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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의 코멘터리] 김만배 1심은 “이재명은 몰랐을 수도 있다”, 어차피 입증은 검찰의 몫… 김만배 이익 커보이지만, 공적 환수 규모가 관건.(⌚7분)

📢 편집자 주.

슬로우뉴스 후원회원들께 보내드리는 주말 뉴스레터를 테스트해 보고 있습니다. 슬로우레터에 담지 못한 맥락을 풀어보는 새로운 포맷의 실험인데요. 의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늘은 쓰다보니 좀 길어져서 빠뜨린 이슈가 좀 있는데요.다음주부터는 짧게짧게 주말용 이슈를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항소 포기를 보는 여러 가지 프레임.

  •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는 여러가지 흥미로운 쟁점이 얽혀 있는 이슈입니다. 복잡하지만 프레임을 나눠서 보면 본질이 드러납니다.
  • 첫째, 법무부의 지시로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나. 일단 명시적인 지시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법무부는 “신중하게 검토하라고 했을 뿐”이라고 빠져나갔고 노만석(당시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알아서 긴 측면이 있죠.
  • 둘째, 정성호(법무부 장관)는 왜 “신중하게 검토하라고 했을까. 이게 그냥 잡범들 사건이면 법무부가 나설 이유가 없죠. 이재명(대통령)과 관련된 사건이라 신경 썼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항소 포기로 이재명 재판에서 좀 더 유리하게 된 것도 사실이고요.
  • 셋째, 검찰의 반발은 정당한가. 선택적 반발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그때 반발하지 않았으니 지금도 반발하지 말라는 건 이상합니다. 윤석열 구속 취소 때 심우정(당시 검찰총장)이 즉시항고를 포기했죠. 그때는 반발하지 않은 게 잘못이고 지금은 반발한 게 잘못이라고 하기에는 논리적인 충돌이 있습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고, 이중성을 지적할 수는 있지만 뭉뚱그려 뒤섞으면 안 됩니다. 내부 비판이 없는 조직은 썩게 마련이고요.
  • 넷째, 검찰의 반발에 다른 의도는 없나. 애초에 이재명을 잡아 넣으려는 기획이 있었을 수 있습니다. 그게 안 될 것 같으니 반발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고요. 강백신(대구고검 검사) 등 주도적으로 나서는 일부 검사들의 과거 행적에 의문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법무부가 검찰을 찍어눌러 항소를 포기하게 만든 건 어떤 이유로도 해명이 안 됩니다. 저항할 빌미를 준 거죠.
  • 어쨌거나 김만배 사건과 이재명 사건은 별개의 사건입니다. 한 사건이 다른 사건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그런 영향을 고려해서 항소를 포기한다는 건 말이 안 되죠. 애초에 수사가 잘못됐고 검찰을 특검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그것과 항소 포기는 다른 문제입니다. 그 판단을 노만석이나 정성호가 임의로 할 수는 없습니다.
  • 다섯째, 항소를 포기할 다른 이유가 있었나. 1심 판결을 두고 평가가 다를 수 있겠지만 아직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일단 김만배가 얻은 부당 이익이 명확하지 않다는데 이걸 항소심에서 다시 다퉈볼 수 있겠죠. 여기서 항소를 포기하면? 김만배 등이 유동규(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등에게 준 뇌물만 유죄로 인정 받고 이들이 챙긴 부당 이익은 처벌하지 못하게 됩니다. 추징도 못하고요. 기계적 항소가 아니라 당연히 한 번 더 법원의 판단을 받아봤어야 합니다.
  • 여섯째, 그렇다고 이 문제 많은 검찰을 이대로 둘 것인가. 항소 포기 사건은 역설적으로 검찰 개혁에 강력한 명분을 실어줬습니다. 찍어 누르면 시키는대로 하는 조직이 정의의 심판자가 될 수는 없죠. 노만석이 검찰의 관 뚜껑에 못을 박은 느낌입니다. 물론 행정안전부 아래 두는 중수청인들 외압에서 자유롭겠느냐는 의문이 있습니다만 어쨌거나 이제 검찰은 고쳐 쓸 수 없는 상황입니다.
  • 일곱째, 재판은 어떻게 되나. 김만배 1심 판결문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당시 성남시장은 유동규나 정진상 등과 민간 업자의 유착관계가 어느 정도 형성됐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수용 방식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논리라면 이재명의 배임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 항소를 했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이미 정치적인 사안이 돼 버렸습니다. 항소심에서 같은 결론이 나오거나 김만배 등에 더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죠. 이재명도 언젠가 열릴 재판에서 무죄 선고 가능성이 더 높아졌습니다. 원래 무죄로 끝날 사안을 검찰이 도와줘서 무죄가 된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습니다. 이건 정말 좋지 않습니다.

