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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사립유치원의 회계 부정이 사회 문제로 부상했다. 그들은 유아를 위해 사용해야 할 비용을 유용하여 명품가방이나 성인용품을 구매하고, 개인연금 보험료나 개인 차량 보험료로 납부했다. 소위 ‘비리 사립유치원’이 사회 문제로 제기된 이후, 지속해서 여러 가지 유형의 사립유치원 비리가 밝혀지고 있다. 그래서 사립유치원의 비리 근절과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는 국민적 요청이 된지 오래다.

유치원

유치원 ‘폐쇄해줘!’ vs. 법원 ‘안 돼!’ 

올해 2월에는 경기도 하남의 한 사립유치원이 경기도광주하남교육지원청에 폐쇄인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유치원 폐쇄에 대한 학부모 동의서 미제출, 유아지원 계획 미수립을 이유로 해당 폐쇄인가 신청은 반려됐다. 이에 사립유치원은 자신이 신청한 폐쇄 인가에 대하여 법령이 요구하는 유아지원 및 설비처리계획서를 제출하여 요건이 갖추어진 경우 이를 해야만 하는 ‘기속행위’[footnote]기속행위: 법규상 구성요건에서 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행정청에 재량의 여지를 주지 않고, 반드시 발하거나 말아야 하는 어떠한 행위(예: 조세 과징 행위).[/footnote]라고 주장하면서, 다른 요건(학부모 3분의 2의 동의서 제출 등)을 이유로 이를 반려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수원지방법원에 위 반려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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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나온 판결 

  • 사립유치원 폐원신청 반려처분 취소소송 패소 판결
  • 수원지방법원 행정3부 이상훈 재판장, 2019구합62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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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립유치원은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령에 존재하지도 않는 요건(학부모 3분의 2의 동의서 제출)을 이유로 폐쇄인가 신청을 거부한 것은 법률유보원칙(행정권 발동은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사립유치원은 이미 학부모들에게 폐쇄 의사를 밝혔는데 위 요건을 적용하는 것은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되고,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기도 하여 위법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뿐만 아니라 폐쇄인가의 필요성에 관하여 유치원 설립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사회적 분위기 등으로 인하여 유치원을 폐쇄할 필요가 크다는 등의 호소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유아교육법 등 관련법령의 취지와 내용, 문언, 체계에 사립유치원의 폐쇄로 인한 파급효과를 고려해 보면, 유치원은 고도의 공공성을 갖는 교육시설로서 그 설립은 물론 폐쇄를 인가할 때도 행정청으로서는 유야교육의 연속성, 안정성 등 관련된 공익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유치원이 "고도의 공적 교육시설"임을 확인했다.
법원은 사립유치원이 고도의 공공성을 가지는 교육시설로서 그 설립은 물론이고 폐쇄에도 공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기속행위인가, 재량행위인가?

법원은 구 유아교육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이 유치원 폐쇄인가를 신청할 때 유아지원계획서를 첨부하도록 한 것은 교육감으로 하여금 인가 여부를 결정할 때 그러한 유아지원 계획이 해당 유치원 유아의 학습권 보호에 지장이 없도록 실질적 전원조치 등을 포함하고 있는 적절한 것인지를 판단하도록 재량권을 부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즉, 사립유치원의 주장처럼 사립유치원의 폐쇄를 인가하는 것은 일정한 요건이 갖추어지면 이를 받아주어야 하는 ‘기속행위’가 아닌, 행정청의 ‘재량행위’라고 판단했다. 즉, 사립유치원에서 많은 비중을 두어 주장한 학부모 3분의 2 동의서 제출요건은 위 재량행위의 기준을 정하는 재량준칙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사립유치원은 ‘인근 유치원에서 우선 입학의 혜택을 주기로 원장과 협의하였다’는 이유로 유아지원계획이 적절한 것이라고 주장하했다. 하지만 법원은 위 계획이 ‘유치원 원장이 공정하고 투명한 방법으로 유치원에 입학알 유아를 모집·선발하여야 한다는 유아교육법에도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인근의 유치원이 그러한 혜택을 부여한 사실도 없으므로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법원은 '기속행위'가 아니라 '재량행위'로 판단했다.
법원은 사립유치원 폐쇄를 인가하는 것은 일정한 요건이 갖춰지면 행정청이 이를 받아주어야 ‘기속행위’가 아니라 행정청의 ‘재량행위’로 판단했다.

잊지 말아야 할 것 

판결에서 보이는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법원이 판단을 하면서 법률상 쟁점에 대한 고민이 아닌 다른 고민을 했음을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법원은 사립유치원의 주장이 구체적인 부분에서 계속 달라지고 달라진 전후 내용 사이의 관계가 분명하지 않아 법률적으로 정리하기가 어렵다고 고백했다.

무슨 주장을 하는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았던 전투에서 남은 것은 ‘유치원은 고도의 공공성을 갖는 교육시설’이라는 것, 그리고 ‘설립 뿐만 아니라 폐쇄에 있어서도 유아교육의 연속성, 안정성 등 관련된 공익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확인이었고, 이는 우리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키워드일 것이다.

이 사건 이후에도 사립유치원 이사장이 유치원 감사를 무마하기 위한 목적에서 금을 전달하다가 형사처벌을 받기도 하고, 여러 사립유치원들이 교육청의 회계부정을 확인한 감사 결과와 무관하게 학부모들에게 비용을 환급하지 않고 있고, 여전히 사립유치원 비용의 사적유용을 통한 회계부정이 드러나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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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필자는 ‘정치하는엄마들’ 소속 서성민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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