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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이음 조양호 이사장 인터뷰] 지리산에 터 잡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지리산권 다섯 지역 네트워크를 자신만의 철학과 방법론으로 만들어가는 지리산이음 ‘조아신’을 만났습니다.

지리산이음이 기획하는 크고 작은 ‘연결’을 담당하는 공간, 작은변화베이스캠프 ‘들썩’ 일러스트. 지리산이음 제공.

평범해보이지만 비범하고, 덤덤하고 때론 무심해 보이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항상 부드럽게 말하지만 그 부드러운 목소리 속에 오랫동안 고민한 단단함이 느껴지는 사람, 조아신(조양호 지리산이음 이사장)이 그런 사람이다. 20년 가까이 알고 지냈지만, 서로 이렇게 길게 이야기한 적은 없다. 조아신에게 지리산이음과 지방소멸에 관해 물었다. 가장 단순하고 명료한 진실을 아주 친절하고 풍부한 사례들을 통해 배운 느낌이다.

이 글은 2023 지리산포럼(2023. 8. 29.~9.2.), 밀양 ‘관계인구’ 컨퍼런스(2023. 9. 7.), 화상(2023. 9. 14.)을 통해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서너 차례에 걸쳐 걸쳐 나눠 발행한다. 이번 글은 첫 번째 글이다.


자기의 독특한 아이디어나 능력으로 지역에서 일한다고 했을 때 사실 그게 잘 먹히지도 않고, 어쨌든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에 있어서 신뢰라는 관계가 먼저 전제되어야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지리산이음이 ‘연결’과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돌이켜보면 그때, 풀뿌리 운동에 관심을 가졌을 그때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사실은 지금 시대에 맞는 풀뿌리 운동이라고 할 수도 있는 거죠. 다만 저희가 차이를 만들어 낸 건 보통 작은 지역 사회에서는 그 지역을 좀 좋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서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풀뿌리운동의 가치를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네트워크에도 좀 적용해 보자고 생각한 거죠.

그런 사회적 관계망이 생기려면 먼저 사람이 연결되어야 하고, 연결된 사람들끼리 어떤 계기를 통해서 좋은 관계를 만들고, 좋은 관계가 있어야 뭘 해보자고 했을 때 같이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고, 협력의 관계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일단 ‘관계’라고 하는 건 그런 의미로 받아들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조아신, 밀양 ‘지역의 관계인구를 늘리는 방법’ 컨퍼런스에서 ‘관계’에 관해 답하면서. 2023년 9월 7일. 밀양시네마.
조아신(조양호). 지리산포럼 2023. 2023년 9월 2일. 월간옥이네 제공.

지원금, 보조금이라는 딜레마


민노: 기본적으로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접근의 방법론으로 보조금이나 지원금의 얘기를 우선 많이 했거든요. 실무적인 차원에서 보조금이나 지원금이라는 게 마중물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종잣돈이 될 수도 있고요. 물적인 토대가 열악한 곳에서는 필수 요소일 수 있는데요. 큰 역할을 한다는 걸 부정하는 분들은 없었어요. 제가 지방소멸의 해법을 주제로 인터뷰를 10명 넘게 했는데, 모든 분이 그렇게 말씀해 주셨죠.

그럼에도 족쇄라는 거죠. 결국 극복해야 ‘과정’으로 이야기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지역 프로젝트 지리산 이음에 한정하지 않고 굉장히 긴 시간 동안 이런 프로젝트를 직간접으로 옆에서 지켜보기도 하고 직접 겪기도 하셨는데요. 지원금 혹은 어떤 보조금의 문제, 이걸 어떻게 좀 교통정리 내지는 어떻게 우리는 바라봐야 할까요. 지금 지원금, 보조금의 문제는 무엇일까요. 왜 사람들은 지원금과 보조금을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고, 동시에 장애,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지, 이런 것들을 좀 얘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조아신: 필요한 속쇄이기도 하죠. 족쇄를 여는 열쇠만 있다면요. 사실 지리산이음도 정부나 지자체 보조금은 아니지만 아름다운재단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시작했어요. 그 전에 지리산이음의 모태가 된 마을카페 ‘토닥’을 시작했을 때도 공적 지원금은 아니지만 마을 분들을 포함해서 그동안 관계 맺고, 저희 활동을 지지해 주는 지인분들이 모아준 지원금으로 시작할 수 있었던 거고요. 지리산이음은 아름다운재단의 지원 사업에 선정되고 그 지원금으로 무엇이든 해볼 수 있는 토대를 만든 거죠.

