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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서비스를 이용해 다양한 소식을 접하고 소식을 퍼트리지만, 무언가 궁금할 때는 여전히 검색 사이트나 포털 사이트를 이용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2013년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검색한 검색어는 무엇일까요?

국내외 주요 인터넷 사업자의 순방문객 변동 추이
국내외 주요 인터넷 사업자의 순방문객 변동 추이 (출처: 유승희 의원실)

우선 유승희 의원실이 코리안클릭 자료를 기반으로 추출해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인터넷 서비스 순방문자 1~3위는 네이버, 구글, 다음입니다. 이 상위 3개 업체 중에서 네이버는 2013년 검색어 순위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으니 구글(한국어 검색)과 다음이 발표한 검색어 순위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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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검색어 순위는 2013년 한 해 “신규”로 가장 많이 검색한 검색어를 의미합니다. 그렇지 않고 무조건 많이 검색한 검색어를 대상으로 순위를 매기면 섹스, 포르노, 네이버, 다음, 구글 등과 같이 항상 많이 검색하는 검색어가 상위를 차지할 것이고, 그럼 매년 ‘올해의 검색어’를 발표하는 의미가 줄어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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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전: 100% 믿을 필요는 없는 순위

인터넷 기업들이 발표하는 검색어 순위가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정해졌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구글이든 다음, 네이버든 그들이 언제나 그리고 절대로 순위에 올리지 않는 검색어, 자동완성으로도 보여주지 않는 검색어가 존재하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그들이 논문을 쓰거나 ‘이것은 아주 정확한 자료야’라고 외치지 않는 한 검색어 순위는 어느 정도 필터링 된 결과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 ‘필터링’ 된 이유가 무엇인지에 따라 사회적 파장이 클 수도, 작을 수도 있겠죠. 불법과 관련되거나 범죄를 조장하는 검색어를 필터링했다면 잘했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논란이 될 수 있는 검색어가 필터링 목록에 있을 수도 있겠죠. 그리고 어떤 검색어가 제외하는지는 해당 기업의 자율입니다.

네이버를 보세요. 지난 몇 년 동안 검색과 관련된 각종 논란에 휘말린 네이버는 아예 순위 발표를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네이버가 어설프게 발표했다가 또 구설수에 휘말릴 것이기 때문에 발표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가 어떤 순위를 발표하더라도 지난 몇 년의 사례를 비추어보면 ‘왜 박근혜, 부정선거, 국정원 같은 키워드는 목록 상위에 없느냐’며 ‘역시 조작하는 네이버’와 같은 이야기를 듣지 않았을까요?

아무리 그렇더라도 검색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재미를 보고 각종 검색어 장사꾼들을 끌어들이며 뜨거운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우리나라의 1위 인터넷 서비스가 한해를 정리하는 검색어를 발표하지 않은 것은 실망스러운 일입니다. 하는 척이라도 하든지 기준을 조금 더 상세히 설명하고 공개해서 발표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국내 검색, 연예 관련 검색어 순위 독차지

어쨌든 검색어 순위를 발표하지 않은 1위 네이버는 제외하고, 2위와 3위를 차지한 구글과 다음의 검색어를 보시죠.

2013년 구글 한국어 검색과 다음의 검색어 순위
2013년 구글 한국어 검색과 다음의 검색어 순위. 엔터테인먼트 검색어가 순위를 장악했다

구글과 다음 공히 ‘진격의 거인’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일본 작가 ‘이사야마 하지메’의 만화이며 2013년 4월 7일부터 애니메이션으로도 방송되고 있는 작품입니다. 관련 검색어를 보면 토렌트나 번역 혹은 구체적인 화수를 함께 찾는 걸로 보아 아마도 인터넷에서 바로 다운로드를 받거나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는 정보를 원했던 것 같습니다. 소위 말하는 굿다운로드는 아니겠죠.

구글과 다음의 두 순위 모두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연예나 엔터테인먼트 키워드가 검색어 순위를 장악했다는 것입니다. 구글의 한국어 검색어 순위를 보면 6위를 차지한 윤창중을 제외하고는 모두 엔터테인먼트 관련 검색어입니다. 이쯤 되면 성추행 혐의로 대변인에서 해임된 윤창중 사건이 정치 관련 사건 중에서 얼마나 큰 이슈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정치, 사회적인 이슈는 순위에 없습니다. 특이한 건 스마트폰이 대거 순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다만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인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가 전혀 순위에 없다는 것은 좀 의아합니다. 많이 팔리긴 했어도 검색할 만한 이슈가 없었던 걸까요?

다음의 검색어 순위 중 비교적 특이한 검색어는 ‘간헐적 단식’입니다. 유일하게 올라온 이 건강 관련 검색어는 2013년 7월 14일 방영된 SBS 스페셜 ‘2013 끼니반란, 그 후 – 간헐적 단식 100일의 기록’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참고: 구글 글로벌 검색어 순위

참고로 전 세계 90%의 검색 점유율을 자랑하는 구글의 글로벌 검색어 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2013년 구글 검색어 순위 (전세계)
2013년 구글 검색어 순위 (전세계)

죽음과 관련된 검색어가 넬슨 만델라 (정치인), 폴 워커 (배우), 코리 몬테이스 (배우), 보스톤 마라톤 (폭탄 테러)로 4개나 있습니다. 그리고 탄생과 관련된 키워드는 로얄 베이비 (영국 왕세손)이 있고요. 사람들은 역시 충격적인 사건이나 의외의 일이 발생했을 때 검색을 제일 많이 해보는 걸까요?

