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기후보험을 시행한다. 공개 입찰을 통해 보험사를 모집 중이다.

34억 원 예산을 마련했고 보험사가 선정되면 1439만 경기도민이 모두 자동으로 보험에 가입된다. 이르면 3월 말에는 첫발을 뗄 것으로 보인다.

야권 대선 주자로 꼽히는 경기도지사 김동연의 ‘기후 경제 비전’ 가운데 하나다. 지자체가 기후 위기에 취약한 국민을 위해 사회 안전망을 선제 구축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난 2월 도정 연설에서 “담대한 기후 대응”을 강조한 김동연은 ‘기후경기 3대 프로젝트’를 꺼냈다. 기후보험과 기후위성, 기후펀드다. “기후 격차를 해소하는 기후보험을 통해 포용적 기후 경제로의 전환을 선도할 것”이라는 포부도 드러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지난 2월 26일 오전 SKB여주위성센터에서 기후 경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이게 왜 중요한가?

  • 기후 변화로 발생하는 자연재해를 어떻게 관리하고, 대처하느냐는 생존과 직결된다. 보험을 통한 기후 리스크 분산은 국민 손실을 효율적으로 보전하는 방법 중 하나다.
  • 전국 최초라는 점도 중요하다. 경기도가 모범 사례로 남는다면, 전국 단위 기후보험도 국가적 어젠다가 될 수 있다.
  • 기후 위기는 취약 계층에게 더 빠르게 다가온다는 걸 기억하자.
    • 노인과 영유아, 어린이, 장애인 등 생물학적 취약 계층,
    • 기초 생활 수급자, 옥외 근로자, 독거노인 등 사회 경제적 취약 계층,
    • 상습 수해 지역이나 노후화 주택에 사는 취약 계층 등이 기후 취약 계층이다.
  • 2022년 여름 115년 만의 폭우로 신림동 반지하에 사는 일가족이 사망한 사건을 떠올려 보자. 국회입법조사처는 정부의 기후 대책에 관해 “폭염·한파 취약 계층 보호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기후보건영향평가(2022)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10년 동안(2011~2020년) 폭염·한파에 의한 온열·한랭 질환이 지속해서 발생했고 사망의 경우 연령별로 65세 이상 고령자가 많았다.
‘구두’ 신고 신림동 반지하 주택 침수 피해 현장을 둘러보는 윤석열. 발달장애 언니와 초등학교 6학년 딸, 이들을 부양하던 40대 여성이 갑자기 불어난 물에 사망했다.

더 깊게 읽기: 1439만 명 보험 자동 가입, 보험료는 경기도가 납부.

  • 경기도의 기후보험은 ‘도민의 건강 피해’에 초점을 맞췄다. 모든 경기도민은 별도 가입 절차 없이 자동 가입된다. 보험 기간은 계약일로부터 1년.
  • 구체적으로 보면,
    • 온열 질환 진단비(연 1회 10만 원),
    • 한랭 질환 진단비(연 1회 10만 원),
    • 감염병 진단비(사고당 10만 원),
    • 기후에 따른 상해 4주 이상 진단 시 위로금(사고당 30만 원)이 지급된다.
  • 기후 취약 계층 16만여명(시군 보건소의 방문건강관리 사업대상자)은 추가 혜택을 받는다.
    • 온열 질환 입원 시 1일당 10만 원(5일 한도),
    • 한랭 질환 입원 시 1일당 10만 원(5일 한도),
    • 기후에 따른 상해 2주 이상 진단 시 위로금(사고당 30만 원),
    • 의료 기관 진료 차 방문 시 교통비 2만 원(1인당 10회 제한),
    • 기후 피해로 의료 기관 이송 시 사설 이송업체 이송 지원(50만 원),
    • 기후에 따른 정신적 피해로 심리 상담 센터 이용 시 50만 원을 보장받는다.
  • 경기도 기후환경에너지국장 차성수는 “기후 위기 대응은 적극적 공공재로 기후보험은 기후 위기 시대에 필수 안전망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민 부담을 줄이고 취약 계층에게 실질적 도움을 제공하는 경기 기후보험은 기후 위기 대응의 새 모델로 타 지자체에 선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후보험 경쟁에 뛰어든 농협·메리츠.

