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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자를 뜻하는 미디엄(medium)의 복수 표현인 미디어(media)는 역사적으로 미학, 논리학, 물리학, 심리학 등에서 다양하게 해석되었다.

선형 미디어의 지배

아리스토텔레스는 미디엄을 세계를 인식하는 데 있어 ‘중간 위치를 차지하는 존재(in-between 또는 metaxy)’로 이해했고, 그에게 미디어는 물, 공기, 불 등 4대 원소를 ‘연결하는 존재’였다. 한편 미디엄은 죽은 자의 영혼과 살아있는 사람이 소통하게 하는 영매(mediumship)로서 이해되는 등 그 마술적 의미가 강조되던 때도 있었다.

19세기 자연과학은 미디엄을 물리 및 화학 과정에서 에너지, 정보 등을 전달하는 전달체로 설명하였고,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사이에 이뤄진 측음기, 전보(telegraphy), [시네마토그래프(cinematograph)], 방송(broadcasting) 등 전달 및 소통 기술의 발전은 미디어 개념을 더욱 확장시켰다.

여기서 확장의 핵심은 전달자(sender 또는 source)와 수용자(receiver)의 등장이다. 1948년 등장한 셰넌-위버 모델(Shannon-Weaver model)은 전달자 및 수용자 사이를 선형(linear) 관계로 이해하고 부호화(encoding) 및 해독(decoding) 과정을 이론화한다.

그림 1) 셰넌-위버 모델, 출처: Communication Theory
그림 1) 셰넌-위버 모델, 출처: Communication Theory

마샬 맥루한 

미디어 이론가 마샬 맥루한은 1964년 [미디어의 이해](Understanding Media)와 1967년 [미디어는 메시지다](The medium is the message)를 통해 미디어 개념을 확장했다.

[미디어의 이해]는 전달하는(되는) 내용보다 전달체 또는 채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감각기관의 확장으로서 미디어를 이해한 마샬 맥루한의 미디어 개념에는 전달자와 수용자 사이의 선형성(linearity)은 유지되고 있다.

1차 함수를 의미하는 선형성은 x값에 조응하는 y값이 정확하게 하나 존재하는 1:1 관계를 의미한다. 여기서 x값을 결정하는 것은 전달자로서, 전달자는 메시지 또는 정보의 형식과 발신 시간 등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라디오 이론 

전달자로부터 수용자에 이르는 일방향 선형성이라는 미디어 속성을 쌍방향 선형성으로 확장한 이론은 베르톨트 브레히트와 발터 벤야민 등에 의해 발전된 라디오 이론이다.

라디오 이론은 미디어를 유통(distribution) 수단을 넘어 소통(communication) 수단으로 변화시킬 것을 제안하면서, 이때야 비로소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과 소통 가능성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핵심은 수용자가 수용자뿐 아니라 전달자로서 역할을 할 때 전달자와 수용자의 관계는 진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브레히트와 벤야민의 라디오 이론은 수용자가 전달자의 조작에서 벗어나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문제를 다룬 아도르도, 호르크하이머 등 비판적 미디어 이론의 뿌리가 된다. 그러나 라디오 이론에서도 미디어 선형성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수용자 태도 변화와 미디어 비선형성 강화

클레이 셔키(Clay Shirky)는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Here Comes Everybody, 2008)에서 혁명은 한 사회가 새로운 기술을 수용할 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습관이 사회에 확산될 때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클레이 셔키

 

미디어를 소비하는 습관이 모바일 인터넷의 확산과 더불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첫 번째 변화는 미디어 전달자가 뉴스를 생산하고 발행하는 시간을 결정하면 이에 조응하는 뉴스 소비 시간이 정해지는 공식이 깨졌다. x축을 뉴스 생산이라고 하고 y축을 뉴스 소비라고 한다면, x축에 의한 y축 결정력이 붕괴됨을 의미한다.

