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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지분 매각을 둘러싼 논란에는 시장과 권력의 욕망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중요한 키워드가 담겨 있다. 소유와 경영, 편집의 분리 원칙과 주식회사 언론사의 태생적 한계, 공영 언론의 지배구조 위기,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무거운 질문을 시작해야 한다.



1. 그들은 왜 YTN을 노리는가.


첫째, 신뢰도 1위의 언론사를 살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메이저 언론사 가운데 최근 시장에 나온 언론사는 YTN이 유일하다. 애초에 매물이 많지 않을 뿐더러 YTN은 신뢰도나 영향력 모두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언론사다. 2022년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YTN을 신뢰한다는 답변이 51%로 15개 뉴스 매체 가운데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다른 여론 조사에서도 YTN은 대부분 상위권을 차지했다. 기자협회보가 기자들을 상대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를 물었을 때는 8위를 차지했다. 시사IN 여론 조사에서는 4위를 기록했다.

서울신문이나 헤럴드경제 등 언론사 인수합병 사례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YTN은 애초에 사이즈가 다른 초대형 매물이다. 공영 방송사를 민영화하는 첫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언론사를 매물로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불편한 일이지만 주식회사 언론사의 태생적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최대 주주가 모든 것을 갖는다는 게 비극의 원인이다.

둘째, 싸기 때문이다.

5월4일 기준으로 YTN의 시가총액은 2587억 원이다. 지난해 9월 YTN 민영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두 배 가까이 뛰어오른 금액이다. 매물로 나올 거라는 한전KDN과 한국마사회 지분은 각각 21.4%와 9.5%, 합치면 대략 800억 원 규모가 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겠지만 두 배 이상을 불러도 결코 비싸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업계에 도는 이야기다.

호반건설은 2021년 9월 서울신문 지분 53%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뿌린 위로금 등을 포함해 1000억 원 가까이 쏟아 부었고 중흥건설은 이에 앞서 2019년 5월 헤럴드경제를 인수하는 데 700억 원 가까이 비용을 치렀다. 2021년 5월 아시아신탁이 광주방송(KBC) 지분 40%를 인수하는 데 든 비용은 500억 원 정도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종합편성채널을 하나 만들려면 최소 3000억 원 이상을 끌어 모으고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직접 조달해야 한다. 그나마 허가도 쉽지 않고 재허가 기준도 까다롭다. 심지어 MBN은 자본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차명 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나 6개월의 업무 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YTN은 한국 최초면서 둘 밖에 없는 보도 전문 채널이다. 마지막 채널 승인 심사가 열렸던 2010년에는 서울신문과 머니투데이, 연합뉴스, 헤럴드미디어, CBS가 신청했는데 연합뉴스만 통과했다. 인수할 수만 있다면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업계에서는 YTN 지분 30%의 가치가 2000억 원을 웃돌 거라는 분석도 나돈다. 국민일보와 한국일보, 한국경제신문이 일찌감치 인수 의사를 밝혔고 한국경제는 벌써부터 5% 이상 지분을 매입한 상태다. 동아일보가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사실 무근이라 밝힌 바 있다.

셋째, 경영 실적도 좋고 현금도 많다.

YTN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1522억 원 매출에 531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14년까지 영업 적자가 꽤 컸지만 2015년부터 9년 연속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익 잉여금이 1404억 원에 이른다.

보유 부동산 가치도 높다.

보유 현금과 부동산 가치만 더해도 5000억 원이 훌쩍 넘는다는 이야기다. 높은 신뢰도를 확보한 독보적인 보도 전문 채널의 가치는 갈수록 더 올라갈 것이다. YTN의 기업 가치가 7000억 원이 넘는다는 분석도 있었다.

넷째, 언론사는 돈으로 살 수 없는 막강한 권력을 안겨준다.

업계에서는 지역 일간신문을 인수한 건설사 사장이 “언론사 사주가 되니 관공서 인허가 속도가 달라지더라”고 하던 말이 돌기도 했다. 갑을이 바뀌더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메이저 일간지의 최대 주주가 되면 대통령과 나란히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회적 지위를 확보한다. 후광 효과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에 도는 이야기다.

한국일보가 2017년 4월, “대한민국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을 때 문재인과 홍준표, 안철수, 심상정 등 당시 대선 후보와 국회의장 정세균까지 참석해서 한국일보 회장 승명호와 기념 사진을 찍었다. 평소에 전면에 나서지 않는 언론사 회장이 지면을 동원해 권력을 과시하고 입증하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엄밀히 말하면 회장이란 직책은 법적 실체가 있는 개념은 아니고 승명호는 사장이 아니라 사내 이사로 등재돼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이런 자리에서는 웬만한 재벌 회장 이상의 예우를 받는다. 2021년 포럼에서는 승명호가 당시 대선 후보 이재명과 윤석열과 함께 기념 촬영을 했는데 정작 이 자리에 한국일보 사장은 얼굴을 내밀지 못했다.

