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꺾정 칼럼 25화] 22대 국회 첫 과제는 지방선거제도 개혁이다.
22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읍소하며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이 과연 유권자를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안 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니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의 시각에서 22대 국회와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이번 칼럼의 필자는 김형철(성공회대학교 연구교수)입니다.
지난 5월 30일 제22대 국회가 개원했다.
지방선거제도 개혁 논의, 2년도 부족하다
이후 국회는 인사청문회, 노란봉투법 그리고 채해병 및 김건희 특검법 등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바로 2년도 남지 않은 제9회 동시지방선거에 적용할 지방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혹자는 아직 2년이나 남았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과 법안도 많은데 무슨 지방선거제도 개혁 논의냐? 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반문이지만 주권자인 지역주민이 바라는 선거제도 그리고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는 선거제도로 개혁하기엔 2년이란 시간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1대 정개특위 돌아보라
우리는 지난 제21대 국회에서의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정과정을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국회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약 16개월 정도 앞두고 국회 정개특위에서 선거제도 개정 논의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국회 역사상 최초로 선거제도 개정과 관련된 전원위원회를 개최하였으며 또한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기 위한 공론조사를 실시하였다.
500인의 주권자가 이틀에 걸쳐 참여한 공론조사의 결과가 개정된 선거제도에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지만, 선거제도 개정 논의 과정에 있어 주권자인 국민이 참여하고 숙의를 통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500인의 주권자를 포함한 참여자들은 충분히 숙의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였다는 점을 가장 아쉬워하였다.
늘 법정시한 넘기는 선거구획정 확정 기간
또 하나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위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국회가 공직선거법에 규정되어 있는 선거구획정 확정 기간을 지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공직선거법 제24조의2는 국회가 국회의원 지역구를 선거일 전 1년까지 확정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선거구획정은 법정시한을 넘겨 선거일에 임박하여 확정되어 피선거권과 선거권 등 참정권이 침해되는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지방선거의 선거구획정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즉, 기초의회의 경우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선거일 전 6개월까지 시·도지사에게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공직선거법 제24조의3 ⑤). 그러나 기초의회 선거구획정도 이를 지키지 못하고 피선거권과 선거권 등 참정권을 침해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선거구획정의 지연에 따른 참정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정이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하기 전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단순다수, 혼합형 모두 문제다
마지막으로 지방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하여 논의해야 할 내용이 많다는 점이다.
- 자치단체장를 선출하는 단순다수제는 다수의 사표를 발생시키며, 과반 미만의 득표로 당선됨으로써 대표성과 정당성이 허약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또한 승자독식에 따른 적대적 대결과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을 선출하는 혼합형 선거제도도 거대 양당의 의석 독점, 지역주의 강화, 소수정당의 의회 진출의 제한, 다수의 사표 발생, 무투표 당선, 지역유지 및 토호 세력의 영향,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화 등 득표-의석 간 불비례성, 사회대표성의 왜곡, 정치 양극화 심화라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
따라서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의 특성과 정치환경 등의 다양한 주제에 대한 학습과 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초의회 선거제도의 경우, 사표 감소와 비례성, 사회대표성 그리고 정치 다양성을 강화하기 위해 한 선거구에서 선출하는 의원 수(선거구 크기)를 늘려야 할지 아니면 다득표자를 당선자로 결정하는 방식(단기비이양식)이 아닌 정당 득표율에 비례하여 정당 의석수가 정해지는 방식(비례대표제)을 선택할지 등에 관한 이론적이고 현실적인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이 같은 복잡한 문제를 검토하고 우리의 현실에 적합한 선거제도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저출생, 지방소멸, 기후환경의 위기 등 다양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위험을 국회나 행정부와 같은 중앙차원만이 아니라 지방의회와 지방정부 차원에서 지역주민의 지혜를 모아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지방의회와 지방정부가 지역주민의 다양한 의사를 반영하고 책임정치를 실현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점에서 민심이 왜곡되지 않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제도의 마련은 지방자치와 분권이라는 정치개혁을 위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따라서 국회와 정치권 그리고 시민사회는 지방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더 이상 늦추지 말고 시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