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내란재판 28호] 시작된 내란범들의 책임 공방, 혹은 거래. (⌚9분)
2025년 11월 3주차(11.17~11.21)
지난주 윤석열 재판에는 선관위 점령과 관련하여 윤석열의 불법적 명령에 저항했던 방첩사 간부와 정치인 체포작전 관련해 홍장원 국정원1차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증인 신문에 직접 나선 윤석열은 마치 다시 검사가 된 것처럼, 때로는 증인을 조롱하면서까지 유도심문했지만 원하는 답은 나오지 않았고, 윤석열의 거짓말만 계속 드러났습니다.
이번 주에는 홍장원 1차장이 변호인 측 반대신문을 받기 위해 다시 법정에 출석했고, 목현태 국회경비장과 김용현 공판 등이 진행되었습니다. 또한, 내란중요임무종사로 기소된 한덕수에 대한 공판도 있었는데요, 김용현과 윤석열이 연이어 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중요한 내용인 만큼 한덕수 재판부터 돌아봅니다.
1. 내란 재판의 클라이막스, 그 서곡
- 한덕수 공판(2025고합1219)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로 기소되었다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도 추가된 한덕수의 10차 공판기일은 11월 19일(수)에 열렸는데요. 이 날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증인으로 소환되었습니다. 김용현은 자신이 내란중요임무종사죄의 피고인인 만큼, 계엄선포 국무회의 당시 CCTV를 재생하며 당시 상황에 대해 묻는 검사 질문에 대해 전부 “답변하지 않겠습니다”라며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유일하게 검사의 마지막 신문에 대해서는 미묘하게 다른 뉘앙스로 답했는데요. 검사의 마지막 신문과 김용현의 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증인(김용현)은 2024년 12월 3일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비상계엄 주무장관인 국방부장관으로서 군과 경찰에 지시하여, 군경이 서울 여의도에 출동하여 시민들과 대치된 상황에서, 국회를 봉쇄하고 계엄 해제를 위해 모인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려 하며,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지에 출동하여 선관위 사무실에 침입해 서버 확보 등을 수행한 사실이 있습니까?”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 말씀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다른 모든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하면서, 사실상 내란의 성격 그 자체에 대한 질문이자 윤석열과 자신의 혐의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질문 취지를 부인하는 답변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김용현은 내란의 사실관계나 자기 혐의를 부정하기보다, 부정선거 음모론 등을 근거로 내란행위 그 자체를 정당화하는 태도를 취해왔습니다. 이를 통해 볼 때, 김용현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부분은 내란을 윤석열 지시에 따라 수행했다는 부분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군을 보낸 책임을 윤석열 대신 자신이 떠맡으려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후에 이어서 증인으로 출석한 윤석열의 태도도 미심쩍었습니다. 윤석열은 처음에는 출석을 거부하다 이진관 판사가 구인영장을 발부하니 입장을 바꿔 출석했는데요. 마찬가지로 윤석열은 계엄 당시 국무위원들에게 지시한 내용 등을 묻는 신문에 대부분 진술을 거부했는데요.
