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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이 뉴스 검색 결과를 바꿨다. 뉴스 검색 설정에서 ‘전체’와 ‘뉴스제휴 언론사’를 선택할 수 있게 돼 있는데 23일부터 ‘뉴스제휴 언론사’를 디폴트로 지정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당장 1000여 개 언론사들이 뉴스 검색 결과에서 사라졌다. 옵션에서 선택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이런 옵션을 선택하는 이용자는 매우 적다.
  • 사실상 검색 제휴를 임의로 중단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 다음부터 시작했지만 네이버도 검색 결과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
  • 총선을 앞두고 여론을 통제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비판적인 언론사들을 공론장에서 차단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이야기다.
  • 민주당이 논평을 내고 “다음이 떳떳하다면 왜 테스트 기간이나 충분한 공지를 통해서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았는지 답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해를 돕기 위한 백그라운드 정보.


  • 한국 포털의 뉴스 제휴는 콘텐츠 공급 제휴와 검색 제휴로 나뉜다. 콘텐츠 공급 제휴는 포털이 비용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구입해서 포털 안에서(인링크) 제공하는 방식이고 검색 제휴는 기사 데이터를 넘겨 받아 검색 결과에 반영하고 링크를 클릭하면 언론사로 넘어가게 하는(아웃링크) 방식이다.
  • 콘텐츠 제휴의 경우 고정된 전재료를 지급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페이지뷰에 따라 광고 수입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네이버의 경우 언론사가 인링크와 아웃링크를 선택할 수 있고 다음은 인링크와 아웃링크를 동시에 제공한다.
  • 콘텐츠 공급 제휴가 네이버는 100개 미만, 다음은 150개 미만이고 검색 제휴는 네이버가 1000개 미만, 다음은 1000개가 넘는다.

이유가 뭘까.


  • 카카오는 “이용자의 선호도를 충분히 고려하고 양질의 뉴스 소비 환경 마련을 위해 뉴스 검색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 뉴스제휴 언론사 기사의 소비량이 전체 평균보다 많고 인링크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고 뉴스 제휴 언론사를 따로 선택하는 옵션을 뒀더니 뉴스 소비 비중이 늘었다는 이야기다.
  • 하지만 갑자기 검색 제휴 언론사들 기사를 디폴트에서 배제한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사실상 검색 제휴 중단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을 밀어붙이면서 사전에 아무런 공지도 협의도 없었다.

마이너 언론 때리기의 오랜 역사.


  • 이 사건은 오래된 맥락과 흐름이 있다. ‘가짜뉴스’ 논쟁 이전에 ‘사이비 언론’ 논쟁이 있었고 어뷰징 논란이 있었다. 한마디로 마이너 언론사 때문에 뉴스 시장이 혼탁해진다는 메이저 언론사들의 불만이다. 그 이면에는 줄어드는 영향력과 광고 시장의 파이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
  • 2011년 광고주협회가 ‘광고주가 뽑은 나쁜 언론’이란 걸 조사해서 발표한 적 있다. “악의적 보도와 추측성 기사를 빌미로 광고·협찬을 강요해 회원사들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고 했는데 정작 메이저 언론은 없고 군소 신문사들만 나열해 논란이 됐다.
  • ‘나쁜 언론’ 리스트는 1차만 발표하고 중단됐다. 2013년에는 2차 조사를 했다가 일부 메이저 언론이 리스트에 포함돼 있어 공개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왔는데 광고주협회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흐지부지됐다.
  • 광고주협회는 2015년에도 ‘유사 언론 실태 조사’라는 걸 발표했다. 가장 문제가 많은 10개 언론사를 선정했다고 했지만 1개 언론사만 실명을 공개했다. 이를 두고 진짜 나쁜 언론은 건드리지 못하고 마이너 언론만 때린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 이른바 ‘나쁜 언론’ 프로젝트는 종합편성채널 출범 이후 줄어든 광고 시장의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조중동의 기획이라는 게 당시 업계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관측이었다. 요즘 광고 달라는 언론사가 너무 많아서 힘들다는 광고주들의 민원에 조중동이 해결사로 나서서 내놓은 대안이었다는 이야기다.
  • 박근혜 정부 때 5인 미만 언론사를 퇴출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밀어붙인 것도 비슷한 시도였다. 당시6000여개 언론사 가운데 85%가 등록이 취소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헌법재판소가 “언론 자유를 제한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려 무산됐다. 애초에 직원 숫자로 언론사 등록을 허용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는 황당무계한 발상이었다.