그 외 소비자 제품이 대거 포진한 건 다음의 검색어 순위와 비슷합니다. 아이폰 5s, 삼성 갤럭시 S4, 플레이스테이션 4가 있네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도 스마트폰과 게임 열풍임을 증명하는 것 같습니다.

5위의 할렘 쉐이크는 인터넷 밈 (Internet meme)으로 유튜브를 통해 유명해진 수많은 비디오 클립을 뜻하는 이름입니다. 순위가 이렇게 높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의외입니다. 전 세계 검색어 순위 10위에 ‘북한’이 올라온 것도 놀랍습니다. 2013년 4월에 미국이 북한 미사일을 대비해 괌에 미사일 방어망을 배치한다는 뉴스가 영향이 컸던 것 같습니다.

한국의 인터넷 가십 생태계

사람들이 한 해 동안 인터넷에서 무엇을 찾아봤느냐는 건 그 사회의 구성원이 어떤 이야기를 능동적으로 더 알아보고 싶어하는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지난 한국 사회는 각종 연예 관련 가십과 스마트폰의 열풍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예인 열애 폭로로 유명한 디스패치가 지난 2013년 12월 23일 보도한 [“아시나요, 2013?”…연예 7대 뉴스에 파묻힌 진짜 7대 뉴스]라는 기사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까마귀가 날자 배도 함께 떨어진 사건들, 흔히 연예인 관련 특종이 터지는 건 정치 관련 중요한 뉴스를 묻기 위한 것이라는 음모론을 정리해서 보여준 기사였습니다.

"아시나요, 2013?"…연예 7대 뉴스에 파묻힌 진짜 7대 뉴스
출처: 디스패치 – “아시나요, 2013?”…연예 7대 뉴스에 파묻힌 진짜 7대 뉴스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납니다. 만약 정말로 누군가 대중의 관심을 정치 뉴스에서 멀어지게 하려고 연예인 관련 사건들을 빵빵 터트린다 해도 대중과 언론이 정치 뉴스에서 관심을 놓지 않는다면 수포로 돌아가겠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다음과 네이버는 각종 서비스 화면에 다양한 검색어 순위를 노출합니다. 급상승 검색어, 핫토픽 키워드, 인기검색어, 실시간 이슈 등의 이름을 달고 목록화된 단어 대부분은 연예, 스포츠 관련 검색어입니다. 이 단어가 진짜 순수한 데이터의 총합인 건지, 아니면 적절히 필터링을 거치고 남은 말랑하면서 자극적인 단어들의 조합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일단 많은 사람이 보는 웹페이지의 구석구석에 이 단어들이 배치됩니다.

이 검색어 순위 목록이 화면에 공개되면 언론사는 그 검색어를 포함한 기사를 쓰기 시작합니다. 단어와 문장만 조금씩 다르게 쓴 비슷한 기사를 몇십 개씩 쏟아내기도 합니다. 중복 송고라고도 하고 검색어 낚시질이라고도 합니다. 한 개의 기사로 쓸 내용을 열 개, 스무 개씩 쓰는 겁니다.

이용자들은 포털에 검색하러 들어갔다가 혹은 컨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본 내용 옆에 뜬 검색어 리스트를 보고 클릭함으로써 해당 단어의 검색어의 순위를 높여줍니다. 검색어 리스트에 있는 단어를 클릭하는 게 바로 검색 행위거든요. 이렇게 포털이 인기검색어라는 이름으로 이용자의 클릭을 낚고 언론사가 기사를 통해 서포트를 해주면 이용자는 열심히 클릭을 해댑니다. 포털과 언론, 이용자가 빙글빙글 돌면서 가십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거죠.

지난 한해 여러분이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찾아보고 클릭한 검색어는 어떤 분야의 단어였나요? 우리가 인터넷에서 관심을 갖고 눌러보는 단어와 문장들이 모여 우리가 사는 세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 한해 여러분에게 가장 중요한 단어는 무엇이었나요.

2014년 올해 여러분에게 가장 소중한 단어는 무엇일 것 같나요?

[box type=”note” head=”보너스: 주요 언론사에서 발표한 2013년 올해의 기사”]
보너스로 검색어 순위 이외에 주요 언론사에서 발표한 2013년 올해의 기사를 남깁니다. 검색어에 대해 포털과 언론사는 낚시만 할 뿐 정작 클릭은 이용자가 하는 거라고 발뺌할 수도 있지만, 올해의 기사로 뽑은 기사는 언론사가 직접 선택한 것이니 각각의 언론사가 어떤 기사를 중요시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JTBC는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을 첫 번째로 꼽았고, 한국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 부재 논란을 선정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과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주간경향은 올해의 미스터리로 박근혜 대통령의 침묵을 꼽았습니다.

그 외 북한 소식을 전하기에 여념이 없는 조선일보, TV조선, 동아일보는 가장 중요한 국내 뉴스로 역시 김정은 관련 뉴스를 뽑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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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불났다고 하면 웬만하면 쳐다보죠. 일단 언론이 능동적으로 가치있는 기사를 생산하는 게 필요하다고봐요. 즉, 대중에게 좋은 소재를 던져주는 역할을 해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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