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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의 해법을 찾아서

슬로우뉴스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 두 번째 시리즈로 “오래된 질문: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의 해법을 찾아서” 연재를 시작합니다. 우리는 정확한 질문과 현장의 통찰에서 최선의 해법이 나온다고 믿습니다. 학교폭력 시리즈도 추가 취재를 하고 있고 계속 보완할 계획입니다. 슬로우뉴스의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과 조언,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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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도 경험하지 못한 인구 절벽의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

문제는 모두가 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78명까지 떨어진 걸 두고 미국의 CNN은 “한국 정부가 지난 16년 동안 인구 감소의 대책으로 2000억 달러 이상을 썼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AP통신은 “우울한 고용 시장의 불확실성, 값비싼 주택, 성별 및 사회적 불평등, 낮은 수준의 사회적 이동성, 잔인하게 경쟁적인 사회에서 자녀를 양육하는 막대한 비용”이 원인이고 “가부장적 문화도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NPR은 “한국 정부의 접근은 상처에 반창고를 붙이는 것 같은 해법”이었다고 지적했다.

출산 지원금을 늘리거나 육아 휴직을 장려하는 등의 눈에 띄는 해법은 모두 ‘그래, 우리가 이런 것도 하고 있다’는 위안을 주지만 큰 배를 돌리는 것처럼 구조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라는 이야기다. 가정 보다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와 높은 주거 비용, 젠더 차별, 가부장적 문화가 맞물려 혼인률과 출생률을 끌어내리고 있다. 한국의 유리 천장 지수는 세계 꼴찌고 남녀 임금 격차는 세계 1위다.

한국은 2021년부터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1996년에는 69만 명이 태어났는데 2022년에는 25만 명으로 줄었다. 혼인 건수도 2011년 33만 건에서 11년째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19만 건에 그쳤다. 결혼도 적게 하고 아이도 덜 낳는다. 이런 추세라면 2044년이면 인구의 36.7%가 65세 이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된다. 통계청은 2070년이면 3800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CNN은 “어린이의 생애 전반에 걸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겠지만 몇 가지 뿌리 깊은 사회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테면 한국은 여전히 편부모 가정에 편견이 있고 동성 결혼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미혼 여성은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거나 입양을 할 수도 없다. NPR은 “한국은 비혼 출산을 막는 데 성공했지만, 결혼을 막는 데도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지적했다.

텍사스A&M대 교수 더들리 포스턴(Dudley Poston)은 컨버세이션 기고에서 “장기적인 출산율 감소는 한국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출생율 감소가 한국을 매우 가난한 나라에서 매우 부유한 나라로 바꾸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성장 국면에서 인구가 줄어들면 실업률 감소와 생산성 증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구 배당(demographic dividend)’의 효과는 오래 가지 않는다. 출생율 감소가 임계점을 넘어서면 급격히 늙은 나라가 되면서 노동력이 급감하고 경제의 활력이 꺾인다. 다른 나라들 경험을 돌아보면 출산율이 한 번 1.5 밑으로 떨어지면 회복이 매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한국은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1960년대)” 시대에서,
  •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1970년대)” 시대를 지나,
  •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1980년대)” 시대를 거쳐,
  • 세계 최악의 저출생 국가가 됐다. 30년 가까이 출생률 감소의 효과를 봤지만 이제 엔진이 꺼져가고 있다.

아래 그래프는 통계청 ‘장래 인구 추계’ 자료를 기초로 슬로우뉴스가 제작한 것이다. 2000년 이전에는 85세 이상 데이터를 따로 집계하지 않았기 때문에 ‘80세 이상’으로 묶어서 분류했다. 출산율과 기대 수명, 국외 이동을 중위 수준으로 가정한 시나리오다.

NPR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출산율 하락이 일반화됐지만 인구 절벽을 벗어난 나라들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이 여전히 있다”고 강조했다. 슬로우뉴스는 그 해법을 찾아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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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인구 증가가 긍정적이라는 근거가 무엇인지 숙고하지 않고 당연한 것으로 착각한 것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구가 증가하는 게 긍정적이라면 혹은 인구가 감소하지 않는 것이 긍정적이라면 인도나 나이지리아가 가장 바람직한 국가일 것이며 유럽 국가들은 바람직하지 못한 국가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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