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폴리시] 핵심은 거래 활성화.. 강남과 노도강 묶어서 정부 주도 재건축 늘려보자. ‘경제는민주당’ 이광수 강연 핵심 보강 정리. (⌚6분)
부동산 시장 전문가인 광수네복덕방 대표 이광수가 지난 8일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부동산 강연을 열었다. 민주당 경제 연구 모임 ‘경제는 민주당’이 부동산 이슈의 연사로 초빙했다.
이광수는 초강력 대출 규제였던 정부의 6·27 정책에 “예상치 못한 시점에 과거에 없던 새 정책이 나왔다”며 “집값 상승 기대감을 실제 줄였기 때문에 굉장히 유효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특기할 만한 강연 내용을 자료 보강과 함께 정리했다.

자산시장 쏠림 현상.
- 부동산 자산 비중이 75%로 지나치게 쏠려 있다.
-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지난해 7월 발표한 ‘2023년 국민대차대조표’를 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 규모는 1경 2632조 원으로 이 가운데 9533조 원(75.5%)이 부동산이었다. 반면, 순금융자산 규모는 2887조 원(22.9%)에 그쳤다.
- 부동산 자산 가운데 6355조 원(50.3%)은 주택, 3178조 원(25.2%)은 주택 이외 부동산이다.
‘자산 81% 부동산’에 묶인 고령층.
- 연령별 자산 구조를 보면 고령 인구 자산의 부동산 비중이 특히 높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인 가구의 자산 중 81.2%는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다. 고령층의 경우 금융자산 비중은 20%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 이 수치는 50대 74.6%, 40대 72.6%, 30대 이하 58.6%로 떨어진다. 이광수는 “내 집이 가장 필요한 세대가 내 집을 가장 적게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청장년층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다.

3040은 ‘내려!’ 6070은 ‘올려!’
- 주 소비 계층인 30·40세대의 재무 건전성이 좋지 않다.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지난해 30대 이하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재무 건전성)은 29.8%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은 40대로 22.6%를 기록했다. 50대는 16.8%, 60대는 10.9%였다.
- 이광수는 세대 간의 이해충돌을 조금 단순화하여 이렇게 설명했다. “3040세대가 가장 원하는 것은 주택, ‘내 집’이다. 이들은 (높은 부채 때문에) 쓸 수 있는 돈이 없다. 그동안 많은 정부는 무주택자와 청년 세대에게 대출해주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안 그래도 높은) 부채 비율이 더 높아졌고, 다시 소비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 “반면, 60세 이상 고령 세대의 경우 가장 필요한 게 현금이다. 가진 게 부동산 자산 밖에 없는 거다. 이들은 ‘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팔고, 그걸로 금융 자산을 마련하여 소비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한다. 한 쪽(30·40세대)은 부동산 가격이 떨어졌으면 좋겠어, 또 다른 한 쪽(60세 이상)은 부동산 가격은 올라야 해. 세대 간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것이다.”
- 국회나 정책 당국은 30·40세대를 상대로는 부동산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60대 이상에는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세 가지 해법.
- 이광수는 세 가지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 첫째는 가계 부채 구조조정이다.
- 둘째는 주택 지분 공유 제도다.
- 셋째는 토지주택은행과 국민 리츠(REITs)다.
가계 부채 구조조정: 다주택자 겨냥한 규제 강화.
- 다주택자나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보유한 이들을 상대로 한 새로운 대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동산 소유자가 정부의 정책 규제 때문에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면, 부동산 매도 물량이 증가하면서 집값이 다소 안정을 찾을 것이고, 무주택자는 가격이 하락한 주택을 대출을 통해서 매입한다.
- 즉, 가계 부채 총량을 늘리지 않으면서 자가 점유율이 상승할 수 있다. 이광수는 “부채 총량이 증가하지 않으면서도 일종의 부채 구조조정, 세대 간의 부채 전이가 일어나게 된다”며 “대출이 필요한 사람한테 대출해주고, 그동안 대출을 많이 해준 사람한테는 거둬들이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하지만 종부세 등 다주택자를 겨냥한 강도 높은 수요 규제는 시장 반발에 부닥쳐 왔다. 이광수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며 “현재 대출을 받아 자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거센 저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택 지분 공유제: 임대인과 임차인의 공유.
- 고령일 가능성이 높은 임대인, 실거주자인 30·40세대 임차인이 지분을 공유하게 하자는 구상이다. 임대인이 임차인과 자율 계약을 통해 주택 지분 일부를 파는 것이다.
- 이광수는 이 제도가 △안정적 임대차 시장 조성 △전세 계약 비중의 장기적 감소 △부동산 자산 유동화로 투자·소비 활성화 등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봤다.
- 다만 강연 현장에서도 “임차인의 재정 여력이 불충분할 수 있다”(민주당 의원 김주영) 등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있었다.
토지주택은행과 국민 리츠: 질 좋은 공공주택 늘리자.
-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구조 문제는 공공 역할 부재다. 공공이 보유한 주택 수나 유통 시장에 참여하는 비율이 매우 낮다는 지적이다. 질 좋은 공공주택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
- “지금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신도시의 토지를 수용해서 민간 건설사에 분양하면, 해당 건설사가 분양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건설사는 돈이 될 때 분양한다. 이렇다 보니 정부가 의도한 만큼 주택 공급이 빨리 이뤄지지 않는다. 사실상 민간이 주택 공급을 맡고 있다. 부동산 공급 시장이 약탈적으로 바뀌는 이유다. 공공은 임대주택 제공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부동산 유통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 결국은 개발 자금 문제다. 정부가 신도시 개발을 위해 수용한 토지 등을 유지·확보할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면 공공주택 보유와 유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 국민연금, 주택기금 등이 출자한 토지주택은행과 국민들이 참여한 ‘국민 리츠’(REITs, Real Estate Investment Trust, 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해 재원을 조달하자는 발상이다.

