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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선형 미디어 시대의 종말’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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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와 뉴스 소비에서 비선형성이 증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다양한 뉴스 생산 및 유통 전략이 2014년부터 버즈피드, 복스, 에이제이 플러스 등에 의해 시도되고 있다. 이 글에선 이들의 뉴스 유통과 소비자 접점 형성 방식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살펴보고자 한다.

1. 퍼널 전략(Funnel Strategy)

비선형 소비와 분산 미디어 환경에서 특정 뉴스 또는 메시지의 효과는 소비자의 소비 경로에 대한 고려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선형 미디어 시대의 종말에서 살펴본 것처럼 페이스북, 모바일 메신저 등 네트워크 소비가 중심이 되는 경우 특정 뉴스의 뉴스 가치라는 맥락정보가 소비자에게 함께 전달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버즈피드가 채택한 방법의 하나가 퍼널 전략이다.

퍼널 전략은 엘모우 루이스(Elmo Lewis)가 1898년 광고 및 마케팅 모델로 발전시킨 방법론이다. 소비자가 특정 제품을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데까지 이르는 소비 경로를 AIDA라 불리는 단계로 구분한다. AIDA 모델은 소비자 행위 경로를 다음 네 가지 단계로 구분한다.

  • A:인지/관심(=Attention/Awareness)
  • I:이해(= Interest)
  • D:욕망과 확신(=Desire)
  • A:구매(Action)

AIDA 모델은 이후 구매 퍼널(purchase funnel: 구매에 이르는 깔때기), 판매 퍼널(sales funnel: 판매에 이르는 깔때기) 등 다양한 변형 모델로 발전했다. 그림 1의 왼쪽이 전통적인 퍼널 모델을 의미한다면, 오른쪽은 네트워크 환경에서 가능한 피드백 루프를 추가한 모델이다.

그림 1에서 작은 원은 개별 소비자 또는 소비자의 관심을 표현한다. 인지 단계에 모인 다수의 소비자 관심은 친숙(familiarity), 고려(consideration), 구매 등의 단계를 거치면서 축소되거나 이탈한다.

그림 1) 퍼넬 모델
그림 1) 퍼널 모델

아래 그림 2는 AIDA 마케팅 모델을 뉴스 콘텐츠에 적용한 경우다. 여기서 하나의 미디어 퍼널 과정은 하나의 특정 주제 및 테마를 대상으로 한다.

첫 번째 단계인지 및 친숙 단계를 공략하는 뉴스 콘텐츠를 “Top of Funnel(줄여서 ToFu)”라고 정의하자. 다소 가볍고 정보 중심의 콘텐츠가 여기에 속한다. ToFu로 분류할 수 있는 ‘복수’의 뉴스 콘텐츠를 소비한 사람 중 일부가 다음 단계에 속하는 뉴스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

다음 단계에 속하는 뉴스 콘텐츠는 소비자와 직접 관련성을 강조하는 고려 단계의 뉴스 콘텐츠다. 이를 “Middle of Funnel(MoFu)”이라 부를 수 있다. 다수의 이용자는 ToFu 단계에 속하는 복수의 뉴스 콘텐츠 중 일부를 소비하고 퍼널(funnel)을 떠난다.

MoFu 단계의 뉴스 콘텐츠를 소비한 소비자 중 다시 일부만이 마지막 단계에서 속하는 “Bottom of Funnel(BoFu)” 뉴스 콘텐츠를 소비한다. BoFu 뉴스 콘텐츠는 전체 퍼널(funnel)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 및 테마의 중심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여기서 공감이 발생하고 이 공감 뉴스 콘텐츠는 네트워크 속에 있는 소비자를 통해 다시 네트워크로 확산하며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를 형성한다.

미디어 퍼널에서 특정 주제와 관련하여 제작된 뉴스 콘텐츠의 발행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 Tofu가 선행하고 이를 이어 MoFu, BoFu 뉴스 콘텐츠를 시간순으로 발행할 필요는 없다. 비선형 소비의 특징 중 하나는 발행 시간과 소비 시간의 불일치다. 소비 경로는 발행 시기보다는 이른바 ‘친구 추천’과 개별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사례를 통해 네트워크 기반 미디어 퍼널의 전체 과정을 다시 정리해 보자.