  • 사업은 1년 단위 계약으로 운영된다. 경기도 예산 34억 원이 투입된다. 지난달 입찰에 나선 농협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이 각각 25억 8000만 원, 25억 8500만 원을 써냈으나 최종 낙찰자는 없었다. 일부 증빙 자료가 미비했다.
  • 경기도 관계자는 “온열 질환과 한랭 질환 환자 수가 매년 늘고 있다”며 “우리 여건이 되는 한 기후보험은 계속 사업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계와 전망 : 사후 복구에 그치지 말고 사전 예방까지.

  • 적은 예산이 아쉽다. 경기도는 기후 위기를 피하지 못해 ‘사망’하거나 ‘장애’를 입은 도민의 경우 기존 시민안전보험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기후보험 예산 고갈이나 중복 가입 문제는 없을 것이라 말했다.
  • 국제 리스크 관리 및 보험 전문가인 남상욱(서원대 경영학부 교수)은 “전 도민 대상으로 보험을 제공한다는 것은 굉장히 높이 평가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중복 보험 문제나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어떻게 방지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 두 군데 이상 보험 가입해 보험금을 타 가는 행위, 기후 질병이 아닌데도 허위로 보험금을 가져가는 행위 등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 남상욱은 기후보험 대상과 예산을 전국 단위로 넓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탄소중립기본법에 기초해 2022년 설치된 기후대응기금을 사후 복구 비용으로만 사용하지 말고 사전 예방용으로 적극 활용하자고 강조한다. 기후 변화는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사후 대응할 시 추경 편성이나 추가 세수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선제적 기후 대응 위한 지수형 보험.

  • 보험업계는 ‘지수형 보험’도 대안으로 거론한다. 파라메트릭 보험(Parametric Insurance)은 보험 계약 체결 시 미리 기준 지표를 정하고, 계약 기간에 해당 지표를 웃돌거나 밑도는 사건이 발생하면 약정한 보험금을 별도의 손해 사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즉시 지급하는 상품이다. 피보험자 손실이 발생하면 실제 손해액을 보상해 주는 일반 손해보험과 차이가 있다.
  • 파라메트릭 보험은 사전 설정된 지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빠른 보험금 지급이 가능하고 유연성이 높다. 삼성화재의 경우 항공기 지연 시간에 따라 정액형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은 “그동안 직접적 피해가 발생해야 보상 받을 수 있었던 기후보험은 일정 조건이 충족될 경우 즉시 보장 받을 수 있도록 금융 당국과 협의할 예정이다. 강수량 등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손해 사정 절차 없이 바로 보상 받을 수 있는 지수형 보험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 남상욱은 “기후 위기는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파산 가능성을 우려한 보험사들이 기피할 수밖에 없다”면서 “절충안으로서 국가나 지자체가 파라메트릭 보험을 통해 선제적으로 정액을 저소득 취약 계층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리스크는 보험사가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 잘 사는 사람들이야 더우면 에어컨을 켜고, 폭우가 내리면 높은 데 올라가면 된다. 하지만 전통 시장 상인이나 야외 근로자들은 기후 위기에 속수무책이다. 이들을 국가와 지자체 재정으로 보호하자는 것이다. 그게 건강한 사회 아니겠나?”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골목길에 쿨링포그가 작동하는 모습. 사회적 약자는 더위와 추위에도 취약하다. ⓒ윤혜숙

피해 보상뿐만 아니라 감속과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

  • 김동연은 ‘기후경제 3대 전략’으로 대선 민심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김동연의 3대 전략은
    • 기후 산업에 최소 400조 원 이상 투자,
    • 석탄발전소 전면 폐지,
    • 기후경제부 신설로 강력한 기후 경제 컨트롤 타워 구축이다.
  • 경기도 기후보험은 본격화하는 기후 변화 충격을 공동체가 끌어안는 본격적 실험이라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가뜩이나 기후보험은 민간 보험사들도 쉽게 뛰어들기 어려운 위험 부담이 큰 영역이다.
  • 공공 부문이 민간 영역과 부담을 나누고 리스크 헤지(손실 방어 전략)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기후 변화 충격을 줄이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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