2022년 대선 직후에 열린 포럼에서는 축사를 하러 나온 승명호가 대통령 당선자 윤석열에게 “갈등과 대립의 시대를 마감하고 통합과 공정, 소통과 협치의 시대를 열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승명호가 서울시장 오세훈과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윤호중 등과 나란히 서서 기념 촬영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SK 회장 최태원이 구석으로 밀려났을 정도다.

2021년 서울신문 컨퍼런스에서는 서울신문 회장 김상열이 김부겸과 악수하는 장면이 신문에 실렸다. 2022년에는 같은 구도로 국무총리 한덕수와 악수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역시 서울신문 사장은 이 자리에 끼지 못했다. 2021년 헤럴드경제가 포럼을 열었을 때는 헤럴드 회장 정원주가 국무총리 김부겸과 민주당 대표 송영길 사이에서 사진을 찍었다.

승명호나 김상열, 정원주 등이 건설사나 제조업 기업 사장이었더라면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다. 공개된 사진만 이 정도일 뿐 이들은 행사 전후에 거물급 정치인들을 독대할 기회도 갖게 된다. 엄밀히 말하면 이들 개인은 이 언론사의 최대주주가 아니다. 최대 주주인 기업의 최대 주주라는 이유로 출자 기업의 경영권을 장악하고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섯째, 여론을 움직이는 힘을 갖게 된다.

서울신문의 대주주인 호반건설은 경영권 불법 승계와 일감 몰아주기 등의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서울신문이 2019년부터 여러 차례 보도했던 사안이지만 호반건설에 인수된 이후인 2022년 1월 16일 관련 기사 57건이 일괄 삭제됐다.

KBS 시사기획 창, ‘누가 회장님 기사를 삭제했나’ 중 일부 갈무리.

호반건설이 임명한 사장 곽태헌은 기자들에게 “호반이 최대주주인 회사에서 호반에 대해 악의적으로 쓴 기사도 많이 있는데, 서울신문에 남아있는 게 맞다고 생각하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기자협회보는 “신문사 사장이 신문을 ‘사보’ 정도로 여기는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을 들어도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상열이 “기사의 진실성이 밝혀진다면 회장 직권으로 다시 게재하겠다”고 밝힌 것도 논란이 됐다. 애초에 회장에게 기사 게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직권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기자들이 많았다.

검찰이 김상열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사건도 있었다. 검찰이 벌금 1억5000만 원에 약식 기소했는데 법원이 정식 재판으로 넘겼고 재판 결과 1억5000만 원이 확정됐다. 법원은 “범행의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확정적 고의라기보다 미필적 고의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상열은 아예 호반건설 회장에서 물러나 서울미디어홀딩스 회장으로 명함을 바꿨다. 김상열이 벌금형을 받았다는 사실은 서울신문 지면에 실리지 않았다.

한국일보는 동화그룹에 인수된 뒤 인도네시아 특파원을 신설했다. 영국 BBC가 한국계 기업 코린도가 팜유 농장을 확보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열대 우림에 일부러 불을 낸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 사실을 한국일보 인도네시아 특파원은 보도하지 않았다. 코린도는 인도네시아 기업으로 승명호의 형 승은호가 사장이다.

BBC는 코린도가 3만ha의 천연림을 파괴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BBC가 인터뷰한 마을 주민의 증언이다.

“목재를 줄을 맞춰 쌓았어요. 긴 줄이었는데 100~200m쯤 됐죠. 그리고 휘발유를 붓더니 불을 붙였죠.”

BBC는 국제산림관리협회(FSC) 보고서를 인용해 “(코린도의 삼림 훼손) 증거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넘어선다”고 보도했다. “코린도가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지역주민들의 전통과 인권을 침해했고, 군부로부터 직접적인 도움을 받아 지역주민들에게 불공정한 보상을 통해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한국의 주요 일간 신문 어디에도 인용된 바 없다.

주요 언론 가운데 유일하게 시사IN이 이 사건을 비중있게 다뤘다. 코린도 관계자는 시사IN과 인터뷰에서 “지정된 지역에서 적법하게 농장을 조성하고 있으므로 무분별한 개발과는 다르다”라고 말했지만 시사IN은 “농장 개발을 위한 산림 훼손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코린도의 삼림 훼손에 항의하던 주민이 경찰에 폭행당해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인도네시아 시민단체들이 유엔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코린도가 공식 해명 자료를 내기도 했지만 한국 언론에는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일찌감치 사양 산업으로 전락한 뉴스 산업이 여전히 매력적인 매물로 거론되는 건 한국에서 자본으로 확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권력이 언론이기 때문이다. 언론사 사주라는 명예와 가업을 대를 이어가며 물려줄 수 있고 권력으로부터 든든한 방패막이를 확보하고 필요할 때 기자들을 로비스트로 동원할 수 있다는 믿음이 수백억 원의 ‘투자’를 아깝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중간 정리.

