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코리아 칼럼] 분리냐 통합이냐, 이제는 ‘교육협치’가 답이다. 지방 소멸 시대, 학교가 지역을 살릴 수 있다. (김성천/한국교원대 교수) (⏳5분)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교육감 직선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는 주민이 직접 교육감을 선택함으로써 교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막대한 선거비용에도 불구하고 낮은 투표율, 낮은 관심으로 인해 대표성 문제가 제기된다.
교육과 관련한 행정 체계는 일반 자치와 교육 자치로 구분된다. ‘일반 자치’는 시도지사, 시장, 군수가 이끄는 행정 체계이고, ‘교육자치’는 교육감과 교육청, 교육장이 이끄는 교육행정 체계다. 우리나라는 이 두 체계를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반면, 많은 나라에서는 교육이 일반 자치안에 포함되어 하나의 체계로 움직인다. 두 체계에는 장단점이 있다. 분리 체계는 교육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만 협력이 어렵다. 반대로 통합 체계는 협력이 쉽지만, 교육의 독립성이 약해질 수 있다.
한국은 지금과 같이 교육 행정 체계를 분리해 운영하는 것이 적절할까? 아니면 통합해서 효율성을 높이는 게 좋을까? 이 논쟁은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자체장 불만이 커지는 이유
지금처럼 이원화된 구조에서는 지자체장이 교육청이나 학교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예산 구조를 보면, 2025년 기준 지방교육재정은 약 94조 원인데, 이 중 대부분(약 72조 원)이 중앙정부에서, 약 15조 원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전된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본인들이 세금을 걷어 예산을 지원하지만, 교육청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으니 이 구조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교육장이나 학교장 인사에도 별다른 힘을 쓸 수 없으며, 교육지원청이 있다지만 권한이 거의 없는 하급 기관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장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데 불만의 방향은 다음 세 가지로 표출되고 있다.
- 교육감 직선제 폐지 및 러닝메이트에 도입
- 교육재정 통합
- 교육자치와 일반 자치의 통합
이에 대해 행정학자들은 대체로 통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교육학자들은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며 의견이 맞서고 있다. 현재 법(‘지방 자치분권 및 지역 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35조 1항)에도 “국가는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의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강제력은 없다.

교육자치와 지방자치를 당장 통합하기는 어려우니 이를 위한 우회로를 찾자는 입장도 있다. 첫 번째 방안은 교육감 선거제도를 개편하자는 것으로 시·도지사와 교육감 러닝메이트 도입을 요구하는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되어 왔다. 그동안 발의된 법안을 살펴보면 시·도지사와 교육감 러닝메이트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시·도지사의 교육감 임명제에 가깝다. 최근에는 지역마다 교육감 선거제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되었다.
두 번째 방안은 지자체가 교육청에 전입하는 예산을 줄여서 지자체가 쓸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거나, 지자체의 지방교부세(국가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격차를 완화하고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국세의 일부를 지방에 나누어주는 제도적 재원)와 교육청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국가가 지방자치단체의 교육행정에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는 제도로, 지역 간 교육 불균형을 해소하고 교육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1971년에 도입)을 통합해 지자체에 예산 주도권을 주자는 것이다.
교육의 정치화 우려
교육자치와 일반자치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교육계는 줄곧 우려를 표명해왔다. 과거 일부 지자체장이 무상급식 이슈를 둘러싸고 교육청 의견을 무시했던 경험도 있어 교육의 정치화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예컨대 지자체장이 교육의 본질보다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당장의 성과를 위해 명문대 진학을 교육 목표로 삼게 될 경우, 교육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희생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교육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계도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아는 지역의 한 활동가는 학교를 ‘눈치 없는 조직’이라고 표현했다. 교원들이 순환근무를 하며 지역에 오래 머물지 않기 때문에, 지역 주민의 절박함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학교가 지역과 단절된 섬처럼 운영되고 있으며, 마을 연계 교육이나 지역 중심의 교육과정도 일부 사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감 직선제가 거둔 성과는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깜깜이 선거’라는 점도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시·도지사에 비해 교육감에 대한 관심은 상당히 부족하다. 초·중·고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모를까, 자녀가 이미 졸업했거나 해당 사항이 없는 시민에게는 관심이 적을 수 밖에 없다.