마을 카페 ‘토닥’. 2020년 초반, 두 번째 리모델링한 후 모습. 지리산이음 제공.

저희가 지원금을 받아서 주로 했던 일은 지역 내 새로운 사람들을 찾고 만나고 그분들 이야기를 듣고 도움이 될 만한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해 보는 일이었어요. 근데 사실은 그런 일들은 잘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요. 예를 들어 관계라고 하는 게 사실은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잖아요. 신뢰나 관계라고 하는데 무형의 어떤 자산인데 그거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요. 그래서 사실은 초기에는 그런 지원금이 그런 관계를 만들고 일의 토대를 만드는 데 쓰면 좋은데 지자체나 정비 사업은 그걸 요구하지 않죠.

민노: 그렇죠. 눈에 보이는 걸 요구하죠.

조아신: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런 사업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배제당하죠. 저희가 초창기에 받은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은 3년 지원이었어요. 3년이었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어떤 단계를 거치면서 어떤 기반을 만들 것이냐를 좀 더 장기적으로 기획할 수 있었던 거죠.

반면에 지자체나 정부 보조금은 눈에 보이는 사업을 요구해요. 행사를 하더라도 참가하는 사람의 숫자를 우선시하고, 또 1년 단위로 사업을 갱신하죠. 그러니까 돈 받는 것 자체가 족쇄가 되는 게 아니라 그 돈을 사업의 토대를 닦는데 쓰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는 행사나 결과물에 쓰기 때문에 족쇄가 되는 거거든요.

그런 소모성 사업이 결국 일하는 사람을 소진시킵니다. 보조금 사업 몇 번 하다보면 일에 대한 열정이나 에너지가 다 빠져나가서 지역 일을 더 이상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2018년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를 시작했을 때 구체적인 사업을 지원하기보다는 지역 사람을 지원하는 방식을 우선시했어요. 그렇게 관계를 남겼기 때문에 뭐라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죠. 지역 일은 돈만 있다고 일이 되는게 아니예요. 사람에 투자하지 않고서는 어렵죠.

민노: 공무원, 지자체, 연구자들은 그 토대만들기, 환경만들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보세요?

조아신: 모르거나 관심이 없거나 외면하거나겠죠. 일부 공무원은 알 수도 있겠지만요. 1년 지나면 사람이 바뀌니까요. 다른 보직으로 가버리고. 남아 있는 문서로는 알 수도 있겠지만, 가슴으로 느끼지는 못하겠죠.

조아신(조양호). 지리산포럼 2023. 2023년 9월 2일. 월간옥이네 제공.

‘공무원 순환보직’ 코미디… 단절의 연속, 부분만 있고 전체가 없다


조아신: 저희도 그런 사례가 있어요. 기관 이름을 언급하기는 뭐하지만, 모 지자체와 관련된 기관이 지리산이음을 포함해서 지리산권의 몇몇 분들에게 어떤 사업을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주민주도형 사업으로 중앙정부 공모사업에 신청할 예정인데 방향을 잡는데 자문도 해주고 함께 하면 좋겠다고. 결국, 해당 기관이 3년짜리 꽤 큰 금액의 사업을 따냈어요.

그런데 공모 사업을 주도한 공무원은 순환보직으로 그 업무에서 떠나요. 그다음 공무원이 왔는데 이 사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요. 그래서 저희를 찾아왔어요. 그래서 몇 번을 만나서 설명해 줬어요. 우리가 직접 보조금을 받아서 사업을 할 단체는 아니지만 지역에서는 중요한 일이니까요. 그런데도 감을 못 잡아서 이 사업을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이고 좋은 방법론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 작은 규모의 연구 과제를 수행해달라고 해서 그 연구 과제까지 했어요. 그러면 이제 그 연구보고서를 참고해서 사업을 하면 되잖아요? 그리고 1년이 지나고 또 공무원이 바뀌었어요.