YTN 지분 매각의 쟁점은 가격이 아니다. 13년 만에 보도 전문 채널이 매물로 나온 상황이고 수익성이나 성장성을 고려하면 지금까지 언론사 인수합병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공영 언론 YTN의 위상을 해체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욕망과 공영 언론으로 쌓아올린 YTN의 영향력을 손쉽게 집어 가려는 자본의 욕망이 만나는 지점이다.

YTN 노조 지부장 신호는 “사회적 책임은 무시한 채 그저 돈만 많이 싸들고 오는 탐욕적 자본이 뉴스 채널의 최대주주가 되는 상황은 언론의 공공성을 보장토록 한 시스템 자체에 대한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2. 그들은 왜 YTN을 팔려고 하나.


15년 전인 2008년에도 이명박 정부가 YTN을 내다 팔려다 포기한 적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신재민이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뜬금없이 “공기업이 갖고 있는 YTN 주식을 모두 민간에 매각할 방침”이라고 던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아래에서는 ‘YTN 노조’라고 쓴다.)가 YTN 시장 구본홍을 반대하며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던 상황이었다. “말도 안 듣는데 지분 갖고 있어서 뭐하나”, “시장에 내놓아 파는 게 낫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라는 등의 전언이 나돌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신재민은 특정 언론사에 통째로 넘기는 게 부담스러웠던 듯 일괄 매각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장외 혹은 일괄 매각을 하게 되면 3개 신문(조중동)에 YTN을 넘기려는 음모라고 할 것 아니냐”, 이게 신재민의 기자회견 발언이었다.

그런데 보유 지분을 그냥 시장에 던지기에는 주가가 폭락할 위험이 컸고 배임 논란도 있었다. 실제로 한전KDN이 보유한 21.4%의 취득 원가는 590억 원 정도였는데 2008년 8월 말 주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400억 원 정도였다. 블록 세일이 아니라면 크게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할 상황이었다. 시장의 반응도 좋지 않았다. CJ투자증권은 “경영권을 노린다면 방통위 승인이 관건인데 아직 규제완화 관련한 내용들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적 합의 없이 시장에 내다팔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YTN 전면 파업으로 이어졌고 노종면 등 해고 사태로 이어지면서 YTN 매각은 없던 일이 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다시 YTN 매각 이야기가 나왔다. “언론사 지분을 갖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논리였지만 공영성에 대한 특별한 고민이 없다는 비판에 부딪혔다.

이명박 정부가 말 안 들으면 민영화하겠다는 협박에 가까웠다면 문재인 정부는 언론사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칙론적이거나 강박적인 접근에 가까웠다. 애초에 언론사 지배구조에 대한 고민이 깊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한 접근인 건 마찬가지였다. 정부 지분을 정리한다는 원론적인 방향만 있었을 뿐 누구에게 어떻게 내다 팔 것인지 아무런 디테일이 없었다.

서울신문 매각은 정부가 보유한 언론사 지분을 매각하는 가장 안 좋은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호반건설은 우유부단한 기획재정부와 우리사주조합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다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넘겨 받아 서울신문의 과반 지분을 확보했다.

당시 상황을 복기해 보면 호반건설이 먼저 포스코 지분을 확보한 상태에서 정부가 서울신문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밝혔고 정부와 호반건설 사이에 사전 교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이 기획재정부 지분을 인수하고 싶다는 제안을 내놓았지만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호반건설은 기획재정부와 우리사주조합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고 결국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넘겨 받았다. 호반건설 입장에서는 이미 과반 지분을 확보한 상황에서 굳이 기획재정부 지분을 추가로 인수할 이유가 없고 기획재정부는 어정쩡하게 지분을 계속 들고 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렇게 서울신문이 호반건설에 넘어가면서 YTN 매각은 자연스럽게 흐지부지됐다. 서울신문이야 공영 언론이라는 인식이 약했기 때문에(게다가 정부 지분을 판 것도 아니었다.) 비교적 조용히 넘어갔지만 YTN이 호반건설 같은 곳에 넘어갔다면 엄청난 반발에 직면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서 언론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일은 없었지만 언론 개혁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만큼 실제로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컸다.