재건축과 재개발도 공공이 재원 조달.
- 재건축 규제 완화는 집값 상승을 부르는 요인이다. 시세 차익을 기대한 집주인은 당장 팔 생각이 없다. 주택 매물이 확 줄어든다. 무분별한 재건축 규제 완화 승자는 강남일 수밖에 없다. 건설사는 돈 되는 사업에만 뛰어들기 때문이다. 돈이 집중되는 강남에서만 재건축이 진행된다.
- 이광수는 정부가 기금이나 펀드, 국민 리츠 등을 통해 재건축 사업에 돈을 대자고 주장했다. 대신 ‘혼합’이 필요하다. 강남 반포 재건축과 노원구 재건축을 묶어서 펀딩을 받자는 것이다. 두 사업 수익성의 고저가 분명하지만 강남 재건축의 사업성이 압도적인 만큼 수익성은 보장될 것이고, 이는 자금을 모아 사업을 추진할 유인이 될 수 있다.
-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지지부진한 재건축 사업에 진척이 생기고, 공공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스피 주도 성장 가능할까.
- 이재명 정부는 ‘코스피 5000 시대’를 기치로 내걸고 각종 주가 부양 정책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가가 오르면, 자산이 늘고 소비가 늘어서 내수 시장이 살아나는 선순환이 가능할까.
- 어떤 정책이든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나타난다. 이광수는 주가 정책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빈부 격차 확대’에 대한 의원들의 고민을 요구했다.
- 지난해 보도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1인당 5억 원 넘게 주식을 보유한 상위 1%가 전체 내국인 상장주식 보유 금액의 절반 이상을 갖고 있다. 2023년 말 기준으로 전체 내국인 주식 보유 총액(755조 4000억 원)의 53.11%인 401조 2000억 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 이광수도 “자산 5분위(상위 20%)가 평균적으로 7700만 원의 주식을 갖고 있는 데 반해 1분위(하위 20%)는 66만 원에 그친다”며 “코스피 지수가 4000, 5000이 되면 어떻게 될까? 빈부 격차가 엄청 커진다. 우리는 주식시장 상승만 얘기하지 빈부 격차 문제는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 평가 절하돼 있는 한국 기업과 주식 시장 가치를 제고하는 일은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 발생하는 빈부 격차 확대에 대한 정책적 대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경제는 민주당’은 계속된다.
- ‘경제는 민주당’은 민주당 원내 최대 공부 모임으로 지난해 8월 출범했다. 민주당 집권을 준비하는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했다. 100여명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광수 초청 강연에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김병기를 포함해 60여명이 참석했다. 대선 이후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가 이날 공식 재개했다.
- 모임 대표를 맡은 민주당 의원 김태년은 정책통이다. 김태년은 “지금 부동산과 자본 시장 이익 구조가 7대3 정도다. 욕심 같아서는 거꾸로 3대7로 갔으면 좋겠다”며 “최소 5대5로 만드는 데 있어 부동산을 어떻게 안정시킬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 김태년은 지난 3월 슬로우뉴스 인터뷰에서 “균형 재정과 관련해 거의 종교화하고 있다. 신자가 찬송가 부르듯 하는데, 나는 균형 재정은 미신이라고 본다”면서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골목상권 자영업, 가릴 거 없다. 모두 죽겠다고 한다. 돈을 써야 한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15일 오전 8시에는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위원장 오기형, 신영증권 리서치 센터장 김학균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과 해법, 코스피5000시대 달성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주제로 강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