민노: 아, 이제 3년째인데 아무것도 한 게 없네요. (웃음)

조아신: 네, 이 공무원도 연락이 왔어요. 이 사업을 왜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물어보니까 당신들이 제일 잘 안다고 하더라.

민노: 코미디네. ㅎㅎ.

조아신: 또 얘기를 해줬어요. 그런데 이미 사업은 산으로 가고 있는 거죠. 이미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버렸잖아요. 이 사업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준비하는 과정이 있었다면, 그런 축적된 성과를 바탕으로 잘 마무리했을 텐데 아무것도 축적되지 못한 상태에서 1년 안에 사업을 끝내야 되는 거예요. 그럼 어떻게 하겠어요? 큰 용역사 하나 구해서 사업을 대행시키는 걸로 끝내는 거지.

민노: 이거 너무 코미디 아니에요?

조아신: 이런 일들이 많을 거예요, 아마.

이 이미지는 대체 속성이 비어있습니다. 그 파일 이름은 GettyImages-1580620348.jpg입니다
이거슨 너무 웃픈 코미디… 게티이미지.

민노: 이런 문제가 이 정도로 패턴화됐다면 이 문제점을 지자체 공무원들이 모른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아요?

조아신: 공무원들도 알겠죠. 그런데 자기는 이미 그 보직을 떠나서 다른 일을 하고 있으니까 관심 둘 여력이 없을 거예요. 지자체 수장이 바뀐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이런 점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변화시키려는 시도가 없진 않겠죠. 그래도 쉽진 않을 거예요.

민노: 지역 문제를 좀 더 긴 호흡으로 담당하는 별도의 테스크포스팀 같은 개념으로 상시 조직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조아신: 사실 제가 지자체 관련 사업이나 공무원들과 일을 많이 해 온 것도 아니고, 지리산이음이 지자체 감시 활동을 하는 곳도 아닌지라 디테일하게 질문하신 내용에 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일반적으로 설명하자면, 예를 들어 매년 시장이 바뀔 때마다 본인의 핵심 공약이 있잖아요. 핵심 사업에 대해서는 시장의 임기와 같이 가는 특별 단위가 필요하긴 하겠죠.

예를 들어 인구 문제 같은 경우는 지자체마다 사활을 걸고 있는 문제인데, 1년, 2년으로 해결할 수 없잖아요? 그게 1년, 2년으로 되겠냐고요. 사실 5년, 10년, 20년 연속성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하는데 공무원들이 계속 바뀌면 그 고민이 축적되지 않을 테고, 축적되지 않기 때문에 단기적인 성과 중심의 사업을 제안할 거고, 그러면 전문성이나 고민의 깊이는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자꾸 외부 기업이나 기관에 용역을 줘서 해결하려고 하는 상황이 생기는 거죠.

가령 인구감소 대응만 하더라도 그 분야의 세부 사업이 한두 개가 아닐 거잖아요? 수많은 용역과 사업을 진행하고 있을 텐데, 사업 담당자들이 서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몰라요. 그걸 알아야 이 사업이 전체 정책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인식하고 방향을 잡을 텐데, 그걸 모르기 때문에 그냥 각자 자기 사업만 하고 있는 거죠.

마을 카페 ‘토닥’, 그리고 지리산이음의 시작


민노: 아신 님이 밀양 ‘관계인구’ 컨퍼런스에서 발제한 내용 중에서요. 그동안 지리산 이음이 지난 10년 동안 2천여 명과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남원시 산내면 주민은 물론이고, 지리산권의 사람들, 수도권과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과 관계 맺고, 우리가 하려는 일과 그 분들의 에너지를 어떻게 더할 수 있을지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해가고 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저로선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조아신: 지리산이음은 2012년 마을 카페 ‘토닥’을 열면서 시작했어요. 마을 카페를 단순히 커피만 파는 곳이 아니라 그 공간을 매개로 마을 사람들의 새로운 관계를 촉진하고 연결하고자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카페를 만든 거죠. 그 카페를 만들면서 지역 활동을 시작했죠.