한림대 교수 최영재는 문재인 정부의 공영 방송 정책을 분석한 논문에서 “문재인 정부는 KBS와 MBC, YTN 등 공영 및 공영적 방송사 사장 임명 과정에 이전 정권에 비해 개입을 자제한다는 평가를 받았다”면서도 “사장 임명 과정과 결과 그리고 공영방송 정책 시행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이념과 정파적 코드가 작용한다는 정황 증거들은 적지 않게 발견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공영방송의 불공정 편파 보도 시비가 이전의 보수 정권에 비해 개선됐다고 평가받기는 어려울 것”이란 이야기다.

윤석열 정부는 YTN이 콘트롤이 안 된다는 생각이 앞섰던 것 같다.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상태였고 이명박 때처럼 방송사 사장을 불러다 ‘쪼인트’를 깔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MBC를 당장 건드릴 수는 없으니 그나마 흔들 수 있는 YTN부터 손을 보겠다는 생각이었을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TBS에서 ‘김어준의 뉴스 공장’을 만들었던 정찬형이 YTN 사장을 맡으면서 보수 진영의 피해 의식이 크기도 했다. 정찬형은 MBC PD 시절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만들었던 실력으로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 등 파격적인 실험을 밀어붙였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사 파업에 호되게 데인 경험이 있는 터라 낙하산 사장을 내려 보내 충돌을 만들기 보다는 자본의 영향력 아래 두는 게 손쉽게 언론을 길들이는 방식이라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정부는 언론에 개입할 수 없지만 기업은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게 경험으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면 언론은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지만 기업은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산업자원부가 먼저 한전KDN에 지분을 내다 팔라고 지시했고 2022년 9월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바람을 잡으면서 YTN 민영화를 공론화했다. 전형적인 짜고치는 고스톱 같은 상황이었다.

이철규(국민의힘 의원) : “YTN 지분이 업무용 자산입니까.”
김장현(한전KDN 자산) : “YTN은 한전KDN의 고유 업무와 관련이 없습니다. (매각을)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철규 : “한전KDN이 (YTN 지분을) 갖고 있으면 저평가됩니다. 매각설이 나오니까 YTN 주가가 올랐죠. 공기업이 가지면 가치가 없다고 저평가된 것입니다. 경영에 도움이 안 되고 업무에 도움이 안 되는 YTN 지분은 매각하는 게 좋겠습니다.”
김장현 : “네.”

중앙일보 논설위원 오병상은 “윤석열 정부가 과거 정부들처럼 무리하게 YTN을 장악하는 대신 아예 손을 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면서 “민영화를 통해 YTN의 족쇄였던 정치적 파행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병상의 논리는 보수 진영이 민영화를 공기업 밀어붙일 때마다 등장하는 해묵은 레퍼토리다.

국민의힘 의원 박성중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YTN을 좌지우지하거나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다”면서도 “YTN에 대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는 사실을 시인한 셈이다.

YTN 노조는 성명을 내고 “보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내다 팔겠다는 ‘치졸한 복수극’이고, 사기업에 줘서 해체시키겠다는 협박일 뿐”이라고 반발했다.

3. 이렇게 내다 팔아도 되나.


일단 한전KDN과 한국마사회는 당장 현금이 절실한 상황은 아니다.

한전KDN은 한국전력공사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7394억 원 매출에 426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한전KDN은 한국전력공사에 255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한국마사회는 한국마사회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 법인이다. 지난해 6조4311억 원 매출에 97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마사회는 매출 16%를 국세와 지방세로 내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2019년까지만 해도 1년 매출이 7조 원이 넘었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마가 전면 중단되면서 1조 원 수준으로 줄었다가 회복했다.

YTN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많지 않지만 배당금도 지급하고 있다. 2020년 13억 원, 2021년 21억 원, 2022년 25억 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한전KDN과 한국마사회 등 주주들 입장에서는 굳이 당장 내다 팔아야 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국민의힘에서 민영화 이슈를 꺼내기 전까지 한전KDN은 YTN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지분 매각은 철저하게 정권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전KDN 이사회 7명 가운데 4명이 찬성표를 던졌는데 3명은 사내 이사고 1명은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한 사외이사였다. 정부에서 파견한 이사가 캐스팅 보트를 던졌다는 이야기다. 미디어스 보도에 따르면 “언론 공공성을 지키는 것은 공공기관의 역할”이라는 등의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표결로 밀어붙여 매각을 결정했다. 다수결로 안건을 처리한 게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이례적인 충돌이었다는 평가다.

