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솔루션x슬로우뉴스 공동 기획] 이산화탄소보다 30배 온실효과, LNG 27척 규모 메탄 방출… 공급 단계 탄소 감축, 수입국이 주도하는 국제 공조 필요하다.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원유와 LNG 물동량이 급감했다.
6월28일 잠정 합의 이후 통항이 늘었지만, 아직 전쟁 전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넘겼다가 잠깐 안정을 찾기도 했지만 전쟁이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미국-이란 전쟁까지 두 차례의 전쟁은 세계적으로 에너지=안보라는 근본적인 숙제를 남겼다.
전쟁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 다음 두 가지 질문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 첫째, 한국은 LNG 발전 비중이 2024년 기준 28%다. 전쟁이 날 때마다 경제가 휘청거린다.
- 둘째, 화석연료 의존을 크게 줄이지 않으면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도 요원하다.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를 줄이기로 했지만 2024년 기준으로 감축량이 12% 수준에 그치고 있다.
- 기후솔루션은 발상이 다른 접근을 제안했다.
- 노진선(기후솔루션 메탄&HFCs 팀장)은 “화석연료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도 문제지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 배출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한국으로 수입하는 화석연료 생산 과정에서 누출되는 메탄 배출량이 2024년 기준으로 5068만 톤CO2e에 이른다.
- 악셀 레무스(Axel Lemus, 기후솔루션 메탄팀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에너지 공급망을 다시 점검하는 지금이야말로 그동안 눈에 띄지 않았던 온실가스의 구멍을 다시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메탄은 원래 기체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메탄 가스가 아니라 그냥 메탄이라고 쓴다.)

이게 왜 중요한가.
- 당분간 화석연료를 완전히 끊을 수 없다면 화석연료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와가스 생산 과정에서 메탄 배출을 줄이면 해마다 100bcm의 가스를 더 쓸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LNG 물량 110bcm과 비슷한 규모다.
- 메탄은 LNG의 주성분이면서 강력한 온실가스다. IPCC 6차 보고서는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메탄의 온난화 효과를 20년 기준 이산화탄소의 82.5배, 100년 기준 29.8배로 보고 있다.
- 메탄은 비싸고 귀하고 더러운 가스다. 생산 과정에서 메탄이 새면 두 가지 비용이 발생한다. 첫째, 팔 수 있었던 연료를 잃는 경제적 손실과 둘째, 온난화와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메탄은 가둬두면 에너지지만, 흘려보내면 강력한 온실가스다. 팔면 상품이고 새면 기후 비용이다.

한국의 메탄 발자국과 보이지 않는 배출.
- 화석연료는 소비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만 애초에 생산 단계에서도 엄청난 온실가스를 뿜어낸다.
- 기후솔루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이 수입한 화석연료 생산 단계에서 배출한 메탄이 177만 톤에 이른다. (석탄과 원유, 가스가 각각 54%와 30%, 17%다.)
- 100년 온난화 지수로 환산하면 5000만 톤CO2e 규모다.
- 한국이 수입하는 화석 연료의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서울 가정용 도시가스 소비량의 112% 규모라는 분석도 있었다. 2조2000억 원, 16만㎥급 LNG선으로 27척 분량이다.

짧고 강력하다, 메탄 감축의 시간표.
- 메탄의 대기 수명은 12년으로 이산화탄소보다 짧다. (이산화탄소는 50~200년으로 본다.) 같은 규모를 감축하더라도 메탄이 가까운 미래의 온난화 속도를 줄이는 효과가 더 빨리 나타난다는 이야기다.
- 유엔환경계획(UNEP)은 2030년까지 메탄 발생을 45% 줄이면 2045년까지 약 0.3도의 온난화를 피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IEA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1억2400만 톤의 화석 연료 메탄 가운데 기존 기술로 8500만 톤(69%)을 줄일 수 있다. 이 가운데 3500만 톤(전체 대비 28%)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 IEA는 화석연료 메탄을 75% 줄이는 데 2035년까지 해마다 평균 28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세계 화석연료 산업 연간 순이익의 2%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탄소 감축 수단이 줄줄 새는 메탄을 틀어 막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메탄이 줄줄 새는 이유.
- 지난해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생산 과정에서 배출한 메탄이 1억2400만 톤이다. 석유가 4500만 톤, 석탄이 4300만 톤, LNG가 3600만 톤이다.
- 유전에서는 원유와 함께 나온 가스를 모아 운반할 시설이 없거나 팔아도 수지가 맞지 않을 때가 있다. 이 가스를 그대로 대기 중에 내보내는 것을 ‘벤팅’, 불을 붙여 태워 버리는 것을 ‘플레어링’이라고 한다. 밸브와 압축기, 저장탱크에서 흘러나오는 가스도 상당하다. 탄광에서는 채굴 전후와 폐광 이후에도 계속 메탄이 나온다.
- 화석연료는 태울 때도 문제지만 애초에 채굴과 유통 과정부터 엄청난 메탄을 배출한다는 이야기다.
- 산유국 입장에서는 굳이 메탄 배출을 줄일 유인이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기후 비용은 세계가 나눠 부담하겠지만 감축 비용은 당장 생산자가 부담해야 한다. 수입국이 게임의 규칙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켜지지 않는 약속.
- 한국은 이미 지난 2021년 국제 메탄서약(Global Methane Pledge)에 가입한 상태다. 2030년까지 국내 메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최소 30% 줄이고, 국제적인 메탄 감축 노력에 공조하기로 약속했다.
- 한국은 국제 서약과 별개로 메탄 발생량을 2020년 2740만 톤CO2e에서 2030년까지 30%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탈루성 메탄 배출 모니터링 확대와 에너지 수요 효율화, 사용 절감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 한국의 국가 온실가스 통계는 원칙적으로 한국 영토에서 발생한 배출을 집계한다. 한국이 수입하는 화석연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은 생산국 배출로 잡힌다. 메탄 발자국의 상당 부분이 국경 밖에 있지만, 국가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라는 이야기다.
- 한국은 2023년 미국, 유럽연합, 일본, 호주 등과 함께 LNG 공급망 메탄 감축 공동 성명에 참여했다. 한국가스공사와 일본 JERA는 공급 프로젝트의 메탄 관리 정보를 받는 CLEAN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 2024년 발효된 유럽연합 메탄 규정은 수입업자가 원산지와 경로, 측정-보고-검증(MRV), 누출 탐지, 수리 정보까지 보고하도록 했다. 2028년부터는 생산 단계 메탄 집약도도 해마다 보고해야 한다. 2030년 이후 새로 체결하거나 갱신하는 계약에는 메탄 집약도 기준이 적용된다.
- 만약 한국이 이런 흐름을 방치하면 유럽연합의 배출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정보가 불투명한 연료가 한국으로 흘러들어올 수도 있다.