처음 2년은 지리산권역으로 확장해서 사업을 하지는 않았어요. 지리산이음이 자리한 ‘산내면’이라는 아주 작은 마을에서 같이 영화도 보고, 강좌도 열고, 문화 공연도 하고 이런 일들을 해 온 거죠. 그래서 거기서부터 마을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강좌를 열고, 거기서 배운 걸 토대로 같이 뭐라도 좀 해볼까 하는 욕구가 생기면 지리산이음이 그 당시엔 돈으로 지원할 수 없었지만,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 여기저기 가서 몸으로 머리로 힘을 보태고, 필요한 자원을 연결해 주는 일을 했단 말이에요.

민노: 그렇게 시작했군요. 영화 [추억은 방울방울 ]같은 느낌이구먼요. (웃음)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 따뜻한 걸작. ‘추억은 방울방울'(おもひでぽろぽろ) 타카하타 이사오, 2006.

조아신: 마을에서 일하다 보면요. 면이라고 하는 지역이 굉장히 작잖아요. 산내면 인구가 2천 명 정도밖에는 안 되고요. 면에 있는 분 중에는 잘사는 외부 지역과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분들이 많았고요. 그런데 지리산권의 다른 지역을 보니 구례, 하동, 산청, 함양 이런 지역도 우리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있더라구요. 근데 서로 알지를 못해요.

그래서 이 사람들을 우리가 서로 알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정보를 교환하고, 뭔가 도움을 주고받을 거리가 생기고, 서로 돕다 보면 같이 일할 것도 생길 거니까요. 그래서 마을 일은 ‘토닥’을 통해서 하고, ‘지리산이음’이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지리산권 5개 지역을 한번 네트워크로 연결해 보자. 그런 취지로 2013년 12월 31일에 지리산이음이라는 단체를 만든 거죠.

이음: 다를 이(異)+소리 음(音), 서로 다른 목소리를 연결하는 것


저희가 지리산이음을 만들고 첫 번째로 한 일은 지리산권 5개 지역에서 저희와 비슷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과 단체, 커뮤니티를 찾아서 만나러 다녔어요. 저희와 일의 분야는 다르고, 지역도 다르지만, 지역 사회를 좀 더 좋게 만들어 보려고 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그런 기대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하고 제안도 드렸죠. 그렇게 6개월을 했어요.

민노: 오, 6개월씩이나?

조아신: 6개월 내내 인터뷰만 한 건 아니니까. (웃음) (민노: 계속 꾸준하게?) 네, 그래서 그 결과를 책으로 내기도 하고, 그때 만났던 사람들의 관계가 지금까지 이어져오기도 하고요. 지리산이음은 지역과 사람과 정보를 이어주는 일을 한거예요. 내가 남원에서 청소년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인데, 산청에서도 비슷하게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네? 그러면 산청이나 남원이나 거리가 멀지도 않고 같은 지리산권이니까 뭔가 나누고 싶고 같이 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길 거거든요.

민노: 그렇겠네요.

조아신: 그런데 그런 일을 누가 할 거냐? 당사자가 하기 어려워요. 중간에서 사람들을 연결해 주고 자리를 만들어 주는 사람이 필요해요. 그게 지리산이음이 하는 일들이었어요.

민노: 링커 역할이었네요?

조아신: 그렇죠. 그래서 단체 이름도 ‘이음’이라고 지은 거죠. 그런데 ‘이음’이라는 이름은 연결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걸 한자로 풀어 놓으면 ‘다른 이'(異)에 ‘소리 음'(音)이에요. 서로 다른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을 연결해 보자는 거죠. 매일 똑같은 사람들, 똑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만 만나는게 아니라 지역과 분야가 다르더라도 같은 생각을 품은 사람들, 분야는 같지만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연결하고 서로 알게 해 주는 것, 그게 시작이라고 본 거고, 그 일을 2014년부터 3년 정도 계속했던 거 같아요.

