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코리아 칼럼] 처벌과 허용의 모순된 대한민국 국가 폭력…방치된 이주민 인권침해 구조. ‘노동력’이 아니라 ‘인구’로…사회권 기반 정책으로 전환해야. (장주영 /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 (⏳4분)

지난 2월,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한 사업장의 대표가 이주노동자의 몸에 고압 공기를 주입해 장기를 손상시킨 사건이 드러났다. 이재명 대통령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이자 야만적 인권 침해로 규정하고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국가가 이름을 붙여 처벌하겠다고 나선 폭력이다. 그러나 현실은 국가가 설계한 제도가 더 광범위한 침해를 허용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인권침해는 이 두 침해 사이에서 읽어야 한다.
가혹행위는 흔히 사업주의 일탈로 설명되고 그것이 개인의 범죄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가혹행위와 산재 사망, 임금체불이 가해자·사업장·체류자격을 바꿔가며 되풀이된다면, 개인의 품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구조가 그 일탈을 떠받친다고 보아야 한다. 드러나는 폭력이 없다는 것이 인권 보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주민을 차별하는 구조가 이주노동자의 근원적 취약성을 만들어낸다.

체류 자격이 아니라 국적이 가르는 권리
이주노동자라고 하면 비전문취업(E-9)을 떠올리지만, 유엔은 이주노동자를 “국적국이 아닌 나라에서 유급활동에 종사할 예정이거나, 종사하고 있거나, 종사하여 온 사람”으로 정의한다. 2025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에서 15세 이상 장기거주 외국국적자 중 취업자는 약 111만 명으로, 재외동포·영주권자·결혼이민자·유학생이 모두 포함된다.
여기에 계절 근로자와 통계에 잡히지 않는 미등록 노동자가 더해진다. 이들이 모두 한국에서 노동하는 이주민이다. 체류 자격에 따른 노동권의 차등은 물론,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기본권, 곧 인권의 범위가 국적으로 갈린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주노동자의 인권 문제는 특정 체류자격이 아니라 국적이라는 지위 전반의 문제다.
비전문취업은 사업장 변경이 엄격히 제한되고, 특정활동(E-7)조차 외국인에게 책임이 없는 경우에만 변경이 허용된다. ‘사회보장기본법’상 외국인의 사회보장수급권은 상호주의와 개별 법령의 예외만을 전제하므로, 기본적 생활 보장에서 외국인은 사실상 배제된다. 2025년 외국인 임금체불액은 1,601억 원으로 전년보다 44% 늘었지만, 대지급금(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하여 체불 임금 등을 지급하는 제도)은 다수의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을 비켜간다.
산재 사망률은 같은 연령대 한국인의 2.3배에 이르고(2024년 국가인권위원회), 경기도 외국인 가구의 13.3%는 컨테이너·비닐하우스·기숙사 등 주택이 아닌 거처에 산다(2025년 경기연구원). 2024년 외국인 건강보험은 모든 국적에서 9,439억 원 흑자였다. 노동이주 인구가 젊고 건강한 탓도 있겠으나, 이 흑자는 아파도 병원에 가기 어렵고 건강을 잃으면 한국에 머물 수 없는 구조와 떼어 읽기 어렵다. 그럼에도 외국인 건강보험을 겨냥한 여론몰이는 끊이지 않는다.

75%가 외국인 보편적 사회보장 동의…합의보단 제도의 문제
인구 감소 국면에서 이주민은 빈 일자리를 채울 인력일 뿐이다. 정부는 정주형 이주민을 강화하겠다지만, 일반 영주자격의 소득 요건은 1인당 국민총소득의 2배로 2025년 기준 1억 원이 넘어, 정주의 사다리는 허구에 가깝다. 시선은 더 어린 연령으로 내려간다. 인구감소를 명분으로 해외 중학생을 직업계고에 유치해 지역 노동력을 미리 확보하겠다는 논리는 만 14세 내외의 미성년자를 모집 대상으로 삼는다. 국내에서 태어나는 외국·무국적 아동의 출생통계도, 한 해 사망하는 외국인의 규모도 잡히지 않는 현실은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외국 국적 이주민은 인구인가, 인구 대체재인가?’
권리 보장이 미뤄질 때마다 ‘사회적 합의 부족’이 거론되지만, 국민들의 태도 조사는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외국인에게 한국인과 동일한 사회복지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데 약 69%(2023년 국민통합위원회 조사), 세금을 내는 외국인에 대한 보편적 사회보장에 약 75%가 동의했다(2025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의식실태조사).
권리 보장의 지체는 합의의 부족이라기보다 목소리 높은 소수의 반대와 이를 회피하려는 제도, 우호적이지만 드러나지 않는 다수 사이의 비대칭이다. 통합을 장기적 투자로 본 응답이 73.5%인데도 정부가 이를 충분히 추진한다는 응답은 52.6%에 그친다(2024년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

통합 성과가 높은 나라일수록 이주민에 대한 태도가 정치 담론에 덜 흔들린다는 점에서 개선의 열쇠는 바로 ‘제도’에 있다. 출발점은 사회권을 시민권의 부속물이 아니라 사회통합의 조건으로 보는 관점이다. OECD·EU가 통합의 핵심으로 꼽는 영역도 결국 교육·고용·건강·주거·가족결합·차별금지라는 사회권과 겹친다. 사회권은 이주민이 한국어에 능하고 법을 잘 지키는 ‘통합’의 보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통합의 전제다.
노동력에서 인구로: 사회권 기반 정책으로의 전환
이를 구체화할 과제는 다음과 같다.
- 첫째,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넓혀 고용주와 노동자 사이의 권력 불균형에서 오는 취약성을 완화해야 한다.
- 둘째, 교육·건강·주거·소득보장·차별금지를 통합의 전제로 재설계해야 한다. 경제적 유용성만을 사회권 부여의 잣대로 삼으면 가장 취약한 이들이 보호에서 밀려난다.
- 셋째, 문서로만 존재하는 체류 자격이 아니라 실제로 도달할 수 있는 정주 경로를 확보해야 한다.
- 넷째, 출신국과 함께 교육–훈련–이주–재이주를 설계하는 협력이 필요하다. 수용국의 기술 수급, 송출국의 역량 축적, 이주민의 경력 이동, 고용주의 책임을 함께 묶는 방식이다.
- 다섯째, 권리 보장의 선언에는 제도의 손질이 뒤따라야 한다. 아동권리협약 비준국인데도 외국국적 아동·청소년이 사각지대에 놓이고, 미등록 외국인 아동 지원 조례를 만들고도 출입국 통보의무가 면제되지 않아 효과가 지체되는 현실이 그 증거다.

젊은 노동력만 수혈하는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주요 출신국인 중국·베트남·태국·필리핀의 합계출산율이 모두 1명대로 낮아진 지금, 필요할 때마다 인력을 공급받는다는 가정도 흔들릴 것이다. 관리만을 정책의 대상으로 삼는 단계를 넘어, 한국을 삶의 기반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확장으로 시야를 옮겨야 한다.
어린이집과 학교에서 함께 자란 아이들이 국적과 무관하게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노후까지 함께할 수 있는가. 처벌하는 폭력 못지않게 허용하는 폭력을 직시하는 것, ‘노동력’이 아니라 ‘인구’로서의 이주민을 전제한 사회권 기반 인구 정책으로의 전환이 그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