또한 여러 가지 사유로 인해 중간에 낙마하는 교육감 사례가 적지 않다. 후보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조직력이나 유명세, 스펙 위주의 선거가 된다는 지적이 많다. 특정 조직의 도움을 받은 후보의 경우, 당선이 된 이후에도 소신껏 정책을 펴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도움을 준 조직은 훗날 청구서를 내밀며 본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요구하려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교육감 직선제를 유지하더라도 여러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계와 협력의 길
이제 중요한 질문은 ‘정말 분리 아니면 통합밖에 없는가?’이다. 사실 세 번째 길, ‘연계와 협력’의 길도 충분히 가능하다. 교육감과 지자체장이 의지만 있다면, 다음과 같은 정책 협력이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 지역 내 양질의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활용하기
- 지역 내 마을 강사의 전문성 키우기
- 도서관, 평생학습, 체육관 등 학교복합시설의 공동 추진
- 학부모를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성장시키고, 이들을 교육자산으로, 지역의 자산으로 활용하기
- 지역 정주성과 시민성을 키울 수 있는 마을 연계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브랜드화하기
- 지역의 폐교 시설을 예술과 문화, 복지공간으로 탈바꿈하기
- 지역 대학생과 청년을 학생들의 학습 및 진로 멘토로 활용하고, 이들에게 청년 수당 지급하기
- 지자체와 교육청이 공동으로 기금을 조성하고 교육재단과 같은 중간 지원 조직하기
이처럼 지역의 미래를 위해 학교의 역할이 큼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도지사나 교육감은 여전히 ‘명문대 보내기’에 집착하고 있다. 즉, 인재를 서울, 명문대에 보내는 데 주목하면서 정작 지역에 남는 학생과 청년들을 위한 정책과 사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지역 정주성과 애향심에도 영향을 준다. 지역으로부터 환대받지 않은 청소년과 청년들이 과연 이후에도 지역에 남으려고 할까?

의미있는 협력 사례들
다행히도 의미 있는 협력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전남 곡성군에서는 미래교육재단이라는 중간 지원 조직을 만들어 학생들의 체험활동이나 진로와 진학 활동, 프로젝트 활동을 지원한다. 평생학습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세종시도 의미 있는 협력 사례로 꼽힌다. 세종시는 새로 만들어진 도시로서 다른 지역과 달리 타시도에서 살다가 온 시민들이 많지만, 세종마을 교육공동체 구축을 위한 교육 생태계를 추진 중이다. 세종시와 세종교육청이 협력해 마을 교육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기초와 심화 과정을 하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과 경험을 지닌 주민들을 마을 교사로 발굴해 학교와 협력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강사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충북 옥천 역시 온마을배움터협의회를 통해 거버넌스를 구축하면서, 함초롬 교육 과정이라는 지역 고유의 교육과정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그 외에도 폐교를 활용해 청년예술공간이나 문화공간으로 전환한 경남 고성 청년 예술촌 사례, 지자체와 교육청이 협력해 체육관, 도서관, 수영장, 문화센터, 주차장 등을 함께 만들고 운영하는 학교시설 복합화 사례들도 조금씩 축적되고 있다.
지역 소멸이라는 위기 앞에서 무엇이든 시작해야 한다. 누군가는 “안 된다”며 포기하지만, 누군가는 사람을 모아 대안을 만들고 실천한다. 분리냐, 통합이냐의 논쟁을 넘어, 신뢰와 협업의 연계를 통해 협력의 문화부터 만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