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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왜 계속 오를까.

그야말로 녹아내리는 것 같은 상황이다.

매우 이례적인 상황인 건 맞다. 보통 환율이 오르면 달러 수요가 줄어 하방 압력을 받는데 최근 상황은 원화를 팔고 계속 달러를 사는 흐름이다. 일본 엔화나 인도네시아 링깃화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올랐다.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환율이 오른다.) 환율이 높으면 수출이 잘 되는데 수출로 번 돈을 다 까먹게 생긴 상황이다. 다섯 가지 이유를 짚고 다섯 가지 해법을 전망해 본다.

첫째,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다.

  • 미국은 4.0%고 한국은 2.5%다. 미국은 동결하고 있고 한국은 낮춰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 한국이 미국보다 금리가 낮다니, 이것이야말로 뉴 노멀이다.
  • 당연히 노는 돈이면 달러화 자산에 묻어두는 게 유리하다.

둘째, 돈이 빠져 나가고 있다.

  • 한국 거주자의 해외 직접 투자가 8135억 달러, 외국인의 한국 직접 투자가 3135억 달러다. 무려 5000억 달러가 마이너스라는 이야기다.
  • 이게 모두 해외에 회사 만들고 공장 짓느라 빠져 나간 돈이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인수했고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현대자동차는 앨러배마에 공장을 지었다.
  • 삼성그룹 370억 달러와 현대자동차그룹 260억 달러 등 분기마다 150억 달러 이상이 빠져나가고 있다.
  • 정작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 자본은 거의 늘지 않고 있다.

셋째, 개미 투자자들 미국 투자가 늘었다.

  • 코로나 팬데믹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갔다. 잠깐 돌아오긴 했지만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시장 투자가 크게 늘어 마이너스다.
  • 올해 유출이 1조2140억 달러, 유입이 1조1395억 달러다. 745억 달러 순유출이다.
  • 삼성전자를 사느니 엔비디아를 사겠다는 투자자들이 늘었고 그건 외국인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가 밸류에이션이 훨씬 낮고 그만큼 오를 가능성도 크지만 투자자들은 뜨는 주식을 선호한다.

넷째, 대외 순자산 1조 달러 시대.

  • 삼성전자는 보유 현금이 100조 원 가운데 90조 원 이상이 해외 사업장에 있다. 굳이 환전할 이유가 없다.
  • 2023년에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빌린 20조 원을 2년 더 빌리기로 했다. 달러로 보관하고 있는 게 더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는 이야기다.
  • 한국 기업과 투자자들이 해외에 묻어둔 돈이 1조 달러를 넘겼다. 직접 투자와 증권 투자 등을 합친 금액이다. 빠져나가기만 하고 들어오는 돈은 적으니 환율이 오르는 건 당연하다.

다섯째, 성장한다는 신호를 보여주지 못했다.

  • 한국의 성장률은 미국보다 낮다. 지난해 한국은 2.0%, 미국은 2.8%였고, 올해도 한국은 0.9%, 미국은 2.0%를 찍을 전망이다(IMF 전망).
  • 밀물이 들면 모든 배가 떠오른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성장하는 시장에 투자해야 기회가 크다.
  • 한국의 잠재 성장률은 1.5%까지 떨어졌고 계속 더 떨어질 전망이다.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 국가 채무 비율은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평가도 많지만 문제는 속도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환 전문가는 “정부가 돈을 풀어 경제가 살아난다는 확신이 있다면 환율이 안정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관망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이미 풀린 돈도 많다. 물가도 심상치 않다. 성장률보다 물가가 높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 대외 순자산 1조 달러가 얼마나 큰 금액인지 비교하면 이런 그림이 된다. 한국의 지난해 경상수지는 990억 달러였다. GDP는 1조8699억 달러, 외환보유액은 10월 말 기준 4288억 원이다. 그런데 대외 순자산이 1조 달러를 넘어섰다.
  • 한국 기업들이 떠나는 나라가 한국이다.

1500을 넘길까.

  • 팬데믹 이전에는 1100원 ± 50원에서 움직였는데 1380원 ± 100원으로 변동성이 커졌다.
  •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아니라 10년 넘게 축적된 만성 질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 여러 변수가 모두 환율 상승으로 가고 있다.
  •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들에게 유리할 수도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원가 부담이 늘어난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는 중소기업의 손익분기점 환율은 1304원이었다. 올해 적자 기업이 수두룩할 거라는 이야기다.
  • 환율은 수입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벌써 10월 물가가 2.4%를 찍었다.
  • 환율이 오르면 투자 동력이 줄고 일자리도 준다.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

다섯 가지 해법.

  • 정부가 환율 대책 협의체를 가동했다. 한국은행과과 국민연금이 외환 스와프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이 있지만 반대 의견도 많다. 정부가 달러를 풀겠다고 하면 환전 수요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환율과 싸워서 이긴 경우는 거의 없다.
  • 국민연금을 환율 방어에 동원할 거라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기금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비판도 많다. 국민연금의 달러 수요가 환율을 끌어올리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헤지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어쨌거나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게 좋다.
  • 해법은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 첫째, 성장률을 끌어 올려야 하고,
  • 둘째, 국내 투자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 개미들이 국장에 더 큰 기회가 있다고 믿게 만들어야 한다.
  • 셋째, 해외로 간 공장들을 다시 돌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리쇼어링 전략이 필요하다.
  • 넷째, 정부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를 관리해야 한다. 마중물을 부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부 부채는 임계점이 있다.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 다섯째, 투자 매력을 높이려면 지배구조 혁신과 주주 가치 극대화 전략이 필요하다. 상법 개정안도 속도를 내야 한다. (주가가 오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돌아올 수 있겠지만 주주 가치 극대화는 양날의 칼과 같다. 자칫 단기 실적에 매몰될 위험이 있다.) 근본적으로 장기 성장성을 확보하는 게 과제다.
  • 환율은 한동안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정부의 AI 고속도로 전략이 성공하고 잠재 성장률이 바닥을 쳤다는 신호를 확인해야 자본 유출을 멈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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