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폴리시] 핵심은 삶의 질과 주거 환경… 의료 접근성과 맞춤형 주거 단지 조성으로 지역 균형 발전 동력 만들어 보자.
인구감소지역 소멸을 막으려면 ‘중장년층 유입’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 10일 발간한 연구보고서 ‘인구감소지역의 새로운 기회 요인 탐색: 중장년층 유입과 발전 방안’ 이야기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최초의 국회 출연 연구기관으로 보고서는 연구위원 민보경이 썼다.
보고서를 보면, 현재 인구감소지역은 ‘청년층 유출’과 ‘중장년층 유입’이 동시에 발생하는 이중적 구조에 놓여 있다.
지금껏 인구감소지역 지방자치단체의 인구 정책은 청년층 유치에 집중돼 있었다. 이제는 지역 특징을 반영한 중장년층의 안정적 정착에 집중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수도권에 집중된 중장년층 인구를 비수도권 도 지역으로 유도하는 일은 단순한 인구 재배치가 아니다. 지역균형발전 핵심 전략이다.
-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5~1974년생)가 본격적으로 은퇴기에 진입하면서 인구감소지역의 잠재 인구로 주목받고 있다. ‘메가시티’ 이론가인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마강래는 “‘베이비부머 귀향’만이 지방을 살리고 나라를 살릴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관련기사 : 청년들은 ‘메가시티’로,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은 월세 놓고 지방으로 가라.]
- 중장년층은 상당한 자산과 사회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비수도권 인구감소지역으로 이주할 경우 경제 효과는 물론 축적된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활용한 지역사회 기여도 기대할 수 있다.

인구감소지역이란 무엇인가.
- 행정안전부는 2021년 10월 연평균인구증감률, 인구밀도, 청년순이동률, 고령화 비율, 유소년 비율 등 8개 지표를 활용해 전국 89개 기초지자체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 민보경은 청년층(19~34세)과 중장년층(50~64세)을 구분해 최근 5년(2020~2024년) 인구감소지역의 순이동(전입자수-전출자수), 순이동률(순이동자수를 해당 지역의 연앙인구로 나눈 비율) 현황 등을 분석했다.
인구감소지역서 ‘중장년 순유입’ 확인.
- 결과가 흥미롭다. 인구감소지역 89개 시군구 중 청년층 순유입이 나타나는 지역은 부산 동구가 유일했다. 나머지 88개 기초지자체(98.9%)는 모두 청년층 순유출 지역이란 뜻이다.
- 반면, 중장년층(50~64세)에서는 대부분 인구감소지역에서 순유입 현상이 나타났다. 인구감소지역이 중장년층에는 매력적 정주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다.
- 최근 중장년층 인구 유입이 가장 많은 인구감소지역은 인천 강화군으로 최근 5년간 3157명이 유입됐다. 그 다음은 경북 영천시 2911명, 경남 밀양시 2511명, 충남 예산군 2351명, 경기 가평군 2258명, 강원 횡성군 2186명, 충청남도 태안군 2169명 순이었다.
수도권 내부에서의 재배치.
-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장년층의 가장 뚜렷한 이동 특징은 ‘수도권 내부에서의 재배치’였다.
- 서울, 경기, 인천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내부 이동이 전체 이동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서울에서 경기도로의 이동이 50~54세, 55~59세, 60~64세 모든 연령 집단에서 가장 많았다.
- 민보경은 “중장년층이 서울 접근성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생활 환경을 개선하려는 선택의 결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 광역시에서 인접한 도 지역으로의 이동 흐름도 활발했다. 부산에서 경남으로, 대구에서 경북으로, 광주에서 전남으로의 이동이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 민보경 분석이다. “청년층이 교육 및 취업 기회를 찾아 도 지역에서 광역시로 집중하는 반면, 중장년층은 생활의 질 향상과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하며 반대 방향 이동을 보인다.”

중장년층은 왜 이동할까?
- 이동 사유를 분석한 결과 ‘주택’ 요인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강원 홍천군의 경우 지난해 중장년(50~64세) 전입자 가운데 전입 사유로 ‘주택’을 꼽은 비율이 58.9%였다.
- 민보경은 “중장년층은 생애주기 변화에 따른 주거 환경 개선이나 주택 규모 조정을 위해 이주를 선택한다”고 밝혔다.
- 지역별 특성도 특기할 만하다. 중장년 전입 사유로 ‘직업’을 꼽은 비율은 지역별 차이가 있었다. 경남 창녕군(29.8%)과 충남 예산군(30.9%)은 상대적으로 직업 요인이 높은 축이었지만 홍천군은 18.6%에 불과했다. ‘자연환경’을 전입 사유로 꼽은 비율은 홍천군(10.8%)과 전남 고흥군(7.4%)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청년’ 타깃에서 ‘중장년’으로 판을 바꾸자.
- 인구감소지역의 지역 발전 및 인구 정책은 ‘청년층 유치’에 집중돼 있었다. 판을 바꿔야 한다. 중장년층의 안정적 정착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 지역별 특징을 반영해야 한다. 인구감소지역을 수도권 인접형, 광역시 생활권형, 관광 자원 활용형 등으로 유형화하여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 보자.
- 중장년층은 완전히 낯선 원거리 지역으로의 귀농·귀촌보다는 익숙한 생활권 내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수도권 거주 중장년층은 주로 강원권과 충청권으로, 광역시 거주 중장년층은 인접 농촌 지역으로 이동한다. 이런 이동 패턴에서 교통 접근성은 매우 중요하다. 광역교통망을 확충하여 대도시와의 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
- 아울러 의료 접근성 제고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중장년층 생활 양식과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주거 단지 조성을 우선 살필 필요가 있다.
- 중장년층 인구 이동은 동일 광역권 내 이동이 주류다. 개별 시군 단위가 아닌 광역 단위의 통합적 인구 정책 수립이 효과적이다. 광역시 중심부는 문화, 의료, 교육 인프라를 활용한 정주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변 도 지역은 자연 환경과 저렴한 주거 비용을 기본으로 한 전원 생활 공간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할 수 있다.
- 귀농·귀촌 가구 정착을 위한 일자리 정책 연계, 공공의 대규모 농지 매입 후 저비용 임대, 의료 환경 개선 지원 등 여러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