한전KDN이 낸 매각 주관사 입찰 공고에는 “매각 가치 극대화”와 “최대 주주 경영권 프리미엄 확보 방안” 등의 조건이 담겨 있다. 21.4% 지분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요구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결국 한국마사회 지분과 합쳐 블록 딜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이왕이면 서로 좀 더 높은 가격을 받으려 할 거라 매각 시점 등에 조율이 필요할 거라는 관측도 있다. 먼저 파는 쪽이 좀 더 높은 가격을 받겠지만 한꺼번에 내놓으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좀 더 높여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삼일PwC가 두 군데 모두 매각 주관사를 맡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교통 정리가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와 교감 없이 팔기 어려울 거고 공기업이 판단할 일이라는 핑계로 정부가 물러서 있기는 어려울 거란 이야기다.

게다가 단순히 지분 매각으로 끝나는 문제도 아니다. 방송법에 따라 YTN의 대주주가 되려면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을 거쳐야 한다. 종편 승인 수준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전KDN이나 한국마사회가 임의로 베팅을 높게 하는 쪽에 넘길 게 아니라 정부가 원칙을 정하고 대주주 적격성을 따져서 인수 후보를 판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언론노조 실장 김동원은 언론노조 주최 세미나에서 “방통위가 YTN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거기에 맞춰 자본의 성격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위원장 김동찬도 “(지금과 같은) 사후 승인은 잘못”이라며 “애초에 방통위가 매각이 추진되는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4. SBS의 눈물, 지상파의 사적 소유가 만든 비극.


SBS는 대표적인 민영 방송사이지만 민간 소유의 공적 플랫폼이 어느 지경까지 황폐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최악의 반면교사라고 할 수 있다.

1990년 태영건설이 SBS를 설립하면서 투자한 자본금이 300억 원이었다. 그런데 1995년부터 2022년까지 태영건설이 SBS에서 챙긴 배당금만 1000억 원이 넘는다. 태영건설이 SBS를 인수하는 과정에 당시 공보처 장관 최병렬의 도움이 컸다는 관측이 많았다. SBS 회장 윤세영과 최병열은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다.

SBS를 인수하기 전까지만 해도 태영건설은 도급 순위 60위 밖의 무명 건설업체였다. 2022년 기준으로 태영건설의 도급 순위는 17위까지 뛰어올랐다.

태영건설의 성장에 SBS가 어떤 역할을 했을까. 태영건설은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에서 2200억 원 규모의 사업을 따냈다. 그 무렵 윤세영이 직접 기자를 불러 “4대강에 배가 들어와서 나쁠 게 뭐 있으며, 보를 만들면 뭐가 나쁘냐”고 압박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2015년에는 SBS 회장 윤석민이 SBS 보도본부장 등을 불러 놓고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지 말라”고 지시한 사실이 논란이 된 적 있다. 윤석민은 윤세영의 아들이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SBS 보도본부를 동원해 태영건설의 하수처리 사업장 건설 수주를 돕도록 하거나 광명시 역세권 개발 계획을 승인받기 위해 광명동굴 홍보를 지시하는 등 보도와 편성에 개입해 왔다. 윤석민의 동생인 윤재연이 대표로 있는 인제스파디움에 정부 예산을 지원하기 위해 보도본부 기자들을 동원해 로비한 정황도 드러났다.

SBS의 지난 30여 년의 변화를 보면 이익이 안 되는 플랫폼 부문과 이익이 되는 콘텐츠 부문을 분리해 태영건설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신해 왔다. 지주회사를 설립한 뒤 SBS 지분을 팔고 지주회사 지분을 늘리면서 SBS는 껍데기로 전락하고 태영건설이 과반 지분을 확보한 지주회사에 그룹 차원에서 이익이 집중됐다. SBS미디어홀딩스를 만들고 그 위에 TY홀딩스를 만들었다가 두 회사를 합병하면서 수직적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2007년 9월 SBS가 사업회사 SBS와 지주회사 SBS미디어홀딩스로 분할하기 전까지만 해도 태영건설이 보유한 SBS 지분은 30.0% 밖에 안 됐다. 당시 방송법에서는 지상파 방송사의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 지분이 3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었는데 태영건설은 지주회사 전환이라는 마법을 부려 SBS미디어홀딩스 지분을 60% 이상으로 늘리고 우회적으로 SBS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했다.

SBS의 지주회사 전환은 방송법 규제를 거꾸로 이용한 데다 기존 주주를 배제한 3자 배정 유상증자나 다름 없는 특혜였다. 공개 매수를 시작하면 다른 주주들이 뛰어들어 30% 규제를 넘길 수 있다는 이유였지만 초과 지분을 처분하면 될 문제였다. 그러나 방송위원회는 공익 자금 출연 등을 전제로 특혜 논란이 있던 지주회사 전환을 허용했다. 지주회사 전환 이전 태영건설의 지분은 30%를 넘지 못했는데 전환 이후 61.2%까지 지주회사 지분을 늘렸다.

