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의 코멘터리] 김만배 1심은 “이재명은 몰랐을 수도 있다”… 김만배 이익 커보이지만, 공적 환수 규모가 관건.
편집자 주.
슬로우뉴스 후원회원들께 보내드리는 주말 뉴스레터를 테스트해 보고 있습니다. 슬로우레터에 담지 못한 맥락을 풀어보는 새로운 포맷의 실험인데요. 의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늘은 쓰다보니 좀 길어져서 빠뜨린 이슈가 좀 있는데요.다음주부터는 짧게짧게 주말용 이슈를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항소 포기를 보는 여러 가지 프레임.
-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는 여러가지 흥미로운 쟁점이 얽혀 있는 이슈입니다. 복잡하지만 프레임을 나눠서 보면 본질이 드러납니다.
- 첫째, 법무부의 지시로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나. 일단 명시적인 지시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법무부는 “신중하게 검토하라고 했을 뿐”이라고 빠져나갔고 노만석(당시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알아서 긴 측면이 있죠.
- 둘째, 정성호(법무부 장관)은 왜 “신중하게 검토하라고 했을까. 이게 그냥 잡범들 사건이면 법무부가 나설 이유가 없죠. 이재명(대통령)과 관련된 사건이라 신경 썼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항소 포기로 이재명 재판에서 좀 더 유리하게 된 것도 사실이고요.
- 셋째, 검찰의 반발은 정당한가. 선택적 반발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그때 반발하지 않았으니 지금도 반발하지 말라는 건 이상합니다. 윤석열 구속 취소 때 심우정(당시 검찰총장)이 즉시항고를 포기했죠. 그때는 반발하지 않은 게 잘못이고 지금은 반발한 게 잘못이라고 하기에는 논리적인 충돌이 있습니다. 반발은 할 수 있죠. 내부 비판이 없는 조직은 썩게 마련이고요. 뭉뚱그려 뒤섞으면 안 됩니다.
- 넷째, 검찰의 반발에 다른 의도는 없나. 이재명을 잡아 넣으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게 안 될 것 같으니 반발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고요. 강백신(대구고검 검사) 등 주도적으로 나서는 일부 검사들의 과거 행적에 의문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법무부가 검찰을 찍어눌러 항소를 포기하게 만든 건 어떤 이유로도 해명이 안 됩니다. 저항할 빌미를 준 거죠.
- 뒤섞지 말고 따로 봐야 합니다. 어쨌거나 김만배 사건과 이재명 사건은 별개의 사건입니다. 한 사건이 다른 사건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그런 영향을 고려해서 항소를 포기한다는 건 말이 안 되죠. 애초에 수사가 잘못됐고 검찰을 특검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그것과 항소 포기는 다른 문제입니다. 그 판단을 노만석이나 정성호가 임의로 할 수는 없습니다.
- 다섯째, 항소를 포기할 다른 이유가 있었나. 1심 판결을 두고 평가가 다를 수 있겠지만 클리어하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일단 김만배가 얻은 이익이 명확하지 않다는데 이걸 항소심에서 다시 다퉈볼 수 있겠죠. 여기서 항소를 포기하면? 김만배 등이 유동규(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등에게 준 뇌물만 유죄로 인정 받고 이들이 챙긴 이익은 처벌하지 못하게 됩니다. 추징도 못하고요. 기계적 항소가 아니라 당연히 한 번 더 법원의 판단을 받아봤어야 합니다.
- 여섯째, 그렇다고 이 문제 많은 검찰을 이대로 둘 것인가. 항소 포기 사건은 역설적으로 검찰 개혁에 강력한 명분을 실어줬습니다. 찍어 누르면 시키는대로 하는 조직이 정의의 심판자가 될 수는 없죠. 노만석이 검찰의 관 뚜껑에 못을 박은 느낌입니다. 물론 행정안전부 아래 두는 중수청인들 외압에서 자유롭겠느냐는 의문이 있습니다만 어쨌거나 이제 검찰은 고쳐 쓸 수 없는 상황입니다.
- 일곱째, 재판은 어떻게 되나.
- 김만배 1심 판결문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당시 성남시장은 유동규나 정진상 등과 민간 업자의 유착관계가 어느 정도 형성됐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수용 방식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논리라면 이재명의 배임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 항소를 했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이미 정치적인 사안이 됐습니다. 항소심에서 같은 결론이 나오거나 김만배 등에 더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재명도 언젠가 열릴 재판에서 무죄 선고 가능성이 더 높아졌습니다.
대장동 사건 다시 보기.
- 1심 재판부는 김만배 등의 상법상 배임을 인정하고 특경가법상 배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배임 금액이 5억 원 이상이면 특경가법이 적용되는데 1심 재판부는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 등이 챙긴 이익이 얼마인지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형량이 많이 줄었고요.
- 몇 가지 논란이 됐던 부분을 빠르게 살펴볼까요.
- 첫째, 김만배 일당은 7% 지분으로 69%의 이익을 가져갔습니다. (화천대유 지분은 1%고 SK증권 지분 6%가 화천대유의 자회사 천화동인의 특정금전신탁이었으니 7%라고 봐야 합니다.) 3억5000만 원을 넣고 4004억 원의 배당금을 챙겼죠.
- 둘째, 성남도시개발공사도 김만배만큼은 아니지만 25억 원을 넣고 1830억 원을 챙겼으니 꽤 성공한 사업이었습니다.