인터넷신문 기사의 품질 저하 및 그로 인한 폐해가 인터넷신문의 취재 및 편집 인력이 부족하여 발생하는 문제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런 폐해는 주요 포털사이트의 검색에 의존하는 인터넷신문의 유통구조로 인한 것이므로, 인터넷신문이 포털사이트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유통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더 근원적인 방법이다. 또한, 급변하는 인터넷 환경과 기술 발전, 매체의 다양화 및 신규 또는 대안 매체의 수요 등을 감안하더라도, 취재 및 편집 인력을 상시 일정 인원 이상 고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인터넷신문의 언론으로서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 헌법재판소 2016. 10. 27. 선고 2015헌마1206, 2016헌마277(병합) 결정 요지 중에서.

  • 제휴평가위원회의 출범과 해체, 최근까지 계속된 실체 없는 ‘가짜뉴스’ 논쟁도 메이저 언론의 기득권 동맹과 무관하지 않다.
  • 제휴평가위는 2015년 포털 뉴스의 진입과 퇴출을 포털 외부의 위원회에 맡기자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보수 진영에서 애초에 기대했던 건 제평위가 ‘인클로저’ 역할을 하면서 마이너 언론의 추가 진입을 막고 수준 떨어지는 언론사를 내보내면서 메이저 언론의 이너써클과 기득권을 강화하는 그림이었지만 실제로 그렇게 작동하지 않았다. 기사 어뷰징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메이저와 마이너 모두 심각했고 심지어 연합뉴스는 기사형 광고 수천 건을 내보낸 사실이 드러나 32일 동안 노출 제한을 당하기도 했다.
  • 제휴평가위는 마이너 언론사들에 대한 메이저 언론사들의 불만에 정치적 압박과 공정성 논란을 벗어나려는 포털의 생존 본능이 맞물려 만든 임시 방편이었다. 어뷰징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최소한의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애초에 포털을 비난했던 사람들이 요구했던 건 공정한 게임의 룰이 아니라 진입 장벽을 더 높이고 이왕이면 유사(사이비) 언론을 정리하고 판을 새로 짜라는 것이었다.
  • 7년 만에 제휴평가위가 중단(사실상 해체)된 것도 결국 정치권과 메이저 언론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제휴평가위 중단에 정치적인 압박이 있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 뉴스타파 김만배 인터뷰 논란 이후 제휴평가위 기준이 다시 논란이 됐던 것도 보수 언론의 누적된 피해의식과 무관하지 않다. 포털이 ‘가짜뉴스’의 온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국민의힘은 아예 뉴스타파를 포털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탐사 보도 전문 신문인 뉴스타파는 월간 기사 출고량 50건을 만족시키지 못해 제휴 심사에서 떨어졌다가 규정이 개정되면서 합격했다.

큰 그림: 조중동의 오래된 꿈.


  • 2008년 대선 직전 진성호(당시 한나라당 뉴미디어팀장)가 “네이버는 평정됐고 다음은 손봐야 한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 2020년 네이버 부사장 출신의 윤영찬(민주당 의원)이 보좌관에게 “카카오 들어오라하세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장면이 언론사 카메라에 찍혀 논란이 된 적도 있다.
  • 이명박 정부 시절 신재민(문화부 차관)은 “불법을 방치하는 포털 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다”고 겁박하기도 했다.
  • 이동관(방송통신위원장)은 “‘가짜뉴스’를 실어 나르는 포털에 대한 규제가 사각지대”라며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뉴스타파 김만배 인터뷰를 거론하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포털의 공정성 논란도 역사가 길다. 연관 검색어 조작 논란이 있었고 실제로 청탁을 받고 기사를 삭제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실시간 인기 검색어도 조작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편집에 공정성 논란이 계속되니 알고리즘 편집으로 옮겨왔지만 알고리즘이 편향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진입과 퇴출 기준이 자의적이라고 비판하니 제휴평가위를 만들었지만 언론 위에 군림한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중단했다. 그래서 나온 게 마이너 언론사 퇴출이라면 보수 언론의 오래된 꿈이 실현되는 것이다.

몇 가지 질문.