태영건설은 일찌감치 지주회사 전환을 염두에 두고 SBS를 자회사로 잘게 쪼개는 작업을 시작했다. 방송사의 핵심 수익 부문인 드라마 제작과 해외 판권 사업을 SBS콘텐츠허브와 SBS플러스라는 이름으로 독립시켰다. 가장 돈 되는 사업 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해 SBS미디어홀딩스의 소유로 만들기 위한 꼼수였다. “재주는 SBS가 부리고 돈은 SBS미디어홀딩스가 번다”는 말이 나왔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과정에서 태영건설이 과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SBS미디어홀딩스에 이익이 집중됐고 자회사들이 모회사의 등골을 빨아먹는 터널링(tunnelling) 현상이 계속되면서 SBS는 속 빈 강정이 됐다.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아래에서는 ‘SBS 노조’라고 쓴다.) 본부장 윤창현이 “내 집에 쌀이 떨어졌는데 날품팔이해서 번 돈을 동생도 아니고 옆집에 갖다 준 격”이라고 비유했을 정도다.

SBS 노조는 SBS와 SBS미디어홀딩스를 합병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윤석민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그 뒤로 벌어진 상황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방향이었다. 태영건설을 사업회사인 태영건설과 투자회사인 TY홀딩스로 분할(2020년 9월)한 뒤 TY홀딩스와 SBS미디어홀딩스의 합병(2021년 12월)까지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다.

당초 건설사가 방송사를 직접 지배하는 게 옳지 않다는 논리로 지주회사 전환을 밀어붙였는데 그 과정에서 SBS의 핵심 사업 부문이 떨어져 나가 지주회사의 소유가 됐고 내친 김에 방송 지주회사를 건설 지주회사와 합쳐버린 상황이다.

SBS 노조가 주장하는 것처럼 SBS미디어홀딩스는 애초에 태영건설이 투자해서 만든 회사가 아니라 SBS의 자산을 7대 3으로 분할해서 만든 회사다. SBS 노조는 4000억 원에 육박하는 SBS의 수익이 SBS미디어홀딩스로 유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음은 TY홀딩스 합병을 앞둔 상황에서 SBS 노조가 낸 성명 가운데 일부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는 거짓말로 속이고 떼어간 SBS의 자산을 방송지주회사도 아닌 태영그룹의 본진인 TY홀딩스로 영구히 이전해 SBS는 이를 원상회복할 기회와 가능성을 완전히 상실하게 됐다. 결국 SBS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일군 자산을 미디어홀딩스로 일단 뽑아내고, 다시 미디어홀딩스를 TY홀딩스로 흡수하게 되면 대주주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거액의 SBS 자산을 사유화할 수 있는 시나리오인 것이다.”

SBS의 비극은 지상파 방송사의 공적 책무를 제도화하지 못한 데서 비롯했다. 특혜와 유착으로 출발했고 공적 플랫폼을 활용해 얻은 사적인 이익을 회수할 수 있는 안전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 당초 세전 이익의 15%를 사회 환원하겠다고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그나마 지주회사 출범 이후에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5. YTN의 역사적 책무와 과제.


YTN은 출범 이후 지금까지 하루도 민간 기업이었던 적이 없다.

YTN은 원래 연합텔레비전뉴스(Yonhap Television News)의 약자였다. 연합뉴스도 1980년 언론 통폐합으로 동양통신과 합동통신 등이 합병하면서 신문협회와 방송협회가 51% 지분을 확보한 공영 언론으로 출발했다. 2003년 뉴스통신진흥법 통과 이후 뉴스통신진흥회가 30.8%의 지분을 확보하고 KBS와 MBC가 각각 27.8%와 22.3%의 지분을 나눠 갖는 구조가 됐다.

YTN은 1995년 연합뉴스가 자본금 300억 원 가운데 90억 원을 내고 한국관광공사와 한국상업은행을 비롯해 쌍방울과 제일산업, 일동제약, 전남일보 등이 주주로 참여해 설립했다.

그러나 출범 이후 적자가 누적됐고 1997년 IMF 외환위기까지 겹치면서 폐업 위기를 맞았다. 오병상이 지적한 것처럼 정부가 공기업들에 떠맡기다시피 해 살렸고 그래서 “김대중 대통령은 YTN의 제2의 창업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때만 해도 잘 나갔던 한국전력공사가 연합뉴스가 보유한 YTN 지분을 매입해서 최대주주가 됐고 담배인삼공사와 한국마사회 등이 참여해 자본금을 1500억 원으로 확충했다. 1999년에 첫 흑자를 냈고 이듬해에는 남산 서울타워를 인수했다. 2001년에는 코스닥 시장에 등록해 주식을 공개했다.