다만 국무회의 당시 한덕수나 다른 장관들의 반응을 묻는 검사의 질문에 대해 별도 답을 안하겠다면서도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께서는 저에게 재고를 요청하신 적이 있습니다. (중략) 대통령이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 그런 취지의 얘기를 하신걸로 기억이 됩니다”라고 발언했습니다. 내란방조죄가 적용되었고, 지금까지 다른 국무위원들이 한덕수의 반대를 보지 못했다고 증언한 상황에서 한덕수에게 거의 유일하게 유리한 증언입니다. 그러나 이미 CCTV를 통해 드러났듯이, 실제 국무회의 시간은 5분 남짓이라 국무위원들이 반대할 물리적 시간조차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또 유의미한 발언은 국무회의 중 김용현에 대한 발언이었습니다. 윤석열은 “김용현 장관이 국무회의 때 국무위원들 전부 나눠줄 계엄선포문인가 하는 그거를 강일구 실장에게 복사 좀 하라고 해서 10여 부가량 복사해서 나눠줬다는 얘기를 들은것 같다”고 발언했습니다. 또한, 검사가 “이상민에게 계엄 선포 당시 지시문건을 건넸느냐”는 질문을 하자, 윤석열은 “검사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겠다. 다만 참고로 이 말씀드리겠다”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중략)…시간은 정확히 기억 안나지만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받아서 무슨 뭐 ‘여론조사 꽃, 민주당 당사, 무슨 언론사에도 병력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선관위 관련해서 여기도 확인할 게 있습니다’ 라고 (당시 김용현이) 얘기를 했는데, 제가 ‘거기는 민간기관이라 안된다, 그리고 군을 쪼금 투입하라고 했는데 뭐 이렇게 여기저기 보내려 하냐, 하지 마라’라고 잘랐습니다. 그래서 출발했던 사람들이 올 스톱을 하고 그렇게 된 거로 알고 있습니다”
이상민 관련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하면서, 갑자기 김용현 이야기를 꺼내어 김용현이 민주당사 등에 자의적으로 군대를 보냈고 자신은 오히려 말렸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윤석열이 한덕수 앞에서 그에게 아주 유리한 증언을 한 다음에 이 발언을 했다는 것은 김용현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동시에, 자기 혐의의 목격자이기도 한 한덕수에게 향후 증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2. 자기 명령 따른 사령관조차 모욕한 윤석열
- 윤석열 재판(2025고합129)
20일(목)에 열린 윤석열 공판에서는 지난주에 나왔던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다시 나와 피고인 측의 반대신문을 받았습니다. 지난주 홍장원은 헌재 탄핵심판에서와 마찬가지로 윤석열이 자신에게 전화해 “봤지? 이번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중략)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라고 지시했으며, 이후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우원식, 이재명, 한동훈 등 체포명단을 얘기하며 위치추적을 요청했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윤석열 파면 결정의 핵심 증인 중 한 명이었던 만큼 윤석열과 변호인들은 적개심 가득한 태도로, 사실관계 의심은 물론 이미 폐간된 언론사의 가짜뉴스까지 가져오며 흠집 내기에 몰두했습니다.
그러나 홍장원은 흔들림 없는 태도로 예리하게 반박했습니다. 지난주부터 윤석열 측이 문제 삼은 체포 명단의 ‘지렁이’ 메모에 대해서도, 실제로 자신이 그렇게 쓴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메모”에 대한 그래픽을 검색해 나온 임의의 그래픽을 삽입한 것이라고 정확히 해명했습니다. 1차 메모 원본이 파기되어 없는 상황에서, 헌재에서 증언을 위해 PPT를 작성하면서 예시로 삽입한 그래픽이 마치 자신의 필체인 것처럼 잘못 알려졌다는 것입니다.
윤석열 측은 그간 자신이 홍장원에게 건 1차 통화 때는 “국정원장이 미국 가있어 부재중인데 잘 챙겨라”라는 격려성 전화였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변호인들은 윤석열이 실제로 당시 조태용이 미국에 있는줄 알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조태용은 한국에 있었고, 윤석열도 홍장원과의 통화보다 앞서 8시경 조태용과의 통화로 이를 알고 있었기에 그를 계엄선포 국무회의에도 불렀었습니다. (심지어 조태용 스스로도 당시 자신이 한국에 있다고 전화로 보고했던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윤석열은 자신의 거짓말을 또 다른 거짓말로 덮고 있는 것입니다.

