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대통령이 친위 쿠데타 실패로 탄핵 파면되었고 그 결과 6월 3일 정상적인 주기보다 약 2년 앞당겨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아직도 사회 각계에 암약하는 내란 세력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고 보수진영 최종 후보가 누가 될지도 안개 속에 쌓여 있다. 이번 선거는 다른 무엇보다 헌법 수호와 민주주의 회복이 핵심 이슈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민생과 경제는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모든 후보는 향후 경제 정책 운용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고 자신이 경제 정책의 적임자라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말보다는 행동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각 정당의 과거 경제적 성과를 평가하고 표심에 반영한다.

선거의 전통이 오래된 미국에서는 경제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체계적으로 발전해왔고, 주요 언론은 선거 때마다 정부의 경제성적표를 분석하여 선거 향방을 예측 보도한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분석이 그간 소홀했는데 이 컬럼은 열 개 주요 경제변수에 대해 최근 두 정부의 성과를 비교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5년의 임기를 마쳤지만 윤석열 정부는 탄핵으로 3년만에 하차하였기 때문에, 두 정부의 취임(2017년과 2022년 5월)부터 약 3년간의 기간을 분석 대상으로 한다.

1. 성장률: 11개 분기 평균 1.7%, 역대 정부 최악.

모든 경제 지표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로 표시되는 경제 성장이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양대 변수 중 하나이다. 취임 후 총 11개 분기 동안 윤석열 정부의 경제 성장률 평균은 1.7%(전년동분기 대비 변화율의 산술평균)로 같은 기간 문재인 정부 2.8%에 비해 뚜렷이 낮았다. 계엄과 내란의 여파로 금년 제1사분기 성장률은 -0.1%로 이례적인 역성장을 보였지만, 그 이전에도 윤석열 정부 성장률은 외환위기나 코로나 위기 때를 제외하면 역대 어느 정부와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2. 물가 상승률은 문재인 정부 세 배.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핵심 경제변수는 인플레이션이다. 작년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패퇴한 가장 결정적 요소였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6%를 넘었고 지난 해 총선에서 대파 가격 논란으로 국민의힘은 큰 타격을 받았다. 이후 물가는 안정 국면에 들어가 지금은 2% 전후로 움직이고 있다. 취임 후 현재까지 윤석열 정부의 물가상승율 평균은 3.5%(전년동월 대비 물가상승율의 산술평균)로 문재인 정부 1.2%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높다.

3. 일자리: 코로나만큼 충격이 컸던 비상 계엄.

개별 국민 입장에서 경제성장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취업과 임금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3년차 중반까지 늘어난 누적 일자리는 모두 40만개 전후로 비슷하였다. 윤석열 정부는 3년차 12월 내란으로 일자리 수가 하락하였고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다가 4년차 2월에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일자리가 급락하였다.

4. 임금 상승은 찔끔, 그나마 인플레이션이 잠식.

특이한 것은 실질임금 동향이다. 취임 시점부터 3년차 1월까지 실질임금은 문재인 정부에서 6.0% 상승한 반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고작 0.9% 상승하였다. 명목 임금 상승의 대부분을 높은 인플레이션이 잠식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가계에서 소득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 임금이기 때문에 실질임금 정체는 심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5. 무역수지: 문재인 1796 Vs. 윤석열 29.

대외 개방도가 높고 대부분의 원자재와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있어서 수출입의 차이로 벌어들이는 무역수지는 외환 안정의 가장 중요한 토대다. 윤석열 정부는 첫 일년 동안 지속적으로 무역 적자가 발생했고 이후 회복세로 들어서서 2022년 2월 누적으로 출발점과 비슷한 수준(+29억 달러)에 도달하였다. 반면 같은 기간동안 문재인 정부 무역수지는 지속 상승하여 누적 +1796억 달러 흑자를 달성하였다.

6. 불평등: 분배는 윤석열 정부에서 개선.

심한 불평등은 사회의 통합을 저해하기 때문에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 변수이다.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를 통하여 매분기 상위20퍼센트 평균소득이 하위20퍼센트 평균소득의 몇 배인지 발표한다. 가구원수를 표준화하고 처분가능소득을 대상으로 한다. 이를 5분위배수라고 하는데 값이 클수록 불평등이 심한 것이다. 통계조사 대상이 2019년에 변경되었기 때문에 두 정부 값을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으나 추세는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시점부터 3년차말까지 분배가 개선(5.6→5.28)되었으나, 문재인 정부는 같은 기간동안 분배가 악화(5.65→6.58)되었다. 다른 어떤 정부보다 불평등 문제 해결에 집중했던 문재인 정부로서는 매우 뼈아픈 지점일 것이다.