당시 YTN 노조 위원장이었던 김호성에 따르면 3개월 이상 임금 체불이 계속되자 직원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노사 모두 사장을 구하기 위해 이리 저리 뛰어다녔고 내일신문 출신 장명국이 사장으로 왔다. 장명국은 “사람 잘라서 회사 살릴 생각은 없다”고 밝혔지만 사원은 급여의 50%, 차장급 60%, 부장급은 70%까지 임금을 삭감했다. 연합통신 기사 전재료도 내기 어려워 수신을 끊었을 정도였다.

장명국은 체불 임금을 출자 전환하자는 제안을 내놓으면서 반대가 많으면 회사를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투표 결과 86%가 찬성으로 나왔다. 김호성은 “임금삭감과 출자전환 등 회사 내부의 회생의지는 대외적으로 중요한 메시지를 줬다”면서 “해고없이 전 직원의 고통분담으로 위기를 돌파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직원들이 고통 분담에 나서고 흑자를 내기 시작하면서 관망하던 공기업들이 증자 참여를 결정했다.

YTN 민영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은 YTN이 국민들 세금을 쏟아부어 만든 회사라는 사실이다. YTN이 공영 언론으로서의 책무를 다 했느냐는 평가와 별개로 둘 밖에 없는 보도 전문 채널 가운데 하나를 민간에 매각했을 때 발생할 문제를 깊게 고민해야 한다. “언론사 지분을 갖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논리지만 이미 갖고 있는 지분을 내다 팔려면 당연히 이유가 필요하다.

6. 쟁점과 진단, 전망.


오병상 같은 사람은 “정부 소유가 민간 소유보다 ‘더 공정한 언론’을 보장한다는 주장이냐”고 반문하지만 질문의 프레임을 달리 하면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민영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정부 소유로 남아있어야 공정할 수 있다는 주장은 둘 다 옳지 않다.

한림대 교수 강명현은 “소유 구조에 따라 보도 내용과 지향점이 크게 달라진다는 건 학술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라며 “YTN의 소유 구조 변경은 우리 사회의 여론 지형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서강대 법경제연구소 채정화는 한국방송학회 세미나에서 “공적 소유 구조는 방송의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함으로써 자유로운 방송을 지향하고 종국에는 보도의 공정성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한국에서는 공적 소유 구조가 정치 권력의 개입을 구조적으로 허용하거나 조장하는 역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채정화는 “YTN 민영화는 시장에서의 수요에 의한 자연스러운 민영화 과정이 아닌 외압에 의한 민영화라는 점이 문제”라면서도 “장기적으로 정권과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소유구조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강대 교수 서수민은 한국언론학회 세미나에서 “상업주의를 표방하는 미국의 민영 뉴스 채널들이 노골적인 당파성과 선정주의를 추구하면서 정치의 양극화와 제도에 대한 불신 등 민주주의를 심각히 훼손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면서 “YTN의 소유 구조가 변화가 YTN 뿐만 아니라 방송 생태계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덕여대 교수 홍원식은 같은 세미나에서 “YTN 민영화는 종편의 역사에서 봤듯이 자본의 경영 효율성 추구와 정치 권력과의 결탁 속에서 저널리즘의 품질 저하와 공론장의 전장(戰場)화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원식은 “방송사 민영화를 통해 정치 후견주의를 개선하겠다는 것은 착각”이라면서 “오히려 민영화가 정치 후견적 체계의 일부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영방송이 공익성 구현에 충분하지 못했다고 오히려 상업방송을 늘리는 건 논리 모순”이고 “정치 후견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공영 방송의 자율성,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YTN 역시 정권에 따라 논조가 바뀐다는 비판이 없지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종편과 비교하면 주장이 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최근 잇따라 열린 여러 세미나와 토론회에서 언론학자들은 YTN의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논조에 높은 점수를 줬다. TV조선과 채널A 등 종편 채널들이 시사 토크쇼 형식으로 논평 중심의 콘텐츠를 쏟아낸 것과도 비교된다.

인제대 교수 유용민은 “YTN은 어떤 정파적 언론이나 유튜브 미디어들이 일으키는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고 비교적 온건하고 객관적인 뉴스를 통해서 정파적 상업주의를 채택하지도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세대 교수 백영민은 “한국의 언론들은 과도하게 매운 맛 보도들이 많은데, YTN 보도는 매운 맛이 없는 게 맛이다, 밋밋한 맛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자원을 하나 정도는 남겨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호서대 교수 변상규는 “YTN이 민영화되면 민간 회사가 광고를 자체 판매하면서 보도를 하는 초유의 실험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변상규는 “(YTN이 민영화되면) 방송 보도의 영향력이 광고 영업에 사용될 가능성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상파와 종편은 방송법에 따라 직접 광고 판매를 할 수 없고 미디어렙을 통해야 한다. 보도전문 채널은 지금까지 직접 광고 판매를 허용했는데, YTN과 연합뉴스TV가 모두 준공영 언론사라 특별히 문제되지 않았지만 YTN이 민간 기업이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종편의 경우 미디어렙을 두고 있는데도 약탈적 광고 영업으로 논란이 많은데 YTN도 수익성을 강화할 경우 경계가 무너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7. 결론: 주식회사 언론사, 당신들 것이 아닌 것을 욕심 내지 말라.