화석연료 시장 큰손, 한국이 나서야 한다.
- 산유국을 움직이는 건 규제가 아니라 구매력이다.
- IEA에 따르면 한국이 수입하는 석유와 가스 평균 상류 메탄 집약도는 0.6%다. IEA 기준 0.2%의 세 배다.
- IEA는 주요 수입국이 0.2% 기준을 공동 적용하면 세계적으로 메탄 배출을 1200만 톤 이상, 20% 가까이 줄일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 2024년 기준으로 한국은 세계 LNG 교역량의 11.6%인 4632만 톤을 수입했다. 중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다. 인도와 대만의 수입량을 합친 것과 비슷하다.
- 원유 10억2900만 배럴과 석탄(유연탄+무연탄) 1억1559만 톤을 더하면 세 품목 구매액만 1310억 달러 규모다.
- 한국이 단독으로 판을 바꿀 정도는 아니지만 국제 공조에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이 당장 할 수 있는 것: 정보 공개부터 하자.
- 일단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해 LNG를 수입하는 모든 업체들에게 메탄 정보를 공통 양식으로 공개하게 해야 한다.
- 정부는 한국 기업이 지분을 보유하거나 장기 구매하는 해외 프로젝트의 정보도 추적해야 한다.
- 생산국 지원도 필요하다. 측정 장비, 인력 교육, 가스 회수 설비 금융을 계약과 묶으면 규제가 공급 회피나 가격 전가로 끝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 LNG뿐만 아니라 원유와 석탄까지 공급망 기준을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전제 조건: 인센티브 구조 설계가 관건.
- 메탄 발생이 적은 화석연료를 쓰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화석연료 소비를 줄이는 게 먼저고 전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화석연료를 써야 한다면 메탄 감축을 병행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 어느 한 나라가 기준을 강화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기준이 느슨한 나라로 밀어내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글로벌 원칙을 만들고 비용을 분담을 강제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
- 줄일 수 있는 메탄이 69%고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감축할 수 있는 메탄이 28%다. 인센티브 구조를 잘 설계하려면 데이터 확보가 필수다.

누가 비용을 치를 것인가.
- 지금은 생산국의 기업이 가스를 흘려보내고, 수입국 소비자가 가격 변동을 감당하는 구조다. 기후 비용은 모두에게 분산된다. 책임과 비용이 국경을 넘어 전가된다.
- 한국은 생산 시설을 직접 단속할 수 없지만 구매자라는 파워가 있다. 데이터 공개를 요구하고, 메탄 유출이 적은 공급자를 우대하고, 개선 비용을 분담할 수 있다.
- 일단 필요한 건 한국이 구입하는 화석연료가 생산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메탄을 발생하는지 정확하게 측정하고 공개하는 절차다. 자율 협약은 실효성이 없고 인증서를 사고 파는 걸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데이터 추적과 글로벌 연대로 풀어야 할 문제다.
- 전쟁이 끝나면 호르무즈의 통항은 다시 늘 수도 있다. 다음 공급 충격이 오기 전에 ‘얼마나 싸게 샀는가’뿐 아니라 ‘얼마나 새지 않게 샀는가’를 묻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 메탄 감축은 단순한 기후 문제를 넘어, 에너지 낭비를 방지하고 국제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는 대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