤄지고 있다. 한미 협상에서 나오는 ‘투자’에 적합한 도구는 아니다.”
📌 통화스와프(currency swap):
서로 다른 국가나 기관이 자국 통화를 상대국 통화와 일정 기간 동안 맞바꾸는 금융 계약. 주로 중앙은행 간에 체결한다. 비상 시 금융 안정과 외환 유동성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활용한다.
— 고물가 후유증에서 벗어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까?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은 2%로 안정됐지만 과거 물가가 6%씩 올랐던 게 누적된 상태이기 때문에 물가 수준은 높다. 체감 물가가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우리나라 생필품 가격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생필품 다양성이 적어서다. 미국이나 유럽을 보면 똑같은 물건이래도 고급품도 있고 저렴한 물건도 있다. 우리는 전반적으로 농·축산물이 동질적이다. 다양성을 위해서는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하지만 개방엔 생산자 보호 문제가 뒤따른다. 구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다.”
— 생활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정책이 필요한 것 아닌가?
“생필품 물가를 잡기 위해 특정 물품을 타깃으로 삼아 금리 정책을 쓰면 부작용이 생긴다. 한은 정책만으론 어렵다. 수입을 확대하거나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등 정책이 필요하다.”
— 민생 회복을 위한 소비 쿠폰 발행은 경기 진작 수단으로 적정했다고 보나?
“소비 쿠폰은 집행한 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가 끝나야 명확하게 지표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소비에 관한 재정 지원이었기 때문에 소비는 늘어나겠지만 얼마나 지속될지는 내년 상반기가 돼야 알 수 있다. 전반적으로 올해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였기 때문에 일정 정도 재정 지원은 불가피했다.”
— 한은의 금 매입은 2013년 20톤이 마지막이다. 금을 더 사야 하지 않나?
“최근 IMF 연차 총회에서도 달러 위상과 함께 금값 상승이 큰 주제로 논의됐다. 한은 자산 포트폴리오를 보면, 2013년 금 매입을 그만뒀는데 그로부터 10년 정도는 금을 사지 않았던 것이 합리적이었다. 금보다 주식 가격이 훨씬 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3년 정도 금값이 굉장히 뛰었는데, ‘한은이 투자 기회를 놓친 것 아니냐’는 우려에 수긍하는 면이 있다. 다만, 최근 3년 변화를 이유로 자산 변동이 좋을진 더 생각해봐야 한다. 보수적으로 말씀드리면, 최근 3년은 외환보유고를 줄이는 국면이었다.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늘리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 앞으로 외환보유고를 늘리는 국면이 다시 오면 자산 배분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겠다.”
유상대(한은 부총재): “최근 2~3년은 민간 부문이 해외 투자를 굉장히 늘리며 환율이 상승하는 국면이었다. 한국의 대외채권이 민간 부문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난 상황이었다. 정부나 한국은행까지 외환 보유를 늘리기에는 환율이 높았다. 공공 부문에서 외환보유액을 늘리기 어려웠던 이유다.”
— 이재명 정부는 국가 첨단 산업 활성화를 위해 민관 합동으로 150조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계획하고 있다. 이게 조성되면 어떤 경제 효과가 있을까?
“어디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다를 것이다. 세부적으로 어디에 지출되는지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 어디에 투자할지는 재정 문제지만 AI 같은 신성장 산업으로 나아가는 방향은 맞다고 본다.”
‘재정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우려.

— 프랑스의 경우 재정 위기로 세대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안겼고, 밀레니얼 세대가 복지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불만이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한은은 지난 3년간 구조조정에 관한 페이퍼(보고서)를 써왔다. 현 세대가 미래 세대를 위해 제도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 *재정 우위(fiscal dominance)*는 시급한 문제다. 어려운 사람을 재정으로 돕다 보니 재정의 양이 커지고, 이로 인해 통화정책은 이자 부담으로 이자율을 못 올리게 된다. 빚을 빚으로 갚는 문제, 재정에 대한 중독이 일으키는 문제가 근본적이다. 지금 프랑스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과거 라틴아메리카에서 볼 법한 일이 선진국에서 벌어졌다. 미국도 (누적) 재정 적자가 (GDP 대비) 60~70%를 넘었다. 우리는 거기까지 가지 않았지만, 재정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연금과 건강보험 적자 문제가 있다. 구조조정하려면 비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지금 세대가 미래 세대를 위해 제도를 바꿔야 한다.”