많은 언론사들이 소유와 경영, 편집의 3권 분리를 핵심 원칙으로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소유하는 자가 지배하고 지배하는 자가 편집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애초에 언론사의 경영이 편집 방향과 무관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주총회에서 사장을 선임하고 사장이 편집국장을 지명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경영과 편집의 분리는 사장의 선의나 의지의 문제거나 계속해서 부딪히면서 경계를 확인하고 싸우면서 지켜야 하는 문제다.

어떤 언론사에서는 편집국장이나 보도국장이 사장이나 회장의 뜻을 거스르면 잘린다. 애초에 그런 사람을 편집국장으로 내세우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언론사에서는 기자들과 다른 의견을 강요하는 편집국장이 못 버티고 물러나는 일이 벌어진다. 기사를 쓴 기자도 모르게 기사를 날리고 광고를 받아 챙기는 언론사도 있지만 기사 삭제를 지시했다가 사장이 물러나는 언론사도 있다. 언론사의 지배 구조가 저널리즘 원칙에 대한 태도와 조직의 문화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다.

일련의 사건을 돌아보면 ‘오너’가 있는 언론사와 그렇지 않은 언론사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오너’는 실질적으로 언론사를 지배한다. 마지막 선택의 순간이 되면 ‘오너’를 지키기 위해 기사를 뒤집기도 하고 이미 내보냈던 기사를 삭제하기도 한다. 심지어 기사가 잘못된 게 없는 데도 경쟁 언론사에 굴욕적인 사과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왜 부끄러움은 기자들의 몫인가. 이들은 과연 누구의 이해를 위해 복무하는 것인가.

프랑스 파리정치대 교수 줄리아 카제는 ‘미디어 구하기’에서 지분 참여와 권력 분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기업 모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짜 뉴스가 넘쳐나는 시대지만 어떻게든 수익을 만들지 못하면 직원과 기자들의 임금을 줄 수 없는 게 엄혹한 현실이다. 카제는 저널리즘을 자본(대주주)의 전횡에서 보호해야 하고 동시에 지속가능한 후원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널리즘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진다. 더는 저널리즘을 시장에 맡겨둬서는 안 된다는 게 카제 교수의 주장이다. 필요하다면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기자 조합과 독자 조합에 의결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다. 한국 상황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그 문제의식은 깊이 숙고할 필요가 있다.

‘주식회사 이데올로기’의 저자 마저리 켈리는 “주식회사는 주주가 ‘소유’한 생명 없는 ‘재산’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로 이뤄진 공동체”라며 “경제 민주주의는 이 진실을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한다”고 주장했다. 켈리는 “주식회사로 대표되는 왜곡된 소유 구조를 ‘추출적’ 구조”라고 규정했다. “기업이든 자원이든, 소유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부터 가치를 뽑아내(추출) 금전적 부로 환산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런 ‘추출적’ 구조에서 소유주는 금전적 이익에만 열을 올리는 건 이들이 탐욕에 눈먼 나쁜 사람들이라서가 아니라 이들이 그곳에서 삶을 영위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흥미롭다.

지금 YTN을 노리는 사람들은 실제로 YTN이 추구해 왔던 저널리즘의 사명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다. 언론사를 집어 삼킬 만큼 돈이 있고 정말 ‘사회에 좋은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그냥 내버려두는 게 맞다. YTN이 쌓아올린 공적 자산과 평판, 신뢰를 당신들이 소유할 자격이 있는가. YTN을 내다 팔려는 사람들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길 바란다. 당신들에게 YTN을 팔아치울 자격이 있는가. 이게 과연 국민들이 원하는 방식인가. YTN의 높은 신뢰와 평판은 공적 지배구조와 YTN 구성원들의 높은 자부심 덕분에 가능했다. 25년 전에 자본금을 보탰다고 해서 당신들이 이 회사의 운명을 결정할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YTN의 미래를 이야기하려면 우리에게도 질문이 필요하다. 모든 국민은 수준에 맞는 정치를 갖는다고 했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수준 높은 공영 언론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걸 지킬 용기와 결단과 함께 강력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YTN 매각 절차와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의 논의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YTN의 사명과 공적 책무를 최우선에 놓고 고려해야 한다. YTN 매각은 중단돼야 한다.

 

편집자 주.

5월12일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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