아름다운재단 + 지리산이음 =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17년~ 현재)


민노: 그럼 2017년에는?

조아신: 2017년에 아름다운재단이 지역 사업을 계획하면서 지역에서 아름다운재단 같은 역할을 하는 센터를 만들고 싶어 했어요. 아름다운재단은 전국 배분사업을 하는데, 지원사업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있다고 하지만 그 분들께서 어떻게 전국 수백 개 지원사업을 다 알겠어요. 가보고 싶어도 시간상의 이유 때문에 못가보고, 그러면 결국 서류로만 주고받아서 현황을 파악하게 되거든요.

민노: 아무래도 그렇겠죠?

조아신: 아름다운재단 입장에서는 나름 큰 비전을 세우고 ‘지역’이라는 키워드를 놓고 이걸 어떻게 풀어낼 거냐 고민한거죠. 외부 자문도 받고 연구도 하면서 지역 거점별로 재단과 같은 역할을 하는 지원센터를 만들고, 그 센터를 운영할 주체를 지원하자는 계획을 세운 거죠. 그래서 어느 지역이 좋을지 검토하다가 최종으로 지리산권을 첫 번째 시범 지역으로 선정한 거예요.

민노: 아름다운재단이 지리산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요?

조아신: 재단이 지리산을 선택한 이유는 우선은 지원이 부족한 농촌 지역이고, 3개 광역도와 5개 시군이 지리산을 공유하면서 비슷한 생활권 내에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지자체여서 지역적 다양성도 있고, 지리산권에서 아름다운재단과 비슷한 역할을 해보려고 하는 지리산이음이라고 하는 단체도 있고, 이 세 가지가 맞았던 거죠. 그래서 2017년에 지리산이음과 지원센터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2018년부터 운영하기 시작한거죠.

민노: 아름다운재단과의 업무상 교통정리는 어떻게 했나요?

조아신: 원칙은 간단했어요. 재단은 돈을 지원하고, 방향은 함께 논의하고, 최종적인 계획과 운영은 이음이 책임진다.

아름다운재단의 지역사업 첫 결실.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개소 및 지역활동가 협약식. 2018년 3월 9일 (금) 오후 1시 지리산 산내면 ‘지리산이음’ 사무실. 지리산이음 제공.

핵심 구상, ‘사업’보다 먼저 ‘사람’을 지원한다


민노: 그래서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구체적인 사업 구상은 어떻게 진행했나요?

조아신: 초기 구상부터 핵심은 ‘사람을 지원한다’였어요. 그건 아름다운재단과도 충분히 교감한 방향이었구요. 

민노: 아~!

조아신: ‘사업’을 지원하기 전에 ‘사람’을 먼저 지원한다. 그럼 어떻게 사람을 지원할 거냐? 활동비를 지원한다.

민노: 아, 활동비…!

1기(2018, 2019년): 영수증 요구 없이 활동 자체를 지지하고 응원하다

조아신: 그래서 2018년, 19년 2년 동안 지리산권 5개 지역에서 1명씩 그 지역을 담당할 협력 파트너를 찾았어요. 그리고 2년간 활동비를 드리면서 지역 내 사람들을 만나고 연결하는 협력 파트너로 활동해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리고 그 활동비에는 조건이 없었어요. 

민노: 으잉? 조건이 없어요?

조아신: 물론 정기적으로 만나서 저희하고 계속 이야기하고, 지역에 어떤 게 필요한지 논의하지만, 활동비를 드리는 건 해당 지역에서 지리산이음과 같은 역할을 해달라는 거죠. 가령 남원에서 지역사회를 좀 더 변화시키고 싶은 욕구를 가진 사람들은 누구인지 알고, 그 사람들과 만나게 해주고, 그 사람들하고 만나서 얘기하고 밥 먹고 차도 마시고 모임도 해보고, 그러면서 어떤 공통의 욕구가 생기면 그 욕구를 저희한테 전달해 주기도 하고, 그 욕구를 풀어줄 사업을 지원해주기도 하고요. 이런 방식으로 일을 시작한 거예요. 그래서 그 분들은 실은 협력파트너면서 지역의 네트워크 활동가인 거죠. 그리고 이 일을 전담하는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활동가들이 있구요. 