📌 재정 우위:
정부의 재정 적자와 부채가 매우 커져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제약 받는 경제 상황. 중앙은행이 독립적으로 금리를 조절해 물가 안정이나 금융 안정 조절을 하기 어려워진다.
— 기재부는 한은 인건비를 사전 승인한다. 이래서 한은 독립성 지킬 수 있나? 개선을 위해 노력해봤나? 법 개정이 필요한 것 아닌가?
“법 개정이 필요한 것으로 안다. 기재부가 아니면 어디서 한은 인건비를 관리할지 문제도 있다.”
—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 제도는 원래 중소기업이나 무역업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그런데 지금은 은행이자 장사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시중은행에 1% 이자율로 지원하는데 은행들은 취급 상품별로 그보다 훨씬 높은 금리로 대출해줘 은행의 예대금리 차이가 크다. 금중대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나?
“금리차가 나는 이유는 은행 마진이 높기도 하지만 차주의 신용 위험에 따라 대출해줘서다. 일반적 정책 대출과 달리 금중대는 은행들이 저리로 한은의 자금 공급을 받은 뒤 차주의 신용위험만큼 금리를 높인다. 금중대는 한은이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춰줌으로써 대출 규모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 재정의 방식처럼 우리가 1% 저리 자금을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하면 딱 우리가 제공하는 자금 규모만 시장에 풀리는 것이지만, 시중은행이 대출을 하게 되면 우리 자금의 10배쯤을 공급할 수 있다. 다만 위험을 나누는 것이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 금융중개지원제도:
한은이 시중은행에 저리로 돈을 빌려주고, 이를 중소기업 대출에 활용하도록 한 제도.
“은행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바람직.”
— 한은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필요성을 인정하나? 제도에 어떤 고민이 있나?
“제도는 금융위에서 준비 중이다. 우리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할 경우 제도의 큰 틀이 바뀌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한은의 통화정책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우리 의견이 강력히 반영돼야 한다. 미국의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처럼 스테이블코인에 관해서는 한은이 의사결정자로서 참여하고 전원합의제가 보장되는 등의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금융위가 가상 자산 전체를 주도한다고 해도 스테이블코인에 관해서만큼은 우리가 의사결정권자 한 사람으로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의 대체제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중요한 규제 기관이 돼야 한다. 아울러 원화의 국제화를 어떻게 다룰지가 중요하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원화 자유화에 대한 규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한은 입장에서는 은행 중심의 콘소시엄을 통해 코인을 발행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비은행도 은행 중심 콘소시엄에 들어와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 은행 중심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혁신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
📌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한국 원화 가치를 1:1로 연동하여 가격 변동성을 줄인 디지털 화폐. 해외 송금이나 디지털 자산 거래에서 환전 없이 실시간으로 저비용 결제를 가능케 하는 혁신적 금융 수단.
📌 지니어스 액트: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을 규제하는 최초의 연방 법률.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감독 체계를 마련해 소비자 보호와 금융 안정성을 도모하는 법안.
— 중앙은행이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야 하나?
“나서야 한다. 우리 목표인 금융 안정에 기후변화가 큰 영향을 미친다. 은행 자산은 기후 충격을 받으면 크게 변한다. 금융기관 건전성 감독을 위해서도 기후변화 영향을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 한은도 2021년 기후변화 대응 계획을 발표했지만,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 않다. 탄소 감축 시설에 대한 중국 인민은행의 특별 대출 집행 규모가 지난해 6월 기준으로 204조 원 규모다. 영란은행(영국의 중앙은행)도 녹색 관련 회사채 매입 규모가 35조 원에 달한다. 한은도 파급력 있고 영향력 있는 기후 정책을 고민해야 하지 않나?
“적극 노력하겠다. 다만 우리의 경우 녹색 관련 채권이나 중소기업 규모가 적다. 한은은 집행·감독 기관도 아니고, 대출이 아닌 이자율 통해 통화정책을 시행한다. 말씀하신 일을 하려면 대출을 늘려야 하는데 우리가 중국처럼 할 수 없다. 대신 은행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평가하는)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표준화하고 실시하고 있다. (집행과 같은) 다른 쪽 파트는 한은만으로는 안 된다.”
📌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기후 변화 충격을 몇 개의 시나리오로 설정하고, 각 시나리오가 실물 경제와 금융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화한 것이다.