딜로이트의 2015 Global Mobile Consumer Survey: US Edition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 중 93%는 깨어있는 시간 중 3시간 이내에 한 번은 스마트폰을 이용한다. 종이신문과 TV보다 스마트폰은 뉴스를 소비하는 빈도수를 높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의 2015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 따르면, 데스크톱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이용자와 뉴스 소비 빈도 사이에는 긍정의 상관관계가 있다(그림 2 참조). 특정 뉴스 생산자의 뉴스 생산 주기보다 이용자의 뉴스 소비 빈도가 클 경우, x값에 조응하는 y값이 복수로 또는 y값에 조응하는 x값이 복수로 변한다. 이렇게 뉴스 소비의 빈도수 증가는 뉴스 소비의 비선형성(non-linearity)을 강화하는 힘이다.

그림 2) 출처: Digital News Report 2015
그림 2) 출처: Digital News Report 2015

두 번째 변화는 뉴스 소비의 중심 경로로서 TV 뉴스의 우세가 일부 국가에서 지속되고 있지만, 데스크톱과 모바일을 통한 뉴스 소비가 다수 국가에서 소비 경로의 중심성을 확대되고 있다(표 1 참조).

표 1) 뉴스 소비 경로
표 1) 뉴스 소비 경로

한편 데스크톱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경우, 뉴스 소비의 시작점(starting point)을 구별해야 한다. 표 2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영국, 덴마크, 핀란드는 개별 뉴스 생산자 웹사이트 또는 모바일 앱에서 뉴스 소비를 시작하지만, 나머지 국가는 검색 서비스가 뉴스 소비의 시작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그 뒤를 SNS와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가 바짝 뒤를 쫓고 있다.

표2) 온라인/디지털 뉴스 시작점
표2) 온라인/디지털 뉴스 시작점

특히 페이스북 등 SNS와 왓츠앱, 스냅쳇 등 모바일 메신저가 (모바일) 뉴스 소비의 주요 매개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점도 뉴스 소비 경로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다(표3 참조).

표 3) SNS와 메시징에서 뉴스 소비 경로
표 3) SNS와 메시징에서 뉴스 소비 경로

뉴스 소비 빈도수와 뉴스 공급 시점의 괴리가 뉴스 소비의 선형성과 비선형성을 구별하는 첫 번째 기준이라면, 뉴스 소비의 시작점과 이후 경로는 이를 구별하는 두 번째 기준이다. 데스크톱과 모바일에서 뉴스 소비의 시작점으로서 ‘뉴스 브랜드 직접 방문’의 비중이 작거나 감소하고 있다는 점은 뉴스 구성 및 편집이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음을 뜻한다.

SNS와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가 뉴스 소비의 시작점으로 또는 주요 경로로 기능하거나 그 경향이 강화되는 점은 이른바 개별 뉴스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며 이는 뉴스 순서로 표현되었던 뉴스 가치(news values)가 전달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개별 뉴스가 가지는 저녁 뉴스에서 순서, 종이 신문에서 지면 위치, 뉴스 홈페이지 첫 화면에서 위치 등이 무시됨을 뜻한다. 바로 뉴스 소비의 비선형성을 강화하는 요소들이다.

한국 포털뉴스는 선형 소비를 강제한다

한국의 뉴스 소비 경로 분석에 대한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지만, 피시와 모바일에서 여전히 네이버 및 다음 등 포털 뉴스서비스가 강세를 보이고, 페이스북과 카카오 등 SNS와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를 통한 뉴스 소비가 증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포털 뉴스서비스에는 이른바 ‘주요 뉴스’, ‘댓글 많은 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등 뉴스 소비의 선형성을 강제하는 다양한 기제가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뉴스 시장은 선형성이 여전히 지배하고 있으며,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을 통해 뉴스 소비의 비선형성이 조금씩 강화되고 있는 시장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뉴스 소비의 비선형성을 설명하는 세 번째 변화는 데스크톱과 모바일 뉴스 소비에서 페이스북 쏠림 현상이 존재하나 뉴스 소비가 가능한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각 플랫폼마다 다른 방식으로 뉴스 소비 시간과 뉴스 소비 경로가 작동한다는 점이다. 이를 분산 미디어(distributed media)라 부른다.