그림 2) 뉴스 콘텐츠 퍼널 모델
그림 2) 뉴스 콘텐츠 퍼널 모델

1-1. 버즈피드 사례: ‘여성의 몸’ 

버즈피드는 2015년 1월 ‘여성의 몸’에 대한 주제로 미디어 퍼널 전략으로 분류할 수 있는 복수의 콘텐츠를 발행한다.

인지/친숙 단계(Tofu)

  • 역사적으로 살펴본 여성의 이상적 몸매 변화
  • 역사적으로 살펴본 여성 화장법 변화
  • 나라마다 다른 여성의 이상적 몸매
YouTube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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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단계(MoFu)

다음으로 고려 단계(MoFu)로 분류할 수 있는 콘텐츠는 “예뻐야 하는 이유와 의미”다. 복수의 인물을 대상으로 예쁘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예뻐야 하는 압력은 어디에서 받았는지 등을 묻고 답하는 인터뷰 영상이다. 이 인터뷰 영상은 버즈피드가 사회적으로 다소 진지한 주제를 다룰 때 통일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어두운 배경을 택하고 있다.

  • 예뻐야 하는 이유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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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구매)/충성 단계(BoFu) 

여성의 몸과 아름다움을 주제로 하는 미디어 퍼널의 마지막 단계에 속하는 영상 콘텐츠는 “프리사이즈는 서로 다른 몸매에도 정말 다 어울릴까”다. 서로 다른 체형의 여성들이 출연해서 프리사이즈(One Size) 탱크 탑, 스커트 등을 입어보며 이를 평가한다. 출연진의 평가는 매우 날 선 비판을 담고 있다.

  • 프리사이즈는 서로 다른 몸매에도 정말 다 어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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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Fu로 분류할 수 있는 영상에 대한 반응 중에는 다음과 같은 댓글이 있다.

버즈피드 영상을 보기 전에는 난 자신감이 없는 다소 소심한 사람이었어요. 왜냐하면, 제 몸매가 컸고 전 그것이 싫었거든요. 사람들이 나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정말 나에 대한 아주 사소한 이야기에도 상처를 받곤 했어요. 그런데 버즈피드가 저를 변화시켰어요. 난 몸매를 다룬 버즈피드의 영상들이 나를 변화시키고 나 자신에 대한 존중감을 갖게 해 줄지 정말 몰랐어요.

Before BuzzFeed I was known for being rather timid with zero selfconfidence because i was plus sized and had no resprect for my image. I let people judge me and I was hurt by the littlest things they say about me. BuzzFeed changed me. I never realized that Wathing thoese videos on self image… slowly evolved me to be a better version of myself.

이렇게 자신의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는 이용자는 몸매와 관련된 일렬의 버즈피드 동영상을 소비했다. 그는 BoFu로 분류할 수 있는 “프리사이즈는 서로 다른 몸매에도 정말 다 어울릴까”를 소비한 이후 “버즈피드가 나를 변화시켰어요!”라고 고백한다. 이 고백은 비선형 소비에서도 특정 주제 및 의제가 효과를 볼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버즈피드는 방문자 수와 뷰(views) 수라는 양적 지표에서만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 또는 소비자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어쩌면 소비자의 삶에 긍정 영향을 주고자 하는 전략 목표 아래 생산 및 유통된 일렬의 콘텐츠가 상호작용하였기에 UV(방문자 수)와 PV(페이지 뷰)라는 양적 성과를 거두었는지 모른다.

2. 연관 소비: 시리즈와 시리즈 중첩

비선형 소비의 증대뿐 아니라 분산 미디어 환경은 미디어 콘텐츠 생산자에게 또 다른 도전이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플랫폼이 아닌 외부 플랫폼에서 비선형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소비자에게 기억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외부 플랫폼 각각의 콘텐츠 노출 알고리즘에 부응하는 미디어 유통 전략이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을 분석하며 이들 알고리즘에 영향을 받는 소비자의 수많은 다양한 소비 경로를 분석해야 한다. 그때야 비로소 다양한 소비 경로를 주어진 것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소비 경로를 미디어 콘텐츠 생산자 입장에서 유리하도록 변화시킬 수 있다.

2-1. 버즈피드, 연관 소비 위한 다양한 시리즈 

버즈피드는 다양한 시리즈로 이에 대응하고 있다. 표 1은 버즈피드가 생산산 “Weird Things + Couples” 시리즈 영상의 제목이다. 소비자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 중 하나의 영상을 유튜브에서 소비할 수 있다. 이 소비가 끝난 이후 유튜브는 “다음 동영상”에 표 1에 나열된 다른 동영상을 보여줄 확률이 매우 높고, 소비자가 이 다른 영상 중 하나를 소비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연관 소비’가 발생한다.

