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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모씨(moci)는 스마트폰에서 동작하는 익명 소셜 서비스입니다. (편집자)[/box]

‘익명’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인터넷 실명제로 인해 인터넷 서비스의 익명에 관한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그 결과로 2012년 8월, 인터넷 실명제는 결국 위헌으로 판결이 났지만, 국내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익명’이라는 단어는 많은 이에게 부정적인 단어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1 익명의 역사 

사실, ‘익명’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역사적 사례만 보더라도, ‘근대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와 ‘팡세’의 저자, 파스칼은 세상의 시선을 떠나 그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자 어떤 책들은 익명으로 출판하기도 하였습니다.

데카르트와 파스칼

또한 2004년 포스트시크릿닷컴(Postsecret.com)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프랭크 워렌(Frank Warren)은 뉴욕에서 간단한 실험을 시작하였습니다. 먼저 그는 뉴욕의 지하철역에 다음과 같이 세 가지의 요청이 적혀 있는 여러 장의 엽서를 두었습니다.

“익명으로”, 그리고 “최대한 창의적으로”, “당신 최고의 비밀”을 엽서에 적혀 있는 주소로 보내주세요.

이 엉뚱한(?) 요청은 예상외로 세상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얻어 여기저기에 놓아둔 엽서 중 50만 장 이상의 카드가 프랭크 워렌에게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포스트시크릿닷컴 프로젝트로 사람의 마음을 치유한 주인공이 됩니다.

포스트시크릿닷컴의 엽서들
포스트시크릿닷컴의 엽서들

미공개 정보를 공개하는 위키리크스(WikiLeaks) 역시 초기에 익명의 정보 제공자로부터 정보를 받아 공개하였고, 이뿐만 아니라 조직에서의 많은 비밀이 익명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고 사회의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위키리크스 캡처 화면 중 일부

몇 가지 사건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익명은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기 위해, 누군가의 양심적인 고발을 위해, 남들에게 이야기할 수 없는 고민, 그리고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비밀들을 얘기하기 위해서 전제되어야 하는 필요조건이구나.’ 하고 말이죠.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익명이라는 단어는 많은 사람에게 좋은 인식으로 자리 잡고 있지는 않습니다. ‘모씨’ 프로젝트의 시장 조사 단계였습니다.

“익명 기반 서비스를 하면 어떨까?”

“19금이야?”

‘익명 서비스’라는 질문에 90% 이상은 “19금이야?”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리고 익명의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해 많은 지적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많은 익명 기반의 서비스들이 그런 것처럼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급한 몇 개의 사례처럼 익명의 가능성에 대해 주목을 했고, 최소한 테스트만이라도 해 보자는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최소 단위로 분리하여 개발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익명 질문

그리고 당시에 불거진 개인 정보 유출, 대화 내용 유출 사건을 비롯한 최근의 실명 기반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보면서 익명 기반의 서비스가 필요함을 직감했습니다.

이렇게 모씨 프로젝트는 익명의 진정한 의미, 그리고 기존 실명 서비스의 문제점에 대한 고민의 끝에서 출발했습니다. 서비스 명칭에 대해서도 많은 모씨들이 질문을 주셨지만, 모씨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모씨 : ‘아무개’를 높여 부르는 말.

보통 우리가 흔히 부르는 김 모씨, 이 모씨의 그 모씨 말이죠.

#2 모씨 개발 에피소드 

모씨의 개발은 2014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테스트가 가능한 최초 버전이 나와 10월 초부터 알파 테스트(새로운 제품 개발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첫 번째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9월에 만든 모씨 마일스톤 보드

사실 기존의 유사한 익명 서비스들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점은 취하되, 이들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모씨 개발팀의 최우선 과제는 모씨가 ‘어떻게 완벽한 익명을 보장할 수 있는가?’ 였습니다. 몇 가지 개발 에피소드를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당시 모씨 개발팀은 지인들과 함께 10여 명 내외의 인원이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완벽한 익명 속에서 서비스 자체의 재미와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공간에서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쓰고, 가끔 서로에 대해 알 수 없던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익명으로 장난(예를 들면, 나는 OOO다!와 같은)도 쳐 보기도 하고, 어떤 카드를 보고 “이거 누구야?^^”라고 물어보면 서로 “저에요!”라고 하기도 하고, 아니라고 부정하고,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기도 하고.

물론 인원이 소수였기 때문에 본인에 대한 약간의 힌트만 제공되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상황도 있었지만, 해당 카드를 보는 사람도, 답변 카드를 쓰는 사람도 “OOO인가? OOO인 척하는 건가?”하는 추측만 할 수 있을 뿐, 서비스에서 원했던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공간”이라는 컨셉은 아주 잘 지켜졌습니다.

누구야

하지만 테스트 진행 중 안드로이드 버전의 모씨에서는 시스템 설정에서 폰트 변경을 통해 카드 내의 폰트를 바꿀 수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안드로이드를 쓰는 사용자와 아이폰 사용자가 구분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적어도 10여 명의 인원에서는 기계의 소유자를 알고 있었기에 익명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에 모씨’가 추구하는 “완벽한 익명”을 위배할 수도 있다 판단되어 앱 내의 폰트를 모두 일원화하였습니다. 사소한 사건일 수도 있었지만, ‘모씨’에서의 익명에 대한 보장은 사소한 부분까지도 충분히 고려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간혹, 위치 정보를 통해 카드가 보이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시는 모씨분들이 계시는데, 그것은 서비스를 쓰는 “양념”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알파 테스트를 할 당시에도 카드 위치에 대한 이야기는 이슈로 계속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 부분은 모씨를 쓰는 사용자 간의 최소한의 연결고리로 가지고 싶어하는 니즈가 있다고 판단되어 사용자의 옵션으로 두는 것으로 최종 결정을 했습니다. 위치는 선택이지 필수 사항이 아님을 꼭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물론 A라는 카드를 쓴 모씨가 누구인지를 찾아 낼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A라는 카드를 보고, 전 세계에 모씨를 설치한 스마트폰을 모두 찾아 비밀번호를 눌러서 내 화면에서 카드를 뒤져 해당 카드를 찾는 방법이 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물론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죠. 우리의 브라이언 밀스(테이큰을 떠올리시면 됩니다)가 그 유명한 대사를 외치면서 말이죠. (I will find you. and I will kill you.)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럴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겠죠.

모씨 애플리케이션 내 어딘가 숨어 있는 아일랜드의 유명 시인, 극작가인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1854~1900)의 말과 함께 이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익명에 대한 모씨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테니까요.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는 최소한의 자신일 때이다. 그에게 마스크를 준다면 그는 진실을 얘기할 것이다.”

“Man is least himself when he talks in his own person, Give him a mask and he weill tell the tr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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