분산 미디어 환경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뉴스 공급자가 영미권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림 3과 그림 4는 나우디스뉴스(NowthisNews)에이제이 플러스(AJ+)의 홈페이지 첫 화면이다. 이용자가 즐겨 이용하는 다양한 플랫폼으로 찾아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림 3) 나우디스 뉴스 홈페이지 첫 화면
그림 3) 나우디스 뉴스 홈페이지 첫 화면
그림 4) 에이제이 플러스 홈페이지 첫 화면
그림 4) 에이제이 플러스 홈페이지 첫 화면

분산 미디어 환경에서 성공을 거둔 대표 미디어는 버즈피드다. 리코드(re/code)에 따르면, 2015년 7월 버즈피드의 콘텐츠가 소비된 플랫폼은 표 4와 같다.

표 4) 2015년 7월 버즈피드 콘텐츠 소비 플랫폼 표 4) 2015년 7월 버즈피드 콘텐츠 소비 플랫폼

홈페이지와 앱을 통한 소비를 제외한다면 모두 비선형 소비로 분류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서 발생한 소비 또한 첫 화면을 소비의 시작점으로 선택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비선형 소비로 분류할 수 있다.

뉴스 생산자 플랫폼은 생산자가 소비 경로의 일부라도 통제할 수 있다. 페이스북, 모바일 메신저, 애플 뉴스, 삼성전자 업데이 등 타 플랫폼의 수가 증가하고 전통적인 편집이 아닌 네트워크 공유와 추천에 기초한 뉴스 소비의 증가는 비선형 뉴스 소비의 확대로 이어진다. 한편 이를 주어진 조건으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뉴스 사업자들이 증가하고 이들의 성공 스토리가 들려오고 있다.

뉴스 소비의 비선형성과 의제 설정 능력의 약화

다양한 뉴스 소비자의 뉴스 이용경로를 그림 5처럼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A 유형은 TV 뉴스와 종이신문 등 전통적 뉴스 소비를 고집하는 소비자층이다. 가끔 포털 뉴스와 스마트폰의 SNS와 카카오톡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지만, 뉴스의 시작점과 중심 출처는 과거에 비해 크게 변하지 않은 소비자 집단이다.

B 유형은 포털 뉴스를 뉴스 소비의 중심 경로로 선택한 층이다. 데스크톱 뉴스 소비습관을 스마트폰에서도 이어가고 있는 소비자 집단이다.

마지막으로 C 유형은 모바일을 중심으로 특히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집단을 표현한다. 이들에게 TV 뉴스 소비는 식사 시간 등 의도하지 않은 환경에서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그림 5) 뉴스 소비 경로
그림 5) 뉴스 소비 경로

뉴스 소비 유형과 경로의 다변화는 뉴스 생산과 유통 전략에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 번째 의미는 전통적 의제 설정(Agenda Setting) 능력의 상실이다. 이른바 뉴스 가치(news values)는 뉴스의 순서, 뉴스의 분량 및 길이, 연관 뉴스의 개수 등을 통해 표현된다. 비선형 소비는 소비자가 이러한 맥락 정보를 인지하는 가능성을 크게 낮춘다. 뉴스 가치가 뉴스 소비와 함께 전달되지 못하면 뉴스 생산자의 의제 설정 능력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 그림 5에서 표현된 뉴스 소비 유형의 차이를 고려한 새로운 뉴스 공급 및 유통 방식이 필요하다.

A형의 경우 뉴스 브랜드를 매개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가 형성된다. 충성 독자 및 충성 시청자가 가능한 뉴스 소비 환경이다.

B형 뉴스 소비는 다수의 뉴스 공급자와 소수의 뉴스 유통사업자가 결합하는 구조다. 사회적 의제 설정은 가능하나 개별 뉴스 생산자의 의제 설정 능력과 뉴스 브랜드 충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에서 뉴스 공급자가 고려해야 할 사업 대상 일순위는 뉴스 소비자가 아니라 뉴스 유통사업자다.

C형 뉴스 소비 환경에서는 새로운 뉴스 가치 전달 방식, 새로운 의제 설정 방식, 새로운 뉴스 소비자 관계, 새로운 뉴스 포맷 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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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부: 비선형 뉴스 소비와 대응 전략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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