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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제목’으로 ‘반문’ 선동하는 중앙일보

요즘 중앙일보에서 ‘탐사하다’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여론조사의 불합리성을 비판하고 있다. 이 기획기사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층(이하 ‘문 지지층’)에서 다시 비판받고 있다.

  1. 우선 시기다. 하필이면 정부 지지율이 반등하는 타이밍에 기획기사를 시작했다.
  2. 그리고 내용이다. 기사의 주된 맥락은 여론조사가 정부·여당에 유리하게 편향됐다는 내용이다.
  3.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제목이다.

중앙일보의 ‘수상한’ 기사 제목 

우선, “수상한 여론조사···응답자 절반이 文투표층이었다”라는 기사를 보자. 이 기사는 제목을 통해 마치 여론조사기관이 악의적 의도로 문재인 지지층이 과다표집되게 만든 것처럼 묘사했다. 하지만 정작 기사 내용을 보면 제목에서 “수상”하다고 말한 여론조사기관의 악의적 의도를 객관적으로 증명한 근거는 찾을 수 없다.

중앙일보, 수상한 여론조사...응답자 절반이 문투표층이었다

중앙일보, 수상한 여론조사…응답자 절반이 문투표층이었다 (온라인 기사 일부 캡처)

그리고 며칠 전엔 이런 기사가 나갔다. “‘文 못한다’…사람이 물으면 46%, 기계가 물으면 64%”(종이신문과 포털 송고 제목 기준, 현재“‘사람이 묻냐 기계가 묻냐’ 따라 여론조사 18%P 차이”제목이 바뀜). 역시 문 지지층의 공분을 불렀다. 사람이 질문하는 것보다는 기계가 질문하는 게 더 ‘공정해’ 보인다. 감정이 끼어들 요소가 그만큼 줄어드니까. 순서상으로도 ‘기계가 물었을 때’를 뒤에 배치해, ‘그게 사실 진짜 지지율’이란 느낌을 준다. 분명히 의도된 제목이다.

중앙일보 해당 기사의 '원래' 포털 송고 제목. 종이신문 제목도 같다. 하지만 현재 포털 송고 기사의 제목은 바뀐 상태다. 이미지는 네이버 송고 기사 캡쳐.

중앙일보 해당 기사의 ‘원래’ 제목. 종이신문 제목도 위와 같다. 하지만 현재 포털에 게시된 기사의 제목은 바뀐 상태다. 위 이미지는 네이버 초기 송고 상태의 기사를 캡쳐한 것.

그런데 정작 위 기사들을 읽어보면, 그렇게까지 ‘이상한’ 기사는 아니다.

  • 우선 “수상한 여론조사···응답자 절반이 文투표층이었다”는, 문재인 정부 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 때의 여론조사도 함께 제시한다. 그리고 여론조사가 원래 여권 지지층이 과다표집되는 경향이 있으며, 실제 선거에선 진 후보를 찍어놓고 여론조사에선 이긴 후보를 찍었다 응답하는 경우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한다. 그 밖에 여론조사 설문이 특정 응답을 유도하기 위해 짜여진다는 의혹 등도 다룬다.
  • “‘文 못한다’…사람이 물으면 46%, 기계가 물으면 64%”는, 여론조사 결과가 전화면접/ARS는 물론 표본 추출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현실을 다루었다.

악의적 의도를 내뿜는 제목  

결국 제일 큰 문제는 제목이다.

“수상한 여론조사···응답자 절반이 文투표층이었다”는 그나마 이해할 만하다. ‘수상한’ 의도를 잔뜩 숨겨두긴 했지만, 어쨌든 제목이 기사를 아예 왜곡하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文 못한다’…사람이 물으면 46%, 기계가 물으면 64%”는 노골적으로 악의를 뿜어내는 제목이다.

제대로 된 제목이라고 할 수도 없다.

  • 46%가 나온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집전화 RDD(임의걸기) 방식으로 전화면접 조사를 한 거다.
  • 64%가 나온 조사는 집전화 RDD 방식으로 ARS 조사를 한 거다.

제목을 저렇게 뽑을 거라면, 적어도 ‘사람이 물음 / 기계가 물음’ 외의 다른 변인은 통제되었어야 했다. 이 제목은 사실상의 왜곡이고 선동이다.

제목를 통해 편견과 선입견을 주입하려는 시도들은 '늘상' 있어왔다.

기사 제목은 가장 강력한 편견의 도구다. 기사 제목을 통해 ‘제목 붙이는 자가 의도한’ 편견과 선입견을 주입하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있어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왜 하필 이 시기에 이런 기획기사를 내보내느냐는 문 지지층의 비판적인 의심도 일리가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그동안 한국 언론이 걸어온 길을 보건대, 이 정도의 기획이라면 의도가 없기가 차라리 힘들 것이다. 이 기사들의 문제는 기사의 본문 내용 자체가 문제거나 심각한 편향을 드러낸다는 데 있지는 않다.

문제는 거기에 ‘제목을 붙인 사람의 의도’다. 그 누구도 제목을 허투로 뽑지 않는다. 언론은 두말할 필요가 없이 당연하다. 제목은 기사를 대표할 뿐 아니라, 독자를 특정 방향으로 이끈다. 기사를 아무리 제대로 써도, 제목이 독자를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면 기사 전체가 그 방향으로 끌려가 버린다.

이 제목은 데스크의 노골적인 ‘장난질’이다. 데스크가 탐사보도 팀의 ‘기사’를 윗선의 정치질에 끌어들였다. 아마 그 정치적 의도는 이뤘겠지만, 언론으로서의 품격, 언론으로서의 신뢰도는 기사와 함께 시궁창으로 떨어졌다.

 

이누엔도 (Innuendo, 빗대어 하는 말)

속임, 기만은 매혹적인 소재이자 주제다. 그건 말과 글이 존재하는 한, 그 말과 글을 통해 권력을 추구하는 인간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러니 아마도 인간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테다. 이누엔도는 “발화자의 부정적 편견을 우회적으로 은연중 독자·청자에게 내면화시키는 지적이고 수사적인 조작”(아거)이다.

가령 “선장은 오늘 하루 술에 취해 있지 않았다”라는 문장을 생각해보자. 그 문장은 말 그대로 선장이 취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 문장을 접한 사람은 선장이(오늘 하루만 빼고) 늘 술에 취해 있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게 된다. 즉, 그 문장은 ‘그런 제목 붙인 사람의 악의적 의도’를 반영한다.

아거는 이누엔도의 전략을 “의미의 단언적 전달을 제한하는 척하면서 애초 의도한 의미를 그대로 전달”하는데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누엔도의 효과에 관해서는 “사람을 간접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직접적인 공격만큼 효과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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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슬로우뉴스 편집위원, ㅍㅍㅅㅅ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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