7. 주식 시장: 둘 다 주가는 지지부진.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재산 형성 수단이 주식 투자이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국내에서도 낙후된 기업지배구조가 주가를 억누른다고 생각한 개인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주가와 선거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윤석열 전대통령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한국거래소 개장식에 참석하고 공매도를 금지하는 등 많은 공을 들였다. 하지만 주식시장 변동은 문재인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취임일부터 3년차 4월말까지 윤정부의 코스피지수는 거의 제자리 걸음이었고 코스닥지수는 15% 정도 하락하였다. 같은 기간 문재인 정부는 반대로 코스피 지수가 15%정도 하락했고 코스닥지수는 제자리였다.

8. 수도권 부동산: 문재인 때 19% 오르고 윤석열 때 12% 하락.

국내 자산 시장에서 부동산, 특히 아파트가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취임부터 4년차 2월까지 19% 올랐고 지방은 4% 하락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같은 기간동안 모든 지역에서 12% 하락했다. 적정 가격이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지난 2022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결정적인 패인 중 하나가 아파트 가격 급등과 지역간 격차 확대였던 것은 분명하다.

9. 비상계엄에 살아나던 소비자 심리도 급락.

이상의 변수들은 객관적 경제 지표이지만 경제상황에 대한 주관적 인식 또한 중요하다. 한국은행은 매월 소비자심리지수를 조사해서 발표하는데, 선진국에서는 이 변수를 선거 예측에서 중시한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첫 1년동안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정부에 비해서 높았으나 이후 두 정부 모두 장기평균값인 100 전후에서 비슷한 행보를 나타냈다. 윤석열 정부는 3년차 12월 계엄선포로 심리지수가 추락하였다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고,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팬더믹으로 4년차 3월에 급락하였다.

10. 경제 정책에 대한 국민의 평가: “경제 잘한다” 15% 뿐.

한국 갤럽은 분기별로 국민들에게 정부가 경제정책을 잘하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한다. 소비자심리지수에 비해 더 직접적인 정책 평가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윤석열 정부에 비해 더 호의적인 평가를 받고 시작했으나, 1년이 경과되는 시점부터는 비슷해졌다. 3년차 들어서면서 다시 격차가 생겨 문정부가 윤정부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윤정부의 3년차 4분기 경제정책 긍정 평가 비율은 15%로 매우 낮았는데, 조사일이 2024년 11월이어서 내란이 반영된 것은 아니다. 유권자들은 내란 이전에도 윤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 매우 박한 평가를 내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박근혜 정부를 자르는 칼로 윤석열을 썼던 문재인 정부.

결론: 윤석열의 참담한 지표, 문재인도 부동산과 불평등은 취약.

두 정부의 4년차 1사분기는 각각 코로나 팬더믹 위기와 미국발 관세 전쟁의 전운이 드리우는 시기라 해석의 어려움이 있다. 국민들은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국제적인 환경 변화는 감안해서 평가한다. 코로나 팬더믹 시기 여러 경제지표가 급락했지만 국민들은 한국 정부가 다른 선진국 어떤 정부보다 성과가 좋았다는 것을 확인한 후 2020년 총선에서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에게 압승을 가져다주었다. 다음 정부에서 세계적인 차원의 무역전쟁이 벌어진다면, 국민들은 그 또한 상대적으로 평가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경제성적표가 극히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윤석열 정부에 비해서는 대체로 우월하지만 경제에 있어서 훌륭한 성과를 냈다고는 할 수 없다. 분야별로 보면 경제는 자신있다던 윤석열 정부가 경제성장률, 인플레이션, 임금, 무역 수지 등 핵심 지표에서 문재인 정부에 비해 참담한 성적을 보였다. 반면 서민을 중시하겠다던 문재인 정부는 아이러니하게도 부동산과 불평등에 있어서 윤석열 정부에 뒤쳐졌다.

이 컬럼이 내란으로 어지러운 상황에서도 유권자들이 경제적 관점에서 선거에 임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차기 정부는 민생과 경제에 있어서 올바른 관점 뿐 아니라 실천적 유능함도 겸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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