홍장원 또한 명확하게, 윤석열에게 ‘국정원장 부재중이니 잘 챙기라’는 말을 들은 적 없다고 증언했습니다. 윤석열 변호인이 “술을 많이 먹어서 기억 못 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다시 한번 공격했지만, 홍장원은 “술이 만취가 되었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만취가 되었길래 대통령이 얘기한 걸 못알아듣겠습니까?”라며 반박했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홍장원의 태도에 별다른 성과가 없자, 직접 증인신문에 나선 윤석열은 자신과 통화한 이후 홍장원이 여인형과 통화했을 때 여인형이 우원식, 이재명, 한동훈 등 체포 대상 정치인 명단을 말했을 때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 들었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방첩사령관이라는 놈이 수사의 ‘시옷(ㅅ)’자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냐” “대통령은 20년 넘게 검사 생활을 하고 검찰총장까지 지낸 사람인데…(중략) 여인형이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는 생각 안했냐”면서, 자신이 아닌 여인형의 독단이라고는 생각 안해봤냐고 물은 것입니다.
이는 여인형을 “수사의 ABC도 모르는 놈”이라고 멸칭하면서, 전날 김용현에게 책임을 떠넘긴 데 이어 이날에도 부하 사령관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입니다. 이에 홍장원조차도 처음으로 존칭을 생략하며 “피고인,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건 아니죠?”라고 정곡을 찌르기도 했습니다.
3. 월담으로 의회를 지켜낸 국회 직원들
- 조지호, 김봉식, 윤승영, 목현태 등 재판(2025고합51)
19일 경찰간부들의 재판에서는 정명호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계엄 당시 국회사무처 의사국장), 황충연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전문위원(계엄 당시 국회사무처 경호기획관), 송서영 국회 방호담당관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이 날은 목현태 국회경비대장의 혐의 관련한 공판이었는데, 당시 국회사무처 직원으로써 계엄군과 경찰에 맞서 국회를 지켜냈던 이들이 증인으로 나온 것입니다. 증인들은 당시 국회경비대의 봉쇄를 뚫고 국회로 들어와야 했던 각자의 상황을 증언했습니다.
정명호 의사국장은 내란의 밤, 계엄 선포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하자 반사적으로 ‘국회에서 계엄 해제 의결이 될 수 있으니 출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후 부하 직원에게 전화해 출근을 지시하고 자신도 급히 택시를 탔습니다. 그러나 이미 국회 입구를 경찰이 막고 있었고, 택시에 탄 채로 경찰이 없던 곳을 찾아 월담을 해 들어가야 했습니다. 정명호 증인은 그 과정에서 경찰이 담을 넘으시면 안된다고 외치는 소리도 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뒤이어 출석한 황충연 경호기획관도, 계엄 소식을 듣자 국회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해 급히 국회 경호관들에게 비상 소집을 지시하고 역시 택시를 잡았습니다. 그러나 경찰 기동대는 도착한 황충연 기획관이 자신의 신분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 역시 우원식 국회의장이 월담했던 그 장소에서 월담해 들어가야 했으며, 담장을 넘다가 발목을 다치기까지 했습니다. 그의 지휘하에 있는 경호관들도 대부분 월담해서 들어와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증인 출석한 청사 방호책임자 송서영 방호담당관은 국회 입구 통제가 잠시 풀렸을 때 운 좋게 안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본회의장 안으로 진입하려던 계엄군을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휘하 직원들을 무장군인 앞으로 보내야 했고, 자신도 본회의장 방청석 출입문을 잠근 채 뚤릴까 봐 손으로 붙잡고 있었던 상황 등을 생생하게 증언했습니다.
내란의 밤 국회의 신속한 계엄 해제 의결 뒤에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국회를 지켜야 한다는 본분을 잊지 않았던 국회사무처 직원들의 분투가 있었음이 법정 증언으로 기록된 날이었습니다.