- 셋째, 왜 김만배를 끼고 사업을 했을까. 이재명(당시 성남시장)은 대장동을 공공 개발로 추진하려 했지만 한나라당이 과반인 성남시 의회의 반대에 부딪혔죠. 그래서 민-관 공동 개발로 추진하기로 하고 입찰 공고를 냈습니다.
- 대장동 입찰이 있었던 2015년은 부동산 경기가 막 바닥을 치던 무렵이었습니다. 2021년에 돌아보면 대박을 터뜨린 것처럼 보이지만 김만배 등이 상당한 리스크를 감당했던 건 사실입니다.
- 이재명 입장에서는 1890억 원 정도를 환수하면 충분하다고 봤을 수 있습니다. 왜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았을까요. 아마 2015년에는 이렇게 부동산이 폭등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요. 여러 정황을 보면 이재명이 김만배에게 특혜를 몰아줄 정도로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역시 검찰이 입증해야 할 부분이고 입증하지 못하면 무죄 선고가 날 가능성이 큽니다.

- 이재명이 이런 말을 했죠. “업체들이 1조5000억 원을 투자해서 얼마가 남는지 모르겠지만, 모자라면 자기들이 손해 보는 것이다. 참여업체들이 손해가 나든 이익이 나든 성남시에 5503억 원 상당 이익을 공유하기로 했고, 그 후에 이익을 어떻게 나누든 얼마를 부담하든 관여할 바 없고 관여해서도 안 된다. 그 돈을 꼴아박는 것이다. 그 외에 자기들이 돈을 얼마씩 부담하든지 이익을 얼마를 나누든 관여할 바 아니다.”
- 넷째, 성남시가 김만배 등의 이익 가운데 5503억 원을 환수한 건 맞나. 공원과 주차장 조성에 2761억 원, 터널과 배수지 조성에 920억 원 등을 부담시킨 것은 사실입니다. 2020년 이재명 허위사실 공표 사건에서 재판부는 “5503억 원은 성남시의 이익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 복잡해 보이지만 쟁점은 간단합니다.
- 첫째, 화천대유가 특혜를 받았나.
- 둘째, 이재명이 화천대유에 특혜를 주고 그 대가를 받았나.
- 일단 이재명의 측근인 정진상(당시 성남시장 비서실장)과 김용(당시 성남시의회 전문위원)이 유동규(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등에게 금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지만 이재명에게 흘러갔다는 정황은 드러난 바 없습니다. 검찰도 입증하지 못했고요.
- 이재명 같이 정치적 야망이 큰 사람이 업자들에게 특혜를 주고 푼돈 수준의 뇌물을 받았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추측일 뿐이고 이건 검찰이 입증할 부분입니다. 1심에서는 일단 실패했습니다.
- 화천대유가 좋은 조건으로 사업에 뛰어든 건 맞습니다.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았고 수익 배분도 압도적으로 화천대유에 유리한 구조였습니다.
- 다만 이재명이 계약에 없던 공원 조성과 터널 공사 등을 떠맡겨서 최대한 이익을 환수하려 했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금액을 두고 공방이 있을 수있지만 재판에서 충분히 소명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김만배의 부당 이득은 얼마일까.
- 대장동 사업의 수익은 택지 분양 배당금 5917억 원과 아파트 분양 수익 3690억 원 등을 합쳐서 9747억 원이었습니다.
- 수익 배분은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 4040억 원, 성남도시개발공사는 1830억 원이었고요.
- 검찰은 전체 수익 가운데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몫이 70%여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법원은 아파트 분양 수익은 사업자(화천대유)의 몫이고 택지분양 배당금 가운데 절반 정도를 나누면 된다고 봤습니다. 5917억 원 가운데 절반은 2959억 원, 성남도시개발공사가 1830억 원을 받았으니 1128억 원 정도를 덜 받았고 이 정도가 피해 금액이라고 본 거죠.
- 어쨌거나 김만배 등이 공공이 단독으로 하기 힘든 사업을 맡아서 택지를 개발하고 분양에 성공해서 작은 도시 하나를 만든 건 사실이죠. 적정 수준을 얼마나 넘겼느냐가 관건입니다.


언론의 프레임.
- 일단 김만배 1심 결과는 이재명에게 유리한 결과입니다.
- 항소 포기를 누가 지시했든 긁어 부스럼과도 같습니다. 어차피 재판은 퇴임 이후에나 열릴 텐데 괜히 건드려 논란을 키웠습니다.
-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지시한 사람은 없는데 노만석이 혼자 오버한 걸로 정리가 될까요. 보수 언론은 검찰 장악이나 사법 파괴로 몰아가려 하지만 검찰이 그동안 한 일이 있어서 크게 힘이 실리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검찰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프레임을 밀고 있습니다.
- 항소를 포기해서 이재명에게 유리하게 된 게 아니라 이재명에게 유리한 판으로 가고 있는데 항소를 포기해서 논란이 커진 상황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공정한 것도 중요하지만 공정해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죠.
- 검찰의 반발을 찍어누를 게 아니라 경위를 밝히는 게 우선입니다. 검찰 개혁과 뒤섞으면 안 됩니다. 검찰에 문제가 많다고 해서 항소 포기가 문제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어차피 항소 포기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대로 털고 가지 않으면 두고두고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