  • 업계 관계자들이 묻는 몇 가지 질문을 정리해 봤다.
  • 마이너 언론이 더 진보적이라서 이러는 건가: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뉴데일리 같은 보수 언론사도 있고 검색 제휴 언론사 가운데 상당수는 정치적 성향이 강하지 않거나 경제 관련 매체가 많다. 다만 한겨레나 경향신문보다 논조가 강한 진보 매체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선거에서 생태탕 논란이나 쥴리 논란 등이 주류 언론보다는 마이너 언론 중심으로 확산됐던 것도 보수 진영의 피해의식을 키웠을 가능성이 있다. 청담동 술자리 논란은 포털과는 관련이 없지만 마이너 언론=‘가짜뉴스’라는 게 보수 언론이 흔히 쓰는 레퍼토리다. 허위 보도라고 하지 않고 아예 매체를 매체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 네이버에서도 검색 제휴 매체가 사라질까: 가능성이 있다. 만약 국민의힘과 조중동의 기획이라면 네이버도 같은 압력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도 뉴스 검색 결과에서 ‘모바일 메인 언론사’를 선택할 수 있는 토글 버튼을 두고 있는데 이걸 선택하면 CP 언론사 기사만 결과에 뜬다. 이걸 디폴트로 지정하면 검색 제휴 언론사들 노출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 독자들 입장에서는 좋은 것 아닌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이왕이면 검증된 메이저 언론사 기사 위주로 보고 싶다는 수요가 있을 수 있고 실제로 이용자들 반응도 좋다고 한다. 다만 네이버와 다음은 뉴스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제휴 매체를 꾸준히 늘려왔는데 갑자기 이런 식으로 노출을 제한하면 일부 언론사들은 생존의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마이너 언론사 가운데도 의미 있는 기사를 쓰는 언론사가 많다.
  • 국민의힘은 포털이 ‘가짜뉴스’의 온상이 됐다고 주장한다: 애초에 ‘가짜뉴스’라는 말부터 잘못됐다. 뉴스타파의 김만배 인터뷰는 ‘가짜뉴스’가 아니다. 의혹은 해명하면 되고 오보는 바로 잡으면 된다. 뉴스타파가 제기한 의혹이 조작됐다는 정황은 확인된 바 없다. 이렇게 비판적인 언론을 공론장에서 퇴출시키려는 시도는 매우 위험하다.
  • 마이너 언론사의 뉴스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 아닌가: 보기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검색 제휴 언론사 가운데 기사형 광고로 문제가 된 언론사도 있고 ‘복붙’과 어뷰징으로 제재를 받는 경우도 많다. 다만 좋은 기사는 언론사의 규모와 비례하지 않고 설령 일부 언론사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마이너 언론사들의 진입을 차단하는 것은 플랫폼의 공정성과 중립 원칙에 위배된다. 어뷰징은 메이저 언론사들도 자유로울 수 없고 실제로 조선일보는 2017년 우회 전송으로 48시간 동안 노출 제한 제제를 당한 적도 있다.
  • 보수 언론의 압박이 있었다고 보나: 마이너 언론사 퇴출은 정치권과 기업들의 공통된 숙원 과제였다. 조중동이 주축이 된 신문협회가 오랫동안 요구해왔던 사안이기도 하다. 뉴스캐스트 시절 트래픽 폭탄을 즐겼던 언론사들은 뉴스스탠드와 알고리즘 편집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트래픽과 영향력이 줄어든 지금 상황을 바꾸고 싶어한다. 당장 포털에 플레이어가 줄면 어뷰징 압박도 줄어들 것이고 트래픽이 늘면서 광고 매출도 크게 늘어날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핵심은 이것이다.


  • 포털은 영리 기업이지만 공적 플랫폼의 역할을 한다. 포털이 임의로 검색 결과를 제한하거나 차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 만약 검색 결과의 퀄리티 문제라면 진입 차단이나 노출 제한이 아니라 알고리즘 개선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 제휴하는 언론사만 검색 결과에 포함시킨다는 것도 지극히 한국적인 상황이다. 콘텐츠의 중요도를 판단하지 않고 제휴 등급에 따라 노출을 제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공론장을 위축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이런 일련의 변화가 검찰 수사나 정치권의 압박 때문이라면 매우 심각하다.
  • 한국은 가뜩이나 포털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서는 한국 국민의 75.1%가 포털을 통해서 뉴스를 본다고 답변했다. 네이버나 다음이 임의로 한국 국민들이 어떤 뉴스를 보고 어떤 뉴스를 안 볼 것인지 결정할 권한이 있나?
  •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러려고 제휴평가위를 없앴나.
  • 진짜 필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누가 포털을 흔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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