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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범근뉴스의 국범근입니다.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 이야기, [송곳]

혹시 알바 해본 사람?

알바하면서 제일 화났던 순간이 언제야? 아니, 나는 예식장 알바 한 번 해봤는데 사장이 얼마나 갈구는지 반말로 온갖 잡심부름을 다 시켜놓고 정말, 리얼 최저시급만 딱 맞춰서 주더라. 아니, 그리고 손님들은 무슨 알콜파이터들만 모여서 소주 8병을 까먹는데 반말에… 막말에… 그날 인간에 대한 증오를 배웠다.

그나마 단기알바였으니까 더러운 꼴, 잠깐 보고 말았는데 오래 알바하는 친구들은 얼마나 개고생을 할까? 그런 우리가 보면 딱 좋은 드라마가 하나 있어. 작년에 JTBC에서 방영한 드라마 [송곳] 말이야.

최규석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대형마트에서 벌어진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뤄. 송곳은 우리 사회의 참혹한 노동 현실과 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에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큰 화제가 되었지.

“살아있는 인간은! 빼앗으면 화내고 맞으면 맞서서 싸웁니다!”

– JTBC 드라마 [송곳] 중에서

“뭐든 만들어서 자르지.”

그런데 이 드라마가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는 분들도 계신가 봐. 얼마 전 서울에 있는 D대학 부속 고등학교에서 사회과목을 가르치는 김 선생님이 뚜렷한 이유 없이 다른 학교로 가라는 명령을 받았어. 김 선생님은 지난해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송곳]을 보여줬다는 이유로 교장에게 경고를 받은 적이 있어서 학교가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지.

물론 김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간 게 정말 [송곳]을 보여줬기 때문인지는 아직도 논란이 진행 중이야. 하지만 나는 왜 [송곳]의 명대사 한 구절이 떠오르는 걸까?

“누가 노조했다고 자르나? 뭐든 만들어서 자르지.”

– JTBC 드라마 [송곳] 중에서

교장은 경고문을 통해 “김 선생님이 허락 없이 비교육적이고 고등학생에게 불필요한 노동투쟁 관련 [송곳]이라는 드라마를 상영했다”고 말했어.

아니, 비교육적이고 불필요하다니? 교장 선생님, 솔직히 [송곳] 안 봤죠?

부당한 처우에 시달리는 청소년 노동자

2012년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알바를 포함해서 일을 해 본 청소년의 비율은 29%, 우리 주변의 청소년 3명 중 1명은 이미 노동자라는 뜻이야.

사장이 돈을 떼먹거나 원래 약속보다 일을 더 힘들게 시키고서 돈을 더 안 주는 등 임금과 관련해 부당한 처우를 경험한 비율은 31.9%로 나타났지. 심지어는 고용주의 폭언, 폭행, 성추행에 시달리는 친구들도 많아.

“뉴스1″의 취재에 의하면 특성화고에 다니는 어떤 친구는 LG 하청업체 회사로 실습을 갔다가 직장상사에 의해 4차례나 성추행을 당했대. 상사가 엉덩이를 치고 가슴 부위에 손을 갖다 대더니 급기야는 입을 맞추자고 했다는 거야.

이런 XXX들은 XX를 다 잘라버려야 해요.

그런데도 학생부장은 이 친구 아버지와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서 “큰 문제가 아니다. 이만하길 얼마나 다행입니까. 사회가 다 그런 겁니다.”라면서 우스갯소리로 말했다고 해. 어우…

노동교육 받은 청소년은 16.5%

과연 일하는 청소년들이 전부 다 호구들이라서 이렇게 당하고 사는 걸까? 학교에서 일하는 청소년의 권리에 대해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청소년은 16.5%! 누가 제대로 가르쳐 준 적도 없으니 당해도 당한 줄 모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난감한 거야.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지, 뭐 방법이 없습니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2014년 12월 29일 “대학생과 함께하는 청춘무대”에서 아르바이트생들이 겪는 부당한 대우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면서.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노동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로 사회에 나오면 나쁜 어른들에게 노예 취급받기 십상이지. 이런 데도 교장 선생님이 [송곳]을 비교육적이고 불필요하다고 얘기한다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자기들의 직무유기 아닙니까?”

노동운동 드라마를 비교육이라 하는 세상

이미 노동을 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청소년들이 많고, 또 청소년들이 자라서도 계속 노동을 하게 될 텐데 노동운동 관련된 드라마가 비교육적이고 불필요하다면 도대체 교장 선생님이 생각하기에 교육적이고 필요한 내용은 무엇인지 묻고 싶어.

“(교장 패러디) 우리 모두 [송곳] 같은 불온한 드라마 보지 말고 새천년건강체조를 하면서 호연지기를 기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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