민노: 음…

조아신: 지리산권 5개 지역의 사람과 커뮤니티, 활동을 네트워크하는 활동가가 지역별로 1명씩 있는거죠. 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그리고 저희는 그 다섯 명 활동가들과 정기적으로 만나서 지역 상황도 공유하고, 이 활동이 어땠는지 서로 얘기도 나누고 했어요. 물론 그분들이 정기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 글로 공유하는 가이드가 있긴 하지만 활동비를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서는 별도로 영수증을 요구하지 않았고, 지역에서의 활동 그 자체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방식으로 했던 거죠.

민노: 아주 좋네요.

조아신: 그래서 이제 그 다섯 분의 협력파트너분들이 2018년, 2019년 2년 동안 활동했으니까 어쨌든 지역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연결된 거잖아요. 남원 같은 경우에는 남원 작은변화포럼이 만들어지고, 함양은 작은변화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이렇게 된 거죠.

시계방향으로,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남원 활동가 유지선 활동가(2019년 4월), 남원 작은변화포럼 프로그램(2018년), 2018 작은변화의 시나리오 남원지역 간담회 모습(2018년). 사진은 임현택(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센터장).

2기(2020년, 2021년): 활동가 규모를 지역마다 셋으로

민노: 그렇게 2년이 지났군요. 두 번째 2년이 찾아왔네요.

조아신: 그렇게 2년이 지나서 보니까 이 분들이 혼자 활동하는 게 쉽지는 않은 거예요. 지리산권 활동가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만나서 얘기하는 것도 좋지만,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이 일을 같이 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2020년과 2021년 2년간은 지역별로 3명씩 지원했어요.

민노: 아~! 그럼 3명은 어떤 방식으로 선정했나요?

조아신: 다섯 개 지역 협력 파트너가 추천하신 분, 그리고 그동안 저희가 지역을 다니면서 이 분은 이런 활동을 같이 하면 좋겠다고 신뢰가 생긴 분들을 지역별로 3명씩 총 15명을 찾아서 지원한거죠. 이때부터는 협력파트너가 아니라 작은변화활동가라고 불렀구요. 그렇게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 작은변화활동가 15명이 활동하기 시작한 거예요. 직업도 다 달라요. 누구는 농민이고, 누구는 생협활동가고, 누구는 빵집을 하고. 어쨌든 우리랑 같이 지리산권에서 작은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을 연결하고, 그 사람들 욕구가 뭔지 파악해서 그걸 사업으로 풀어내는 일을 또 2년 동안 한 거죠.

임현택(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장).

3기(2022년, 2023년): 기록 활동가 지원!

민노: 이제 3기라고 해야 하나요? 2022년과 2023년에는 어떤 방식으로 지리산권 네트워크 활동가를 지원했나요?

조아신: 2022년과 2023년에는 지역에 더해서 분야별로 활동가를 지원했어요. 지역별로 한 명씩 ‘기록 활동가’를 지원해요. 각 지역 활동가들이 자기 일하면서, 사람들 만나고, 사업 논의하는 과정과 결과를 잘 기록하지 못해요. 너무 바빠서.

민노: 그럴 수 있겠네요.

조아신: 지역의 활동을 전문적으로 기록해주는 기록 활동가를 5개 지역에 한 명씩 5명이 있고, 그 다음 지역을 연결해주는 네트워크 활동가가 있고요. 그 분들이 사실은 저희의 가장 큰 기반이죠.

2023 지리산활동가대회 모습. 지리산이음 제공.

사업도 지원했나요? 그럼요, 예산서 없는 기획안 쓰게 했죠


민노: 사업에도 지원했나요?