표 1에 나열된 영상 하나하나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소비자를 유입시키고 이후 연관 소비를 통해 다른 시리즈 영상으로 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

표 1)
표 1)

버즈피드는 시리즈를 통한 연관 소비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시리즈를 중첩한다. 표 2는 “Weird Things”과 “Don’t Talk About”의 중첩이다. 중첩을 통해 두 시리즈 사이에는 소비 경로의 다리가 놓이게 된다. “Don’t Talk About”으로 유입된 소비는 “Don’t Talk About” 시리즈 내부에서 연관 소비로 이어지거나, 또는 “Weird Thing + Couples” 시리즈로 이동할 수 있다.

역으로도 가능하다. 흥미롭게도 표 2의 마지막에 나열된 “모든 사람이 하는 일이지만 말하지 않는 것들”(Things Everyone Does But Doesn’t Talk About)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출연한 영상이다. 버즈피드는 이 영상으로 향하는 다양한 소비 경로를 만들었고 또 이 영상으로부터 다른 영상으로 이어지는 소비 경로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표 2)
표 2)

시리즈와 시리즈 중첩을 통한 연관 소비 경로 사례는 넘쳐난다. 시리즈는 중첩뿐 아니라 변형을 통해서도 소비 경로 확장이 가능하다. 표 3은 “If People Were Honest” 시리즈다. 가정법을 통해 정직하지 못한 일상을 따뜻하고 긍정적으로 그려낸 영상 시리즈다.

표 3)
표 3)

표 4는 “If People Were Honest”에서 “People”이 빠지고 다양한 주어가 결합한 사례다. 주어에 “치과의사”를 추가하면 사회 문제를 재치 있게 다룬 영상 소비가 가능하다.

표 4)
표 4)

이러한 시리즈 그리고 시리즈 사이의 중첩과 변형 등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동영상 연관 소비 알고리즘을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한 사례로 분류할 수 있다.

3. 콘텐츠 이미지 통합(Content Identity)

뉴스 콘텐츠 생산자 입장에서 분산 미디어 환경의 또 다른 도전은 다양한 플랫폼에서도 뉴스 브랜드에 관한 소비자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는 요청이다.

선형 소비는 통제된 소비 환경이기에 영상 뉴스는 워터마크 이외의 뉴스 브랜드 이미지가 전달될 수 있다. 소비자는 본인이 소비하는 채널의 브랜드를 이미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선형 및 분산 환경에서는 수많은 뉴스 브랜드가 소비자의 관심을 얻기 위해 경쟁한다. 이때 소비자가 자신이 소비하는 뉴스 콘텐츠의 브랜드를 인지하거나 기억할 확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15년 하반기부터 CNN, 복스, 에이제이 플러스 등이 새로운 콘텐츠 이미지 통합 전략을 시작했다.

3-1. CNN: 페이스북 콘텐츠 이미지 통합 

아래 그림 3, 그림 4, 그림 5, 그림 6은 CNN의 새로운 모바일, 특히 페이스북 콘텐츠 이미지 통합 작업의 결과물들이다.

그림3) CNN
그림3) CNN
그림4) CNN
그림4) CNN
그림5) CNN
그림5) CNN
그림6) CNN
그림6) CNN

새로운 CNN 영상 뉴스는 모바일 환경에 맞는 새롭고 통일감 있는 타이포그래피(Typography), 채도, 영상 뉴스 마지막 강렬한 빨간 이미지 등을 적용한다. 유사 사례는 에이제이 플러스, 복스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디언은 기사 뉴스의 장르에 따라 배경색을 조정하고 있으며, 버즈피드는 인터뷰 영상에서 다루는 주제에 따라 배경색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일렬의 콘텐츠 이미지 통합 작업의 목표는 소비자가 다양한 플랫폼에서도 특정 뉴스 브랜드를 쉽게 식별할 수 있고 그 결과 쉽게 기억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살펴본 세 가지 대응 사례 유형이 정답이라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비선형 소비와 분산 미디어 환경에서 뉴스 생산 및 유통 전략은 선형 소비 환경에서의 그것과 같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소비 경로의 다변화를 인정하고 이를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고민하는 끊임없는 연구 및 개발 과정이 뉴스 생산자에게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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