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리포트] 법리적 판단 아닌 시간 계산 착오… 논란의 소지 해소하기 위한 것, 탄핵 심판과는 무관.
법원이 윤석열이 낸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였다.
바로 석방되는 건 아니다. 검찰이 7일 이내에 항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구속 상태가 계속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즉시항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고 항고를 하더라도 법원이 다시 구속 취소를 명령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이 항고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수사 절차를 두고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 어차피 탄핵 심판과는 별개지만 심판 결과에 불복하는 여론이 늘 수 있다.
기초적인 사실.
- 체포 영장을 받아 체포하면 48시간 안에 구속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 구속 영장이 발부되면 체포된 날로부터 10일 안에 공소를 제기해야 한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10일을 연장할 수 있다.

핵심 쟁점: 43시간 39분이냐 33시간 7분이냐.
- 법원은 검찰이 윤석열의 구속 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공소를 제기했다고 판단했다.
- 윤석열이 관저에서 체포된 때는 1월15일 오전 10시33분.
-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구속된 날로부터 10일 안에 공소를 제기해야 한다. 이 시간을 기준으로 구속 기간 만료는 24일 24시였다.
- 관건은 체포적부심과 영장실질심사에 소요된 시간만큼 구속 기간을 늘려야 하는데 이걸 두고 판단이 엇갈렸다.
- 첫째, 체포적부심은 1월16일 오후 5시에 시작돼서 오후 7시에 끝났다. 결과는 오후 11시10분에 나왔다.
- 둘째,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는 오후 2시에 시작돼서 오후 6시50분에 끝났다. 결과는 19일 오전 2시50분에 나왔다.
- 체포적부심과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수사 기록이 법원에 넘어갔다가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각각 10시간32분과 33시간 7분이다. (체포적부심 때 공수처 수사 기록이 법원에 넘어간 건 16일 오후 2시3분, 기록을 돌려받은 건 17일 0시35분이다. 영장실질심사 때 공수처 기록이 넘어간 건 17일 오후 5시46분, 구속 영장이 발부된 건 19일 오전 2시53분이다.)
- 검찰은 당연히 둘 다 구속 기간에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33시간 7분만 포함된다고 봤다. 체포적부심은 구속 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 법원이 판단한 구속 기간은 26일 오전 9시7분이었다.
- 검찰이 윤석열을 구속 기소한 건 1월26일 오후 6시52분이었다. 법원은 검찰의 공소 제기가 9시간45분 늦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의 패착.
- 공수처가 열흘 동안 조사를 끝내고 검찰에 넘기면 검찰이 열흘 동안 후속 수사를 해서 기소한다는 게 원래 계획이었다. 경찰과 검찰이 나눠 맡을 때는 10+10 구속수사가 관행이었고 당연히 법원이 연장 신청을 받아줬다.
- 그런데 윤석열 사건에서 법원은 공수처가 넘긴 사안을 검찰이 다시 수사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봤다. 법원이 구속기한 연장 신청을 불허하면서 계산이 꼬였다.
- 만약 검찰의 계산대로 43시간39분을 더하면 구속 기한은 26일 오후 7시39분이 된다.
법원의 판단.
- 형사소송법은 영장실질심사에 걸리는 시간은 구속 기간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체포적부심은 별다른 규정이 없다. 법원은 규정이 없으면 피의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 법원은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공수처의 문제.
- 윤석열은 계속 수사 권한 문제를 물고 늘어진다.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다. 다만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하다가 관련 범죄로 내란죄를 수사했다는 논리로 구속 영장을 받았고 검찰이 넘겨 받아 구속 기소했다.
- 법원은 이 부분을 정확히 판단하지 않았지만 권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애초에 경찰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수사하고 구속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으면 문제될 게 없었겠지만 공수처가 사건을 넘겨 받으면서 논란을 키웠다. 하지만 관할 문제는 지엽적인 이슈일 뿐 윤석열의 혐의 입증과는 별개라고 봐야 한다.
분석: 논란의 소지 없애기 위한 것.
- 검찰의 계산된 착오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이재명(민주당 대표)은 “검찰이 산수를 잘못했다고 윤석열의 헌정 파괴가 없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당연한 이야기다. 구속 요건이 안 된다는 것일 뿐 범죄 사실에 대한 판단은 없었다.
- 공수처도 “재판부가 공수처 수사의 위법성을 확인하거나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므로 보도에 유의해달라”고 요청했다.
- 법무부는 “검찰의 석방 지휘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는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했다.
- 법원이 “이런 논란을 그대로 두고 형사재판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파기 사유는 물론이고 재심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대목을 잘 봐야 한다. 구속 취소로 오히려 논란의 소지를 해소했다고 보는 게 맞다.
변수: 즉시항고 대상인가.
- 권성동(국민의힘 원내대표)은 “즉시항고를 할 수 없고 보통항고만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시항고를 하면 법원 결정의 집행력이 정지되지만 보통항고는 정지되지 않는다는 권성동의 주장이다. 보통항고를 하면 구속이 취소되고 법원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인데 이건 다른 주장도 있다.
- 헌재가 구속집행 정지에 즉시항고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판례가 있지만 구속집행 정지와 구속 취소는 다른 사안이다.
전망: 달라질 건 없다.
- 검찰의 즉시항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고 항고를 하더라도 석방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의 관행과 별개로 검찰이 구속 기간을 넘긴 사실은 인정된다. 왜 이제 와서 갑자기 원칙을 따지느냐는 질문도 가능하지만 논란의 소지를 없앤다는 법원의 판단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 다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더라도 탄핵 심판에 미칠 영향은 없다.
- 내란죄 재판 역시 법리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 구속 취소는 검찰의 계산 실수일 뿐 윤석열의 범죄 판단과는 무관하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것일 뿐 어차피 재판 결과를 봐야 한다. 내란죄가 인정되면 무기징역 또는 사형이다.
- 다만 혼란은 불가피하다. 당장 코스피 지수가 막판에 급락했다. 해외에서는 한국의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이르면 다음주 금요일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온다. 분명한 건 구속 여부와 파면 사유는 무관하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