대장동 사건 다시 보기.

  • 1심 재판부는 김만배 등의 상법상 배임을 인정하고 특경가법상 배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배임 금액이 5억 원 이상이면 특경가법이 적용되는데 1심 재판부는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 등이 챙긴 이익이 얼마인지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형량이 많이 줄었고요.
  • 몇 가지 논란이 됐던 부분을 빠르게 살펴볼까요.
  • 첫째, 김만배 일당은 7% 지분으로 69%의 이익을 가져갔습니다. (화천대유 지분은 1%고 SK증권 지분 6%가 화천대유의 자회사 천화동인의 특정금전신탁이었으니 7%라고 봐야 합니다.) 3억5000만 원을 넣고 4004억 원의 배당금을 챙겼죠.
  • 둘째, 성남도시개발공사도 김만배만큼은 아니지만 25억 원을 넣고 1830억 원을 챙겼으니 꽤 성공한 사업이었습니다.
  • 셋째, 왜 하필 김만배 같은 사람들을 끼고 사업을 했을까. 이재명(당시 성남시장)은 대장동을 공공 개발로 추진하려 했지만 한나라당이 과반인 성남시 의회의 반대에 부딪혔죠. 그래서 민-관 공동 개발로 추진하기로 하고 입찰 공고를 냈습니다.
  • 대장동 입찰이 있었던 2015년은 부동산 경기가 막 바닥을 치던 무렵이었습니다. 2021년에 돌아보면 대박을 터뜨린 것처럼 보이지만 김만배 등이 상당한 리스크를 감당했던 건 사실입니다.
  • 이재명 입장에서는 1830억 원 정도를 환수하면 충분하다고 봤을 수 있습니다. 왜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았을까요. 아마 2015년에는 이렇게 부동산이 폭등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요. 그 이상을 벌면 가져가도 된다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여러 정황을 보면 이재명이 김만배에게 특혜를 몰아줄 정도로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역시 검찰이 입증해야 할 부분이고 입증하지 못하면 무죄 선고가 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까지 못했고 추가로 뭔가가 더 나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이재명이 이런 말을 했죠. “업체들이 1조5000억 원을 투자해서 얼마가 남는지 모르겠지만, 모자라면 자기들이 손해 보는 것이다. 참여업체들이 손해가 나든 이익이 나든 성남시에 5503억 원 상당 이익을 공유하기로 했고, 그 후에 이익을 어떻게 나누든 얼마를 부담하든 관여할 바 없고 관여해서도 안 된다. 그 돈을 꼴아박는 것이다. 그 외에 자기들이 돈을 얼마씩 부담하든지 이익을 얼마를 나누든 관여할 바 아니다.”
  • 넷째, 성남시가 김만배 등의 이익 가운데 5503억 원을 환수한 건 맞나. 공원과 주차장 조성에 2761억 원, 터널과 배수지 조성에 920억 원 등을 부담시킨 것은 사실입니다. 2020년 이재명 허위사실 공표 사건에서 재판부는 “5503억 원은 성남시의 이익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 복잡해 보이지만 쟁점은 간단합니다.
  • 첫째, 화천대유가 특혜를 받았나.
  • 둘째, 이재명이 화천대유에 특혜를 주고 그 대가를 받았나.
  • 일단 이재명의 측근인 정진상(당시 성남시장 비서실장)과 김용(당시 성남시의회 전문위원)이 유동규(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등에게 금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지만 이재명에게 흘러갔다는 정황은 드러난 바 없습니다. 검찰도 입증하지 못했고요.
  • 이재명 같이 정치적 야망이 큰 사람이 개발 업자들에게 특혜를 몰아주고 푼돈 수준의 뇌물을 받았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추측일 뿐이고 이건 검찰이 입증할 부분입니다. 애초에 기소하지도 못했고 김만배 재판에서도 추가로 드러난 사실이 없습니다.
  • 화천대유가 좋은 조건으로 사업에 뛰어든 건 맞습니다.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았고 수익 배분도 압도적으로 화천대유에 유리한 구조였습니다.
  • 이재명은 김만배-유동규의 뒷거래를 알았을까요? 지금까지 드러난 바 없고 역시 검찰이 입증해야 할 부분입니다.
  • 이재명이 계약에 없던 공원 조성과 터널 공사 등을 떠맡겨서 최대한 이익을 환수하려 했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금액을 두고 공방이 있을 수있지만 재판에서 충분히 소명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김만배의 부당이득은 얼마일까.