4. 기타: 시간 끄는 김용현, 최후 변론 일정 예고한 지귀연
한편 김용현 변호인들은 이번에도 시간 끌기에 전력을 다했습니다. 목요일에는 한덕수 재판에까지 따라와 법정에서 난동을 부리다 감치 15일을 선고받았음에도, 인적 사항 진술을 거부하면서 구치소 수용을 피하는 법꾸라지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금요일 있었던 김용현 재판에서도 무의미한 질문과 검사 측을 비난하는 막말로 일관했습니다. 법원은 강력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지귀연 판사는 이번 주 조지호 등 공판과 윤석열 공판 등을 진행하면서 향후 일정을 예고했습니다. 먼저 세 개의 내란 재판을 12월 29일부터 병합해 진행할 예정이며, 1월 5일, 7일, 9일 3일에 걸쳐 최후변론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통상 최후 변론은 하루만에 끝나지만, 사건의 규모와 중대성을 감안해 길게 잡은 것입니다. 김용현의 구속만료일은 12월 24일, 윤석열의 구속 만료일은 내년 1월 18일입니다. 지귀연이 변호인들의 침대축구 전략을 통제할 수 있을지, 내란 특검이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주의 재판 동향 요약
- 한덕수의 재판에 김용현과 윤석열이 연이어 출석했습니다. 한덕수 앞에서 윤석열은 한덕수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면서 김용현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발언을 했고, 김용현은 윤석열의 지시로 내란을 수행했냐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변했습니다.
- 윤석열 재판에서는 홍장원 차장이 다시 나와 반대신문을 받았습니다. 윤석열 측은 온갖 가짜뉴스 음모론과 인신모욕성 공격을 퍼부었지만, 홍장원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역공했습니다. 급기야 윤석열은 자신의 책임을 부하 여인형에게 떠넘기기 시작했습니다.
- 목현태 국회경비대장 재판에서는 국회사무처 직원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내란의 밤에 국회를 지키기 위해 국회경비대의 저지를 뚫고 진입해야했던 상황을 증언했습니다.
- 김용현 변호인들이 법정에서 난동을 부리는 가운데, 지귀연 판사가 변론 종결 일정을 1월 초순으로 예고했습니다.

①계엄군과 경찰의 국회 침탈 및 봉쇄 ②방첩사령부와 경찰 등의 주요 정치인 체포 시도 ③계엄군의 선관위 점령
⚖ 윤석열 재판 (개요)
4월 4일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파면된 이후, 현직 군인 피고인들을 제외하고 주요 내란범들에 대한 공판은 3개로, 모두 지귀연 판사가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재판들을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윤석열 재판(2025고합129) : 설명이 필요 없는 내란 우두머리입니다. 재판에 넘겨진 12.3 내란의 세 가지 큰 덩어리, ①계엄군과 경찰의 국회 침탈 및 봉쇄, ②방첩사령부와 경찰 등의 주요 정치인 체포 시도, ③계엄군의 선관위 점령 모두에 대해 최종 지시자이자 책임자입니다.
2)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 대한 재판(2025고합51) : 내란에 관여한 경찰 수뇌부에 대한 재판입니다. 내란에서 경찰은 위 세가지 덩어리에 모두 투입되었으며, 계엄군과 보조를 맞추어 국회와 선관위 주변에 배치되고, 방첩사령부 등의 정치인 체포 시도에 협조했습니다.
3)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김용군 제3야전군 사령부 헌병대장에 대한 재판(2024고합1522) : 윤석열의 명령을 받아 12.3계엄을 전체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책임자들에 대한 재판입니다. 구체적인 계엄 계획을 설립하고 계엄군을 움직여 실행했으며, 특히 선관위를 점거해 직원들을 체포하고 서버 반출을 시도했습니다.
⚖ 주간내란재판 (연재)
시민들의 노력 끝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을 8:0 만장일치로 파면했고, 새로운 정부도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내란수괴 윤석열은 여전히 구속되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주요 내란범들에 대한 형사재판도 아직 초반 단계입니다. 참여연대는 시민들이 내란 재판의 근황을 쉽게 따라잡을 수 있도록, 한 주간 재판의 흐름을 핵심만 요약해 짚어주는 ‘주간 내란재판 리포트’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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