조아신: 그럼요. 사람만 지원하는 건 아니고, 사업도 지원했죠. 공모 사업으로 매년 상반기, 하반기 나눠서 작은변화의 시나리오라는 공모사업을 진행하기도 했고요. 지난 6년 동안 약 200개 정도 사업을 지원한 것 같아요. 지원 규모는 100만 원에서 500만 원까지 다양해요.

민노: 사업 지원 방식도 지리산이음의 철학과 방법론이 반영됐을 것 같은데요.

조아신: 어쩔 수 없는 형식과 절차가 있지만 사업을 점검하고 평가하기보다 지지하고 응원하고 도와준다가 적절한 표현일 것 같네요. 사업에 공모하려면 지원자들이 제안서를 쓰잖아요? (민노: 그렇죠) 첫 번째 절차는 서류 제출이 있는데요. 우리는 예산서 없는 기획안을 쓰게 했어요.

민노: 예산이 없는 기획안이요?

조아신: 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만 구체적으로 적어달라고요. 사람들이 예산 항목이 있으면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을 생각하고 그걸 사업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어요. 예를 들면, 어떤 지역에서 10명이 독서 모임을 만들고 싶다고 제안서를 냈어요. 지역 내에서 책 모임을 하고 싶다고 하면 그것 자체로 지역 내 사람들을 연결하는 좋은 일이거든요. 서로 공부도 하고, 어울리면서 그 자체로 좋은 효과를 내니까요. 그런데 예산서가 있으면 현수막, 웹자보 이런 걸 습관적으로 적어서 내세요. 이미 10명이 독서 모임을 하기로 했는데 현수막이 왜 필요하겠어요?

민노: 그러게요?

2023 지리산활동가대회. ‘들썩’ 유리창에 남긴 응원과 격려의 말. 2023년 4월 29일.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제공.

조아신: 습관적으로 우리가 뭔가 했다는 걸 객관적으로, 시각적으로 증빙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걸 사진 찍어서 제출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려도 예산서를 작성하다보면 사업 자체에 관한 상상력이 제한돼요. 그래서 처음에는 예산서 없는 계획을 쓰게 하고, 그 기획안이 선정되면 그 사업에 진짜 필요한 돈이 얼마인지는 저희랑 상의해서 결정하는 방식으로 한 거죠.

민노: 아,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먼저고, 돈이 얼마나 필요할지는 그다음에…!!

조아신: 네, 매년 공모방식은 다르지만 그렇게 지원해 왔고요. 지원서 접수하고, 사업에 관해 이야기도 듣고, 사업비 입금해 드리고 하는 과정이 있는데, 인건비도 사업비의 50% 정도 이상 쓸 수 있게 해놨고요.

민노: 아주 잘했네요!!

조아신: 지역 현장에서 하는 일의 대부분은 사람이 하는 일인데 지원사업이라는 게 대부분 인건비가 따로 책정이 안 되잖아요. (민노: 맞아요.) 그리고 저희도 그냥 사업이 잘 끝나길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에요. 저희 센터 활동가들이 매번 지역별로 출장을 가는데, 5년 동안 출장 다닌 횟수만 따져보니까 263번이더라고요. 코로나 때문에 출장을 자제한 기간을 빼고, 예고없이 잡힌 미팅을 빼고도 그래요.

이게 뭘 의미하느냐면요. 지원사업 받은 분들을 계속 만나야 해요. 점검하러 만나는 게 아니라 만나서 처음에 생각했던 대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지도 확인하고, 혹시 환경이 달라져서 사업을 바꾸고 싶은데 그걸 바꾸는 게 어려워서 주저하고 있을 수도 있고요. 또 뜻하지 않은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들어보기도 하고요.

민노: 그렇죠.

조아신: 계속 만나면서 사업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게 뭔지 확인하고 그렇게 확인한 걸 바탕으로 저희가 다시 자원을 연결해 주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죠. 그래서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는 사람 지원 사업과 활동 지원 두 가지를 해왔는데, 다른 곳들과는 다르게 접근방식과 원칙을 가지고 지원해 왔다고 생각하죠. 그게 다른 곳과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아요.

2023 지리산활동가대회. 2023년 4월 29일.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제공.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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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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