  • 대장동 사업의 수익은 택지 분양 배당금 5917억 원과 아파트 분양 수익 3690억 원 등을 합쳐서 9747억 원이었습니다.
  • 수익 배분은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 4040억 원, 성남도시개발공사는 1830억 원이었고요. 분양 수익 3830억 원은 화천대유 몫이었습니다. 수수료까지 합치면 화천대유+천화동인이 7884억 원을 가져갔습니다.
  • 검찰은 전체 수익 가운데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몫이 70%여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법원은 아파트 분양 수익은 사업자(화천대유)의 몫이고 택지분양 배당금 가운데 절반 정도를 나누면 된다고 봤습니다. 5917억 원 가운데 절반은 2959억 원, 성남도시개발공사가 1830억 원을 받았으니 1128억 원 정도를 덜 받았고 이 정도가 피해 금액이라고 본 거죠.
  • 어쨌거나 김만배 등이 공공이 단독으로 하기 힘든 사업을 맡아서 택지를 개발하고 분양에 성공해서 작은 도시 하나를 만든 건 사실이죠. 적정 수준을 얼마나 넘겼느냐가 관건입니다.
  • 7884억 원이 모두 부당이득이고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서 이 돈의 상당 부분을 추징하지 못하게 됐다는 주장은 과장입니다. 통상적인 개발 사업과 비교해서 얼마나 더 많이 챙겼는가를 봐야죠. 5503억 원을 추가로 환수했다는 이재명의 주장을 인정한다면 김만배 등의 이익은 2381억 원으로 줄어들고 공공:민간=3:1 정도가 됩니다.

공정한 것도 중요하지만 공정해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 일단 김만배 1심 결과는 이재명에게 유리한 결과입니다.
  • 항소 포기는 누가 지시했든 긁어 부스럼과도 같습니다. 어차피 재판은 퇴임 이후에나 열릴 텐데 괜히 건드려 논란을 키웠습니다.
  •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지시한 사람은 없는데 노만석이 혼자 오버한 걸로 정리가 될까요. 보수 언론은 검찰 장악이나 사법 파괴로 몰아가려 하지만 검찰이 그동안 한 일이 있어서 크게 힘이 실리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검찰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프레임을 밀고 있습니다.
  • 항소를 포기해서 이재명에게 유리하게 된 게 아니라 이재명에게 유리한 판으로 가고 있는데 항소를 포기해서 논란이 커진 상황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공정한 것도 중요하지만 공정해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죠. 이재명 지지율과 별개로 상당수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게 됐습니다. 한동훈(전 국민의힘 대표) 같은 사람들이 신나서 떠들기 시작했고요.
  • 검찰의 반발을 찍어누를 게 아니라 경위를 밝히는 게 우선입니다. 검찰 개혁과 뒤섞으면 안 됩니다. 검찰에 문제가 많다고 해서 항소 포기가 문제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어차피 항소 포기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항소를 하지 않았더라도 이재명 재판은 별개로 진행됩니다. 김만배의 형량과 무관하게 검찰이 입증해야 할 부분이 있고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보면 이재명은 무죄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꽤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하지만 항소 포기 논란을 지금 제대로 털고 가지 않으면 두고두고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검찰에 빌미를 줘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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