— 현재 한은 금통위원 대부분이 특정 대학, 특정 학과 출신(서울대 경제학과)이다. 금통위가 특정 대학 동문회는 아니지 않나? 위원회를 구성하는 이유는 다양한 주체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반영하라는 뜻에 있지 않나? 위원회 구성의 획일성은 개선해야 하지 않나?
“다양한 배경(의 금통위원)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임명권자가 아니라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 다만 다양성은 중요하다.”

한은의 시대적 과제? “물가 안정, 금융 안정.”

— 한국은행이 생각하는 시대적 과제는 무엇인가? 국민은 다양한 현실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한은은 구경꾼, 훈수꾼에 그치고 있는 것 아닌가? 국민은 한은이 금리 결정 말고 무슨 일을 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한은은 국민에 무엇으로 기여할 수 있는가?
“한은 의무는 물가 안정, 금융 안정이다. 가계 부채, 부동산으로 인한 자산 불평등, 저출산 및 교육 문제 등도 관련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보고서를 통해 이슈를 부각하고 논의하고 있다. 우리는 정책 제안은 할 수 있지만 집행 권한은 없다. 이를 훈수라고 하면 훈수인 셈이다. 통화정책을 통해서도 국민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한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불리는 *대정부 일시대출금*이 늘고 있다. 정부가 한은에 빌린 일시자금으로 부담하게 되는 3조 원 규모의 (누적) 이자는 정상적인가?
“이 문제 근본 원인은 기재부가 단기 유동성 관리를 위해 재정 증권을 발행할 여력이 작다는 데 있다. 정부가 일시차입금을 이용하지 않으면 기재부가 단기 재정 증권을 발행해야 한다. 이 경우 우리의 *통화안정증권(통안채·Monetary Stabilization Bond)*과 충돌한다. 일시대출이 늘어나는 걸 반드시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한계는 국회가 정한다. 국회가 정한 한도 내에서 효율적으로 쓰고 있다. 다른 나라는 통안채라는 게 없고 단기 재정 증권을 발행해 유동성 관리를 한다. 하루짜리도 발행한다. 우리는 제도적으로 단기 3개월 미만은 통안채에 의존하고 있다.”
📌 대정부 일시대출금: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일시적 자금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한은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제도. 개인이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정부는 재정 증권 발행 대신 한도 내에서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 통화안정증권:
한은이 시중 통화량을 조절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 시중의 과도한 유동성을 흡수하거나 부족한 유동성을 공급할 때 활용하는 통화정책 수단.
— F4(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회의를 정례화할 필요가 있나? 지금과 같이 비공식 간담회가 아니라 법정 기구화하는 게 낫지 않나?
“정례화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기재부 장관 결정 사안이다. 비공식 간담회의 장단점이 있다. F4 회의에서는 각 기관이 알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고, 일어날 수 있는 미래의 일을 논의한다. 이를 모두 공개할 경우 시장에 주는 충격이 있다. 온전히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 그렇다고 회의록도 안 남기고 이야기하는 건 책임과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
“거시건전성정책 결정은 명확히 공개할 필요가 있지만, 이를 테면 부동산 PF 부도 위험이 있는 특정 기관의 이름나 정보가 공개되면 충격이 있을 수 있다. 비공식적으로 정보 교환하는 게 유용한 면도 있다.”
— IMF 당시 한은은 수출입은행에 9000억여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25년이 지났는데 현재까지 회수 금액을 보니 1089억 원, 12%에 불과하다.
“한은이 자금을 회수하면 누가 수출입은행에 자본금을 또 넣어줘야 한다. 국가·정부 간 돈이었기 때문에 공적자금 회수 순위에서 열외로 빠져 있다. 우리가 회수하면 좋지만 빠진 것 만큼 자본금을 넣어야 한다. 그럼 국가가 해줘야 하는데…. (의원 : 앞으로 다 회수하려면 150년 걸릴 것 같다.) 사실 국가기관 간이기 때문에 회수를 안 한다는 전제 하에 만들어진 제도 같다.”
— 잠재성장률 상승을 위해 이재명 정부가 꼭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부동산, 교육 문제를 해결해 출산율 하락을 해결하는 쪽으로 갔으면 한다. 서울 부동산 값이 문제다. 공급 이야기를 하는데 공급엔 시간이 필요하다. 지역 균형 정책을 통해 서울·강남 프리미엄을 낮춰야 한다. 짧은 시간에 생산성을 높이려면 외국인 노동자를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도 중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